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과학, 수학, 의학 등등 101

존재하는 무, 0의 세계

존재하는 무, 0의 세계 The Nothing That Is a Natural History of Zero로버트 카플란 (지은이) | 심재관 (옮긴이) | 이끌리오 | 2003-02-10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 존재하지만 동시에 존재하지 않는 것. 존재와 없음의 문제를 가장 극명하게 드러내주는 것은 숫자 ‘영(0)’이다. 로버트 카플란의 ‘존재하는 무 0의 세계’는 0이라는 숫자를 통해 존재의 역설을 증명하고, 인간의 사고방식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를 살핀다. 저자는 0이라는 숫자를 이해하기 위한 방법으로 역사적 접근방식을 택했다. 고대유적을 모아놓은 박물관을 돌며 0이 남긴 자취와 그것이 취해온 다양한 형태들을 파악하는 것이다(‘숫자 따라 세계여행’ 식의 나열로 읽지 말고 저자의 안내를 따라 상세..

골드바흐의 추측

골드바흐의 추측 Uncle Petros and Goldbach's Conjecture 아포스톨로스 독시아디스 | 정회성 (옮긴이) | 강석진 | 생각의나무 | 2000-05-03 '골드바흐의 추측(Goldbach‘s conjecture)'이라는 수학문제가 있다. 문제 자체는 단순하다. "2보다 큰 모든 짝수는 두 소수의 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하라." 문제는, 이 명제를 증명하기 위해 말 그대로 '일생'을 바친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나'의 삼촌 페트로스 파파크리스토스. 첫사랑 이졸데에게 자신이 대단한 인물이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는 골드바흐의 추측에 도전하기로 결심했다! 수학에 대해 알기 쉽게 풀어쓴 소설이라는 식으로 여기저기 소개가 나와 있어서 조금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책을 펼쳤는데, 의..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한스 그라스만 (지은이), 염영록 (옮긴이) | 생각의나무 "이리넬은 앙칼지지도 않고 경망스럽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소녀였다. 그렇게 평범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리넬은 도망자였다." . 청소년을 위한 물리학 개론서 형식으로 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1장은 이라는 소설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서문 격인 이 글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는 언제나 독재자(혹은 사람의 감정을 매몰시키고 사람의 생각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모든 것)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에게 도망치려는 사람들 또한 ..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붉은 여왕 The Red Queen 매트 리들리 (지은이), 김윤택 (옮긴이) | 김영사 과 를 통해 국내에서도 탁월한 과학저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 리들리가 性선택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성격과 행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학습이냐, 본능이냐. 저자의 주장은 두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의 공통점은? 유전자 과신론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건, 그들을 해야 된다는 얘기랑은 다르다. 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과 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리들리의 주장대로 하고 맞닥뜨리는 쪽이 낫지 않을까. 난 리들리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명쾌한 설명. 낙관적이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신의 방정식

신의 방정식 God's Equation ; Einstein, Relativity and the Expanding Universe 아미르 D. 악젤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지호 아마 신(神)은 하늘나라에 간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만났을텐데, 아인슈타인에게 뭐라고 했을까. 얼마전부터 이 홈페이지를 통해 교류를 하게 된 김희봉님의 번역서다. 과학서적 번역가로서는 아주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해서 보증수표 받은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믿음이 유효했다. 아인슈타인의 마당방정식(기존 용어로 얘기하면 場이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사람됨을 같이 보여주는데, 위인전 중에서 재미있는 위인전처럼 재미있다. 마당방정식을 만들어가는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유클리드기하학(공간)에서 非유클리드..

바라바시, '링크'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은이), 강병남, 김기훈 (옮긴이) | 동아시아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 A,L. 바라바시의 를 읽었다. 재미있다가 재미없다가 또 재미있다가 다시 재미없어졌다가 했는데, 과학저술로서 아주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 책은 복잡한 네트워크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들은 어떤 구조를 갖는지, 그 네트워크들이 갖는 취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네트워크의 연구가 갖는 중요성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개념들을 아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웹과 같은 친밀한 네트워크와 종래의 각종 수학퍼즐들을 소재로 풀이하고..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Abraham Lincoln's DNA & Other Adventures in Genetics 필립 R. 레일리 (지은이) | 이종인 (옮긴이) | 시공사 | 2002-09-27 저자의 솜씨: 글도 잘 쓰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유전학 역사상의 사건들을 버무려 구성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자의 '견해'일 뿐이므로 책을 읽는 재미가 그 때문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일반적-전문적 접근의 양갈래를 잘 오가며 이해하기 쉽게, 심지어는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역자의 솜씨: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의 책을 번역하겠다고 나서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Tuva or Bust!: Richard Feynman's Last Journey 랠프 레이턴 (지은이), 안동완 (옮긴이) | 해나무2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내게서 떠나가지 않는다. 오래동안 생각해오던 자금성에도 가고 싶고,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이집트, 이란, 이라크, 터키에도 가보고 싶고, 시원한 밤바람 맞으러 홍콩에도 가보고 싶고, 축구 보러 스페인에도 가고 싶고.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생각과는 좀 다르지만 어디에든 가고 싶다. (랠프 레이튼. 해나무刊)이 가져다준 위안이 있다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리교사인 랠프 레이튼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우연히 투바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

우주 양자 마음

우주 양자 마음 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 낸시 카트라이트 | 로저 펜로즈 | 스티븐 호킹 | 에브너 시모니 (지은이) 김성원 |최경희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2-10-30 언제인가, '괴델의 정리'를 놓고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수학자가 수학적 원리로 풀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 일종의 불가지론을 선언하다니. 공리(公理)란, 그리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이란 얼마나 우스운 것이 돼버리는가. 큰 물리학(고전물리학)과 작은 물리학(양자물리학)의 간극, 정신(의식)과 물질의 간극. '이 세상에서 유일한, 진정한 의미의 거시이론'인 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의 지침인 양자론의 통합은 물리학자들의 지상과제다. 그런가 하면 물질로 이뤄진 ..

마틴 브룩스, '초파리'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An Experimental Life 마틴 브룩스 (지은이), 이충호 (옮긴이) | 이마고 를 읽은 뒤 인도라는 주제를 좀 더 읽어볼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두꺼운 를 포기(!)하고 다시 유전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며칠새 유전자에 관한 책 2권(와 )을 읽었는데 둘 다 내용이 제법 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전자는 주제의식에 비해 재미가 없었으므로 생략하고 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자면. 유전자라는 말, 과학전공자들끼리만 소곤소곤하는 단어가 아님은 분명하다. 신문에건 어디에건 툭하면 등장하는 '흔한 단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앞에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원제는 Fly: an experimental life인데 우리나라 번역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