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 865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유재현의 온더로드-04] 아시아의 오늘을 걷다 : 민주화 속의 난민화, 그 현장을 가다 유재현 저 | 그린비 * [황해문화] 2009 여름호에 실린 서평입니다 “네팔을 제외한다면 지난 10년 동안 꾸준히 들락거렸던 나라들을 복기하듯 돌아다닌 여행이었다. 10년은 무언가를 변화시키기에는 턱없이 짧은 세월이었다. 아시아는 근본적으로는 변함없는 길을 걷고 있었다. 냉전의 붕괴와 한때 아시아 전역을 휩쓸었던 민주화의 열기, 그리고 짧게는 1997년 태국을 시작으로 아시아를 덮친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그랬다. 인도네시아는 수하르토의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말레이시아의 암노(UMNO)는 여전히 강고했으며, 필리핀은 마르코스 독재나 별반 다를 것 없는 아로요 치하였고 신인민군은 무력했다. 베트남과 캄보디아는 일..

딸기네 책방 2009.04.16

에콜로지카- 생태학적 사회주의

에콜로지카 : 정치적 생태주의, 붕괴 직전에 이른 자본주의의 출구를 찾아서앙드레 고르 저/정혜용 역 | 생각의나무 | 원서 : Ecologica 프랑스 사람들의 책은 내 취향이 아니야, 하다가도 이렇게 반짝반짝하는 책을 만나면 ‘이게 그들의 힘이로구나’ 하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정확히 말하면 앙드레 고르는 오스트리아에서 태어나 스위스 로잔 대학교를 졸업하고 프랑스에서 언론인으로 일했던 사람이다. “를 거쳐 를 창간하고 유럽 신좌파 이론가로 활동하며 68혁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자 소개에 나와 있는데, 그 명성대로다. 더 이상 이익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금융산업’이라는 이름으로 돈이 돈을 낳고 그 돈이 돈을 먹는 헛구르기만 계속하는, 궁지에 몰린 자본주의. 파괴와 낭비만 남은 자본주의의..

딸기네 책방 2009.04.07

다윈 이후- 오랜만에 읽은 굴드의 책

다윈 이후 EVER SINCE DARWIN : REFLECTIONS ON NATURAL HISTORY 스티븐 제이 굴드 | 홍욱희,홍동선 공역 | 사이언스북스 굴드의 책을 오랜만에 읽었다. 올해가 다윈 탄생 200주년, 출간 150주년이 되는 해인 까닭에 진화론 얘기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그 덕에 다시 굴드의 책을 사서 읽었으니, 이 책은 ‘다윈의 해를 맞아 내게 온 진화론 책’이 되겠다. 굴드가 사망했을 때 기사를 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7년이 흘렀다. 그의 옛 글들을 읽으니 기분이 이상하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이런 저술가가 일찍 세상을 뜬 것이 서운하다. 굴드에 한동안 빠져 있다가 그 다음 몇 년은 거의 도킨스와 윌슨에 빠져 지냈는데 굳이 어느 한 쪽을 고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도킨스 쪽이 될..

로버트 라이시 '슈퍼자본주의'- '민주적인 자본주의'는 가능하다

슈퍼자본주의 Supercapitalism: The Transformation of Business, Democracy, and Everyday Life 로버트 B. 라이시 저/형선호 역 | 김영사 주주자본주의, 금융자본주의를 넘어 라이시는 1970년대의 자본주의를 ‘슈퍼자본주의’라고 부른다. 이 자본주의에 ‘슈퍼’라는 형용사가 붙는 것은, 자본주의가 민주주의를 침공해 들어가 정치 사회 경제 문화의 모든 국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 우리들은 거기 공모해서 시민으로서의 존재의식을 잊고 소비자·투자자로서의 권리만 중시하게 되었다. 우리의 공모 속에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의 가치는 퇴색했다. 정치는 로비에 물들어 슈퍼자본주의에 결탁했다. 이 과정은 레이건 때문에, 대처 때문에, 신자유주의 때문에, 냉전..

딸기네 책방 2009.03.23

기후변화와 국제정치- 한권에 보려면 <코드 그린>

코드 그린 : 뜨겁고, 평평하고, 붐비는 세계 Hot, Flat, and Crowded토머스 L. 프리드먼 저/이영민,최정임 역 | 21세기북스 유행이라고 해서 또 꾸역꾸역 읽었다. 이 책에 나온 기후변화/에너지에 대한 것들은 대개 어딘가에 나왔던 것들이기 때문에, 이 이슈에 대해 기본적인 내용을 알고 싶다면 다른 책을 보는 편이 나을 것 같다. 하지만 정책이나 국제정세(특히 프리드먼의 강점인 중동 정세에 대한 지식)와 연결지어서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있어 보이게’ 썼기 때문에, 이왕이면 유명한 사람이 쓴 책을 보고 어디 가서 아는 척 좀 하고 싶은 독자에게라면 괜찮을 듯. 중동 문제에서 세계화로, 그리고 다시 기후변화 시대의 에너지 전략으로 갈아타는 걸 보면 프리드먼이 저술가로서 능력이 있기는 하다...

딸기네 책방 2009.03.22

조반니 아리기 '장기 20세기' - 자본주의의 역사를 다룬 역작

장기 20세기 :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 The Long Twentieth Century : Money, Power, And the Origins of Our Times 조반니 아리기 저/백승욱 역 | 그린비 많이 읽어보지는 못했지만, 세계체제를 다룬 책들은 어쩐지 구미에 맞는달까. 이 책도 재미있었다. 이렇게 두꺼운 책을 재미있다고 하면 뜨악한 눈으로 보는 친구들도 많지만, 아무튼 이 책은 재미있다. "화폐, 권력, 그리고 우리 시대의 기원"- 이런 부제가 달려있는 책인데 재미없을 리 있나. 재닛 아부-루고드의 과 안드레 군더프랑크의 등을 이미 읽은 탓인지 논리 구조도 낯설지 않아 어렵잖게 책장을 넘겼다. 이 기나긴 책의 내용에 대한 학문적 평가들은 이미 많이 나와 있고 내가 그 이상을..

딸기네 책방 2009.02.12

뉴 레프트 리뷰

...가 한글로 나왔네. 낯익은 어느 분이 편집위원으로 계시네. :) 목차를 보면... 역시나 필진은 쟁쟁하다 한국어판 서문 ― 타리크 알리 5 편집자 서문 ― 백승욱 12 제1부 세계정세의 현황 1. 21세기 세계는 어디로 가는가 ― 페리 앤더슨 25 2. 세계 경제위기의 신호탄, 서브프라임 위기 ― 로빈 블랙번 68 3. 신자유주의에 포섭된 로크적 유럽? ― 키스 반 데어 페일 129 4. 미국에 종속된 역사 속의 유엔 ― 피터 고언 166 5. 세계경제의 남반구 목조르기 ― 로버트 웨이드 206 제2부 각 지역의 쟁점들 6. 미국의 이라크 점령 이후 중동 정세 ― 타리크 알리 225 7. 탈정치화된 정치, 동에서 서로 ― 왕후이 245 8. 두바이의 공포와 돈 ― 마이크 데이비스 266 9. 실험되..

딸기네 책방 2009.02.03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헝그리 플래닛 :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피터 멘젤,페이스 달뤼시오 공저 | 김승진,홍은택 공역 | 윌북(willbook) | 원서 : Hungry Planet 세계는 지금 무엇을 먹는가. 많은 것을 담고 있는 질문이다. 이 물음에 한마디로 답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세계인들은 참 여러 가지 음식을, 참 여러 가지 방법으로들 먹고 있기 때문이다. 몸에 좋은 것도 있고 나쁜 것도 있다. 점점 사라져가는 먹거리가 있는가 하면 글로벌하게 인기를 끄는 먹거리들도 있다. 문화에 따라 차이가 나는, 기호가 크게 엇갈리는 음식이 있는가하면 ‘먹거리 문화의 보편성’이라는 것도 무시 못 한다. 피터와 페이스 부부는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 미주 등 세계 24개국 30가정을 방문해 그들이 ‘무엇을 먹고 있는가’를 살핀다..

딸기네 책방 2009.01.28

암흑의 핵심

암흑의 핵심. Heart of Darkness 조셉 콘래드. 이상옥 옮김.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그 말뚝 위에 놓인 얼굴들이 집 쪽을 향하고 있지 않았던들 더 충격적인 인상을 주었을 거야. 그 중의 하나만이 내 쪽을 향하고 있었는데 그건 내가 처음 분간해 낸 것이었어. 나는 자네들이 지금 생각하는 것만큼 충격을 받지는 않았어. 내가 머리를 뒤로 젖힌 것도 실은 놀람의 동작에 불과했던 거야. 나는 애당초 거기서 나무로 다듬은 덩어리를 보게 될 것이라 기대하고 있었던 거야. 나는 처음 보았던 그 얼굴 쪽으로 일부러 망원경을 되돌려보았어. 그 말뚝 위의 검은 얼굴은 눈을 감은 채 말라서 오그라들었고 마치 그 기둥 꼭대기에서 잠이 든 머리처럼 보였지. 그리고 입술은 말라서 줄어든 채 하얀 이빨을 좁게 드러내며 ..

딸기네 책방 2009.01.07

시장의 진실

시장의 진실 : 왜 일부 국가만 부유하고 나머지 국가는 가난한가존 케이 저/홍기훈 역 | 에코리브르 | 원서 : Culture And Prosperity 신뽀의 권유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중구난방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서 좀 지루했다. 그러다가 중반부 지나가면서 논지가 비교적 명확해지고 재미도 더해갔다. 요는, 경제학은 완벽하지 않지만 시장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을 중심에 놓고 무조건 시장만 옳고 정부 개입은 나쁘다 했던 (밀턴 프리드먼식) 경제학계 주류의 생각이 잘못됐었다는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식 경제학’ ‘금융자본주의’ ‘통화주의와 시카고학파’가 지탄받는 세상이 된 지금은, 영국 경제학자인 저자의 주장이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딸기네 책방 2008.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