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인샤알라, 중동이슬람

칸 박사와 북한

딸기21 2004. 2. 5.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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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핵기술 암시장의 중심에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파키스탄의 핵과학자 압둘 카디르 칸(69) 박사가 북한에도 핵기술을 제공했음을 공개 시인했다. 미국은 칸 수사로 드러난 국제 핵 암거래의 `증거'들을 들어 북한과 이란을 강하게 압박할 태세다. 오는 25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최될 제2차 북핵 6자회담에서도 `칸 변수'가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과 관련된 핵 밀거래 의혹이 속속 공개되면서 벼랑끝에 몰린  칸은 4일 페르베즈 무샤라프 대통령과 면담, 북한·리비아·이란에 핵기술을 팔았음을 시인하고 사면을 요청했다. 칸은 이어 국영 PTV와 회견을 갖고 4분간 대국민 사과연설을 발표했다.
파키스탄 핵개발의 아버지로 불리는 칸은 인도 보팔 태생으로 52년 파키스탄으로 이주했으며 카라치대학을 졸업하고 독일과 벨기에에서 유학했다. 영국-독일-네덜란드 합작기업인 우렌코의 우라늄 농축시설에서 일하다가 76년 핵기술을 가지고 돌연 파키스탄으로 돌아왔다. 혈혈단신으로 귀국한 그는 당시 줄피카르 부토 정권을 설득, 핵무기 개발을 시작했다. 지난 98년 가우리미사일 발사에 성공함으로써 ‘국민영웅’으로 부상했다. 90년대말부터는 문맹퇴치 캠페인에도 앞장서 국민들의 추앙을 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83년 이미 네덜란드에서 스파이혐의로 기소되는 등 유럽과 미국으로부터는 요주의 인물로 지목돼왔다.

리비아의 정보제공과 파키스탄 당국의 수사로 `칸 네트워크'의 실태가 밝혀짐으로써 북한과 이란은 더욱더 거센 압박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미국은 리비아의 대량살상무기(WMD) 포기과정에서  칸이라는 대어(大漁)를 낚고, 북한과 이란까지 손아귀에 넣게 된 셈이다.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미 수년전부터 칸과 북한의 거래를 주시해왔다. CIA는 칸이 13차례에 걸쳐 평양을 방문, 북한의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하고 우라늄 농축시설 설계도를 전달했다고 주장한다.
뉴욕타임스는 4일 리비아가 칸 측의 거래망을 통해 90년대 말 핵탄두 설계도와 우라늄 농축용 원심분리기 부품들을 구입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리비아가 핵무기 개발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특히 리비아가 설계도면을 구입한 시기가 북한-파키스탄간 핵기술 거래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기와 일치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CIA는 칸이 자신의 우라늄 농축기술과 북한의 미사일 기술을 맞바꾼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칸은 이슬라마바드의 자택에 연금돼 있다. 무샤라프 대통령은 며칠 내로 칸의 신병처리 방침을 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칸을 미국 정보기관에 인도한다거나 처벌할 경우 국민 반발이 뻔하기 때문에 고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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