딸기네 책방

대프니 셸드릭, 아프리칸 러브 스토리

딸기21 2016. 8. 30. 19:44
728x90

재미나다. 케냐에서 '코끼리 고아원'을 운영한 백인 이주민 이야기. 케냐에 대한 생각에는 '식민지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영국인의 시선이 고스란히 녹아 있지만 그 또한 당시 이주민들의 의식을 보여주는 것이고. 동물 이야기가 진짜 흥미진진! 케냐에서 암보셀리, 마사이마라 다녀왔던 기억도 나고... 



미화 언니가 보내주신 책인데 오랫동안 꽂아두고 있다가 올 여름 펴들고 무더위를 났다. 케냐에 가고 싶다...

여담이지만 요니가 이 책을 먼저 읽었다. 책 지은이는 대프니 셸드릭인데, 앞부분에 '빌'이라는 남성과 결혼한 얘기가 나온다. 이어 빌의 자연보호구역 동료이자 상사인 데이비드 셸드릭이 나온다. 요니가 '수상하다'며... 아무래도 대프니가 데이비드와 결혼할 것 같다고. 그래서 나는 "빌이 죽나보다. 그러고 나서 재혼하나 보다" 했는데, 요니가 왜 빌을 죽이려 하냐고 나를 힐난했다. 내가 너무 막장드라마;;만 봤나?


엘리엇 총독은 덤불숲에 나갔다가 윌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 만약 케냐로 스무 가구를 데려올 수 있다면 정착할 토지를 정부에서 무상으로 불하해주겠다는 것이었다. 바로 그 주에 엘리엇 총독은 식민지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나이로비 너머까지 단선철도 확장을 추진하고, 교역과 철도 인적 자원을 증대시킬 백인 정착민들을 끌어모을 방안을 제시하라는 명령을 본국으로부터 받은 상태였다. 

영국이 동아프리카에 개입했던 건 사실 케냐를 노린 게 아니었다. 우간다와 나일 강의 수원 때문이었다. 영국 정부는 독일인틀이나 프랑스인들 때문에 수에즈운하 접근이 위험해지는 걸 막으려고 했는데, 수에즈운하는 대영제국이라는 왕관을 화려하게 장식하는 보석인 인도로 가는 교역로였기 때문이다. 철도 건설은 어마어마한 사업이었고, 그 사업을 위해 영국령 인도에서 수많은 시크교 노동자들이 배를 타고 건너왔다. 철도는 몸바사 항에서부터 케냐의 다양한 주거지 사이를 구불거리며 뻗어갔고, 사람이 살지 않는 빽빽한 관목지를 통과해 한때 마사이 원주민들의 최고 목초지였던 광활한 초원으로 이어졌다. 과거 이 지역을 호령하던 마사이족의 수는 1900년대 말 천연두로 인해 크게 감소한 상태였다. 

(18쪽)



마사이족은 동아프리카에서 600여 년에 걸쳐 무시무시한 명성을 쌓아왔지만 그들의 주술사 족장인 음바티안이 한 소녀의 꿈속에 ‘철 뱀’이 도착했던 것을 계시로 여겨, 창백한 사람들이나 철 뱅이 그들의 땅에 들어오는 것을 애써 반대하지 말라고 충고했던 것이다. 오히려 그 가족들이 새 땅에서 새 출발 하는데 가장 큰 위협이 되었던 것은 그 땅의 야생동물들이었다. 

(26쪽)



아프리카인들은 아주 짧은 시간 꽃을 피우는 바오바브나무에 조상의 흔령이 깃들어 있다고 여긴다. 이 나무의 굽거나 오목한 부분, 그리고 속껍질 주름 속에서 생명이 살고 있었다. 잎 무성한 깊은 가지에 코뿔새 한 쌍의 둥지가 있었는데, 그들은 가지가 굽은 부분을 작은 틈새만 남기고 진흙으로 막아 스스로를 가둔 채, 수컷이 안쪽의 아내를 위해 그 틈새로 메뚜기와 곤충을 건네주고 있었다. 카멜레온과 도마뱀, 그리고 이빨이 뒤로 굽은 나무 붐슬랑뱀은 갓 부화한 새끼나 알을 찾고 있었다. 

우리는 바오바브나무에 달린 커다란 열매를 따서 순수한 타르타르소스 맛이 나는 하얀 과육을 먹었고, 어머니는 빈 껍데기를 국자 대용으로 썼다. 어머니는 바오바브나무의 섬유질 많은 목질은 종이와 가방을 만드는 데 쓰이며, 뿌리로는 붉은 염료를 만든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리고 많은 바오바브나무들이 물을 저장해두기 위해 일부러 속을 비우고 그 커다란 그릇 속에 빗물을 가두는데 그 안에 담긴 물은 그후로도 몇 달 동안 신선하고 깨끗하다고 어머니는 말했다. 몇 천 년을 살 수 있는 이 거대한 나무는 그 자체가 하나의 세계였다. 밤에 바오바브나무 아래 누우면 마치 그 나무가 안전한 피난처처럼 느껴져 마음이 든든했다. 

(65쪽)



독 제조는 매우 특화된 직업이었고, 독을 우려내고 파는 것은 기리아마족-몸바사 해안 지대 출신의 반투 스와힐리인들-의 비전이었다, 특히나 독성이 강한 아코칸테라 나무의 껍질과 잎을 주재료로, 여기에 몇 가지 다른 재료를 섞어 일곱 시간 동안 물에 끓이면 끈끈한 타르 같은 물질이 나오는데 이 치명적인 독은 핏속에 들어가는 즉시 효력을 발휘해, 동맥과 심장의 규칙적인 운동을 방해하고 코끼리를 두 시간 안에, 사람은 몇 분안에 죽일 수 있었다. 아코칸테라 독화살에 대한 알려진 해독제는 없었다. 독 제조는 상당한 돈벌이가 되었다. 

이 독을 화살촉에 묻히고 보호를 위해 천이나 가죽으로 묶는다. 화살촉은 충격을 받으면, 화살이 잘 날아가도록 독수리 깃털을 단 화살대에서 분리된다. 이렇게 분리된 화살촉이 몸 깊숙이 박혀 독이 혈류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화살 주인은 나무 화살대를 주워다 재사용한다. 화살촉에는 항상 주인만의 특별한 표시가 새겨져 있어 그 동물을 처음 발견한 사람과는 상관없이 누가 잡은 동물인지 알수 있다. 

아코칸테라 독으로 죽은 동물의 고기는 전혀 오염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게 먹을 수 있었고, 보통은 덤불의 은밀한 곳에서 길게 잘라 햇볕에 말렸다. 코끼리가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았을 경우엔 도끼로 엄니를 잘라냈지만, 일단 부패가 시작되면 쉽게 뽑아낼 수 있었다. 

아코칸테라 독으로 죽을 때는, 특히나 독이 신선하지 않을 경우는 잔인하고 고통스럽다. 몇몇 장면들은 지금도 뇌리를 떠나지 않는다. 코끼리 암컷 한 마리가 고통스럽게 죽어가고 있었는데, 사랑하는 가족들은 당황한 표정으로 그 코끼리를 에워싼 채, 그 암컷이 쓰러지지 않도록 미친 듯이 애쓰고 있었고, 어미에게 닥친 죽옴으로 인해 이미 운명이 예정된 새끼는 쪼글쪼글해져 젖이 나오지 않을 젖꼭지를 필사적으로 빨고 있었다. 상처 입은 수컷 한 마리의 경우는 열이 오른 몸뚱이에 뿌릴 물을 자기 위에서 빨아내려고 기다란 코를 목구멍 깊숙이 집어넣고 이글이글 타는 태양 아래 무력하게 서 있었다. 관자놀이샘에서는 스트레스 ‘눈물’이 쏟아지고, 정상 크기보다 다섯 배나 커진 한 발은 땅을 딛고 있기도 너무 고통스러운지 꼼짝 못하고 있었다. 

(130쪽) 



달빛이 모래를 창백하게 비추면, 마치 하늘에서 떨어진 듯 코끼리들이 조용히 나타나 검은 범선들처럼 고요히 나아가며 달빛 아래 은백색 상아를 빛냈다. 이윽고 코끼리들이 파낸 모래 구덩이에서 물을 얻어볼까 히는 기대를 저마다 갖고서, 강둑의 그늘 속에서 코뿔소들이 나왔다. 코뿔소들은 구덩이를 하나씩 차지하고서는 자기 머리와 뿔이 들어가게 넓혔다. 밤의 활동이 막을 내리면 이제 극장은 주행성 배우들 차지였다. 원숭이들과 개코원숭이들이 나무에서 내려오고, 몽구스들이 날째게 돌아다나고, 기린, 얼룩말, 일런드영양, 사막꿩, 비둘기, 길쌈새, 찌르레기, 호로새가 그 뒤를 이었고, 그 다음엔 만만한 먹잇감을 찾는 맹금들, 매와 수리, 독수리들이 나타났다. 서서히 더 많은 동물들이 강둑에 나와 코끼리 구덩이에서 갈증을 달래며 공존 공생의 큰 무리를 이루다보면 경보음이 들리고, 이윽고 한 마리 표범이나 사자 무리들, 하이에나와 들개 무리들이 다가왔다. 그러면 천둥 같은 발굽 소리와 푸드덕거리는 날갯짓 소리 속에서 무대는 급속히 비워졌다. 

(146쪽) 



에버데어 숲 깊은 곳에서 전설적인 데단 키마티를 포함한 마우마우 반군의 마지막 잔당들이 마침내 체포되었다. 체포되기 직전, 이 유명한 마우마우 장군은 자신의 시간이 끝났음을 어렴풋이 감지한 모양이었다. 그는 노련한 마우마우 도망자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넓게 트인 평원을 과감하게 질주하는-을 했으며, 28시간 동안 무려 128킬로미터를 내처 달리고 난 뒤에는 숲 가장자리에서 쓰러져 홀로 하룻밤을 보냈다. 다음날 그는 숲 경계를 따라서, 자신이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던 장소가 보이는 곳까지 기어가, 굽이치며 뻗은 작은 밭들과 초가집틀을 바라보며 하루종일 조용히 앉아 있었다. 

사훌 뒤에는 모든 것이 끝났다. 그는 부족 경찰들이 쏜 총알에 넓적다리를 맞았고, 다친 다리를 끌고 숲속으로 달아났다가 얼마 후 발견되었다. 일단 상처를 치료받은 뒤 그는 케냐 대법원에서 재판올 받았는데 재판 과정 내내 카리스마를 발했고, 이 전설적인 인물을 보기 위해 인근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법정은 만원이었다. 그는 아프리카인 배심원단에 의해 유죄를 선고받았으며 1957년 2월에 교수형에 처해졌다. 훗날 독립 케냐는 데단 키마티를 제국주의의 지배 하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운 대표적인 투사로 여기게 된다. 

(148쪽)



처음에 샘슨은 곧잘 며칠 밤을 밖에서 지내곤 하더니, 곧 몇 주씩, 결국엔 몇 달씩 안 들어왔다. 결국 야생 코끼리로 돌아갔나보다 생각하고 포기할 때쯤이면 녀석은 다시 나타나곤 했다. 그럴 때면 대개 야생 친구 몇 마리를 데려와 본부 주변에서는 항상 대혼란이 빚어졌다. 

샘슨이 왜 자기는 친구들을 오래 사귀지 못하는지 의아해하면서도, 하던 대로 계속해서 친구들을 데려오는 걸 보면 가슴이 뭉클했다. 결국 데이비드는 샘슨이 야생 친구들을 데리고 본부로 돌아오지 못하도록 제지하는 더 강력한 조치로 폭음탄을 쓰기로 했다. 이제 인간과의 인연을 완전히 끊고 자기가 속한 곳으로 돌아가는 것이 샘슨에게 이로운 때가 왔던 것이다. 그후 샘슨은 이주 오랫동안 보이지 않다가 어느 일요일 오후에 불쑥 나타났다. 

아장 아장 걸으면서 장난감을 갖고 노는 앤절라에게 다가가는 샘슨을 보자 나는 심장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그동안 샘슨이 올 때마다 푸대접을 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내 딸에게 해코지라도 할까봐 겁이 났지만, 녀석은 거대한 코를 내밀어 앤절라의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고, 앤절라의 기쁜 미소에 사랑의 인사를 그르렁거렸다. 녀석은 나를 보더니 꾸지람을 예상했는지 황급히 몸을 돌려 두 귀를 펄럭이며 달아났다. 슬프게도 나에게는 그것이 샘슨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280쪽)


데이비드는 그 코끼리가 왠지 낯익은 것 같아 더 자세히 보기 위해 근처 모래 둔덕에 착륙했다. 부상당한 그 수컷에게 걸어가던 데이비드는 그것이 치명적인 아코칸테라 화살독 효과의 마지막 단계를 겪고 있는 샘슨임을 직감했다. 데이비드는 믿음직한 416 소총의 자비로운 총아로 그 고통을 끝내는 것밖에 도울 방법이 없다는 걸 알았다. 
숱한 기억들과 상념들이 잠시 머릿속을 스쳐간 뒤, 데이비드는 소총을 들고 머리를 겨냥해 사랑하는 샘슨의 삶을 한 방에 끝내주었다. 그 잠깐 동안 샘슨이 고개를 들었는데 자기 앞에 놓인 운명을 아는 듯 눈빛이 흔들렸다. 데이비드는 황급히 샘슨 곁으로 다가가 단말마의 고통 속에 누워 있는 샘슨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데이비드가 부드럽게 두 눈을 쓸어내려 감겨줄 때까지 샘슨은 그를 똑바로 쳐다보는 것 같았다. 
(294쪽)



엘리너는 반짝이는 엄니 표면을 코로 쓸어가며 죽은 코끼리의 시체를 조심스레 살피고 있었다. 그러고는 한 발을 두개골에 얹은 채, 코로 엄니를 단단히 붙잡아 소름 끼치는 빠직 소리를 내며 엄니를 하나씩 치조에서 뽑아냈다. 그러고는 각각의 엄니를 공중에 들어올려 잠시 흔들다가 덤불 깊은 곳으로 내던졌다. 마치, 보호받는 삶을 살아왔으면서도, 야생의 고향에서 동료가 박해당한 원인이 여기 있다는 걸 깨달은 듯했다. 우리가 알기로, 엘리너가 코끼리 시체를 본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300쪽) 


인간과 똑같은 수명이 주어졌으되, 생각 없는 일부 서구인들의 자질구레한 장신구 따위가 되기 위해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죽은 5톤 무게의 코끼리만큼 확실한 비극은 없었다. 그 아름다운 엄니들은 그것을 노리는 사냥꾼에겐 소소한 돈만큼의 가치밖에 없지만, 코끼리에게 그것은 위엄과 서열의 표지 자체였고, 그 공동체 내에서 엘리트로 숭격시켜주는 상징이자 동족들에게 존경과 외경심을 불러일으키고 지배적인 씨코끼리라는 정체성을 갖게 해준다. 

(345쪽)


그 해에 또 한 마리의 아주 큰 코끼리, 북부 마르사비트 산지의 왕인 전설적인 아하메드가 죽었다. 은타라카나 수코끼리와는 달리 아하메드는 영양실조로 죽었는데, 녀석의 여섯번째이자 마지막 거대한 이빨은 노화로 너무 닮아 그 거대한 몸집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다양하고 많은 양의 식물을 소화할 수 없었다. 완벽한 대칭을 이루며 땅에 닿는 거대한 상아 엄니 때문에 아하메드는 세계적으로도 유명했고 국제적인 전리품 사냥꾼들의 목표가 되었다. 아하메드의 상징적인 지위 때문에 케냐 대통령은 아하메드를 특별히 보호하게 했다. 아하메드를 지키는 특수 경호 임무에 다섯 명의 관리원이 배정되었고, 녀석이 파라다이스 호수 근처에서 죽었을 때는 대통령이 후대를 위해 시체를 보존하겠다고 선언했다.
아하메드의 엄니는 각각 63.5킬로그램으로 충분히 무거웠지만, 무엇보다 인상적인 것은 2.9미터와 3미터나 되는 길이였다. 아하메드가 죽은 후 엄니는 2만 케냐파운드짜리 보험에 들어서 한 지역 은행 창고에 보관되어 있다고 전해진다. 지금까지도 나이로비 국립박물관 뜰에는 이 거대한 코끼리를 영원히 기념하는 아하메드의 모형이 서 있다. 

(347쪽) 



코끼리들은 키우기가 아주 힘들지만 야생 복원이 쉬운 반면, 코뿔소들은 반대였다. 차보 초기의 우리 고아였던 루퍼스와 류디가 보여주었듯이, 키우기는 쉽지만 야생 생태계로 다시 돌려보내기는 굉장히 힘들다. 코뿔소는 아주 오래되고 복잡하며 텃세가 심한 종이어서, 코뿔소 고아들은 대체로 우리에게 상당한 불안감과 가슴앓이를 안겨주었다. 

(408쪽)


양 ‘부지’의 뚱뚱한 꼬리가 코뿔소 샘 앞에서 유혹적으로 살랑거리면, 샘은 그 꼬리에 코를 묻는 걸 좋아했다. 처옴에 이 두 동물을 매우 수상쩍게 여긴 아기 코끼리들은 두 귀를 활짝 펴고 요란한 트럼펫 소리와 함께 빙빙 돌면서 작은 관목들을 쓰러뜨렸다. 이에 샘은 씩씩거리며 대꾸했지만 부지는 그들을 완전히 무시하고 자기 일을 볼 뿐이었다. 현명한 전략이었다. 코끼리들은 곧 호기심을 못 이기고 용기를 내어 그들을 가까이서 살폈다. 샘과 부지는 곧 그 무리에 받아들여졌고, 걷다가 야생 코뿔소들의 똥 더미를 만난 샘이 멈춰서 자기 흔적을 남기는 사이 부지는 침을성 있게 기다렸다가 일이 끝나면 둘이 함께 서둘러 다시 코끼리 무리를 따라가곤 했다.

(410쪽) 


새로운 케냐 야생동물청은 케냐의 코끼리와 코뿔소를 보호하기로 결의했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해 다니엘 아랍 모이 대통령을 설득해 나이로비 국립공원에서 엄청난 양의 상아와 코뿔소 뿔 압수물을 소각하는 공식 행사를 추진했다. 

아울러 그동안 쌓아둔 상아를 팔려고 안달하던 남아프리카 국가들의 강한 반대를 극복하며 케냐가 맹렬하게 로비를 펼친 끝에 1989년 합의를 끌어낸 ‘멸종 위기에 처한 야생 동식물 종의 국제무역에 관한 협약 CITES'에 따라, 모든 상아와 코뿔소 뿔의 거래가 일절 금지됐다.
1989년이 되자 차보 생태계-차보 공원 자체 면적의 두 배에 달하는 약 41,440제곱킬로미터에 이르는-내에서 코끼리 수는 원래 45,000마리에서 불과 6,000마리로 줄어들어 있었다. 케냐 전체의 코끼리 수는 1973년 당시 167,000마리로 추산되었다. 1989년에는 그 수가 불과 16,000마리로 감소해, 코끼리들의 사회구조는 말 그대로 산산조각 나 있었다. 오직 암보셀리에서만 일부 코끼리 가족들이 무사히 남아 있었는데, 마사이족 때문에 밀렵꾼들이 함부로 침입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423쪽)


[카드뉴스] 코끼리 정상회담


야생의 부름은 강력하다. 모든 고아들은 자기만의 때가 되면 그 부름에 응답하는데, 그 시기는 코끼리 스스로가 야생의 가족 성원이었음을 얼마나 잘 기억하는가에 따라 달라진다. 아주 어린 젖먹이 때 고아가 된 코끼리들은 예전의 야생 생활에 대한 기억이 없어 인간 가족 옆에 오래 남는 경향이 있긴 하지만, 우리 탁아소를 거쳐간 모든 코끼리들이 때가 무르익으면 결국에는 차보 국립공원의 야생 코끼리 집단 틈에서 지극히 정상적인 야생 코끼리의 삶을 살아간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사실은 사육사들과 함께 덤불을 걷다가 위험이 닥치면 고아 코끼리들이 인간 가족을 보호하려 한다는 것이다. 

(467쪽)


헨리 베스턴 Henry Beston은 미국의 1차 세계대전 참전 군인으로 자연 속에서 위안을 찾고 자신의 경험을 <세상 끝의 집>이라는 책으로 펴낸 사람이다. 베스턴의 말은 데이비드의 근본적인 믿음을 가장 잘 표현해주는 것 같다.
“동물에 관한 더 현명한, 아니 더 신비로운 또다른 개념이 필요하다. 그들은 우리 세계보다 더 오래되고 더 복잡한 세계에서, 기품 있게 움직인다. 그들은 우리가 잃어버렸거나 결코 갖지 못했던 예리한 선천적 감각을 가지고 있기에 완전하며, 우리가 결코 듣지 못할 목소리를 따라 살아간다. 그들은 우리 형제가 아니며, 부하도 아니다. 그들은 생명과 시간이라는 그물 속에 우리와 함께 붙잡힌 다른 민족이자 지구의 영화와 시련을 같이 누리는 동료 포로들이다." 

아직 내가 배워야 할 건 많지만, 이것만큼은 알고 있다. 동물들은 실로 우리보다 더 오래되었고, 더 복잡하며 여러모로 더 세련되었다는 것이다. 그들은 대자연이 의도한 대로 자연의 무시무시한 균형 속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우리보다 더 완벽하다. 그들은 존중받고 존경받아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존중받아 마땅한 동물은 세계에서 인간과 감정적으로 가장 가까운 육지동물, 코끼리가 아닐까 한다. 

(475쪽)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