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왓슨, <거대한 단절>

거대한 단절 - 1만6500년 동안 신세계와 구세계는 어떻게 달라졌는가
피터 왓슨. 조재희 옮김. 글항아리.

기후 생태학적 조건을 문명사와 연결시키는 역사학이 대세인 모양인데 이 책도 그런 흐름 속에 있다. 지리 조건과 자연환경, 동식물의 차이 등 구세계와 신세계의 경로가 달라지게 만든 요인들을 분석한 책. 논쟁 중인 것들,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많고 그런 부준을 추측과 가설로 메우고 있지만 호기심 충족용으로 재미 삼아 읽기에 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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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두 세계가 서로 다른 세 가지 현상에 의존했을 뿐만 아니라 지배를 받았음을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 첫 번째로 광활한 구세계 대륙은 동지중해에서 중국에 이르기까지 계절풍 기후인 아시아 몬순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으로, 전 세계 농부의 3분의 2가 이 몬순기후에 의존하여 생활해왔다. 그러나 과거 8000년 동안 몬순의 위력은 서서히 약해졌다. 이는 구세계의 종교가 '풍요'에 큰 관심을 두게 되었음을 의미 한다. 두 번째로 포유동물의 사육이 구세계의 고대 역사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으며, 특히 사회 내부의 경쟁이나 전쟁 방식 또는 그 범위에 영향을 끼쳤다. 이와 반대로, 신세계는 극단적인 (난폭한) 기후의 영향에 지배당했다. 세 번째 현상으로 다양하고도 풍부한 환각성 식물을 광범위하게 활용 하는 것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요인은 아메리카에서 종교라는 이데 올로기를 훨씬 더 활발하고 강렬하게 작동시켰으며 종말론적인 색조를 갖추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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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증거를 보면 몬순이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발전시켰으며, 몬순이 서쪽에서 동쪽으로 이동함에 따라 파키스탄, 인도의 인더스 계곡 및 중국의 문명 발전에 영향을 끼쳤음은 명확하다.
'비옥한 초승달 지대'로 언급되는 티그리스-유프라테스 강의 범람지대에는 지구상에서 가장 오래된 고대 도시의 유적지가 있다.가장 초기의 우바이드 문화는 기원전 7000년까지 부흥했다. 하지만 비옥한 초승달 지대는 아시아 몬순 시스템의 서쪽 가까이에 위치해 있으며, 기원전 5000년 전후의 연구를 살펴볼 때 이 지역의 기후는 비교적 습한 환경에서 건조한 환경으로 변화되었다. 이러한 몬순의 변화로 인해 우바이드 문화의 작은 농가들이 더 큰 집단으로 통합되는 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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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8000년 이후로 유라시아의 건기가 길어진 현상 또한 종교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숲이 줄어들면서 장기간에 걸쳐 샤머니즘은 다신교나 일신교로 변화한 것이다. 클리프트와 플럼의 말에 따르면, 숲이 줄어드는 현상이 두드러졌던 지중해 지역에서는 특히 비의 신 또 는 폭풍의 신이 우세했다. 하다드와 바알 신은 셈족에게 중요한 폭풍의 신이며, 아카드의 신인 아다드와도 관련이 있다. 아나톨리아의 폭풍의 신 테슈브, 이집트의 신 세트, 그리스의 신 제우스, 로마의 신 주피터는 모두 주요한 하늘의 신이거나 비와 폭풍의 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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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이 상승하거나 하강할 때마다 알래스카 대륙의 형태는 변화되었다. 추운 시기에 육교가 노출되었을 때 빙하는 캐나다 지역에 형성되어 있었으므로, 알래스카 지역은 신세계와 격리되어 사실상 시베리아의 동쪽 끝을 이루고 있었다. 이후 빙하가 녹고 해수면이 상승하는 시기에 이르러 알래스카는 시베리아와 분리되어 현재와 같이 북아메리카의 서북쪽 끝에 위치한 형태를 이루었다. 2만5000~1만4000년 전, 인류가 시베리아에 도달한 시점과 비슷한 시기에 마지막으로 육교가 형성되었을 것이다.
베링 육교는 건조하고 바람이 거세어 얼음이 없을 때에도 혹독한 풍광을 연출하는 곳이다. 황토(바람에 실려온 빙적토)가 거대한 회색 모래언덕을 만들고, 식물의 생장은 빈약했으며, 대지는 극지 사막과 유사하여 건조한 툰드라 상태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지역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많이 서식했다. 매머드는 그 지역을 배회하던 동물들 중 가장 큰 야생동물이었을 것이고 6인치 두께의 치렁치렁한 털 코트는 혹독한 바람을 충분히 막아주었을 것이다. 또한 무게가 2700킬로그램이나 되는 땅나무늘보, 긴 뿔 을 가진 스텝 지대의 물소의 덩치는 무척 컸다.
다른 경로를 통해 아시아로 들어온 말은 당시 베링 육교를 건너 북아메리카에서 진화했는데, 요즘의 말보다 훨씬 두꺼운 털을 지녔다. 그 밖에 영양, 무스, 카리부, 양 등 다양한 동물이 빙하시대에 육교 지역에 존재했다. 또한 큰 사자와 얼룩이리를 비롯하여 매머드와 바이슨의 두꺼운 가죽을 뚫을 만큼 강한 6인치 길이의 검은 송곳니를 가진 호랑이, 오늘날의 알래스카 회색곰보다 더 큰 곰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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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으로 아메리카 대륙은 아프리카 대륙보다 정도는 덜하겠지만 북-남 형태의 땅덩어리이며, 반대로 유라시아는 기본적으로 동-서의 형태를 이룬다.
남-북의 지형 때문에 신세계의 농사와 문화적 확산이 더 원활하지 못했다는 분명한 증거들이 있다. 예컨대 안데스 산 고지대의 야마, 기니 돼지, 감자는 멕시코의 고지대로 유입되지 못했으며, 메소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는 개를 제외한 가축을 키우지 못했다. 메소아메리카의 사육 칠면조도 남아메리카나 미국 동부로 유입될 수 없었다. 중동에서 기원한 알파벳이 인도네시아에 이르기까지 먼 거리의 구세계 전역으로 확산된 반면, 메소아메리카의 기록 체계는 안데스 산맥까지 전파되지 못했다.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것은 "메소아메리카에서 발명된 바퀴가 안데스에서 길들여진 야마에게 적용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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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전역에서는 두 가지 유형의 재배 방식이 각각 발전해왔는데, 바로 종 배양과 영양 번식 재배다.
종 배양은 밀•귀리•보리•수수•쌀•옥수수와 같은 풀 또는 곡류 종자에 의해 재생산되는 작물을 기르는 것을 의미하며, 이중 옥수수를 제외하고는 구세계에 서식하는 토착 식물이다. 반면 영양 번식 재배는 마니오크•감자•참마 등의 구근류를 재배하는 것을 말한다. 구근류가 신세계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지만 아메리카는 참마•칸나•마니홋•고구마를 비롯한 다양한 뿌리 식물들의 본산지일 뿐 아니라 감자•오카•울루코•아라카차•아누와 같이 서늘한 산악지대에 적합한 농작물의 본산지이기도 하다.
이 두 종류의 식물(곡류와 구근류)은 각기 두 가지 방식으로 경작되었는데, 이른바 밀파milpa 경작과 코누코conuco 경작이다. 밀파 경작은 씨앗에 적용되는 것으로 화전 농업과 관계된다. 뿌리 작물의 경작 방식인 코누코는 종종 밭두둑을 만들어 그곳에 잘라낸 줄기 또는 식물의 특정 부위를 심는 것이다.
작물 분포와 경작 방식 외에도 구근류와 씨앗 채소들 간에 주요한 세 가지 차이가 존재한다. 우선 구근류는 땅 밑에서 자라기 때문에(또한 열대성이기에), 그 위의 땅에서 자라는 다른 식물들이 덮개 역할을 해준다. 따라서 토양의 풍부한 영양분이 보존될 수 있다. 게다가 구근류는 연중 내내 수확이 가능하며 곡류처럼 단번에 수확할 필요가 없다.
두 번째 차이는, 열대 식물 구근류가 우기와 건기가 뚜렷한 생태학적 체계에 잘 맞으며, 그러한 환경에서는 건기에도 식물이 계속 자라도록 충분한 영양분이 저장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구근류는 건기 동안 녹말을 만들어내는데, 사람들은 그 식물의 녹말 내용물을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반면 곡류에는 풍부한 단백질이 함유되어 있다. 구근류를 주식물로 삼았던 사람들은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다른 방법, 즉 동물 사냥을 선택했다.
우리는 세계의 몇몇 지역(캘리포니아, 오스트레 일리아, 아르헨티나 팜파스, 서유럽)에서 채소가 자생적으로 자랄 수 없었다는 사실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는 기본적으로 구근류가 곡류보다 더 안정적인 작물이었고, 구근류가 자라는 토양은 곡류 농사를 짓는 곳에 비해 황폐해지는 속도가 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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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중 내내 울창하게 식물들이 자라는 열대 우림지역에서는 땅의 비옥함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게 아니라 단지 중요성이 덜했다는 뜻이다. 오히려 그보다는 환경의 위협이 더 중요한 문제였다. 그것들은 육지 또는 바다 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지진, 화산 때문에 발생한 강력한 해일이나 엘니뇨, 사나운 뇌우와 격렬한 태풍이었다. 야생동물인 재규어도 인간에게는 위협적인 존재였다. 문제는 이러한 위협들이 주기 없이 닥쳤기 때문에 아무런 대비를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이러한 환경에서 무슨 일(기우·식물·성장)이 일어나기를 비는 기도가 아니라 무슨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기원하는 것이 바로 신세계에서의 주된 숭배 형태였다. 풍요를 기원하는 구세계 종교가 주로 ‘애원'이었다면 신세계에서는 '달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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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랄에서 가장 크고 정교하게 만들어진 피라미드는 가로 140미터 세로 150미터 높이 약 20미터에 달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피라미드는 길이 153미터 너비 109미터 높이 28미터를 자랑한다. 치욘 강 어귀에서 2킬로미터 내륙에 있고 범람지대 농경지에 인접해 있는 엘파라이소 피라미드는 도기 제작 이전 시기의 것 중에서 가장 거대할 뿐만 아니라 동시대에 지어진 다른 피라미드의 세 배나 되어 남아메리카를 통틀어 가장 많 은 조직과 인력이 동원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이 지역의 후기 건축물(기원전 2000~기원전 3000)은 훨씬 더 뛰어나다. 당대에는 가장 큰 건축물이었을 우아카 라 플로리다Huaca La Florida는 너비 250미터 깊이 50~60미터 높이 30미터로, 양 날개를 펼친 듯한 공간이 500미터가량 뻗어 있다. 그리고 가운데에는 10만 명의 사람을 수용할 수 있는 광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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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 탄생 무렵 인구가 4만 명이었던 테오티우아칸은 기원후 500년에는 인구가 10만에서 20만 명으로 증가하여,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 중 하나가 되었다.
이 거대한 규모의 테오티우아칸은 다른 도시들과 달리 자연 발생적으로 발달한 도시가 아니었다. 처음부터 면밀한 계획을 통해 인공적인 산을 조성했고 분리 간격을 두고 작은 언덕을 조성하는 식의 상징적인 환경을 만들었다. 이 도시에는 600개가 넘는 피라미드, 500개의 일터, 2000개의 복합주거 공간, 대규모 시장, 남북으로 4.8킬로미터나 뻗은 '죽은 자의 길 Steet of the Dead'이 시작되는 거대한 광장이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도시 계획은 오늘날에도 장엄함을 불러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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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착 인디언들 사이에서 '거북이 섬‘으로 불렸던 북아메리카에는 중남아메리카와 같은 문명이 나타나지 않았다. 첫 번째 이유는 야생동물이 풍부하여 수렵-채집만으로도 800여 부족이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나중에서야 옥수수와 같은 곡식이 북아메리카로 전파된 데다 열대 지방에서 자라는 품종이 북아메리카의 환경 조건에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세 번째로는 북아메리카에는 물이 부족한 지역이 많아서 옥수수 재배가 발달하기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원후 1세기 동안 서남부와 중부 지역에는 작은 마을이 형성되었으며…  기원 후 200년 무렵까지 한 지역에 몇 세대를 걸쳐 옥수수를 재배하며 생활하는 수백 개의 마을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구덩이 안에 집을 짓고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형태를 취했다. 그들은 기온차가 심해서 겨울에는 춥고 여름에는 무더운 북아메리카의 기후 환경에서 열 손실을 막기 위해 방을 이어 붙이는 독특한 구조를 고안해냈다. 이러한 건축 구조는 고고학자들 사이에서 푸에블로Pueblo 양식으로 통용되었다.
푸에블로 양식을 가장 잘 보여주는 지역은 차코 협곡에 있는 푸에블로 보니토의 아나사지 마을이다. 차코 협곡은 수십 미터 높이의 가파른 절벽 지대로, 푸에블로 족은 13개 장소에서 정착생활을 했다.
푸에블로 보니토의 경우 반원형의 광장 주변으로 800여 개의 방이 구축되어 있다. 각 방에 필요한 네 개의 소나무 기 둥은 64킬로미터 떨어진 곳에서 운반해온 것으로, 그 많은 방을 지탱하는 데 필요한 소나무 기둥을 계산해보면 건축의 규모를 짐작하고도 남는다. 차코 푸에블로의 경 우 최대 수용 인원은 2000명인데 왜 6500개나 되는 방을 지었을까 하는 의문이 있었는데, 아마도 차코 푸에블로는 몬테 알반이나 차빈 데 우안타르와 같이 많은 사람이 찾아오는 순례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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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으로 (오악사카의) 종교 권력층에게는 화산 분출, 엘니뇨, 쓰나미, 재규어 그리고 그 밖의 초자연적인 힘을 통제할 능력이 없었다. 그 대신 그들은 다른 위협의 형태로서 갈등이나 전쟁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함으로써 일반인들을 기만할 수 있는 이데올로기를 만들어냈다.
물론 이런 전략에는 적지 않은 위험이 있었다. 다른 도시의 지배층도 이와 같은 시도를 했으나 몬테 알반, 세로 데 로스 미나스, 유쿠뉴, 치첸이트사 등의 여러 도시국가는 이 과정에서 갑작스런 종말을 맞았다.
두 번째 요인은 제프리 콘래드와 아서 디마레스트가 지적했듯이, 태양의 영양이 부족할 것에 대한 아즈텍 사람들의 두려움으로 인해 전보다 더 많은 피를 요구하게 된 것이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어쩌면 화산 분출과 관련된 것은 아닐까? 화산 분출로 시야에서 산의 형태가 사라지고 화산재로 태양까지 보이지 않게 되자 사람들은 태양의 영양 상태가 악화되었다고 판단했을지도 모른다.
포포카테페틀과 다른 화산이 15세기 후반과 16세기 초반에 분출되었다는 결과에 대한 스미스소니언 연대학자의 입장은 확고하며, 이 시기는 아즈텍 사회에서 폭력성이 강화된 시기와 맞물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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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그라나다 왕국은 생각만큼 강력한 존재는 아니었다. 당시만 해도 카스티야에 조공을 바치고 있었으며, 기독교 국가의 통치자들은 그라나다가 카스티야에 흡수되는 것이 시간문제라고 전망하고 있었다.
J. H. 패리는 동쪽의 오스만 튀르크 족과 스페인의 카스티야인 사이의 흥미로운 유사성을 찾아냈다. 카스티야인들의 말을 다루는 기술은 튀르크족과 대등한 수준은 아니었지만, 안달루시아나 그 밖의 지역을 이동할 때는 기마 집단에 대적할 만한 기동력을 발휘했다. 카스티야의 건조한 고지대에서는 곡식 농업보다 목축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으며 그들은 방목지를 찾아 가축 떼를 몰고 다니는 반 유목생활을 하고 있었다.
계속된 정복 전쟁에서 카스티야인이나 상류층 그리고 그들 중 전사계급은 목축인들과의 이해관계를 유지함으로써 기동력과 군사적 성과를 끌어올릴 수 있었고, 말을 부리는 자들을 존중했다. 이들이 바로 신세계에 정착했던 사람들로, 소수의 기마 집단을 보유했던 스페인이 어떤 방식으로 말을 활용하여 정복에 성공했는지, 또한 준봉 건적 지배자로서 신세계에 정착한 이후 어떻게 유목적 이해관계를 유지하며 농부들이 농사를 짓게 할 수 있었는지를 잘 설명해준다. (스페인인들은 가축을 전혀 소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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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즈텍과 잉카 사회는 내부적으로 불안했고, 시간이 흐를수록 제물로 바칠 포로를 확보하기 어려워졌으며, 죽은 왕의 소유지를 보장해주는 관습도 계속 유지하기 어려워졌다. 스페인의 정복이 없었더라면 적응력 부족한 이런 전략들이 사회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을지 알 수는 없으나, 확실히 전망은 부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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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반구에는 많은 집단이 있었고 문명을 발전시키지 못한 경우도 있으나 그것으로 실패한 사회라고 판단할 수는 없다. 1000년 동안 바이슨과 공존하면서 살았던 북아메리카 평원의 인디언, 연어가 풍부한 강가에 정착했던 북서태평양 해안의 원주민들은 식량이 풍성했으므로 성공한 공동 체로 간주되어 마땅하다. 오스트레일리아, 멜라네시아, 미크로네시아, 아프리카 거주자들의 경우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선사시대의 동남 아시아 촌락의 생활 수준은 중국, 수메르 혹은 이집트의 도시화된 마을보다 수준이 떨어지지 않았으며, 어떤 면에서는 더 높았다". 다만 중국, 수메르, 이집트 사람들은 '개조‘를 실천했을 뿐이다. 이 책에서 분명히 명시하고 있듯이, 문명은 환경 적응의 산물이다.
-681

1910~1917년의 멕시코 혁명을 계기로, 멕시코가 민족주의적 과정을 거치면서 수많은 발굴 작업이 이루어졌고, 이로 인해 고대 아메리카 문명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었다. 1911년의 마추픽추Machu Picchu(잉카), 1919년의 차 빈 데 우안타르Chavin de Huantar(차빈), 1925년의 라 벤타La Venta(올메카), 1945년 산 로렌소San Lorenzo(올메카) 등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콜럼버스 이전 시대의 문명이 더욱 널리 알려지자, 학자들은 어느 문명을 더 탁월한 것으로 보느냐에 따라 마야 학자와 올메카 학자로 갈리기 시작했 다. 때로는 스페인 정복 당시 신세계의 인구가 얼마였는가 하는 주제로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윌리엄 데네반의 주장에 따르면, 사실 이것은 ‘역사상 가장 격렬한 논쟁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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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의 문화가 지닌 생명력을 간과하지 않았다. 예컨대 1992년까지도 잉카어를 사용하고 있는 인구는 안데스만 해도 1200만 명이나 되었으며, 마야어를 사용하는 인구는 캐나다에서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인구와 비슷한 6만 명이다.
이 책에서 밝힌 희생 의식의 관습(희생되기를 자처한 경우까지)에 담긴 폭력성은 가히 충격적이지만 두 세계 간의 차이에 관한 역사를 살펴보는 가운데 이러한 관행이 나타난 배경을 이해할 수 있었다. 콜럼버스 이전의 아메리카는 몇몇 작가가 묘사한 천국이 아니었다. 그러나 그곳은 전적으로 다른 심리적 토대에서 전적으로 다른 사회가 형성되었던 곳으로, 전대미문의 비극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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