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남꽃 서정주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나도 죽어서 나 죽는 바람에 네가 놀래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나도 깨어나서 한 서른 해만 더 살아 볼꺼나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서른 해만 더 한번 살아 볼꺼나 머리 속에 오래동안, 그것도 꽤 자주, 맴돌던 시가 바로 저 이었다. 고3 때였던 것 같다. 우리 학교의 책상은 흰 종이로 씌워서 비닐을 덮게 돼 있었는데, 시험 기간에는 한 반의 절반씩이 반을 바꿔 다른 교실로 간다. 어느 시험에서였는지 내가 옮겨가 앉은 책상에 저 시가 씌여 있었다. 문학소녀였던 그 자리의 주인이 베껴놓았던 것 같은데, 하는 구절을 맘 속에 넣어두고 있었지만 누구의 시인지는 알지 못했다. 어린 시절인데, 왜 저 시가 그렇게 가슴에 남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