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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의 첫 책. 장 자크 루소, <에밀>. 김중현 옮김, 한길사.
딱히 첫 책으로 고른 이유는 없다. 오래 전에 사놓은 한길그레이트북스 가운데 이제는 몇 권을 골라서 읽어야겠다 생각했는데 어쩌다 보니 그 첫 책이 됐다.
실행할 만한 것을 제안하려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내게 말한다. 그것은 마치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들린다. “사람들이 지금 행하고 있는 것을 하라고 제안하라.” (56쪽)
우리의 능력과 기관들의 내적인 성장은 자연의 교육이다. 반면 그 성장을 이용하도록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은 인간의 교육이다. 그리고 우리와 접촉 하는 대상들에 대한 경험 획득은 사물의 교육이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세 종류의 선생을 통해 교육 받는다. 그 상이한 세 가지 교육 중 자연의 교육은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 그러므로 교육은 하나의 기술이 도자마자 거의 성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그것이 성공에 필요한 그 3가지 교육의 일치를 누구에게서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63쪽)
도대체 자신만을 생각하며 잘 한 인간이 타인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각자의 신분과 지위가 정해져 있는 사회질서 속에서는 그 지위에 맞게 교육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만일 그 지위를 버릴 경우 그는 더 이상 아무 쓸모도 없는 사람이 된다. 그러니 그 교육은 그 사람의 운명이 우연히 그의 부모의 선택과 일치하는 한해서만 유익할 뿐이다.
부모가 선택해 주고자 하는 직업 이전에 자연은 먼저 그에게 인간으로서의 삶을 살도록 요구한다. 사는 것, 바로 그것이 내가 그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직업이다. (69쪽)
대체로 교육 이야기인데 좀 웃기다. 어떤 부분은 재미있고, 대부분은 우습거나 무해하다. 하지만 한국 부모들이 읽었으면 하는 구절도 있다.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시키면서 아이에게 온갖 종류의 사슬을 채워 그가 맛보지도 못할 이른바 그 행복이라는 것을 미래에 안겨준다는 미명 아래 아이를 불행하게 만드는 그런 야만적인 교육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가? 설령 그 교육이 목적에서는 온당하다고 생각할 지라도 견딜 수 없는 숙박에 복종하며 그 각별한 보살핌이 자신에게 꼭 유익할 것이라는 보장도 없이 마치 죄수처럼 끊임없는 노역에 처해진 불쌍한 아이를 바라보며 어찌 분노가 치밀지 않겠는가? (136쪽)
또 이런 구절.
손에 쥐기 위해 원하기만 하면 되는 아이는 자신을 세계의 주인으로 생각한다. 그는 모든 사람을 자기의 노예로 여긴다. 마침내 그가 요구하는 어떤 것이 거부 당하지 않을 수 없을 때, 요구만 하면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던 그는 그 거절을 반역으로 간주한다. 그는 도처에서 악의를 본다. 그리하여 자칭 불공평이라는 감정이 그의 성격을 비뚤어지게 만들어 그는 모든 사람을 미워한다. 친절에 대해 전혀 감사할 줄 모르며, 누가 반대하면 무슨 반대가 되었든 분노를 터뜨린다. (152쪽)
지배적이고 폭군적인 그 관점들이 어린시절 부터 그들을 불행하게 만드는데 그들이 커서 다른 사람들과 관계가 넓어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그들이 불손한 태도와 경박한 허영심은 그들에게 모욕과 경멸과 조롱만을 야기할 뿐이다. 가혹한 시련을 통해 그들은 곧 자신들이 어떤 상태에 있으며 힘이 어느 정도인지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모든 것을 전부 할 수 없기에 그들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153쪽)
오옷 이거 완전 공정망상증 집단에게 하는 이야기같아!!!
우화 따위 읽히지 말라는 부분도 잼났다.
나는 자기 이익을 위해 아첨을 하고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과연 6살 먹은 아이에게 가르칠 필요가 있는지 묻고 싶다. 적어도 그 아이에게 그를 빈정거리며 그의 어리석은 자만심을 남몰래 비 웃는 야유가 있다는 것을 가르쳐 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치즈 때문에 모든 것이 망쳐졌다. 아이에게 그의 입에서 치즈가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법을 가르치기보다 오히려 남의 입에서 치즈를 떨어뜨리게 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것이다. (206쪽)
그 다음, 마침 유럽 여행 중이던 요니에게 사진 찍어 보내줬던 구절.
내 학생, 더 정확히 말하면 최대한 일찍부터 자립하는 일에 훈련이 된 자연의 학생은 그 의타적인 습관이 들지 않으며, 자신의 박식함을 남에게 자랑하는 버릇일랑 더더욱 없다. 그는 그와 직접 관계하는 모든 것을 판단하고 예측하고 처리한다. 그는 쓸데없이 말로만 지껄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한다. 그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모른다. 하지만 자기 마음에 드는 일을 아주 잘 할 줄 안다. 끊임없이 움직이기에 많은 것을 관찰할 수 밖에 없으며 많은 효과를 알 수 밖에 없다. 그는 일찍부터 풍부한 경험을 얻는다. (213쪽)
어쩌다 보니 요니는 에밀처럼 성장한 것 같다.
당신들이 먹는 동물은 다른 동물을 먹는 동물이 아니다. 당신들은 그것들, 곧 그 육식성 동물은 먹지 않는다. 당신들은 그것들을 흉내내고 있다. 당신들은 아무에게도 해를 끼치지 않는, 당신들을 잘 따르며 애정을 가지고 당신들에게 봉사하는, 아무런 죄도 없는 온순한 짐승에 대해서만 식욕을 느낀다. (278쪽)
음…. 이건 내 이야기인데. ㅠㅠ
그를 단지 어떤 한 신분에만 적합하도록 교육시키게 되면 당신은 그를 그외의 다른 모든 신분에는 쓸모가 없는 인간으로만 된다는 사실을 당신은 모르는가? 무너진 왕좌의 몹시 분격하며 그 잔해 밑에 묻히고 싶어하는 정복당한 왕을 칭송하고 싶다면 언제까지라도 좋으니 글을 칭송하라지. 하지만 그를 경멸한다. 그는 왕좌에 의해서만 존재하는 인간일 뿐이어서 그가 더 이상 왕이 아니면 전혀 별 볼일 없는 존재일 뿐임을 나는 안다. (347쪽)
마자마자.
종교 비판은 진짜 와닿았음. 이러니 이 책이 불태워졌던 거겠지.
아이들과 많은 어른들의 신앙은 지리적인 일이다. 그들이 메카에서보다 로마에서 태어났다면 더 응보를 받을 것인가? 누가 어떤 아이에게 마호메트는 신의 예언자라고 말하면, 그는 그렇게 말한다. 누가 또다른 한 아이에게 마호메트는 사기꾼이라고 말하면, 그는 또 그렇게 믿는다. 그 둘이 각각 반대로 이야기를 들으면, 또 반대로 그렇게 말한다. 한 아이는 천당에 보내고 다른 한 아이는 지옥에 보내는 일이 있을 경우, 너무나 비슷한 그 두 기질을 판단의 근거로 삼을 수 있을까? (462쪽)
만일 그 교리가 우리에게 근거 없는 것이나 불합리한 것만 가르쳐준다면, 우리와 같은 인간에게는 혐오의 감정을, 우리 자신에게는 두려움만 불러일으킨다면, 인간을 증오하고 화를 잘 내며 질투심이 많은데다가 보복적이고 불공평한 신, 항상 파괴와 분쇄의 준비가 되어 있는 전쟁과 전투의 신, 끊임없이 고통과 고뇌에 대해 말하며 죄없는 자들조차 벌하며 복수하는 신만을 우리에게 묘사한다면, 나는 그 무시무시한 신에게는 전혀 마음이 끌리지 않을 것이며 그런 종교를 믿기 위해 자연종교를 버리지는 않을 걸세. 필연적으로 그 둘 중 하나만 선택할 필요가 있다는 것을 자네도 잘 알기 때문이지. “당신들의 신은 우리의 신이 아니다"라고 나는 그 종파의 신봉자들에게 말할 걸세. 하나의 민족만 택하여 나머지 민족은 모두 배척하는 것부터 시작하는 신은 인류 공통의 아버지가 아니라네. 그의 피조물 대부분을 지옥의 형벌에 처하는 신은, 나의 이성이 내게 나타내 보여준 관대하고 선량한 그런 신이 아니라네. (539쪽)
나는 교인들에게 언제나 미덕을 이야기할 것이며 좋은 일을 하도록 격려할 것이며 내가 할 수 있는 한 그들에게 모범을 보일 걸세. 그들로 하여금 종교를 사랑하도록 만드는 것은 나한테 달리 문제가 아닐 걸 세. 하지만 나는 그들에게 비관용적인 잔인한 교리를 전파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자기 이웃을 증오하지 않도록 할 것이며 타인에게 “당신들은 영벌을 받을 것이다”라고 말하지 못하도록 할 걸세. (558쪽)
이 두꺼운 책에서 오탈자를 못 찾았다. 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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