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람 문화 68

알아야 하는 이유

방금 전 김동춘교수의 '미국의 엔진, 전쟁과 시장'에 대한 리뷰를 올렸다. 거기서 내가 좀 치사하게 시비를 건 부분이 있다. 김동춘 교수는 훌륭한 학자이고, 저 책은 훌륭한 책이다. 그런데 자꾸만 내 눈에 띄었던 시비거리가 있었으니... 이란을 계속 '아랍권'에 집어넣은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중동=아랍이라고 흔히들 생각한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중동'이라는 것은 지역적 개념이고, '아랍'은 민족(언어) 개념이다. '아랍'이라고 하면 이슬람권의 많은 나라들이 빠져버리게 된다. 예를 들면 터키, 이란,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같은 나라들은 이슬람국가들이지만 '아랍국'은 아니다.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취재하러 가는 기자에게 주변에서 '아랍어 조금이라도 할 줄 아느냐'고 묻는 걸 봤다. 아프..

이슬람 미술

이슬람 미술 셰일라 블레어 | 조너선 블룸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한길아트 | 2003-01-15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사실 자체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책 자체로만 보자면 별다섯개 짜리는 아니다. 명실상부한 '개론서'로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자체에 대한 책들도 변변히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미술에 대해 제법 알차게 소개한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한길아트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 하나인데, 이런 미술 시리즈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별점 매기는데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개론서로서 장점을 말해보자면, 도판이 많은데다가 화질이 그런대로 좋다는 점이다(책값이 비싼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

딸기네 책방 2004.11.05

:: 이슬람 용어 몇가지::

adab 아다브 : 중동의 시문과 역사, 순문학 등 문학장르 amir 아미르 : 지휘; 부족의 수장 amma 암마 : khassa(귀족)와 대비되는 이슬람세계의 일반층, 서민층 ’ahl al kitab 아흘 알 키타브 : 경전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들, 즉 유대교도와 기독교도 ansar 안사르 : 협력자. 의용군. Aram Naharayim 아람 나하라임 : ‘두 강의 아람’. 메소포타미아의 현지 이름 Ashura 아슈라 : 쉬아파의 12이맘파 최대의 추모일. 3대 이맘 후세인이 순교한 날. asnam 아스남(autan 아우산) : 우상 a‘yan 아얀 : 오스만 제국 말기의 지방 지주들. a’zam al masaib 아우잠 알 마사입 : 가장 큰 불행(무함마드의 죽음) Baath 바트 : 시리아와 옛 이..

무슬림 여성의 스카프

요르단국립대학 공일주 교수 100년 전 프랑스는 국가가 막강한 로마 가톨릭교회와 결별을 위한 투쟁에서 성공의 상징으로 각급 학교 교실에서 십자가상을 떼어냈다. 오늘날 프랑스에서 새로운 전선이 이슬람의 머리 스카프 때문에 형성되고 있는데 그것은 일부 프랑스인들이 머리 스카프는 프랑스 국민의 주요 가치와 단합을 해치는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공립 학교에서 혹은 공무원이 머리스카프를 써야 되느냐에 대한 격렬한 논쟁이 15년간 치유되지 못하고 곪아 왔는데 무슬림 자녀들이 성년이 되면서 더욱 심각해진 것이다. 일부 프랑스인들은 무슬림 여성의 머리 스카프를 이슬람의 호전성의 깃발로 보고 있고 남성에 대한 복종의 상징으로 보기도 한다. 혹자는 프랑스의 정체성을 미지의 세계로 변혁시키는 소용돌이의 시작으로 보기도 한다..

중동의 세시풍속

우리나라같이 여자들한테 명절쇠기를 가혹하게 강요하는 나라는 아마 세상에 없을 것이다. 결혼하고 10년이 지나건 20년이 지나건 30년이 지나건 "니네 집엔 못 가, 우리집에만 와, 와서 뼈빠지게 일해, 난 먹고 놀테니깐" 남자들이 이따위로 나와도 태평하게 굴러가는 나라가 OECD 국가라는 것은 코미디다. 아마도 탈레반 치하의 아프간이나 저기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 빼면, 이노무 나라가 여자들한테는 제일 그지같은 나라이지 않을까 싶다. 이슬람권에는 '라마단' 명절이 있다. 정확히 말하면 라마단은 '9월'을 뜻한다. 옛날 우리나라같이 이슬람권은 음력을 쓰는데, 음력 9월이니 양력으로는 10-11월이 된다. 사실 이건 '이슬람'의 풍습은 아니고, 중동 일대에서 오래전부터 있어온 풍습이다. 라마단 달이 되면 해가..

근본주의의 충돌-지식인의 목소리

근본주의의 충돌 The clash of fundamentalisms (2002) 타리크 알리 (지은이) | 정철수 (옮긴이) | 미토 | 2003-03-08 타리크 알리, 라는 이름 때문에 책을 사놓았던 것인데 어째 표지나 제목이 주는 느낌이 좀 그랬다. 쿨 하게 보이지가 않아서 그냥 놓아두고만 있었다. 요사이 다시 '이슬람 주간'이라서 책장을 열었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타리크 알리는 영국의 유명한 좌파 저널 뉴 레프트 리뷰의 편집장을 지낸 지식인이다. 그런데 그의 인생이란 것은 거의 '정체성의 충돌'로 점철돼 있는 듯하다. 그는 누가 뭐래도 '이슬람권 사람'이다. 인도의 명문 이슬람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무슬림이 아니다. 명문가의 좌파 아버지에게서 태어난 무신론자 아들. 또 그는 영국의 식민..

딸기네 책방 2003.08.26

버나드 루이스, '이슬람 1400년'

이슬람 1400년. 원제 The world of Islam 버나드 루이스. 김호동 옮김. 까치글방 이슬람에 대해 조금이라도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는 버나드 루이스의 책은 필수다. '서구 중심 시각'이라는 비판이 만만찮기는 하지만, 어쨌든 루이스만큼 이슬람세계의 역사와 문화를 풍부하게 알고, 펼쳐보일 수 있는 학자가 드물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학자로서, 저술가로서 루이스의 장점과 단점을 그대로 드러내 보인다. 중동 정치나 유럽과의 관계 못잖게 이슬람 사회의 제도와 조직체계, 도시생활, 문학, 미술, 건축, 음악까지 사회문화적 측면들을 다양하게 소개했다. 화질은 떨어지지만 삽화와 사진도 많이 넣었다. 사실 루이스가 아니면 서구의 어느 학자가 이란의 시와 아다브 문학, 모스크의 건축원리같은 것들을 이렇게 ..

딸기네 책방 2003.08.18

블루 모스크의 추억

(여행기를 너무 늦게 올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스탄불의 국제공항에 내려서 환전을 하는데, 뭔놈의 화폐 단위가 그렇게 큰지. 1달러에 자그마치 169만리라나 됐다. 지폐 생긴것도 다 어슷비슷하니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그래서 주의한다고 했는데, 사실 돈 쓸 시간도 없기는 했다. 터키에는 워낙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나는 지난번에 아주 잠시(대낮에 몇시간 정도) 비행기 갈아타기 위해 들른 것 밖에 없기 때문에 가본 곳이 별로 없다. 그래도 일단 이스탄불에 들렀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블루모스크.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더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다(실은 설명할 수 있을만큼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말하면 설명이 될까. 나는 작년 가을 이라크에서 유프라테스 강변의 모스크들을 본 적이..

[이라크] 음식과 커피

작년에도 갔다 와서 쓴 적 있지만. 입에 안 맞는 양고기. 보시라. 여그가 바그다드 까페다. 실은, 작년에 갔던 멋진 까페--다들 기억도 안 나겠지만. 홈피닷컴에서 사진 날려먹은 관계로, 그 때 찍었던 그 사진을 지금 되살려올 수 없는 것이 못내 아쉽다. 위 사진의 저 까페는 내가 택시기사랑 같이 지나가다가 들른 한적한 곳이고, 작년에 갔던 그 곳은 무쟈게 좋은 까페기 때문이다. 작년에 갔던 그 곳을 왜 이렇게 그리워 하냐고? 다 이유가 있다. 그 곳은 바그다드의 압구정동인 만수르 거리에 있는 '알 사아'라는 레스토랑이었다. 실은 올봄에 가서도 거기서 커피를 마시면서 잉글랜드 피리미어리그 경기를 잠시 관람했었다. 그런데 혹시 이라크전 보도에서 이런 내용 기억하는지. 후세인이 은신해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건..

소피아성당

입장료가 무쟈게 비쌌다. 1층 구경하는데 1500만 리라, 2층 올라가는데 1000만리라 정도...아래위층 돈 따로 받는 건 또 첨 봤다. 소피아 성당은 블루모스크와 마주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아나 모르나?)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의 유적이다. 이넘들! 성당이건 모스크건, 이렇게 크게 짓는게 어딨냐! 뼈대없는 제국주의자들같으니! 라고 하면 안 되겠고, 성당 안쪽에서 천정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이 나를 심판하려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공사중이어서 건물 안은 어두웠다. 아마도, 중세의 모스크였던 시절, 혹은 비잔틴의 성소였던 시절에는 더욱 어두웠을 것이다. 2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랍어 초서체의 현판이 너무 멋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개를 들고, 목이 아프도록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이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