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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기록해야 할 책, '사회정의와 건강'

딸기21 2021. 12. 30. 0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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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정의와 건강>(배리 S. 레비 엮음, 신영전 외 옮김, 한울) 

 

사회정의와 건강에 대한 이슈들을 종합 정리한 책. 얼마나 광범위한, 그러나 꼭 필요한 이슈들을 다뤘는지는 목차를 보면 안다.

01 사회 불의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 |배리 S. 레비
02 사회적으로 불리한 사람들 |마이클 마멋·루스 벨
03 유색인종 |캐럴 이슬리 앨런·셰릴 E. 이슬리
04 여성 |지나 마란토
05 아동 |사라 로젠바움·케이 A. 존슨·레이첼 건살루스
06 노인 |스티븐 P. 월리스·캐럴 L. 에스테스
07 레즈비언,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트랜스섹슈얼 |에밀리아 롬바디·탈리아 매 벳쳐
08 장애인 |노라 엘런 그로스
09 수감된 사람들 |어니스트 드러커
10 노숙인 |엘리자베스 무어·테레사 H. 정·이자디 마그수디·릴리안 겔버그
11 강제 이주: 난민과 실향민 |마이클 J. 툴
12 의료 |올리버 파인·H. 잭 가이거
13 감염병 |조이아 무커지·폴 파머
14 영양 |J. 래리 브라운
15 비감염성 질환 |람라 벤매마르·마들렌 스미스·데릭 야크
16 정신건강 |카를레스 문태너·에드윈 NG·정혜주·필리프 헤셀·윌리엄 W. 이튼
17 폭력 |제임스 A. 머시·사라 데그
18 환경 보건 |배리 S. 레비
19 노동 안전 보건 |린다 레 머라이
20 구강보건 |미론 알루키안 주니어·앨리스 호로위츠
21 국제 보건 |배리 S. 레비
22 사회정의와 인권 | 소피아 그러스킨·폴라 브레이브먼
23 공중보건사업을 통한 사회정의의 증진 | 알론조 L. 플라우·프리야 간디
24 지역사회와 개인의 역할 강화 |로버트 E. 애런슨·케이 러브레이스·존 W. 해치·토니 L. 화이트헤드
25 공중보건 교육을 통한 사회정의 증진 |로버트 S. 로런스
26 생태사회이론: 사회정의와 건강의 비판적 연구의제 |낸시 크리거
27 국제 및 국내법을 통한 인권의 보호 |헨리 프리드먼·마사 데이비스
28 1960년대의 사회운동으로부터 배우기 |올리버 파인·샬럿 S. 필립스
29 공평하고 지속가능한 인간 개발을 통한 건강 증진 |리처드 졸리

 

사회 불의는 다음과 같이 두 가지 방식으로 정의되어 왔다. 사회 불의의 정의 중 하나는 더 많은 권력이나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이 열등성에 대해 잘못된 인식에 기초해서 행한 사회의 특정 인구나 집단의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정치적 또는 기타 인권에 대한 불의나 침해를 말한다. 사회 불의로 고통 받는 인구나 집단은 인종이나 민족, 사회경제적 지위(계급), 연령, 성별, 성적 지향성 또는 다르다고 간주되는 인구나 집단 특성으로 정의될 수 있다. 이러한 인구 또는 집단은 종종 부당한 고정 관념이나 오명으로 고통 받고 있으며 증오와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사회 불의에 대한 두 번째 정의는 미국 의학원의 ‘공중보건(public health)'에 대한 다음과 같은 정의에 기초한다. 즉, (공중보건이란) 하나의 사회로서, 사람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들을 보장하기 위한 집단적 노력이라는 것이다.
이 두 번째 정의에 따르면 (사회 불의는) 사람들이 건강해질 수 있는 조건에 악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행동을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사회 불의가 지역사회 전체, 전국, 심지어 전 지구적으로 종종 발생하지만, 빈곤층, 여성, 아동, 노인 등 사회 불의에 대한 첫 번째 정의에서 기술된 인구와 집단은 주로 이러한 정책이나 행동 때문에 불공평하게 고통을 겪는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것들을 촉진하는 정책이나 행동이다. 무력 충돌 및 기타 형태의 폭력 / 기후 변화 / 환경오염 및 생태계 파괴 / 정부 부패 / 시민의 자유권과 자유 침해 / 교육, 연구 및 공개 담론의 제한. (24-25쪽)

 

건강에 대한 권리(The right to health)는 “모든 사람이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행복의 가장 높은 기준을 누릴 수 있는 권리"로서 “단지 질병이나 장애가 없는 것이 아니라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완전히 온존한 상태"로 정의되는 “모든 이들이 도달 가능한 최고 수준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향유할 수 있는 권리"이다.
건강에 대한 권리는 주택, 교육, 영양, 고용, 환경과 관련한 권리들을 내포하거나 그것들과 관련된 광범위한 인권이다. 그 출처는 유엔 총회 결의, 미국 및 유럽 연합의 법원과 같은 국제사법재판소 및 기타 사법 기관의 결정, 국제법을 해석하는 데 있어 미국 법원 및 다른 국가 법원의 결정 등이 포함된다. 세계인권선언(1948년), 세계보건기구 헌장,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일명 자유권 규약), 기타 국제법의 기구들은 보건, 교육, 주택, 소득, 정치참여, 안전한 환경 등 인권을 규정해 왔다.
과학적 근거들과 함께, 이러한 권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진화한다. 대부분의 공중보건 종사자들은 국제법의 이러한 장치들에 익숙하고 이를 받아들인다. (32쪽)

 

유사한 표현이 이후 1976년 발효된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사회권)에 대한 국제규약에 등장했다. 건강에 대한 권리와 다른 경제 사회 문화적 권리는 시민 정치적 권리(자유권)에 대한 국제규약에 명시되어 있는 권리와는 달리 적극적, 지향적이며, 법원의 판단이 필요치 않은 권리의 범주 안에 있다. 국가는 “권리의 완전한 실현을 점진적으로 달성할 수 있도록 가용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러한 경제 사회적 권리를 존중하고 보호하고 이행해야 한다.
건강에 대한 권리에 대한 선언은 많은 나라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으며, 1978년 알마아타 선언에 대한 광범위 한 지지로 이어졌다. 이 선언에서는 2000년까지 모든 사람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생산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즉 모두를 위한 건강(Health for AlI)' 수준에 이르도록 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564쪽)

 

영국에서, 건강 불평등을 다루는 것을 최우선으로 하는 일련의 시도들이 있었다. 1997년에 정부는 건강 불평등을 위한 독립된 조사를 시작했다(저자 중 한 명인 M.마멋은 이 조사의 과학적 자문 집단의 구성원이었다). 그 집단은 건강 불평등이 보다 넓은 차원의 경제적, 사회적 불평등으로부터 온다고 결론지었다. 따라서 불평등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39개의 권고안 가운데 건강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것은 오직 2개뿐이었다. 권고안에는 건강 불평등 모니터링, 건강 불평등을 줄이기 위한 정책과 다른 수단들의 효과 평가, 취업 기회 중가, 가임기 여성, 임신 여성, 어린이, 그리고 노인들에 대한 현물/현금 복지를 통한 빈곤 감소 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또한 건강한 음식, 운동기구 그리고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과거 흡연자를 위한 니코틴 대체 치료의 공급과 가용성을 확대할 것을 권고했다. 정부는 이 권고안들 가운데 상당수를 실행에 옮겼다. (59쪽)

1974년에 ‘캐나다인의 건강에 대한 새로운 견해’ 즉 ‘라론드 보고서’의 서문에서 사회정의와 건강의 밀접한 연관성에 대하여 다루었다. 즉 “좋은 건강은 사회적 진보가 구축되는 기반이다. 건강한 시민의 국가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일들을 할 수 있고, 건강의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행복의 잠재력도 그만큼 커진다.”
보고서가 나오기 몇 년 전에 캐나다 총리 피에르 트뤼도는 인종/민족 집단 간의 건강 격차가 사회정의를 중진하기 위하여 전념하는 그의 새로운 행정부가 다루어야 할 중요한 문제라는 것을 인지했다. 그는 건강 결정요인을 검토하고 건강을 중진하고 격차를 감소하기 위한 조치와 정책에 대한 권고안을 준비하는 위원회의 의장으로 보건복지부 장관인 마크 라론드(Marc Lalonde)를 임명했다.
위원회는 건강의 결정요인을 네 분야, 즉 인간 생물학, 환경, 생활습관, 보건의료기관으로 분류했다. 그들의 초기 가정과 달리, 위원회 구성원은 “보건의료기관은 캐나다인의 건강에 단지 보통으로 기여한다. 건강 격차 감소를 위해서는 환경적 생활습관적 요인에 더 많은 주위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교육 부족, 표준 이하의 주택, 불충분한 환경적 보호, 식품 불안전성, 가난과 같은 주요한 인구학적 요인들이 캐나다 원주민들과 기타 소외된 집단에서 조기 이환율과 사망률에 있어서 격차를 이끄는 중요한 요인으로 나타났다. 건강 상태를 개선하기 위한 명시적 도구로서 사회 정책을 사용하자는 생각은 캐나다 보건부의 전략의 일부가 되었다.

 

아버지 트뤼도가 좋은 일 많이 했네...

 

[캐나다 보건부] 라론드 보고서

 

1차 의료에 관한 알마아타 선언은 여기에.
Declaration of Alma-Ata- International Conference on Primary Health Care, Alma-Ata, USSR, 6-12 (September 1978)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2011~2014년 사이에 미국의 임산부 사망률은 흑인 여성(10만 명당 40.0명)에게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이는 백인 여성(10만 명당 12.4명)보다 3.2배 높은 수치였다. 미국 흑인여성의 임산부 사망률은 인구의 39%가 극도로 빈곤하게 살아가는 멕시코의 임산부 사망률(10만 명당 38명)보다도 높다.
소득이나 교육수준과 무관하게 모든 흑인 여성에게 임산부로서 사망 혹은 사망의 위기에 처할 위험성이 존재한다. 흑인 여성이 백인 여성보다 임신과 관련된 원인으로 사망할 확률이 8~12배 높은 뉴욕시에서는, 대학 학위를 가진 흑인 여성(출산 1만 건당 333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하지 않은 다른 인종/민족 집단 여성(비히스패닉계 백인 여성의 경우, 출산 1만 건당 138명)보다 임신 및 출산 과정에서 심각한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다. (73쪽)

 

인종주의의 개념들은 오래 전 인종주의에 대한 책 번역할 때 봤던 것들인데 다시 한번 정리.

제도화된 인종주의(institutionalized racism), 즉 “인종에 따른 사회의 재화, 서비스, 기회에 대한 접근성에의 차별"은 사회의 규범, 관습, 법 속에 구조화되어 있다. 그것은 (1) 질 높은 교육, 양호한 주택,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고용상태, 적절한 의료서비스 등에 대한 불평등한 접 근성 둥 물질적 조건들과 (2) 정보, 자원, 의견표명(투표권, 정부 내 대의(representation), 언론 활용과 관련된 불평등한 접근성으로 예시될 수 있는 권력의 문제와 더불어 나타난다.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와 인종 사이의 관련성이 구조적으로 영속화되는 것이다.
개인적 층위에서 매개된 인종주의는 편견과 차별의 형태로 나타난다. 즉, 인종을 토대로 형성된 타인에 대한 특정한 가정들과 행위들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의도적일 수도 의도적이지 않을 수도 있으며, 작위와 부작위 모두를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형태의 인종주의는 존중 부족, 의심, 회피, 평가절하, 희생양 만들기, 혹은 비인간화(dehumanization)를 통해 표현될 수 있다. 사회적 규범의 이름으로 용인되고 사회적 구조에 의해 유지되는 이러한 차별들은, 백화점에서 받는 부당한 대우라든지 경찰에 의해 자행되는 잔혹한 폭력과 같은 등 일상적인 인간관계 속에서 그 모습을 드러낸다.
내재화된 인종주의(internalized racism)는 낙인찍힌 인종의 구성원이 자신들에 대한 부정적인 메시지를 받아들이고 자기 자신과 자신의 인종에 속하는 다른 사람들을 평가절하할 때 발생한다. 이는 절망, 체념, 무력함을 야기한다.
구조적 인종주의는 가장 뿌리 깊고 널리 퍼진 형태의 인종주의이다. 제도적 인종주의, 개인 대 개인 사이의 인종주의, 내재화된 인종주의, 그리고 다른 모든 형태의 인종주의가 바로 이러한 구조로부터 발생한다. 구조적 인종주의는 “백인에게는 자연스럽고 유리하지만 유색인종에게는 지속적이고 누적적으로 불리한 결과들이 생산되는 것을 규범화하고 정당화하는 일련의 역사적, 문화적, 제도적, 개인적 층위의 역학관계”라고 정의할 수 있다. (81쪽)

 

미국은 부의 백인 귀족제(hite aristocracy of wealth)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2016년의 한 연구에 따르면, 평균적인 흑인 가구가 현재 평균적인 백인 가구가 보유한 정도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서는 228년이 필요할 것이며, 평균적인 라티노 가구가 그 정도 수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84년이 걸릴 것이라고 한다.
현재 흑인과 백인 간의 부의 격차는 400년간의 노예제도, 인종 분리, 그리고 노동과 주택 시장에서의 제도화된 인종주의에 기반을 두고 있다. 소득은 일상적인 지출을 충당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지만, 부는 가족들이 궁핍한 시기를 이겨내도록 도와주고 그들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상승시킬 수 있게 해준다. 부란 저축과 투자, 처음 소유한 주택(frst home), 대학 학위, 퇴직 이후의 안정성 등을 포괄하는 개념이다.
자산 개발(asset development)을 위한 미국의 사회 정책은 오랫동안 백인에게 유리하고 소수자들에게 불리하게 작동해 왔으며, 이러한 정책들의 차별적 영향들은 시간이 흐르면서 더욱 누적되어 왔다. 그 차별 효과가 존속하고 있는 정책들 가운데 세 가지를 예로 들자면, 1862년 홈스테드법(the Homestead Act), 1944년 GI법안(the GI Bill), 그리고 1940년대와 1950년대 미시시피강 이서의 토지 개척을 촉진시키고 자영농을 늘리기 위해 1862년에 제정된 법률. 일정 기간 이상 일정 대의 주택 소유를 촉진하기 위해 기획된 일련의 연방정부 시책을 들 수 있다.
GI법안의 시행은 사회 정책이 인종차별을 영구화하는 데 이용되는 메커니즘을 보여준다. GI법안이란 제2차 세계대전 참전용사들에게 저비용 주택담보대출과 일반대출, 재정적 지원, 교육적 혜택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이 민간인으로서의 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고안된 법안이다. 이 법안은 의도적으로 짐 크로법의 적용을 받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에, 흑인 퇴역군인들은 백인 퇴역군인들만큼 많은 혜택을 받지 못했다.
은행과 주택담보대출 담당기관은 흑인에게 대출을 거부함으로써 이러한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켰다. 남부에서는 대부분의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이 인종에 따라 분리되어 있었다. 역사적으로 흑인 전용 단과대학과 종합대학에 등록하려는 학생들의 수가 점차 늘어감에도 불구하고, 대학 측은 각종 자원 부족 때문에 약 2만 명의 흑인 퇴역군인의 입학지원서를 불합격시킬 수밖에 없었다.
연방법과 정책의 시행에 내재된 인종차별과 분리는 흑인과 여타 유색인종에게는 거부되었던 자산 개발의 기회를 백인에게만 제공했다. 보다 최근에는, 은행들의 레드라이닝(redlining), 즉 인종이나 민족에 근거하여 특정 거주 구역을 우대 혹은 차별대우의 대상지로 지정하는 행위가 흑인과 여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지속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82-83쪽)

 

이런 변화를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2015년 6월 아르헨티나에서 14세 소녀가 남자친구에게 살해당하면서 시작된 “단 한 명도 잃을 수 없다(Ni Una Menos)” 운동이다. 페미사이드 반대 운동은 오랫동안 젠더 폭력과 여성에 대한 폭력이 만연했던 남미 여러 국가로 퍼져나갔다.
이후 국제적으로 이어진 미투 운동은 풀뿌리 조직과 정부, 그리고 여성차별철폐조약과 관련해 활동하는 국가 지역 수준의 조직들, 예를 들어 유럽의회의 가정 폭력 방지를 위한 전문가 액션그룹(GREVIO), 인권을 위한 아프리카 위원회(African Commission on Human and Peoples Rights), 여성 폭력에 대응하기 위한 벨렘도파라 미주기구(the Belem do Para Convention of the Organization of American States, 그리고 미주인권위원회(Inter-American Commission on Human Rights) 등이 있다.

국제개발계획에 무보수 돌봄 노동에 대한 여성들의 기여를 반영해야 한다. 더 나아가 저임금, 성별이 구분된 노동, 고용 불안정, 적절한 훈련 기회 미비 등 여성들이 시장에 참여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적 요인을 변화시킬 수 있는 조치를 무역협정에 포함해야 한다.
이미 많은 양자협정이 여성 문제를 다룬다. 예를 들어 칠레-캐나다, 칠레-우루과이 자유무역협정은 젠더에 대한 장을 포함하고 있다. 또 다른 선례로는 무역 정책이 여성에게 미치는 영향에 대한 표준화된 분석을 가능하게 해주는 유엔무역개발회의에 도입된 ‘무역과 젠더 툴박스(Trade and Gender Toolbox)’, 2017년 세계무역기구의 ‘여성의 경제적 권력 강화와 무역에 대한 공동선언', 세계경제포럼의 ‘젠더평등계획' 등이 있다. (115쪽)

 

'레즈비언'과 ‘게이', '바이섹슈얼'은 성적 지향의 범주이며,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은 성별과 성별정체성의 범주다. 개인의 성별 표현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는 것과 개인의 인지된 성적 지향으로 인해 폭력을 당하는 것을 구분하는 것은 어렵다. 예를 들어, 공공 공간에서의 게이 배싱 (gay bashing)은 비-규범적인 성별에 대한 단서에 의해 촉발될 수 있다. 게이와 레즈비언, 바이섹슈얼에 대한 낙인은 종종 젠더에 기반한다.
반대로, 트랜스젠더와 트랜스섹슈얼은 “진짜 게이 남성"이나 “진짜 레즈비언"과 같은 환원적인 재현의 대상이나, 자신들의 인지된 성적 지향에 기반한 폭력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논바이너리(non-binary), 젠더퀴어(gender- qucer), 에이젠더(agender) 모두 성별을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는 이분법적 성별 규범에 기반하지 않은 성별 정체성을 의미하는 성소수자와 관련한 새로운 용어들이다. 논바이너리는 남성 또는 여성이 아닌 성별정체성을 의미하고, 젠더퀴어는 성별이분법에 저항하는 사람이라는 의미가 담긴 용어이며, 에이젠더는 없음을 뜻하는 접두사 A-와 젠더의 합성어로 젠더가 없음, 어떤 성별로도 정체화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175쪽)

 

브라질과 태국은 에이즈 유행 초기에 자국민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비상업적 공공 용도로 HAART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결국 미국의 제제를 받았다. 그러나 감염병의 유행을 제한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었다. 브라질에서는 새로운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이 1998년 2만 4,816건에서 2001년 7,361건으로 감소했다. 그리고 태국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임산부에 대해서 보편적 치료 보장(universal treatment coverage)을 달성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가 되었다.
HAART의 극적인 성공이 미국과 유럽에서 보고된 후 5년이 지난 2001년에서야 아프리카의 몇몇 국가는 HAART의 제너릭 의약품을 조달하기 위한 법적 절차를 시작했다. 1998년, 몇몇 제약회사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감염인 및 에이즈 환자와 활동가들은 이 문제에 큰 관심을 가졌고, 2001년 소송은 철회되었다.
역설적이게도 같은 해에 미국의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감염병과 관련된 국가 비상사태에 대응하여 TRIPS를 촉구했다. 2001년 10월 탄저균 포자가 들어 있는 봉투가 미국 상원 의원 2명과 여러 언론 매체에 배송되었다. 다행히 탄저병은 바이엘제약에서 특허를 받은 시프로플록사신(ciprofloxacin)으로 성공적으로 치료될 수 있다. 국가비상사태를 인식한 미국 정부는 약의 가격이 너무 비싸고 충분한 비축량을 확보하기 위해 제너릭 의약품을 병행 수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297쪽)

역사상 다른 질병과는 달리, 에이즈는 남방구와 북방구의 연대와 과학 발전의 이점을 가속화하고 분배하려는 시민들의 참여로 특징지어진 효과적인 사회운동을 촉발했다. 에이즈 치료에 대한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 세계적인 캠페인은 인권으로서의 건강 개념을 확립하는 데 중요한 시발점이 되었다.
차별에 반대하는 캠페인으로 시작한 범세계적 지구적 에이즈 운동은 곧바로 치료에 대한 평등한 접근에 초점을 맞췄다. 1990년대 초 대유행이 확산되면서 액트업(ACT-UP) 및 태그(TAG)와 같은 단체는 미국 식품 의약청(FDA)에 새로운 치료의 개발과 접근을 가속화할 것을 옹호하기 시작했다.
에이즈 운동은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후 심각한 차별을 겪은 미국인 소년 리안 화이트(Ryan White)와 남아프리카공화국 정부가 필요한 모든 이에게 HAART를 제공하기로 약속할 때까지 HAART 복용을 거부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자키 아크마트(Zackie Achmat)와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힘을 얻었다. 아크마트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기반으로 설립한 ‘치료행동캠페인(Treatment Action Campaign)' 단체는 수만 명의 회원을 모집하여 환자와 다른 사람들에게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치료에 대한 시민 교육을 제공하는 데 도움을 주었다. (298쪽)

 

다국적 기업들은 규제를 피하고 각 국가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의 건강한 소비 습관에 대한 조언을 차단하고자 꾸준히 노력해 왔다. 예시로, 담배산업계는 WHO가 부유한 서구국가들에서 담배 사용 같은 “생활양식의 문제"에 집중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해 왔다. 또한 그들은 WHO가 특히 저·중소득 국가에서의 말라리아와 다른 감염병 예방과 같은 ‘더 급한 공중보건 필요에 대한 지출'에 예산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333쪽)

미국은 설탕이 들어간 식품, 특히 청량음료를 대량으로 수출한다. 세계보건기구가 비만 문제 해결을 돕기 위한 전략 계획을 선포했으나, 미국은 따르지 않았다. 식품 및 설탕 회사의 압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8년에 통과된 영유아용 조제 분유 대신 모유 수유를 장려하는 세계보건기구 결의안에 미국은 반대했고, 설탕감미음료에 세금을 부과하는 결의안을 저지했다. (464쪽)

 

조현병은 다른 정신질환에 비해 유전적 배경과 훨씬 더 강한 관계가 있다. 이 유전성이 높은 장애의 역학적 수수께끼는 심지어 조현병 환자들의 생식력이 매우 낮거나, 조현병 환자가 독일의 나치 시대에 우생학적 정책의 대상이 되었을 때에도 유병률이 세대에 걸쳐 안정적이라는 것이다.
이 질환이 사라지지 않는 것에 대한 한 가지 설명은 이형접합자 이점(heterozygous advantage) 개념이다. 예를 들어, 조현병에 기여하는 많은 유전자가 있는데, 이들 중 드물고 특수한 조합만이 위험을 높이는 데 관련된다. 이 조합은 드물 뿐만 아니라 이러한 유전자 중 많은 수가 전반적인 인구의 치명적 질병률을 낮추는 데 기여한다. 조현병에 관련된 많은 유전자가 면역체계를 담당하는 염색체 영역에 위치하므로 이 보호 유전자들이 특정 감염성 질환을 막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만일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조현병을 가진 사람들이 인구 집단의 유전적 부담을 대신 떠맡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348쪽)

 

폭력을 공중보건 문제로 보고 해결하려는 노력은 1970년대 후반부터 급격히 중가했다. 1979년, 미연방 의무감보고서인 ‘건강한 사람(Healthy People)’에서는 지난 100년 동안 이루어진 미국인의 급격한 건강 개선에 대해 기록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면 더욱 개선될 수 있는 15가지 중점 분야를 파악했다. 이러한 분야 중에는 스트레스와 폭력 행동 통제가 있었다.
이후 공중보건 부문 내부에서 다양한 폭력 예방 활동이 잇따랐다. 예컨대 1983년에는 질병통제예방센터에 폭력역학부(Violence Epidemiology Branch, 현 폭력예방부)가 설립되었다. 1985년에는 미연방 의무감이 폭력과 공중보건에 대한 워크숍을 개최했다. 1996년에는 모든 국가의 보건부 장관이 모이는 연례행사인 세계보건총회에서 폭력이 전 세계 공중보건 분야에서 우선순위에 해당하는 부분임을 천명하는 결의서가 채택되었다.
2002년에는 세계보건기구가 폭력예방에 대한 전 세계적 관심을 증가시킨 ‘폭력과 보건에 대한 세계 보고서(World Repot on Violence and Health)’를 발표했다. 2016년과 2017년에는 폭력 예방 방법에 대한 이해가 상당히 발전했음을 보여주는 예로서, 여러 형태의 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근거 중 이용 가능한 최선의 근거를 기록한 일련의 기술적 패키지가 미국과 다른 여러 국가에서 발간되었다. (370쪽)

 

[WHO] World Repot on Violence and Health

 

 

마셜 군도에서 실시했던 실험을 모두 합치면 그 폭발 위력이 네바다 실험 부지에서 실시되었던 모든 실험을 다 합친 폭발 위력의 93배다. 질병통제예방센터는 마셜 군도의 폭발 실험으로부터 약 63억 큐리의 방사성 요오드가 대기로 배출되었다고 추정했는데, 이 양은 네바다 실험부지에서 배출된 총량보다 42배 많고 1986년 체르노빌 원자로 노심 용융 사건 때 배출된 양보다 적어도 150배는 많은 양이었다.
미국은 여러 환초에 발생한 환경오염을 방대하게 기록했지만 이러한 정보를 일반 국민과 마셜 군도 사람들에게는 숨겼다. 한 환초에서 오염에 심각하게 노출된 피난민들은 급성 방사선 노출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하는 일급 기밀 연구에 등록되었다. 그러나 이들 실험 대상자는 방사선으로 인한 화상에 대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했고 질병 예방을 위한 항생제도 받지 못했다.
1957년에 오염된 자국으로 귀환한 마셜 군도 사람들은 인간과 먹이사슬을 통한 방사성 물질의 이동을 알아보기 위해 원자력 위원회와 국방부의 프로젝트에 비밀리에 등록되었다. 1944년과 1974년 사이, 미국 정부는 이 외에도 수천 건의, 인간 방사선 실험을 의뢰했다. 이 중 많은 실험은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으로의 의도적인 방사능 비밀 배출을 비롯해 여러 내용에 대한 사전 동의 없이 실시되었다. (378쪽)

 

마셜 군도와 핵실험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구정은의 '수상한 GPS'] 무루로아, 프랑스가 숨긴 핵실험 피해

 

[구정은의 '수상한 GPS']무루로아, 프랑스가 숨긴 핵실험 피해

“1966년 7월 2일, 무루로아 Mururoa 환초는 산산조각이 났다. 믿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폭발과 함께. 몇 초 만에 열대의 파란 하늘은 밝은 오렌지빛 섬광으로 물들었고 방사성 버섯구름이 대기로 치

ttalgi21.khan.kr

 

라틴과 아시아 여성이 많이 종사하는 비공식적인 불법 의류 산업은 여성 노동자들이 직장 내 권력이 매우 적은 유색 여성이고, 심지어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점을 고려하지 않고는 이해가 불가능하다. 성별과 인종/민족에 의한 노동시장의 분할은 미국 역사상 최악의 산업재해 중 일부의 원인이 되기도 했는데, 1930년대 흑인 노동자들이 불평등하게 발생한 급성 규폐중으로 사망한 끔찍한 골리 다리/호크네스트(Gauley Bridge/Hawk's Nest) 참사, 원주민 노동자들 사이의 방사선 관련 암 증가, 가금류 노동자들의 근골격계질환, 그리고 네일숍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에서 발생한 유해화학물질 관련 직업병 등이 그 예이다. (440쪽)

1900년대 초 멕시코인들과 많은 미국 원주민들은 구리, 은, 금, 납 광산뿐만 아니라 농업에서도 일을 하고 있었다. 1917년, 오클라호마의 멕시코인들과 흑인, 머스코지(Muskogce)의 소작농들이 힘을 합쳐 노동자들을 분열시키는 데 사용되었던 억압에 저항했다.
1910년대 초, 중서부 멕시코 노동자의 절반 이상이 철도 건설과 유지 보수에 종사했다. 이후 수십 년 동안은 특히 철강과 자동차 제조업에서의 멕시코계 미국인들의 고용이 철도 산업을 앞질렀다. 멕시코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차별은 1930년대 대공황 동안 매우 심각해졌다. 멕시코인 및 멕시코계 미국인 약 100만 명이 멕시코로 강제 추방되었는데 멕시코계 미국인 시민의 60%에 해당되었다. 식민지인 푸에르토리코로부터의 이민은 1900년대 초반에 시작되어 1960년대에 지속적으로 증가했는데, 이주 푸에르토리코인의 절반 이상이 제조업에 종사하고 있다. (441쪽)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세 가지 측면에서 새천년개발목표를 넘어서는 중요한 진전을 나타낸다.
1. 지속가능개발목표는 3년간 공식적인 정부 간 논쟁과 합의뿐만 아니라 많은 국가에서 많고 다양한 비정부기구가 관여한 참여적인 과정의 결과이다.
2.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중 저소득 국가뿐만 아니라 모든 국가에 적용되는 보편적인 목표이다. 더 이상 이러한 목표들이 지구 북쪽의 국가들이 가난한 나라들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지구 남쪽 국가들에게 훈계를 하는 것처럼 기술되어서는 안 된다.
3. 지속가능개발목표는 새천년개발목표보다 더 광범위한 범위의 이슈와 목표를 다룬다. 새천년개발목표는 8개의 목표(goals), 21개의 하위 목표(target), 60개의 공식적인 지표(official indicators)를 포함했던 것에 반해 지속가능개발목표는 17개의 목표와 16개의 하위 목표를 포함하고 있다.
일부 비평가들은 지속가능개발목표의 수가 너무 많고 너무 과감한 의욕이라고 비난했지만, 이후 후속 발표에서는 각 국가들이 그들 자신의 우선순위를 설정해야 할 의무를 가진다는 것을 강조했다. (652쪽)

 

 

번역자가 무려 29명이나 된다. 그런데 그 중에 페이스북을 통해, 혹은 오프라인에서 아는 분이 무려 6명! 겁나 반가웠다.

주로 미국 사례가 많고, 번역은 챕터별로 다른 사람이 하다 보니 퀄리티 차이가 많이 난다. 책이 무쟈게 비싸서 감히 다른 이들에게 읽어보라고 권하기가 힘든 수준이지만, 그리고 오탈자에 비문도 많지만, 이 책에 대해서는 투덜거리면 안 된다. 저분들은 전문번역자가 아니라, 공중보건 전문가들이다. 이런 책을 바쁜 시간 쪼개어 번역해줬다는 것만 해도 감사할 따름이다. 참 팔리기 힘든 책을 내준 출판사에 마카롱이라도 보내고 싶다. 

 

다른 책은 몰라도, 이 책은 꼭 스크랩을 해놔야 하는 것이라. 해 바뀌기 전에 정리해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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