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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은 때론, 아니 거의 언제나 사람들을 배반한다. 아랍의 봄도 그랬다. 피 흘리며 힘겹게 독재정권을 몰아냈더니 군복만 벗은 장군이 민간인인 양 유사 독재정권을 만들기도 하고(이집트), 야당 정치세력이 탄탄하게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권력의 공백이 생기자 내전이 벌어지기도 하고(리비아), 민주화를 위한 싸움에 극단세력에 끼어들어 전선이 흐려진 뒤 독재정권만 살아남는(시리아) 상황이 되기도 했다.
독재정권에 대한 환멸과 민주주의를 향한 기대를 품고 거리로 나섰던 젊은이들이 새로운 종류의 억압에 맞닥뜨리게 되는 상황. 살림 하다드의 소설 <구아파>(조은아 옮김. 훗)는 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두려움에 떨면서, 정체성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되물어야 하는 아랍 젊은이들의 현실을 보여준다.
서양과 동양 사이, 종교와 세속 사이, 집단주의와 개인의 자유 사이에서 갈등하고 고민하는 모습은 낯설면서도 낯익다. 아랍의 미래 세대는 과연 어디로 가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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