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저 책 읽다보면 자꾸 걸리는 것들이 있다. 재밌게 읽고 있는데, 저자가 자기가 읽은 무슨 책 이야기를 하고, 또 간만에 잡지 뒤적였는데 하필 영화소개란에 실린 영화의 원작소설이 그 책이고, 모처럼 소설책 하나 읽는데 주인공들이 그 책 얘기하고, 늘 만나던 친구가 갑자기 그날따라 흔치도 않은 그 책의 이야기를 하는 식으로...
여기저기서 만나는 <그 책>이란 것은, 이 정도 상황이 되면 꼭 읽어줘야만 하는 것으로 바뀌게 된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 책읽기의 특징이지만 저렇게 꼬리가 한군데로 말리는데 그냥 넘어가면 두고두고 뇌에 때낀 것처럼 답답하다.
그렇게 나를 걸고넘어지는 책, <쟈니 총을 들다>. 누구든 혹시 이 책 갖고 계시다면 연락주시길. 또 하나 읽고싶은 것은 하워드 진의 <달리는...>에 나왔던--이라고 하기엔 사실 너무 유명한(^^), 론코빅의 <7월4일생>. 아무래도 요즘 반전모드인가?
에마 골드먼의 <나의 생애>도 곁에 있다면 좋겠고, 마르셀 파뇰의 책도 보고 싶다. 이냐치오 실로네의 책도 무엇이든 있으면 좋을텐데. 책만 사놓고 꿀단지처럼 모셔놓고 있는 캠벨의 <신화의 힘>은 언제나 뗄 수 있을지. 어디 엘리너 파전 전집같은 건 없나...
[옛날 딸기마을 댓글]
-엠마 골드만 책이 나왔나요? 엘리너 파전 전집은 아직 발간되었다는 이야기를 못들었답니다. 우리 집에도 각기 다른 책이 서너권 있기는 하지만.... 만약 국내 번역되지 않은 책을 읽고 싶은 책이라고 한다면 나는 브루노 발터의 회고록을 읽고 싶어요. 참 맘이 편해질 거라는 생각이.....
-책이 나왔다거나 하는 얘기를 들어서가 아니라, 그냥 읽고싶어졌다는 거예요. 엘리너 파전 책은 동화책 전집 중에서 두 권 읽은 거 외에는 본 적이 없습니다. 파전 책 혹시 많이 갖고 계시면 좀 빌려주시면 안 될까요. 책탐 많아 남 빌려주기 아까우시다면, 베껴써주시면 잘 읽을께요^^ 구두님 혹시 쟈니 총을 들다 갖고 계시나요? 주변에 아무도 없어요...혹시 국내 발간이 안 된 건가? 그런데 아까도 씬지한테 브루노 발터 어쩌구 하시던데 대체 그게 누군가요.
-음, 첫째. 책은 형제, 자매에게도 안 빌려주기로 했다는 것.(그렇다고 선물하는 것도 아니지만) 언젠가 파전의 것은 빚진 것 같는 셈치고 유리병편지에서 한 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음, 가끔 딸기님께 놀랄 때가 있는데 하나는 진중권이나 홍세화 선생을 전혀 모른다거나 글도 읽어보지 않았다고 이야기하던 순간과, 브루노 발터를 모른다고 지금 이야기하시는 대목이 그렇습니다. 물론 모르면 그냥 모르는 거지 어쩔 수 있나요. 흐흐. 하지만 제 홈피에 나중에 업뎃하면 한 번 읽어보세요. 그러자고 홈피 만들고 그러는 거잖아요. 흐흐.
-흐흐.(바람구두님 흉내) 제가 무식을 뽀록낸 것이 몇건 있었죠. 완당평전(무슨 건축업 서적같군요)이랑 진중권 홍세화(였었나) 또 누구더라 김...김규항. 글 안 읽어본 거랑, 그리고 브루노 발터. 브루노는 아는데...보쳉이랑 다니던 귀여운 꼬마애잖아요^^ (이태전에는 보쳉의 전화번호까지 알았었는데^^) 지금 막 구글 찾아봤어요. 브루노 발터라는 사람은 지휘자로군요. 엥, 유태인이네요. 제기랄. 인격적으로 훌륭한 유태인이라니, 이건 딜레마이고 자가당착이고 모순이고...그렇쥐, 어불성설! 그런데 구글검색을 치니깐 구두님 홈 자료가 뜨네요(아이 민망...구두님, 죄송해요. 전 사실 말러가 누구인지도 모르겠어요. 어, 얘도 유태인이자나...) 구두님! 세상에 제가 지휘자를,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 세상에 제가 아는 지휘자가 몇명 있긴 합니다. 카라얀(죽었죠?)이랑, 주빈 메타(로마월컵 기념 빅3 공연은 한 LD로 여섯번인가 봤지요. 낼름), 정명훈이랑 금난새...이게...답니다. 원래 제 수준이 그러니, 놀랄 것도 없지요. 뭘 그런 걸 갖구 놀래구 그러세요?
-신화의 힘.... 몇년 전 생일선물로 받은 비디오를 빨리 보긴 봐야 할텐데... 나에게 영어는 너무 버거워. 흑 제인 전에 마루야마 겐지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그래서 <소설가의 각오>를 읽어봤는데(정작 소설은 안읽고..) 무척 특이한 사람이긴 하더군요. 그런데 자꾸 군데군데 "여자같은 놈들, 호모같은 놈들" 이런 표현이 나와서 화가 났어요. 변형된 마초주의자 같다는 생각이.. 소설은 안그런가요?
-흐흐, 마루야마 겐지! 제가 좋아하는 작가 중 하나입니다. 물론 소설가의 각오의 표현 중에 그런 게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변형된 마초 쪽은 아닌 것 같고, 표현의 개인차 같은 거죠. 여자 같은 놈들, 호모 같은 놈들이란 표현이 악의적일 수도 있지만 여자나 호모를 싫어하면 안되나요. 그것이 특별히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싫어할 수도 있는 거겠죠. 음, 약간 문제적이긴 하지만 한 두마디로 접어버리긴 나름대로 아까운 작가라서요.
-마루야마 겐지... 유유자작하게 음풍농월을 읊조리는 양반님 네 글 같은 느낌도 든다는 ^^; 성의 고정관념에 묶여있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만, 그래도 뭐, 바람구두님 말씀대로 그런 건 개인 취향이고, 아무리 공인이라고 해도 그 사람이 개인취향을 절대 선으로 내세우는 건 아니니까 용서해줘도 될 듯 ^^:
-성의 고정관념에 묶여 있다기보다는 그런 것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가졌다고 할까... 일종의 객기겠죠. 겐지의 단편선을 읽었는데, 그의 데뷔작인 <여름의 흐름>이 역시 인상이 깊었습니다. 마초 성향이라든가 하는 것은 소설에 직접적으로 나타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어느 책에선가 겐지가 큰 개 한 마리 데리고 짧은 머리에 선글라스에 워커를 신고 산책 중인 사진을 봤는데요. 작가 치고는 희안한 취향이죠. 전반적으로 선명하고 또렷해지려고 엄청 노력하는 분위기, <소설가의 각오>라는 제목에서 느껴지는 치열함이 그냥 묻어나는 스타일.. 뛰어난 작가이고, 읽을만 하지만, 치밀함과 넓이를 함께 중시하는 저의 취형으로는 책꽂이의 최고 상석을 차지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읽어본 일본 작가가 하루키와 이 사람 둘 뿐인데요. 둘 다 뛰어나면서도 상석에는 올려놓지 못하는 아차상 수상자들입니다.
-마루야마 겐지를 참 좋아합니다. 치열하다는 것, 바로 그 측면에서요. 아마도 <천년동안에>가 그의 스타일(취향 가치관 문체 모든 면)을 가장 잘 나타낸 작품이 아닌가 싶어요.
-김희봉님의 지적이 아주 날카로우면서도 적절한 지적입니다. 폭이란 면에서는 마루야마 겐지가 하루키를 따라가기 어렵지만 치열함이란 면에서는 겐지에게 좀더 점수를 주겠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 다 제 책꽂이에서도 상석을 내주지는 않겠습니다. 저역시 고 부분에서 김희봉님 글에 동의합니다. 물론 제 개인적인 취향을 고려하자면 작가는 개인의 문제로 사회, 역사와 대면하는 혹은 대결하는 이들을 높이 평가하긴 합니다만......
-'나의 무식이 단독드리블하는 소리가 텅 빈 머리에서 울려퍼지누나. 흐음... 여기 등장한 책과 작가들(인물들)에 관한 자료들 모조리 수집하고 꼼꼼하게 분석해야지. 또 작품들 역시 다 읽고 말리라. 그리하여 기필코 언젠가는 이 대화의 장에 당당히 내 이름 석자를 박으리라!!'
-그럼 씬지 너의 무식과 나의 무식이 합동으로 2대1 패스를 하면 되겠구나!
-딸기님, 영원히 제곁에서 저를 지켜주소서.
'딸기네 책방'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화책과 트라우마 (0) | 2003.02.18 |
---|---|
[스크랩] 기형도, '입속의 검은잎' (0) | 2003.02.15 |
[스크랩] 하워드 진, '달리는 기차 위에 중립은 없다' (0) | 2003.02.04 |
[스크랩] 필 마셜, '인티파다' (0) | 2003.01.20 |
프리드먼, '경도와 태도' (0) | 2003.01.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