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 4013

코로나19 대응 놓고 트럼프 정부-제약회사 ‘뒷거래’? 미 백신책임자 폭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부실한 코로나19 대응 뒤에는 대통령 사위 재러드 쿠슈너 등과 결탁된 제약회사들의 이해관계와 정부 인사들의 ‘뒷거래’가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트럼프 정부 인사들의 ‘정실주의(cronysm)’에 반대하다가 쫓겨났다고 주장하는 전직 복지부 간부의 내부고발에서 나온 얘기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5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백신 개발 책임을 맡고 있던 릭 브라이트 전 생물의약품첨단연구개발국(BARDA) 국장이 연방 특별조사국(OSC)에 공식 내부고발장을 제출했다고 보도했다. 특별조사국은 연방 공무원의 권한남용을 조사하고 기소하는 독립 기관이다. 지난달 국장에서 물러난 브라이트는 1월 말에 코로나19가 확산될 우려를 제기했지만 알렉스 에이자 장관을 비롯한 간부들의 반대에 부..

[정동길에서]‘늙은 사회’가 될 준비

2003년 유럽에 폭염이 닥쳤다. 유럽 전역에서 무더위에 사람들이 숨져 나갔고 그해 농사도 망쳤다. 프랑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 등 남유럽 쪽 상황이 심했다. 프랑스는 그중에서도 유독 피해가 컸다. 유럽 전체에서 7만명가량 숨졌는데 그중 프랑스의 사망자가 1만5000명에 이르렀다. 고령자가 대다수였다. 고립돼 홀로 지내던 노인들이 아무도 모르는 죽음을 맞았다. 숨지고 한참 지나서야 시신이 발견된 경우도 많았다. 가을로 접어들도록 가족을 찾지 못한 노인 시신이 50구가 넘었다. 정부는 노인들을 돌보지 않은 가족들에게 책임을 돌렸고, ‘주 35시간제’를 이유로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름휴가를 간 의사들 탓을 했다. 그러나 부실 대응과 보건시스템의 허점을 감출 수는 없었다. 휴가에서 일찍 복귀하지 않..

채소 바구니에 카메라 숨기고…카슈미르 사진기자들 '퓰리처상' 받는다

지난해 8월 인도 정부는 파키스탄과의 영토분쟁 지역이고 무슬림 주민이 대부분인 잠무카슈미르의 자치권을 박탈한다고 발표했다.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집권 이래 줄곧 ‘힌두민족주의’를 부추기며 무슬림들을 억압해왔지만 카슈미르의 자치권까지 빼앗은 것은 세계에 충격을 안겼다. 카슈미르 주민들이 저항하자 정부는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고 통신을 모두 끊었다. 소요를 막는다며 인도군과 준군사조직들을 대거 투입했다. 시위와 진압 속에 인도 군인과 ‘반정부군’, 민간인 등 400명 가까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장의 소식은 당국 통제 때문에 밖으로 잘 전해지지 않았다. 다르 야신과 무크타르 칸, 찬니 아난드는 카슈미르에서 일하는 AP통신 사진기자들이다. 낡은 경찰차의 보닛 위로 뛰어오르는 복면 차림의 시위자, 유..

러시아서 코로나19 의료진 3명 '의문의 추락'

코로나19 방역 최전선에 있던 의료진 3명이 병원 창문으로 추락했다. 러시아에서 2주 새 일어난 일이다. 감염증은 퍼져가고 업무 스트레스는 치솟는데 지원은 부족한 현실이 만들어낸 의료진의 극단적 선택이었을까, 혹은 불행한 사고였을까. 아니면 ‘정치적’ 압박이 있었던 것일까. 모스크바타임스는 러시아에서 최근 의료진 3명이 병원 창문 바깥으로 떨어져 2명은 숨졌고 1명은 중태에 빠져 병원에서 치료중이라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에 나선 러시아 당국은 3건 모두 사고였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소셜미디어에서는 온갖 추측과 ‘설’들이 나돈다. 모스크바 남쪽 보로네즈라는 도시에서 응급의로 일하던 알렉산데르 슐레포프는 지난 2일 병원의 2층 창문에서 추락했다. 현지 지역방송들은 함께 근무해온 동료들의 말을 인..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 진원지' 트럼프가 지목한 우한 연구소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등이 잇달아 중국 후베이성 우한의 바이러스연구소를 ‘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했다. 이미 올초부터 미국에서는 ‘중국의 생물학무기’ ‘인공 바이러스의 유출’ 같은 시나리오들이 돌고 있었다. 트럼프 정부는 코로나19가 미국에서 속수무책으로 퍼진 책임을 중국으로 돌리기 위해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지만, 과학자들은 가능성이 낮은 얘기라고 지적한다. “수많은 증거” “내가 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현지시간)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우한의 연구소에서 흘러나왔음을 보여주는 증거를 자신이 “봤다”고 주장했다. 이어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3일 abc뉴스에 출연해 이 감염증이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시작됐다는 “수많은 증거”가 있다며 재차 중국 책임론을 제기했다..

"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 트럼프에 반격한 중국 동영상

“옛날에 바이러스가 있었습니다(Once upon a virus).” 동화처럼 시작되는 이야기의 소재는 코로나19 바이러스, 주인공은 레고 장난감 인형들처럼 생긴 의료진과 자유의 여신상이다. 왼편의 의료진은 중국을, 오른쪽 자유의 여신상은 미국을 가리킨다. 중국 신화통신이 최근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이다. 1분 30초 남짓한 짧은 동영상은 중국 측의 발표와 그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보여주는 내용으로 돼 있다. 1월, 중국이 “신종 폐렴 바이러스가 발견됐다”고 발표하자 미국은 “그래서 어쩌란 말이냐”“그냥 독감(flu)이야”라며 냉소한다. 중국에서 시민들을 통제하고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자 “인권침해”라고 비난한다. 임시 진료소를 열흘만에 설치하겠다고 하자 “강제수용소”“한번 만들어 봐라”라고 비꼰다. 의료역..

[구정은의 ‘수상한 GPS’]코로나19에 유가 폭락, 그럼에도 푸틴이 건재한 이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코로나19 대응에 관해 28일(현지시간) 대국민 TV연설을 했다. 봉쇄조치를 다음달 11일까지 2주 더 연장한다면서, 다음달 중순부터는 조금씩 봉쇄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현재 러시아의 감염자는 9만3000여명, 사망자는 800여명이다. 푸틴 대통령은 “확산이 아직 정점을 지나지 않았다”며 “전염병과의 싸움에서 아마도 가장 중요한 단계가 될, 새로운 단계를 앞두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푸틴 대통령은 다음달 9일 제2차 세계대전 승전기념일에 모스크바의 군용기 비행쇼와 불꽃놀이 등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다만 모스크바 붉은광장 군사행진과 전국 가두행진은 미루라고 지방정부들에 지시했다. 크렘린은 모스크바 근교에 있는 노보-오가료보의 관저에서 푸틴..

[구정은의 '수상한 GPS']뉴욕에서 걸프의 섬까지, 석유거래소와 국제정치

“출발부터 징조가 이상했다. 광적인 매도 주문이 밤새 쏟아졌다. 아침이 되자 누구든 피바다가 펼쳐진 걸 볼 수 있었다. 오전 7시, 이미 유가는 28%나 떨어진 상태였다. 같은 시각 중국 선전에서는 가진 돈을 선물 투자상품에 쏟아부은 20대 커플이 저축한 돈 절반이 날아가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가격은 계속해서 기록을 갈아치웠다. 1990년대 아시아 금융위기 이래 최저, 1970년대 석유위기 이래 최저, 그리고 사상 첫 0달러 이하. 사우디 왕자들과 텍사스 채굴꾼들, 러시아 올리가르히들 모두 공포에 떨며 -37.63달러라는 가격을 지켜봤을 것이다.” NYMEX를 뒤흔든 20분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5일(현지시간) ‘시장 역사상 가장 이상했던 20분’에 대해 묘사한 내용이다. 앞서 20일 서부텍사..

[구정은의 '수상한 GPS']WTI, 브렌트, 러시아의 미스터리한 '우랄스'…벤치마크 유종들

미국에서 거래되는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이 ‘마이너스’로 떨어진 지 일주일, 여전히 WTI는 15달러대이고 그보다 높은 가격대에 거래되던 브렌트유도 간신히 20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봉쇄’와 맞물려 유가가 이른 시일 내 반등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WTI가 세계 유가의 동반 추락을 부르긴 했지만 원유도 생산지에 따라 특성이 다르고 ‘브랜드’에 따라 가격 추이에서도 조금씩 차이가 난다. WTI, 브렌트유, 두바이유가 미국·유럽·중동을 대표하는 선물거래 품목이지만 미국만 해도 마스US, 루이지애나경질유, 코스털그레이드A, 기딩스, 걸프코스트HSFO 등 다양한 유종이 있다. 브렌트도 원유와 브렌트가중평균(BWA) 두 가지로 거래된다. 국가별로도 캐나다원유지수, DME오만, 러시아 우..

[구정은의 ‘수상한 GPS’]WTI는 오클라호마에 있다…‘석유의 교차로’ 쿠싱

최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거래가가 사상 초유의 ‘마이너스 가격’을 기록했다. 근본 원인은 산업생산의 침체와 코로나19 확산이지만, 직접적인 계기는 원유를 저장할 곳이 부족해진 거래자들이 다음달 가져가야 할 상품의 인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송유관들 교차하는 오클라호마 시장을 강타한 WTI의 저장소가 있는 미국 오클라호마주의 쿠싱은 주민 7200명의 작은 마을이다. 1891년 인디언 원주민들의 땅을 빼앗기 위해 만든 ‘랜드런법’에 따라 백인 정착민들의 땅이 됐다. 쿠싱이라는 이름은 유통 재벌로 유명했던 존 워너메이커의 비서 마샬 쿠싱에서 나왔다. 20세기 초반 오일붐이 일기 시작했을 때 마샬이 이곳에 정유소를 지었기 때문이다. 쿠싱이라는 지명은 일반인들에겐 덜 유명하지만, 미국의 벤치마크(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