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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릎 꿇은 장애아동 부모'를 보며...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는 특수학교와 담장을 맞대고 있었다. 시멘트 담은 아니었고 철망처럼 생긴 울타리였던 걸로 기억한다. 아이의 친구 중에는 특수학교 교사 부부의 딸도 있었고, 아이들은 옆의 학교가 특수학교라는 것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채 울타리에 매달려 놀았다. 등하교 길에 특수학교 학생들을 오가며 보는 건 당연한 일이었고... 아무도 특수학교에 대해 좋다 싫다 얘기하는 걸 본 적 없다. 아마도 '오래전부터 거기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 없던 학교를 새로 짓겠다고 하면 그 동네 사람들도 반대하고 나섰을까? 그랬을 수도 있겠다. 지금 반대하는 지역의 민심이 '특별히 나빠서'는 아닐 테니까. 아이가 다녔던 초등학교에는 특수학급도 있었다. 학생은 단 두 명. 몇 번 얘기한 적 있지만, 나를 보..

[구정은의 세상] 김장겸의 '사소한 일'

2003년 영국의 토니 블레어 정권은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군대를 보내기 위해 ‘공작’을 했다. 이라크 사담 후세인 정권이 핵무기, 생화학무기 등을 개발하고 있다면서 위험을 과장한 정보들을 줄줄이 국민들 앞에 내놓은 것이다. 영국은 참전했고, 영국 군인 179명이 먼 땅에서 목숨을 잃었다. BBC 방송이 문제를 제기했다. 블레어 정부가 참전 지지 여론을 키우기 위해 이라크에 관한 보고서에 “대량살상무기를 45분 안에 발사할 수 있다”는 내용을 슬그머니 끼워넣어 위험을 부풀렸다고 보도했다. 파문이 커지고 의회의 조사가 시작됐다. 블레어 총리의 측근이 의문의 시신으로 발견되는 일까지 일어났다. 그러자 정부는 BBC를 맹공격했다. BBC 이사회는 저널리스트들 편에 섰다. 당시 이사회는 “기자들과 뉴스 제작진은..

스페인 내전

스페인 내전 - 20세기 모든 이념들의 격전장 The Battle for Spain 안토니 비버 (지은이) | 김원중 (옮긴이) | 교양인 | 2009-05-01 스페인 내전을 다룬 책은 조지 오웰의 밖에 읽은 적이 없었다. 관심을 갖고 들여다봐야 한다는 생각은 늘 했지만 어쩐지 손이 가지 않았다고나 할까. 더 정확히 말하면, 스르륵 훑어보기엔 너무나 크고 깊은 이야기여서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안토니 비버의 이 책, 을 결국 읽고 말았다. 그리 긴 시간이나 넓은 공간을 다룬 것이 아닌데다 꽤 담담하게 내전 중 벌어진 일을 적어내려가고 있음에도, 역시나 무게감이 압도하는 느낌. 저자의 말마따나, 패배한 이들의 목소리로 해석되는 극히 드문 전쟁이다. 이미 결과를 다 알고 있는 상태에서 보는 내전의 기록이라니..

딸기네 책방 2017.09.05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내 몸에 쓰는 물건, ‘알 권리’를 보장하라

‘릴리안 생리대 파동’ 전에도 여성들 사이에서 일회용 생리대가 인체에 해로운 영향을 줄 거라는 ‘의심’은 끊이지 않았다. 하지만 화학물질이 걱정되는 소비자들은 ‘순면 커버’ ‘오가닉 코튼’을 내세운 비싼 상품을 찾거나 면생리대를 쓰는 식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릴리안은 관련 정보도 적고 공론화되지도 못했던 생리대 안전성 문제를 물 위로 끌어올렸다. 생리대처럼 일상적으로 쓰이고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제품조차도 안전 관리가 충격적으로 부실하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1) 주원인도 모르면서…식약처 “VOC만 전수조사” ▶[화학물질 안전망이 없다]안전을 돈으로 사는 시대, 탈출구 없는 저소득층 일회용 생리대 속의 화학물질은 외국에서도 논란거리였다. 미국에선 성분 정보를 공개..

[정리뉴스]렌즈용액, 아웃도어, 물티슈, 생리대까지...생활속 독성 화학약품들

가습기 살균제, 계란, 이번엔 생리대. 생활 속에서 흔히 먹거나 쓰는 것들에 유해한 독성물질들이 들어있다는 사실이 계속 드러나니 시민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비자들을 두렵게 만드는 생활 속 독성물질들, 그동안 문제돼왔던 것들은 어떤 게 있었나 정리해봅니다. 최근 문제가 된 것은 ‘깨끗한 나라’에서 만드는 릴리안 생리대입니다. 독성물질 논란이 불거진 릴리안 생리대를 사용해 부작용을 겪고 있다는 여성 10명 중 6명은 생리주기 변화를 호소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여성환경연대는 24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생리대를 쓴 뒤 부작용을 겪은 여성들이 제보한 사례 3009건을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릴리안 부작용 제보자 65.6%가 생리주기 변화 ▶릴리안 유해성..

[기타뉴스] 임상시험 대상자 630명 중 여성은 43명...약품 시험에도 ‘성평등’ 필요

제약업계가 신약을 만들어 출시하기 전에 통상 생쥐나 돼지 같은 실험동물을 상대로 임상시험을 합니다. 그 뒤에는 인체 대상 임상시험을 거칩니다. 시험대상이 되는 동물이나 사람의 체질이나 성별에 따라 약물에 대한 반응은 다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표본’을 대상으로 시험을 하는지가 중요하지요. 동물 시험에서든 사람에 대한 시험에서든 암컷보다는 수컷을, 여성보다는 남성을 주된 대상으로 삼기 때문에 여성에게 약물이 투여됐을 때의 치료효과나 부작용이 정확히 측정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의학계에서는 오래 전부터 나왔습니다. 미국의 의사이자 저널리스트인 싯다르타 무케르지는 이라는 저서에서 “결핵 예방접종인 BCG는 임상시험에서 강력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 효과는 위도상 북쪽에서 남쪽으로 내려가면서..

슐로모 산드, '유대인, 불쾌한 진실'

'훗'에서 나온 을 읽었다. 저자인 슐로모 산드는 폴란드의 홀로코스트 생존자 가정에서 태어났고, 이디시(동유럽 유대인) 문화 속에서 자랐다. 지금은 텔아비브대학교 교수로 일하고 있는데 '유대 국가 이스라엘'을 맹렬히 비판하는 지식인으로 유명하다. , 같은 책을 통해 현대 이스라엘의 형성과정을 비판하는 좌파 지식인이다. 이스라엘 내에서는 미움을 많이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 그가 2013년 쓴 'How I Stopped Being a Jew'를 번역한 것이다. 한국어판은 '알이따르'라는 공동번역집단에서 옮긴 것이라고 한다. 산드의 이 책은 이스라엘 문제(혹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조금 알고서 읽는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굳이 몰라도 큰 상관은 없다. 저자는 '유대인들'과 그들이 겪은 홀로코스트가..

딸기네 책방 2017.08.20

'외로운 조지'와 거북 이야기.

‘외로운 조지 Lonesome George’. 2012년 마지막으로 숨진 갈라파고스의 핀타섬땅거북 Pinta Island Tortoise의 이름이다. 그 종 가운데 홀로 남아 오랜 세월을 버텨야 했기에 ‘외로운 조지’라는 별명이 생겼다. 조지는 1971년 갈라파고스 제도의 핀타 섬에서 발견됐고 이듬해 푸에르토 아요라 Puerto Ayora에 있는 찰스 다윈 연구소 Charles Darwin Research Station로 옮겨졌다. 이미 그 시절 이 종은 모두 사라진 것으로 여겨지고 있었다. 한 마리 살아남은 거북을 어떻게든 번식시키려고 과학자들이 노력을 기울였다. 2008년에는 실제로 조지와 ‘합방’을 한 거북 암컷 두 마리가 알을 낳았고, 희망이 솟아났다. 그러나 모두 ‘불임된’ 알이었다. 조지는 갈..

싯다르타 무케르지, '의학의 법칙들'

의학의 법칙들 - 생명의 최전선, 가장 인간적인 과학의 현장에서 TED Books 8 싯다르타 무케르지. 강병철 옮김. 문학동네 에 이어 두 번째로 읽은 TED북스. 얇고 작고 짧지만 재미있다. 이 시리즈, 우습게 여기지 말고 보이는 족족 읽어야겠다. 싯다르타 무케르지의 를 근래 아주 재미있게 읽은 까닭에, 그 저자의 책이라는 이유만으로 믿고서! 펼쳐들었다. TED 강연을 정리한 간략한 책이지만 아주 재미있었다. 의사이고 학자인 무케르지의 이 책은 간단히 설명하면 그가 의학도들에게 전하는 '의사의 자세 혹은 의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의사들은 불확실하고 시시때때로 환자들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는 무언가를 가지고서 생명을 다뤄야 하는 사람이라는 것, 그래서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할 원칙..

콜린 우다드, '분열하는 제국'

분열하는 제국 American Nations: A History of the Eleven Rival Regional Cultures of North America (2012년)콜린 우다드. 정유진 옮김. 글항아리 여름 휴가 때 읽은 재미난 책. 미국 건국 시기에 형성된 '11개의 국가(nation)'을 중심으로 미국의 과거와 오늘을 설명한다. 유진이 번역답게, 한글 문장도 말끔하다. 남쪽의 히스패닉 지역인 엘노르테, 청교도 필그림들이 정착해 세운 양키덤, 네덜란드의 자유로운 기풍이 토대가 된 뉴욕 등 뉴네덜란드, 노예제에 기대어 있던 보수적인 디프사우스, 아일랜드와 스코틀랜드에서 난민처럼 이주해온 거친 이들의 정착지인 그레이터 애팔래치아, 미국과 캐나다에 걸쳐져 있는 북부 원주민들의 퍼스트네이션, 동부 ..

딸기네 책방 2017.0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