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1

초파리의 기억- <핀치의 부리>에 이은 또 하나의 감동

초파리의 기억 Time, Love, Memory : A Great Biologist His Quest for the Origins of Behavior 조너던 와이너. 조경희 옮김. 최재천 감수. 이끌리오 를 쓴 조너던 와이너의 책이라고 해서 무조건 샀다. 좀 허풍 섞어 말하자면 지금껏 태어나 읽은 책들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다. 그러니까 조너던 와이너의 이름은 나에겐 ‘교주’의 이름과 같은 것이니, 신도는 교주를 따를 수밖에. 이 책 역시 훌륭하다. 분량이나 밀도 면에서 보다는 좀 모자란다 싶지만, 별 다섯 개 짜리인 것은 분명하다. 책장을 넘길수록 마음 한편이 따뜻해지면서 묵직해지는 느낌. 조너던 와이너 특유의 글쓰기 비법은 대체 뭐길래, 과학책이 이렇게 문학적이고 철학적이고 ..

레이 커즈와일,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특이점이 온다 THE SINGULARITY IS NEAR 레이 커즈와일. 김명남·장시형 옮김. 진대제 감수. 김영사 레이 커즈와일은 참 재밌는 사람인 것 같다. 발명가이고, 부자이고, 불로장생에 관심이 많은 사람인데, 아이디어맨인데다가 생각이 앞서나가도 한참 앞서나간다. 저자는 “내가 너무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변화는 이미 진행 중!”이라고 누차 주장하는데, 나는 저자의 말에 어쩐지 혹한다. 허풍선이처럼 표현을 해서 그렇지, 아서 클라크의 같은 소설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예견(?) 혹은 상상돼 왔던 것들 아닌가. 저자는 유전학, 나노기술, 로봇공학이 이번 세기 전반을 지배할 세 가지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며, 이는 정보혁명의 서로 다른 세가지 얼굴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선사시대와 역사시대를 넘어 인..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Brain Trust. 폴 켈러허. 김상윤·안성수 옮김. 고려원북스. 5/7 틈 날 때마다 요즘 주변 사람들에게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한다. 책의 원제는 brain trust 인데 한국어판 책 표지에는 대문짝만하게 ‘광우병’이라고 쓰여 있는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부제까지 합치면 ‘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책 표지 왼쪽 윗부분엔 ‘광우병에 관한 최신 연구보고서! 켈러허 박사가 최근 8년간 추적, 새롭게 밝혀지는 광우병의 진실 그리고 또다른 의혹들!’ 느낌표를 두 개 씩이나 받아가며 ('브레인 트러스트'라는 애매모호한 제목으로는 도저히 안 팔릴 것임을 예감했는지) 설명을 붙여놨다. 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이라고 하면 상투적..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 -시사비평가와 천재 과학자의 대화

랜덤한 세계를 탐구한다요네자와 후미코, 다치바나 다카시. 배우철 옮김. 청어람미디어 다치바나의 시사비평 ‘멸망하는 국가’를 먼저 읽고, 꽤 괜찮다는 느낌과 함께 어쩐지 찝찝한 느낌 같은 게 좀 있다 하고 생각했는데 이 책은 그냥 과학에 대한 것이다. 다치바나는 유명 저널리스트이고, 요네자와는 유명 과학자다. 특히 요네자와는 여성 과학자인데, 도쿄대 과학부에 여학생이 많지 않던 시절 공부를 시작해서 여성과학자의 대모처럼 돼 있는 인물인 모양이다. 책은 재미있었다. 원자가 불규칙하게 배열돼 있는 고체 혹은 그런 상태를 아몰퍼스 amorphous 라고 하는데 요네자와는 이 물질의 전문가다. 다치바나가 질문을 던지고 요네자와가 대답하는 방식을 통해 두 사람은 아몰퍼스와 현대 물리학, 현대 물리학과 현대의 과학을..

에덴의 용- 세이건 박사님의 인도를 따라

사이언스 클래식 6 에덴의 용 The Dragons of Eden: Speculations on the Evolution of Human Intelligence (1977, 2006) 칼 세이건(지은이) | 임지원(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6-08-11 칼 세이건의 책이니, 좋다 나쁘다 말할 필요는 없으리라. 이 책은 세이건 박사님이 1977년에 내놓은 것인데, ‘인간 지성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벌써 30년 전 책이건만 지금 읽어도 감동적이다. 부제가 그대로 내용을 요약하고 있는데 더 자세한 줄거리 설명을 붙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우리의 뇌에 ‘마음의 자리’는 어디인가. 인간의 마음은 어디에 위치하는가. 인간의 마음은 진짜로 뇌의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일까. 인간..

눈먼 시계공 -당연히 재미있다. 도킨스니까.

눈먼 시계공 The Blind Watchmaker (1986) | 사이언스 클래식 3리처드 도킨스 (지은이) | 이용철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4-08-09 당연히 재미있다. 도킨스니까. 유머러스하면서 정곡을 콕콕 찌른다. 이 책은, 진화론을 비판하는 작자들이 하는 말이 왜 개소리인지를 까발리는 책이다(도킨스의 책에 대한 느낌은, 언제나 그렇듯이 ‘점잖은 말’로는 잘 표현이 되지 않는다. 도킨스는 대단히 인텔리전트하면서도 점잖지 않은 사람이니까). 자연선택은 점진적, 누적적인 과정이다. 어느날 갑자기 인간이 튀어나올수 있냐고, 박테리아가 어떻게 인간이 되냐고 묻는 ‘무식한 창조론자들’에게 도킨스는 점진성과 누적성을 무기로 반격을 가한다. 오랜 시간 점진적으로, 그리고 먼젓번 진화의 누적된 성..

질병판매학- 약이 병을 낳고 병이 돈을 낳는다

질병판매학 Selling Sickness (2005)레이 모이니헌 | 앨런 커셀스 (지은이) | 홍혜걸 (옮긴이) | 알마 | 2006-11-07 “집으로 돌아온 남편이 회사에서 부장과 트러블이 있어 신경질이 많이 났다고 하길래 사회불안장애를 줄여주기 위해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에서 나온 항우울증·불안장애 치료제 ‘팍실’을 갖다줬다. 하필이면 나도 생리 전이라 기분이 좋지 않고 나돌아 다니기도 싫다. 그나마 2주 전에 미리 미국 엘리릴리에서 나온 월경 전 불쾌장애 치료제인 ‘사라펨’을 먹었더니 이번 달엔 예전보다 우울증이 좀 덜한 것 같기도 하다. 딸아이는 또 숙제를 안 해 간 모양이다. TV 시사프로그램을 보니 요즘 주의력 결핍장애가 많다던데 병원에 가서 검사를 해보고 약도 받아와야겠다. 내일은 여..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아인슈타인의 베일

아인슈타인의 베일Einsteins Schleier (2004)안톤 차일링거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승산 | 2007-01-18 약 200년 전에 영국의 영(Young)이라는 과학자는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중 슬릿(틈새)’ 실험을 생각해냈다. 이중슬릿은 과학책을 한두 번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대물리학에서 빠지지 않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용도에 응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빛은 입자(광자·光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 것일까? 우습게도 빛은, 이중슬릿을 관찰하는 내가 광자의..

칼 세이건의 '콘택트' 1,2

콘택트 1, 2 Contact칼 세이건 (지은이) | 이상원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1-12-10 이상하게도 칼 세이건의 책을 읽어보지 못했다. ‘코스모스’는 책꽂이에 잠자고 있다. 몇해전 ‘에필로그’ 읽고 몹시 감동하면서 고(故) 세이건 박사님을 존경하리라 했는데 책 인연이 없었다. ‘콘택트’도 언제적부터 책꽂이에 꽂혀 있는 것을, 용기와 에너지를 모아 간신히 손댔다. 멋지다... 너무 재미있다... 과학 얘기이면서 철학적이고, ‘앰버연대기’ 만큼은 아니지만 거기 버금가게 멋있다. 종교와 과학이 팽팽하게 선을 긋는데, 그 과정이 심지어 아름답기까지 하다. 상상과 과학이 아슬아슬하게 만나는데, 그것 또한 그렇게 멋질 수가 없다. 뉴멕시코의 사막에서 별들이 보내는 소리에 귀기울여오던 여성 과학..

생명의 미래- 칭찬도 시니컬하게

The Future Of Life. Edward O. Wilson. VINTAGE 여름휴가 때 폼 잡으려고 들고 갔다가 당연히 다 못 읽고,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 야금야금, 꽤 재미있게, 끝을 냈다. 한번 훑어보긴 했지만 워낙 단어가 딸려서;; 다 이해했다고 말은 못하겠다. 책은 생물다양성을 보호하자는 내용인데 멸종 위기 동식물 구체적인 케이스들과 보존운동을 꼼꼼히 설명하고 있다. ‘에드워드 윌슨’ 이라는 이름이 주는 모종의 관념이 있다. 이 사람에 대한 글 토막들은 여러번 봤고(교양 수준의 생물학 책 중에서 윌슨 이름 한번 나오지 않는 책을 찾기는 힘들다) 윌슨의 저작을 직접 읽은 것은 ‘통섭’ 이래 이번이 겨우 두 번째다. 그러니 내가 윌슨에 대해 안다 모른다 말할 게재는 전혀 아닙니다만..,,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