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대선 두 라이벌

‘돌풍의 무사비’냐, ‘기사회생 아마디’냐.

12일 치러진 이란 대선의 두 라이벌, 미르 호세인 무사비(67) 전총리와 마무드 아마디네자드(52) 대통령의 싸움은 개혁파와 보수파, 공화주의자와 근본주의자, 친서방파와 반서방파의 대결로 세계의 이목을 끌고 있다. 그 중에서도 관심사는 단연 무사비다.

‘보수적인 개혁가’, ‘개혁파가 되어 나타난 이슬람혁명 1세대’, ‘새롭게 떠오른 오래된 스타’. 무사비에 대한 이란 언론들과 외신들의 묘사는 모순들의 결합으로 이뤄져 있다. 이란 동부 아제르바이잔 주(州) 하메네의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무사비는 주류민족인 이란계(파르시)가 아닌 소수민족 아제르계다. 아야툴라 호메이니의 뒤를 이은 현 최고종교지도자 알리 하메네이와는 동향이고 한 집안 출신이다. 대학에서 이슬람건축을 전공한 무사비는 79년 이슬람혁명 때 호메이니가 이끄는 이슬람공화국당의 기관지 ‘줌후리-이-이슬라미(이슬람공화국)’의 편집국장을 지내며 혁명 주역으로 활약했다.

혁명 이후 이슬람 정부에서 외무장관을 지냈고, 81~89년 총리를 맡았다. 미국의 지원을 받는 이라크와 8년 전쟁을 치르면서도 이란 경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무사비의 뛰어난 관리능력 때문이라며 아직도 무사비를 숭앙하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전시경제의 관리자였던 무사비는 89년 총리직이 없어지고 호메이니 사후 대통령제가 시작되자 돌연 정계에서 사라졌다. 이란 파르스통신은 “그 20년 동안 무사비가 무슨 일을 했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보도했다.

중도파 하셰미 라프산자니의 8년 집권이 끝나고 개혁바람이 불었던 97년 대선 때 무사비의 출마를 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그는 거절하고 개혁파 모하마드 하타미를 도왔다. 무명에 다름없던 하타미는 여전히 신망이 높았던 무사비와 나란히 찍은 선거포스터로 꽤 덕을 봤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사비는 이후 8년간 하타미 곁에서 조언자로 일했다. 하지만 하타미의 개혁은 보수파의 거센 반발과 견제로 인해 ‘미완의 개혁’으로 끝나고 말았다. 2005년 대선 때 다시 무사비 출마설이 돌았으나 거절했다.

20년간의 침묵을 깨고 이번 선거에 출마한 무사비는 미완의 개혁을 다시 궤도에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표현의 자유와 평등을 비롯한 사회정의를 제도화하고 여성권리를 늘리며 사회통제를 완화하는 것, 부패를 없애고 민영화·개방으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는 것, 핵 에너지개발 투명성을 높여 서방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 등이 그가 내세운 정책들이다. 그가 당선되면 에너지산업을 상당부분을 개방할 것으로 보이며, 대외관계에서도 큰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아마디네자드는 2005년 ‘서민 정치인’바람을 일으키며 결선투표에서 라프산자니 전대통령에 압승을 거둬 대통령이 됐다. 

예상 밖 당선 만큼이나 그의 집권 4년간은 시끌벅적한 뉴스들로 가득찼다. 나치의 유대인학살(홀로코스트)를 부인하고 “이스라엘을 지도에서 지워야 한다”고 말해 서방은 물론 하메네이로부터도 꾸지람을 들었다. 핵개발을 추진하면서 측근들을 고위 핵간부들로 앉혀 자국 내에서도 큰 논란을 빚었다. 돌출행동이 잦고 독단적이어서 보수적인 의회의 반발을 많이 샀고, 그 탓에 석유장관 인선이 세 차례나 무산되기도 했다.

당초 그가 인기를 끈 것은 ‘대장장이 집안 출신 서민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그는 개혁파 엘리트들에 독점된 석유수출 이익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공약으로 민심을 얻었다. 하지만 부의 재분배를 이야기하면서 지나치게 시장에 개입, 가격혼란을 몰고 와 2006년 경제학자 50명의 집단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런데도 그는 감자나눠주기, 노총각·노처녀 ‘사랑펀드’ 같은 포퓰리즘 정책으로 일관했다. 유가마저 떨어지면서 경제는 곤두박질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마디가 재선될 가능성은 50%다. CNN방송은 “그를 잘 아는 이들은 ‘보기와 달리 매우 영리해서 서민층에게 무엇이 먹히는지를 잘 파악하는 정치인’이라 말한다”고 전했다. 근래 아마디네자드는 대미 유화발언들을 조금씩 내놨다. 재선되면 느리게나마 대미관계 개선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