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이 난간에 섰다. 한때 발칸의 화약고라 불렸던 곳,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의 서부 도시 모스타르. 해마다 이곳에서 7월 말 열리는 다이빙 대회 챔피언 출신인 청년은 까맣게 탄 몸에 차가운 물을 한번 끼얹고 10층 높이의 다리 위에서 시커멓게 흐르는 네레트바 강으로 뛰어내린다. 다리를 메운 구경꾼들에게 돈을 받고 보여주는 ‘퍼포먼스’다. 강을 사이에 두고 반질반질한 자갈이 깔린 길을 따라 상점들이 줄지어 있는 이 작은 도시는 오스만 시절 만들어진 다리로 유명하다. 강을 따라 교회의 종탑과 이슬람 사원의 미나레트(첨탑)가 번갈아 우뚝 솟아 있다. 이웃하고 마주보는 첨탑, 십자가와 초승달. 아이스크림을 들고 다니는 관광객들 사이로 군데군데 묘지가 있다. 묘석에 적힌 연도가 똑같다. 1993년의 죽음들. 폐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