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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룬과 이야기바다- 천일야화의 슬픈 오마주.

하룬과 이야기 바다 Haroun and The Sea of Stories 살만 루슈디 (지은이) | 김석희 (옮긴이) | 달리(이레) 살만 루시디라면 너무나 유명한 인물인데다, 내가 그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만해도 벌써 기억이 가물가물할 정도로 오래 전의 일이다. 하지만 ‘악마의 시’라든가 ‘한밤중의 아이들’ 같은 책을 읽어보지 못한 상태이고, 이 책 ‘하룬과 이야기바다’가 내가 읽은 루시디의 첫 책이다. 한 문장으로 말하면 ‘아라비안나이트의 슬픈 오마주’가 되겠다. 타이틀롤을 비롯해 곳곳이 천일야화를 밑바탕에 깔고 있다. 주인공 이름은 하룬이고, 아버지의 이름은 라시드이다. 그들의 ‘성(姓)’은 ‘칼리파’로 나오는데 종합하면 ‘칼리파 하룬 알 라시드’가 되겠다. 위대한 하룬 알 라시드는 물론 천일야화의..

딸기네 책방 2006.01.10

올해 독서계획

올해 독서계획두서없음. 사놓고 읽지 못한 것들부터. 존 필저, 제국의 지배자들정덕구, 거대 중국과의 대화브라이언 그린, 우주의 구조재러드 다이아몬드, 문명의 붕괴다니엘 네틀, 사라져가는 목소리들볼프강 벤츠, 유대인 이미지의 역사제시카 윌리엄스, 우리가 꼭 알아야 할 그러나 잘 알지 못했던 세상의 몇가지 사실들잭 웨더포드, 징기스칸 잠든 유럽을 깨우다케네스 데이비스, 미국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 미국사칼 세이건, 코스모스니시카와 나가오, 국민이라는 괴물마리 꽁브끄, 비폭력나카노 도시오, 오쓰카 히사오와 마루야마 마사오에드위 플레넬, 정복자의 시선윌리엄 스티븐스, 인간은 기후를 지배할 수 있을까루이기 카발리-스포르차, 유전자 사람 그리고 언어에드워드 윌슨, The Future Of Life제임스 글릭,..

딸기네 책방 2006.01.03

까만 네리노.

꼼꼼이가 느무느무 좋아하는 책. 색깔 이야기라고 보기엔 너무 까맣다. 온통 까맣다. 네리노는 까맣다. 너무 까매서, 어두운데 들어가면 안 보인다. 눈만 보인다. 형들은 까맣지 않다. 네리노가 너무 까맣다고, 안 놀아준다. 네리노는 외톨이. 그런데 고운 빛깔 자랑하던 형들이 사람에게 잡혀가서 새장에 갇혔다. 네리노는 깜깜한 밤에 형들을 구해준다. 그리하여 네리노는 형들에게 사랑받으며 잘 살았다~~ 스토리 단순, 그림도 단순. 귀엽다. 아마존에 있는 독일어판 표지 꼼꼼이는 겁이 너무 많아서, 깜깜한 곳을 너무 무서워한다. 깜깜한 장면이 나오는 책도 싫어했다. 엄마가 일하고 돌아와서 유치원에 꼼꼼이를 데리러 가는데, 요즘 같은 철이면 아이는 해가 꼴딱 져서 깜깜해질 때까지 유치원에 있어야 한다. 유치원에서 집..

딸기네 책방 2005.12.01

악마의 사도

악마의 사도 A Devil's Chaplain (2003) 리처드 도킨스. 이한음 옮김. 바다출판사 책 읽으면서 하도 키득거리니까 옆자리 선배가 대체 무슨 일이냐며 궁금해하다가, 비웃다가... 이토록 나를 웃긴 책. 최근 몇년간 읽은 책들 중에서 날 가장 많이 웃게 만든 책이라면 단연 이 책이다. 이름하여 ‘악마의 사도’. 저자는 리처드 도킨스이고, 책 제목은 다윈의 글에서 나왔다고 한다. 이런 거창한 이름들을 들먹이면서 ‘웃기고 재미난 책’이라고 하면 외려 날 이상하게 볼 주변인(말 그대로 주변 사람들)들도 있겠지만, 허나 어쩌랴. 사실인 것을. 정말 웃기고 재미있다. 책이 너무 맘에 들어서 괜히 흥분해 리뷰를 도저히 할 수 없다, 라고 하면 될까. 이 재미난 책에 쓸데없는 나의 감상 따위를 덧붙여서 ..

희망을 거래한다- 이렇게 좋은 책은 다들 좀 읽으셔요

희망을 거래한다 L‘Aventure du Commerce Equitable (2002) 니코 로전 | 프란스 판 데어 호프 (지은이) | 김영중 (옮긴이) | 서해문집 재미있게 읽었다. '몬드라곤' 이래 이런 종류로는 제일 재미있었다(가 아니고 이런 종류의 책을 별로 읽지도 못했지만). 이른바 윤리브랜드(ethical brand) 운동의 효시가 됐던 막스하벌라르 커피 생산 프로젝트를 비롯해 같은 그룹(네덜란드 참여연대)에서 시작한 바나나, 청바지 등의 브랜드화 과정을 다루고 있다. "나는 커피 브랜드 업체들도 시찰 여행에 참여하는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러한 접근 방법은 당시 라틴아메리카의 사회운동 안에서 시작되었던 것으로 ‘항의에서 대화로’라는 새로운 연구 방법과 관계가 있다." "이 접근 방법은 ..

딸기네 책방 2005.11.24

전쟁의 세계사 - 읽으면 후회 않을 역사책.

전쟁의 세계사 The Pursuit of Power (1982) 윌리엄 맥닐 (지은이) | 신미원 (옮긴이) | 이내주 (감수) | 이산 | 2005-09-30 맥닐이 Plagues and Peoples 를 1975년에 쓰고 1982년에 이 책, The Pursuit of Power 를 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나란히 ‘전염병의 세계사’ ‘전쟁의 세계사’라는 말로 나왔다. 무리 없는 제목이고, 어찌 보면 우리나라 사람들 구미에 맞는 제목인 것 같기도 하다. 저자는 전작이자 대표작인 ‘전염병의 세계사’에서 병원균과 인간(숙주)의 관계를 ‘미시기생’으로, 피지배층과 지배층 즉 인간 간의 착취관계를 ‘거시기생’으로 표현했었다. ‘전염병의 세계사’는 미시기생에 관한 것이고, 구분하자면 ‘전쟁의 세계사’는 거시기생에..

딸기네 책방 2005.11.18

호메로스의 세계- 헥토르, 영원한 나의 영웅.

호메로스의 세계 Le monde d'Home're (2000) 피에르 비달나케 (지은이) | 이세욱 (옮긴이) | 솔출판사 | 2004-08-13 피에르 비달-나케라는 인물이 꽤 유명한 사람이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구체적인 지식은 없었으므로, 저자의 이름이 안겨주는 중압감이라든가 권위라든가 하는 것에서는 완전히 자유로웠다고 해두자. 이 책은 지난해 우연히 그리스 유물 몇 점을 박물관에서 본 남편이 충동적으로 주문한 것이었다. 책은 일년 가까이 책꽂이 주위에 통상 ‘누워있었다.’ 쉽게 말해 굴러다녔다. 책이 꽤 얇다. 호메로스의 광대한 세계를 다룬 책 치고는 얇고, 가볍고, 그래서 부담 안 느끼고 읽어야지 하면서 손을 댔다가 몇 장 못 넘기고 다시 내팽개치기를 몇 차례. 덕분에 책은 책꽂이에 안착하지를 못..

딸기네 책방 2005.11.17

나무 동화- 손톱으로 칠판을 긁는 듯한 나무 이야기

나무 동화 Goldblatt und Silberwurzel 가브리엘 요시포비치 | 라픽 샤미 | 러셀 호번 | 미셸 투르니에 | 베르톨트 브레히트 | 이반 비나르 | 이탈로 칼비노 | 자크 루보 | 토르그니 린드그렌 | 페터 마르긴터 | 프란츠 홀러 | J.M.G. 르 클레지오 (지은이) | 전대호 (옮긴이) | 궁리 | 2003-04-12 미셸 투르니에, 이탈로 칼비노, 라픽 사미. 내 머릿속 책꽂이를 한칸 한칸 뒤지면서 꼽아보자자면 투르니에의 에세이들은 자다가도 웃을만큼 재미있었고, 다소 사악하고 엽기적이며 코믹한 단편들은 먹다죽어도 절반만 아쉬울 만큼 맛있었고, 내가 읽은 단 하나의 장편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은 심오하고 원초적이어서 여행길의 나를 정신 못 차리게 만들었더랬다. 라픽 사미는 주옥같..

딸기네 책방 2005.11.09

[스크랩] 자크 루보, '빈곤'

마법에 걸린 사과나무 자크 루보 옛날에 늙은 아주머니가 한 명 살고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빈곤’이었다. 그녀가 가진 것이라곤 사과나무 한 그루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녀에게 기쁨을 주어야 할 이 사과나무는 오히려 골칫거리였다. 사과가 익으면 마을에서 불량배들이 몰려와 전부 따갔기 때문이다. 그렇게 여러 해가 지나고, 어느 날 희고 긴 수염을 드리운 노인이 빈곤 아주머니네 집 대문을 두드렸다. “아주머니.” 노인은 부탁했다. “빵 한 조각만 주시오.” “당신도 불쌍한 사람이군요.” 항상 동정심이 많았던 빈곤은 비록 가진 것이 없었지만 다정하게 말했다. “여기 한 조각 있어요. 받으세요. 더는 없답니다. 드시고 힘내세요.” “당신이 이토록 착하니, 소원을 하나 말해보시오.” 노인이 말했다. 아주머니는 한숨..

딸기네 책방 2005.11.09

존 파울즈가 죽었군요.

컬렉터는 보지 못했지만, '프랑스 중위의 여자'를 매우매우 재미있게 읽었더랬다. 잘은 모르지만, '영국식 음산함'과는 좀 다른 '프랑스식 적막함'이랄까. 뭐, 딱히 어느나라식인지를 따질 필요는 없을지도. 오늘자 BBC 기사입니다. 오비추어리(부고 기사)는 역시 뉴욕타임스가 짱인 듯. BBC의 오비추어리는 어쩐지 별로인 것 같지만. Writer John Fowles dies aged 79 Essex 출신. 옥스퍼드대학에서 불문학 전공. 교사생활 하다가 '컬렉터' 1963년 발표하면서 화려하게 등단. 'The Magus' 'The Collector' 등 대표작. 프랑스중위의 여자(1969년작) - 메릴 스트립과 제레미 아이언스 주연으로 영화화, 1981년 오스카상 노미네이트. It was seen as a ..

딸기네 책방 2005.1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