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F-16이 불러온 미·중·대만 새 갈등…미국의 대중국 지렛대, '무기 판매의 무기화'

딸기21 2019. 8. 21.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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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34, 버락 오바마 17, 로널드 레이건 9, 조지 W 부시 8.

 

미국 행정부가 대만 무기판매를 승인한 건수다. 겉으로는 ‘하나의 중국’ 정책을 인정하는 듯 베이징 편을 들면서도, 대만에 대한 무기판매를 중국에 맞서는 지렛대로 활용해온 미국의 ‘양안(중국-대만 관계) 정책’이 이 숫자들에 반영돼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일 록히드마틴의 F-16 전투기 66대를 대만에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중국은 미국 정부가 이 계획을 의회에 통보했을 때부터 이미 “‘하나의 중국’ 원칙에 위배되는 행동을 중단하라”고 경고했었다. 무역갈등과 홍콩 시위에 이어 미·중 간 또 다른 갈등 이슈가 부상한 셈이다.

 

대만군이 보유한 F-16 전투기.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일 대만에 F-16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EPA자료사진

 

CNN 등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이날 대만에 80억달러(약 9조6000억원) 어치의 F-16V 전투기 66대를 판매하는 계획을 승인했다. 미 정부는 이미 상·하원 외교관계위원회에 이 계획을 알렸으며, 한달의 검토기간 뒤 의회가 승인을 하고 미 국무부가 대만에 판매 결정을 통보하면 모든 절차가 완료된다.

 

대만은 2026년까지 전투기들을 모두 인수하기를 바라고 있다. 이번 무기판매는 대만 차이잉원 정부가 추진해온 무기 현대화계획과 맞물려 있다. 대만은 앞으로 몇 년에 걸쳐 노후한 F-5E 전투기들을 퇴역시키고 새로 받을 F-16으로 대체할 계획이다. 내년 1월 선거에서 재선을 노리는 차이 총통은 올해보다 5.2% 증액된 내년 국방예산안을 내놓은 바 있다. 미국 군사전문매체 디펜스뉴스는 “국방력을 강화하려는 대만과, 중국과의 무역갈등에서 무기판매를 협상용 칩으로 쓰려는 트럼프 정부의 계산에 따른 것”이라고 보도했다.

 

리처드 닉슨 행정부 때 중국과 수교한 뒤 미국은 ‘독립국가 대만’을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하나의 중국’ 원칙을 존중하는 태도를 취해왔다. 그러면서도 ‘대만관계법’을 만들어 1979년부터 대만을 배려해줬다. 대만관계법, 그리고 이 법과 병존하는 미국 정부의 ‘6가지 보장’은 양안 관계에 대한 미국의 기본원칙이다. 대만 문제에서 미국이 중국에 ‘예스’도 ‘노’도 하지 않는다는, 이른바 전략성 모호성을 2016년 의회 결의로 명문화한 것이다. 6가지 보장 중 첫번째가 ‘대만 무기판매를 언제 중단할 지는 밝히지 않는다’는 구절이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대만 무기판매를 이용해왔다. 무기판매 자체를 대중국 ‘무기화’한 셈이다. 공화당 정권 때보다 민주당 정권 때 무기판매 승인이 잦았다. 중국과의 경제 갈등이 심했던 클린턴 때에는 패트리어트미사일을 비롯해 34건을 승인했고, 오바마 정부도 블랙호크 헬기 60대, 패트리어트 미사일 114기, F-16 전투기 145대 등을 내줬다. 레이건 시절과 아버지·아들 부시 정권 때에는 상대적으로 양안 문제에 관심이 적었다. 1980년대에는 중국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대만 무기판매를 대폭 줄이기도 했다.

 

대만 시민들과 홍콩 유학생들이 17일 타이페이 시내에서 홍콩 시위대를 지지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홍콩 AP연합뉴스

 

반면 트럼프 정부는 대만에 잇달아 무기를 내주며 중국을 자극하고 있다. 2017년 6월 AGM-154C JSOW 공대지미사일 시스템 판매 등 7건을 승인한 데 이어 지난해 9월에는 F-16과 F-5 전투기, C-130 헬기 등을 팔기로 결정했다. 올들어서도 지난달 에이브럼스 탱크 108대와 허큘리스 장갑차, 스팅어 미사일 등 20억달러 어치의 판매를 승인했다.

 

그러고는 한달 만에 다시 전투기를 건네기로 하면서 미국은 중국을 겨냥한 의도를 감추지 않았다. 공화당 소속인 제임스 리시 상원 외교관계위원장은 “점점 커지는 중국의 압력에 맞서 영공을 방어할 대만의 능력이 커질 것”이라고 했고, 민주당 의원인 엘리엇 엥겔 하원 외교관계위원장은 “(중국의) 군사공격으로부터 인도양·태평양 지역의 안보와 민주주의를 지키겠다는 강력한 메시지”라고 말했다. 중국은 격앙돼 있다. 인민일보는 “차이잉원에게는 선물이겠지만 대만 주민들에게는 재난이 될 것”이라고 썼다. 이미 지난 7월 무기판매 승인 때 중국은 미국 기업에 대한 보복 제재를 경고했었다.

 

트럼프는 대통령 당선인 때부터 차이 총통과 통화하며 ‘대만 지도자와는 전화도 방문도 하지 않는다’는 중국과의 묵약을 깼다. 차이 총통은 지난달 비행기를 갈아탄다면서 미국에 들러 중국을 자극했다. 미국 의회에서는 공화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이었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민주당의 외교통인 밥 메넨데즈 상원의원이 대표적인 ‘친대만파’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최근 무역갈등과 트럼프의 홍콩 관련 발언, 거기에 무기판매가 겹치면서 미·중·대만의 삼각관계는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홍콩 사태를 주시해온 대만의 차이 총통은 20일 “민주와 독재는 양립할 수 없는 존재임이 증명됐다”면서 “대만은 중국의 위협을 거부하고 역내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을 옹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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