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1

몸 사냥꾼- 제약산업의 이면

몸 사냥꾼 The Body Hunters 소니아 샤 (지은이) | 정해영 (옮긴이) | 마티 | 2006-10-01 제약회사들은 임상실험을 한다. 미 식품의약국(FDA)가 그걸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임상실험이란 때로는 위험하고, 때로는 효과가 없고, 때로는 돈이 많이 든다. 그래서 제약회사들은 ‘인도로 간다’. 황우석 파동 때 난자 공여 문제를 둘러싸고 윤리 문제로 시끄러웠는데, 임상실험 문제도 같은 논란의 연장선상에 있다. 특히 여기에는 부국과 빈국의 문제, 부자와 빈자의 문제, 그리고 때로는 인종문제 같은 것들이 얽혀 있어서 더 복잡하다. 비단 임상실험의 문제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저개발국 그리고 부국 내 빈자들의 건강 문제에는 참 여러 가지 요인들이 겹쳐져 있다. 참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우주의 구조- 이번에도 엘러건트.

우주의 구조 The Fabric of the Cosmos (2004)브라이언 그린 (지은이) | 박병철 (옮긴이) | 승산 | 2005-06-24 “지금까지 나는 시공간의 초미세 구조에 대하여 여러 차례 언급하면서 간접적인 증거를 제시해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이유는 물론 아는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시공간의 근본적인 구성요소를 규명하라고 하면, 지금 알고 있는 것들에 대한 자신감도 줄어들 판이다.” (653쪽) 책 표지에 자랑스레 써있는 구절-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 그 저자 그 출판사 그 번역자, 내가 이 책을 사서 읽은 것도 ‘엘러건트 유니버스의 저자 브라이언 그린’이 쓴 책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부제 ‘시간과 공간, 그 근원을 찾아서’ 라고..

이브의 일곱 딸들 -완전 내 취향!

이브의 일곱 딸들 The Seven Daughters of Eve 브라이언 사이키스 (지은이) | 전성수 (옮긴이) | 따님 | 2002-02-20 딱 내 취향인 책이다. 요사이 과학으로 다시 쓴 역사, 혹은 거창한 말로 하자면 ‘과학과 역사의 만남’을 시도한 것들을 아주 재미있어하고 있는데, 이 책은 그 시초 격에 해당되는 것이다. 오래전부터 명성은 들었지만 이제야 읽었다. 꽤 상당히 매우매우 재미있었다. 옥스퍼드대학에 있던 사이키스의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가 모계 유전된다는 점에 착안, 유전자 계보(클러스터)를 파악하고 돌연변이를 검사했다. 그렇게 해서 엄마의 엄마의 엄마를 추적하는 방법으로 유럽인의 조상이 7명의 여성들(이브)에게로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밝혀냈는데, 전세계로 치면 33명의 여..

빈 서판- 애 엄마들한테 900쪽짜리 책은 무리겠지?

빈 서판 The Blank Slate (2002) 스티븐 핑커 (지은이) | 김한영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4-02-16 와우... 두껍다. 900쪽이 넘는다. 비싸다. 액면가 4만원. 매트 리들리의 ‘본성과 양육’을 읽을 때 이 책이 누차 언급되는 걸 보고 과감히 구입했다. 그후로도 오랜 시간이 흘렀다... 책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길어서, 라고 하면 나 자신에게 변명이 될까. 한번 붙잡고 읽기 시작하면 몇십페이지가 후딱 넘어가는데, 900쪽을 단번에 읽을 만큼 재미있지는 않았다. ‘본성을 무시하지 말라’라는 이야기를 하기 위해 이렇게 긴 책을 쓸 필요가 있었을까? 서구인들이 갖고 있는 ‘본성 두려움증’ 다시 말하면 유전자결정론에 대한 공포증은 나치의 인종대학살이라는 잔인한 기억의 산물이니만..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꼼꼼하게 공부하며 읽어야 할 책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 루이기 루카 카발리-스포르차 지음, 이정호 옮김, 지호 재러드 다이아몬드의 ‘총, 균, 쇠’를 읽을 때 매우 찬탄하면서 그 바탕이 된 윌리엄 맥닐의 책과 카발리-스포르차의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그동안 나오지 않았거나 절판됐던 두 사람의 책이 작년에 잇달아 출간됐다. 전자는 ‘전염병의 세계사’이고 후자는 바로 이 책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다. 말하자면 이 책들은 세트로 묶어서 함께 공부하면 좋은 것들이다. 맥닐의 책은 다이아몬드가 언급했던 ‘주저(主著)’에 해당되고, 카발리-스포르차의 이 책은 주저라기보다는 강연 원고를 정리한 것이다. 1994년 미국에서 출간됐다는 ‘인간 유전자들의 역사와 지리학’을 읽을 수 있으면 좋았겠지만 그 책은 번역돼 나오지 않았으니 그..

악마의 사도

악마의 사도 A Devil's Chaplain (2003)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바다출판사 책 읽으면서 하도 키득거리니까 옆자리 선배가 대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하다가, 비웃다가... 이토록 나를 웃긴 책. 최근 몇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날 가장 많이 웃게 만든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이다. 이름하여 ‘악마의 사도’.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이고, 책 제목은 다윈의 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이름들을 들먹이면서 ‘웃기고 재미난 책’이라고 하면 외려 날 이상하게 볼 주변인(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들도 있겠지만, 허나 어쩌랴. 사실인 것을. 정말 웃기고 재미있다. 책이 너무 맘에 들어서 괜히 흥분해 리뷰를 도저히 할 수 없다, 라고 하면 될까. 이 재미난 책에 쓸데없는 나의 감상 따위를 덧붙여서 ..

통섭- 지식의 대통합

통섭 Consilience: The Unity of Knowledge (1998) 에드워드 윌슨 (지은이) | 최재천 | 장대익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올해는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이 탄생한지 100년이 되는 해다. 일찍이 유엔이 `물리의 해'로 정했고, 세계적으로 대대적 기념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그런데 올해 과학사에서 기억해야할 것이 또하나 있다. 바로 에드워드 윌슨의 `사회생물학'이 올해로 출간 30주년을 맞았다는 점이다. 인간의 사회적 행동양식도 생물학적, 유전적 진화과정을 통해 해명될 수 있다는 사회생물학은 윌슨의 저서를 통해 세상에 나왔다. 대표적인 ‘사회생물학자’로는 윌슨 자신과 함께 `이기적 유전자'의 리처드 도킨스, 조지 윌리엄스 등을 들 수 있다. 사회생물학은 영장류와 개미 등 `사..

수상한 과학-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수상한 과학 전방욱 (지은이) | 풀빛 | 2004-01-30 과학은 언제나 수상했다. 고대 중국인들에게 신농씨 하는 일은 그저 신화였을 것이고, 아크로폴리스의 평범한 ‘시민들’이 아리스토텔레스가 하는 일을 이해했을 리 없다. 평범한 지식, 그냥 ‘상식’만을 가진 대다수 사람들에게 과학은 언제나 수상한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유사 이래 수상했던 과학은 그 비밀스러움조차 인식하지 못했던 사람들의 존재를 규정하고, 변화시키고, 때로는 편하고 행복하게, 때로는 불안하고 두렵게 만들어왔다. 과학의 오랜 역사만큼이나, 과학을 수상하게 여기는 시선도 오래됐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굳이 수상한 과학에 ‘윤리’의 칼날을 들이댈 필요가 있는가? 지금 우리가 과학에 들이대는 칼날은, ..

브레인 스토리

브레인 스토리 Brain Story (2000) 수전 그린필드 (지은이) | 정병선 (옮긴이) | 김종성 (감수) | 지호 | 2004-08-01 별로 큰 기대를 안 갖고 읽었는데, 생각보다 훨씬 재미있었다. 인간의 뇌, 해소되기 힘든 궁금증들에 대해 정말 쉽고 재미있게 대답해주는 책. 지금까지 알려진 뇌와 관련된 사실들을 가장 최근의 것들까지 포괄해가면서 핵심을 추려 설명하고, 동시에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 혹은 ‘앞으로 연구해야할 것들’까지 이야기한다. 질병, 약물, 꿈 등 뇌와 관계 있는 소재들을 들어 설명하기 때문에 정말로 쉽고 재미있다. ‘쉽고 재미있는 과학책’이라고 해도 실제로는 쉽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 책은 말그대로 쉽고 재미있다. 술술 읽힌다. 그러면서도 ‘상식백과’ 수준의 교양서..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Feynman's Rainbow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세종서적 | 2004-04-30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라는 믈로디노프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 연구원 생활을 했던 첫 1년 동안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연구실을 두고 있던 파인만을 만나 들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저자 자신의 설명을 빌면 "이 책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젊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며, 인생의 끝에 다가선 상태에서 깊은 지혜로 그를 도와준 한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다. 또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년, 역시 노벨상 수상자였던 머레이 겔만과 파인만의 경쟁, 지금은 물리학과 우주론을 개척해나가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은 끈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