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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총선, 친서방파 승리

딸기21 2009. 6. 8.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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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서방-반서방 정치세력의 각축전이 벌어져온 레바논 총선에서 친서방 세력이 이겼다. 이란과 시리아의 지원을 받아온 헤즈볼라는 패배했다. 중동정치의 시금석인 레바논 선거 결과는 ‘이슬람과의 화해’를 내세운 미국 버락 오바마 정부에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흘 앞으로 다가온 이란 선거와 미-시리아 관계에 미칠 영향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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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베이루트에서 총선 승리 연설을 하는 사아드 하리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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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바논 친서방 정당연합체인 ‘3·14연합’ 지지자들이 7일 총선 뒤 베이루트 시내에서
2005년의 ‘백향목 혁명’을 상징하는 깃발을 들고 총선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수니-기독교 연대세력과 시아-기독교 연대세력이 맞붙은 이번 선거에서는
온건 기독교 유권자들의 선택이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로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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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아드 하리리 지지자들이 베이루트에서 7일 총선 승리에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


레바논 ‘데일리 스타’는 7일 총선에서 사아드 하리리가 이끄는 친서방-반시리아 정치조직 ‘3·14 연합’ 측이 128석 중 과반인 71석을 얻었다고 보도했다. 하리리는 2005년 암살된 라피크 하리리 전 총리의 아들이다.
하리리는 총선 결과가 발표되자 “레바논 민주주의 역사에 남을 위대한 날”이라며 유권자들에 공을 돌렸다. 국제감시단 참관하에 실시된 이번 선거는 유례없이 평화롭게 치러졌다. 베이루트 시내에서는 3·14 연합 지지자들이 모여 8일 새벽까지 승리를 자축했다. 현지 언론들은 2005년 정계에 뛰어든 뒤 정당 활동에만 치중해온 하리리가 차기 총리로 나설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내다봤다.

반면 헤즈볼라 중심의 반서방 ‘3·8 연합’은 57석을 얻는데 그쳤다. 3·14와 3·8은 각각 2005년 반시리아·친시리아 시위가 일어난 날을 기념해 만든 이름들이다.
3년 전 이스라엘의 침공을 물리쳐 아랍권의 영웅으로 떠올랐던 헤즈볼라는 “저항운동에 대한 지지를 재확인하겠다”고 나섰지만 달라진 민심만 확인했다. 헤즈볼라 국회의원 하산 파들랄라는 패배를 인정하면서 “레바논은 이제 상호이해와 협력, 파트너십에 기반한 새로운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말했다.




레바논은 유권자 326만명에 넓이 1만㎢, 경기도 크기의 소국이지만 국민이 무슬림(59%)과 기독교도(39%)로 나뉘어져 정세가 복잡하다. 게다가 이슬람은 수니·시아파로, 기독교는 마론파·정교·가톨릭으로 다시 갈린다.
충돌이 일어나지 않도록 무슬림과 기독교도들은 의석 64석씩을 아예 나눠 뽑는다. 또 대통령은 마론파, 총리는 수니파, 국회의장은 시아파가 맡는다. 이번 선거에서는 수니·기독교·드루즈파(시아의 한 분파)로 구성된 3·14 연합이 시아·기독교·정교 세력인 3·8 연합을 눌렀다. 기독교 온건파가 대거 하리리를 지지하며 투표에 나선 것이 승패를 갈랐다.

두 진영이 거국내각을 만들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헤즈볼라가 ‘몰락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시리아와 이란은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졌다. 레바논 문제에 줄곧 개입해온 시리아가 이 참에 손을 떼고 대미관계 개선에 더 적극 나설 수도 있다.
대선을 앞둔 이란에서는 ‘반미 시아파 연대’를 만든다며 헤즈볼라를 밀어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헤즈볼라와 연대해온 팔레스타인 하마스도 더욱 궁지에 몰리게 됐다.

레바논 선거는 중동의 달라진 분위기를 보여준다.
미국은 이 선거가 중동의 기류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 진작부터 공을 들였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과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이 4월과 5월 잇달아 베이루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특히 오바마 대통령의 4일 카이로 연설 직후에 치러진 선거에서 친서방계가 약진한 데에는 ‘오바마 효과’도 작용했다고 볼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중동평화 드라이브에 나선 오바마 정부에는 반가운 소식”이라고 보도했다.
이스라엘도 “더이상 레바논이 반이스라엘 폭력 기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고무된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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