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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프란츠 홀러, '원시림 책상'

원시림 책상 프란츠 홀러 어떤 상인의 사무실에 마호가니 목재로 된 커다란 책상이 있었다. 이 사무실에 들어오기 위해 상인은 거의 전부 유리로 된 백화점의 맨 위층까지 매일 승강기를 타고 올라와야 했다. 상인은 마호가니 책상에 앉아 전세계로 전화를 하면서, 아프리카산 땅콩을 노르웨이에, 노르웨이산 고무장화를 아프리카에 팔았다. 그리고 저녁이면 컴퓨터로 이익을 따져보았다. 하루 일과가 끝나면 사무실 문을 잠그고 승강기를 타고 주차장으로 사라졌다. 그러면 사무실에 커다란 마호가니 책상만이 벽장, 고무나무와 함께 우두커니 남았다. 책상은 아마존 원시림에서 자른 마호가니로 만든 것이었다. 책상은 매일 밤 늙은 고무나무와 얘기를 나누면서 원시림에 대해 들려주었다. 책상은 또한 보름달의 아름다움과 나뭇가지 사이로 들..

딸기네 책방 2005.11.08

미야자와 겐지의 시 하나

雨ニモマケズ 비에도 지지 않고 미야자와 켄지 宮澤賢治 雨ニモマケズ 비에도 지지 않고 風ニモマケズ 바람에도 지지 않고 雪ニモ夏ノ暑サニモマケヌ 눈에도, 여름의 더위에도 지지 않는 丈夫ナカラダヲモチ 튼튼한 몸을 갖고 慾ハナク 욕심은 없으며 決して瞋ラズ 결코 화내지 않으며 イツモシヅカニワラツテヰル 언제나 조용히 웃는다 一日ニ玄米四合ト 하루에 현미 네 홉과 味噌ト少シノ野菜ヲタベ 된장과 약간의 야채를 먹고 アラユルコトヲ 모든 일을 ジブンヲカンジヨウニ入レズニ 자신을 계산에 넣지 않고 ヨクミキキシワカリ 잘 보고 듣고 행하고 이해하며 ソシテワスレズ 그리고 잊지 않고 野原ノ松ノ林ノ蔭ノ 들판의 솔숲 그늘 少サナ萱ブキノ小屋ニヰテ 삼간초가에 살며 東ニ病?ノコドモアレバ 동쪽에 병든 아이 있으면 行ツテ看病シテヤリ 가서 간병해 주고..

딸기네 책방 2005.10.26

전염병의 세계사- 기대 만발 재미 만발

전염병의 세계사 Plagues and Peoples (1998)윌리엄 맥닐 (지은이) | 김우영 (옮긴이) | 이산 | 2005-09-30 아시아에서 시작된 조류독감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조류독감으로 740만명이 숨질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예측을 내놓은 가운데, 얼마 전에는 1918년 유럽과 미국에서 유행한 `스페인 독감'이 최근 발생한 아시아 조류독감과 매우 유사한 바이러스에서 비롯된 것으로 드러났다는 외신 보도가 뒤따랐다. 미국 과학자들의 연구 결과 스페인독감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조류에서 파생됐으며, 인체로 넘어오는 과정에서 유전자에 변이를 일으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류-인체 감염에서 인체-인체 감염으로 변질되면서 이 바이러스는 막대한 인명피해(2000만~5000만)를 냈다는..

딸기네 책방 2005.10.17

니자르 카바니, '분노한 사람들'

분노한 사람들 오, 가자의 학생들이 우리를 가르친다 모든것을 잊어버려 가진 것 없는 우리를 가르친다 우리는 인간이니 인간이 되라고 가르친다 어린 그들이 우리를 가르친다 바위가 어떻게 아이들의 손 안에 들어가 귀중한 다이아몬드가 되었는지 어린아이의 자전거가 지뢰가 되었는지를. 비단 매듭이 매복이 되고 고무젖꼭지조차도 가둬놓지 않으면 칼이 된다는 것을 오, 가자의 학생들은 방송 따위는 염두에 두지 않는다 우리 말은 듣지 않는다 공격 공격 전력을 다해 모든 걸 손에 꼭 붙들어쥐고. 우리에게는 묻지 않는다 우리, 계산 밖에 모르는 사람들 덧셈 뺄셈만 아는 사람들 너희들의 전쟁은 계속된다 우리들은 포기해다오 우리는 군대에서 도망쳐온 도망자들이다 밧줄을 늘어뜨려 우리를 매달아다오 우리는 죽어야할 사람들이다 묏자리조..

니자르 카바니, '빵, 해시시, 그리고 달'

빵, 해시시, 그리고 달 동쪽에서 달이 태어날 때 흰 지붕들 위로 잠든채 표류해갈 때 높이 떠오른 빛덩이 아래로 사람들이 가게 문을 닫고 떼지어 행진해간다 달을 만나러 빵과 라디오를 들고 산꼭대기로 환각제를 들고서 거기서 사람들은 마약을 사고판다 그리고 이미지들, 달이 생명을 얻을 때 사람들은 죽어간다 저 빛나는 원반이 내 고향의 무엇이런가 예언자의 땅, 검소한 사람들의 땅 담배를 씹고 마약을 팔아대는 사람들의 땅 달이 우리에게 해주는 것이 무어가 있나 용기를 탕진하면서 천국을 구걸하는 우리들에게 게으르고 나약한 이들에게 천국이 무슨 필요가 있나 달이 생명을 얻을 적에 사람들은 시체로 변해간다 그리고 성인들의 무덤을 파헤치면서 밥과 아이들을 내놓으라 한다 세련되고 우아한 깔개를 펼치고서 '운명' 혹은 '..

니자르 카바니, '그림에서 얻는 교훈'

그림에서 얻는 교훈 아들이 물감통을 내 앞에 내밀면서 새를 그려달라 한다 나는 붓에 회색 물감을 떨구어 빗장과 자물쇠로 막힌 사각형을 그린다 놀란 눈으로 아들이 묻는다 "아버지, 이건 감옥이잖아요 모르세요, 새를 어떻게 그리는지?" 나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용서해다오 나는 새를 그리는 방법을 잊어버렸다" 아들은 스케치북을 내 앞에 놓고 밀을 그려달라 한다 나는 펜을 쥐고 총을 그렸다 아들이 무식한 아비를 타박하며 말한다 "아버지, 밀과 총의 차이도 모르세요?" 나는 아들에게 말한다, "아들아, 한때 나도 밀 줄기가 어떻게 생겼는지, 빵이 어떻게 생겼는지, 장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았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려운 시절에는 숲 속의 나무들도 시민군이 되고 장미도 방탄복을 입는단다 무장한 밀의 시대엔 새..

니자르 카바니, '예루살렘'

예루살렘 눈물이 마르도록 울었다 촛불이 사그러들때까지 기도했다 마룻바닥이 삐걱거릴때까지 무릎을 꿇었다 무하마드와 그리스도에게 물었다 예루살렘, 예언자의 빛나는 도시, 천국과 땅을 이어주는 가장 가까운 길! 예루살렘, 미리아드의 첨탑이 있던 너는, 불타는 손가락들을 가진 작고 예쁜 소녀가 되었구나 동정녀의 도시, 너의 눈은 슬픔에 빠졌다 예언자가 들렀던 그늘진 오아시스, 너의 거리는 슬픔에 잠기고 모스크의 탑은 무너졌다 도시는 일요일 아침 성물 안치소에서 종을 울리는 검은 옷의 사람들로 가득찼다 성탄 전야에는 누가 아이들에게 선물을 가져다줄까 눈물이 쏟아져 눈꺼풀이 흔들리는 슬픔의 도시 누가 성서를 구해줄까 누가 꾸란을 구해줄까 누가 그리스도를, 인간을 구해줄까 예루살렘, 나의 사랑하는 도시, 내일은 레몬..

니자르 카바니, '나는 테러리즘 편이다'

I am with terrorism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장미와 여인들, 위대한 문학과 푸른 하늘을 보호하려 들면. 점령지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물도 없고 공기도 없다 천막도 없고 낙타도 없다 짙은 아라비아 커피조차도 남아있지 않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우리 내장과 발키의 머리카락, 메이순의 입술을 지키려 들면. 힌드와 다드, 루브나와 라바브, 거짓을 폭로하듯 그들의 채찍에서 흘러나오는 코흘의 강물을 보호하려 들면. 나는 더이상 비밀스런 시, 비밀스런 구호, 혹은 문 뒤에 숨겨둔 책들과 함께 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베일을 쓰고 거리를 걷는 시와 함께 하지도 않을 것이다 테러리즘으로 고발당한다 파괴되고 찢겨지고 사그러진 고향, 아무 주소도 없고 이름도 빼앗겨버린 나라에 대해 쓰면 나는 고향의 흔적들..

니자르 카바니, '카나의 얼굴'

The face of Qana 카나의 얼굴 1 카나의 얼굴 예수의 얼굴처럼 4월의 바닷바람처럼, 창백한. 빗물처럼 흐르는 피, 그리고 눈물. 2 숯덩이가 된 우리 몸을 짓밟고 그들이 카나로 들어왔다 이 남쪽땅에 나치의 깃발을 올리며 폭풍의 한 장을 열어젖힌다 히틀러는 가스실에서 그들을 불태웠고 이제 그들은 히틀러의 뒤를 이어 우리를 불태운다 히틀러는 그들을 동유럽에서 내쫓았고 이제 그들은 우리를 우리 땅에서 내쫓는다 3 그들이 카나에 들어왔다 굶주린 늑대처럼 메시아의 집을 불태우고 후세인의 옷과 남쪽 땅을 짓밟는다 4 폭격을 맞은 밀밭과 올리브나무, 담배밭, 그리고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폭격을 맞은 카드모스 폭격을 맞은 바다와 갈매기들 폭격을 맞은 병원들, 아이를 돌보던 어머니들, 학생들 폭격을 맞은 남..

니자르 카바니, 패배의 書

I Conquer The World With Words I conquer the world with words, conquer the mother tongue, verbs, nouns, syntax. I sweep away the beginning of things and with a new language that has the music of water the message of fire I light the coming age and stop time in your eyes and wipe away the line that separates time from this single moment. 언어로 세상을 정복하는 시인 니자르 카바니. 우리에게 잘 알려진 시인은 아니다. 아랍세계에서는 한때 식자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