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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아파까지 미국에 등 돌리나

딸기21 2004. 1. 16.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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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시아파 수만명이 남부 바스라 등지에서 15일 반미 시위를 벌였다. 미군정에 협조적인 자세를 보여왔던 시아파들까지 대규모 시위에 나서자 점령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폴 브레머 미군 최고행정관이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워싱턴으로 급거 귀환했다.

남부 대도시 바스라 일대에서 이날 시아파 지도자들이 이끄는 대대적인 반미 시위가 벌어졌다. 시위대는 시아파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알 시스타니의 초상과 반미구호가 적힌 피켓을 들고 미군 점령종식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이뤄졌지만 시아파 종교지도자들의 '동원능력'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었다고 BBC 등 외신들은 전했다.

시아파들의 반미 감정은 최고지도자 알 시스타니가 조기총선을 요구한 뒤 급속도로 고조되고 있다. 알 시스타니는 점령 초반기 정치적 발언을 자제하면서 사태를 관망해왔으나 지난해말부터 게릴라전과 유혈충돌이 빈발하자 미군과 점령당국에 경고를 내놓기 시작했다. 알 시스타니는 유혈사태를 원치 않는 온건파이지만 이라크 인구의 65%를 차지하는 시아파들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미군 당국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16일의 시위를 지휘했던 바스라지역 시아파 지도자 알리 알 하킴은 "우리는 평화를 원하지만 평화적 방법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고 판단되면 언제라도 다른 방법을 찾을 것"이라면서 무력 저항 가능성을 내비쳤다.
사담 후세인의 탄압을 받았던 시아파는 그동안 후세인 축출을 환영하며 미군 점령당국에 호의적인 자세를 취해왔다. 그러나 기간시설 복구가 늦어지고 유혈사태가 이어지면서 최근 분위기가 반전됐다. 바스라의 치안을 맡고 있는 영국군은 지난주 실업난에 항의하는 시위대를 사살해 엄청난 반발을 샀었다.

미국과 과도통치위원회는 지난해 11월 유엔에 제출한 합의안에서 오는 6월말까지 간접선거로 새 정부를 수립하고 7월1일 점령을 종료한다는 일정을 밝혔었다. 그러나 시아파들은 직접선거로 뽑힌 명실상부한 민주 정부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직접선거로 시아파들이 집권할까 우려, 간접선거를 선호하고 있다. 직접선거보다는 대표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는 미국식 '코커스'를 도입하자는 것이 미국측 주장이다. 브레머 행정관은 "알 시스타니 지도자의 의견을 존중하지만 주권이양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면서 조기총선이 불가능하다고 밝혔었다. 워싱턴에 간 브레머 행정관은 콘돌리자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콜린 파월 국무장관 등과 만나 대책 논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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