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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 화재]신원확인 첫 사망자는 시리아 난민청년...“영국은 그를 지켜주지 못했다”  

모하메드 알하지알리는 시리아에서 내전을 피해 영국으로 건너간 23세 대학생이었다. 그는 지난 14일 새벽(현지시간) 런던의 아파트에서 고향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었다. 모하메드가 있던 곳은 런던 서부 켄싱턴의 그렌펠타워 14층. 불길이 낡은 공공아파트를 집어삼키고 있었다. 함께 살던 형 오마르(25)와 함께 대피하려 했지만 연기 속에 길을 잃었다. 형은 간신히 탈출해 병원으로 실려갔으나 동생은 빠져나오지 못했다. 모하메드는 방으로 돌아가 시리아의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작별 인사를 했다. 그가 남긴 마지막 말은 “불길이 다가왔다, 안녕”이라는 것이었다. BBC방송 등 영국 언론들은 16일 그렌펠타워 화재 사망자들 중 가장 먼저 신원이 확인된 사람이 시리아 난민 청년 모하메드라고 보도했다. 그의 고향인 시..

화재 이튿날에야 현장 가서...주민들 안 만나고 돌아선 메이 총리

74명이 구조됐고, 17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얼마나 더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는지는 알 수 없다. 14일의 화재로 폐허가 된 영국 런던 서부 켄싱턴의 24층 아파트 그렌펠타워에서 시신 수습과 생존자 수색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나 피해 규모와 화재 원인 등을 알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런던경찰청은 15일 오전(현지시간)까지 “사망자 17명을 확인했으며 건물 안에 시신들이 더 있지만 숫자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테레사 메이 총리는 이번 사고의 경위와 화재 이전 방재 대책이 미흡했다는 지적 등에 대해 “적절한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메이 총리가 불이 나고 12시간 가량 지나서야 내각회의를 소집하고 이튿날에야 현장을 찾는 등 부실 대응을 하고 있다는 비난이 많다. 화재가..

[런던 화재]43년 된 아파트, 관리당국은 “불 나면 집에 있으라”

14일 새벽(현지시간) 대형 화재가 일어난 영국 런던의 그렌펠타워는 1974년 지어진 24층짜리 주거용 고층빌딩으로, 120가구가 살고 있다. 켄싱턴·첼시자치구 소유로, 켄싱턴·첼시입주자관리기구(KCTMO)에서 임대관리 등을 맡고 있다. 낡은 공공 주거건물의 화재 위험성은 이미 오래 전부터 지적돼 왔다. 2009년 런던 동남부 캠버웰에서도 아파트에 불이 나 여성들과 아이들 6명이 숨지고 20여명이 다친 일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거의 슬럼화돼가는 노후 공공아파트들의 화재 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렌펠타워도 2015년부터 2016년 사이에 외벽을 방연재로 새로 칠하고 창문을 교체하는 등 안전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1월 ‘그렌펠행동그룹(GAG)이라는 주민단체..

[구정은의 세계]우리는 남이다

아일랜드의 인도계 게이 총리가 14일 취임할 예정이다. 엔다 케니 현 총리 뒤를 이을 리오 바러드카는 38세, 이 나라 역사상 최연소 총리가 된다. 가톨릭 국가에서 들려온 놀라운 소식이다. 하지만 아일랜드의 변화는 이미 수십년간 진행돼왔다. 그 오랜 변화의 시간들이 쌓여 새 상징을 들어올렸다. 아일랜드는 1993년 동성애 처벌법을 없앴다. 유럽 나라들 중에서는 늦은 편이었다. 그 뒤론 변화의 속도가 빨랐다. 2010년 동성 간의 결혼과 비슷한 ‘시민결합’을 인정했고, 2015년에는 국민투표를 거쳐 동성결혼을 허용했다. 세계엔 유명한 성소수자들이 많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감시망을 세상에 알린 탐사보도 전문기자 글렌 그린왈드, CNN의 유명 앵커 앤더슨 쿠퍼도 게이다. 애플 최고경영자 팀 쿡..

[라운드업] IS, 혹은 IS 추종자들이 저지른 테러들

조금 과장해서, 자고 일어나면 테러가 나는 것 같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 동시다발 테러, 2016년 벨기에 브뤼셀과 프랑스 니스와 방글라데시 다카와 독일 베를린 테러, 2017년 들어서는 영국 맨체스터와 런던 테러... 급기야 이란에서도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테러 안전지대'였고 'IS 무풍지대'였던 이란에서마저. 테헤란의 의사당과 아야톨라 호메이니 영묘가 공격을 당했습니다. 아... IS를 어찌 해야 할까요... [라운드업] 시리아 내전 진행과정 IS가 저지른, 혹은 IS 추종자들이 일으킨 테러공격들을 모아봤습니다. ■2017년 6월 7일이란 수도 테헤란의 의사당과,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호메이니 영묘에서 테러범들이 총기를 난사하고 자폭했습니다.▶“경미한 사건” 이슬람혁명의 상징 타격당한 이란이..

[정우성의 카메라]물탱크에서 내려다본 아이들은

올망졸망, 아이들이 위쪽을 바라보며 손을 흔듭니다. 아이들이 기대고 앉은 간이 담장 안쪽 천막에 UNHCR이라는 글자가 보이네요. 이라크 북부의 아르빌에 있는 유엔난민기구(UNHCR) 난민캠프랍니다. 이라크 정부군이 북부 대도시 모술에서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를 몰아내기 위해 8개월째 군사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모술은 거의 탈환해 갑니다만, 이 과정에서 매일 6000~8000명씩 피란민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국내 난민(실향민·유민, IDPs)’이라고 국제기구에서는 부릅니다. 그뿐 아니라 이라크에 들어와 있는 시리아 출신 난민들도 많습니다. 캠프에 들어와 있는 난민들은 이렇게 생긴 임시 주택에서 삽니다. 하지만 난민들 중 유엔이 관리하는 캠프에 들어가 있는 비율은 28%뿐이며 나머지 72..

카타르 사태 뒤에는 중동의 근본적·고질적 모순 '사우디 리스크'

어제 CNN방송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몇몇 이슬람 국가들이 카타르와 단교하고 나서자 '카타르 리프트(Qatar rift)'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카타르를 가운데에 놓고 중동의 '대분열'을 진단한 것이죠. 하지만 문제는 결국 카타르가 아닌 사우디. 요즘 저도 국제이슈를 속속들이 들여다보지 않아서 업데이트가 좀 안 돼 있기는 하지만, 최근 상황을 보면 뭔가 흔들림이 있는 것 같긴 하네요. 변화를 향한 요동이라고 하면 너무 긍정적인 묘사같고, 한계에 이르러 터져나올 타이밍이라 보는 편이 더 맞을 듯 싶습니다. 한때 중동의 외교 대국이었던 이집트는 아랍의 봄과 뒤이은 무르시(무슬림형제단 출신 민선 대통령) 축출 같은 사건들을 거치면서 돈 없고 끈 떨어진 신세가 됐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

가톨릭국가 아일랜드에서 인도계 38세 ‘게이 총리’ 탄생할 듯

아일랜드에 인도계 이민자 가정 태생의 38세 동성애자 총리가 탄생할 전망이다. 아이리시타임스 등 현지 언론들은 집권당인 피너게일(아일랜드가족당)의 새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2일(현지시간) 리오 바러드커(사진)가 당선돼, 정계에서 은퇴하는 엔다 케니 총리의 뒤를 잇게 됐다고 보도했다. 가톨릭국가인 아일랜드에서 ‘티샤크’라 불리는 정부 수반 자리를 동성애자가 맡게 된다는 사실에 현지 언론들은 물론 영국과 미국 등의 언론들도 놀라움을 표했다. 영국 인디펜던트는 “아일랜드가 처음으로 게이 총리를 세우려 한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아일랜드가 로마가톨릭의 보수적인 사회전통에서 급속히 떠나가고 있다”고 썼다. 더블린 태생인 바러드커는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약학을 전공했고 의사로도 잠시 일했다. 2007년 하원의원..

면역에 관하여

요즘 '안아키'라는 게 유행한다고 하는데, 마침 그 문제와 직접 연결된 책이 보여서 손에 들었다. 율라 비스의 (김명남 옮김. 열린책들)다. 재미있었다. 아이를 낳은 엄마가 몸에 대해 생각하고 면역과 백신과 사회에 대해 이것저것 뒤지고 공부하며 생각한 것들을 쭉 풀어놓은 일종의 에세이다. 백신을 접종하지 않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갖고 있는 거부감의 근원과 역사를 살피고, 이런 현상이 현대 사회에 던지는 함의를 짚어본다. 백신을 거부할 과학적 근거가 없음에도 왜 사람들은 거부하는가. '백신 뱀파이어'라는 제목의 1881년 전단은 백신 접종원들이 '순수한 아기'에게 가하는 '광범위한 오염'을 경고했다. 백신 접종 행위에 뭔가 성적인 면이 있을 거라는 두려움을 부추겼고, 그 불안은 팔에서 팔로 전달하는 백신 때..

대통령 밥값은 대통령이? 미국 백악관은 어떻게 해왔나

청와대가 특수활동비를 축소하고, 대통령 밥값은 대통령 사비에서 지출하기로 했다고 25일 밝혔다. 한국에선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쓰는 개인 생활비와 밥값을 내는 것이 낯설게 들리겠지만 미국에선 백악관 주인들이 개인 비용을 모두 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다. AP통신 등의 과거 보도에 따르면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에 거주하는 기간에 식비는 물론이고 치약 같은 생필품도 모두 부담한다. 미국 대통령의 연봉은 40만 달러이고, 연간 5만 달러의 공무지원비를 별도로 받는다. 이밖에 여행경비 10만 달러, 여가비 1만9000달러를 받는다. 가장 최근에 대통령 봉급이 인상된 것은 1999년이며, 2001년 조지 W 부시부터 이 기준을 적용받았다. 월급을 받아 생활비를 내는 건 물론이고, 백악관 손님에게 내주는 음료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