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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키신저의 <외교>

외교 헨리 키신저. 김성훈 옮김. 김앤김북스. 9/23 재미있었다. 자화자찬과 합리화도 많지만 산전수전 다 겪은 노인네;;의 통찰력+그만이 말할 수 있는 에피소드들이 겹쳐서 정말 흥미진진했다. 책은 '미국 외교사'라고 볼 수도 있고, 키신저가 설명해주는 외교학 개론이라 할 수도 있다. 책의 주인공은 미국이고 '미국에 보내는 원로의 조언' 같은 느낌을 담고 있다. 좀 더 명확히 하자면, '윌슨주의의 모험'이 이 책의 테마다. 우드로 윌슨이 펼쳐보였던 이상주의가 어떻게 미국을 비현실적인 나라로 만들었으며 동시에 위대한 나라로 만들었는지, 도덕적으로 고매하고 용감한 미국이라는 독보적인 나라가 어떻게 갈짓자 걸음 속에서도 결국 세계의 지도자가 되었는지가 책의 주제다. 현실주의자 키신저에겐 윌슨주의로 대변되는 미..

딸기네 책방 2023.09.23

아주 짧은 소련사

아주 짧은 소련사 실라 피츠패트릭. 안종희 옮김. 롤러코스터 간략하지만 균형잡힌 평가와 재미난 에피소드들이 들어있는 책. 정치적 변화를 당대 사람들이 어떻게 보았고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사회적 맥락을 설명한 부분들도 흥미롭다. 넘나 훈늉한 책. 새로운 연방의 헌법은 각 공화국에 연방 탈퇴의 자유를 부여했지만 약 70년 동안 어느 국가도 이 권리를 사용하지 않았다. 러시아제국 몰락 후 잠시 독립했던 중앙아시아 5개국(우즈베키스탄,투 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이 1920 년대와 30년대에 소련에 추가로 병합되었다. 트랜스코카서스 소비에트연방 공화국은 다시 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분리되었다. 1939년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과 몰다비아..

딸기네 책방 2023.09.17

한스 모겐소, <국가 간의 정치>

국가 간의 정치 1, 2 한스 모겐소. 이호재, 엄태암 옮김. 김영사 일단 우리가 특정 개인들과 집단이 악의 근원이라고 동일시하고 나면 그들 개인과 사회 문제로 이어지는 인과적 연결 고리를 이해한 것처럼 생각하게 된다… 귀신론적 접근은 우리로 하여금 공산주의건 아니건 국가의 권력이라는 진정한 위협을 외면하도록 만들었다. 즉 매카시즘은 러시아 세력이라는 실제 위협을 대부분 허상에 불과한 국내 전복세력의 위협으로 대치했던 것이다. -92-93 우리 시대 특유의 두 가지 사실은 미국 국내 정책과 대외 정책의 상대적 중요성을 완전히 뒤집어버렸다. 먼저 이 책을 쓰는 지금 이 순간 미국은 지구 상의 가장 강력한 두 국가 중 하나다. 그러나 실재적, 잠 재적 여러 경쟁국과 비교해볼 때 미국의 대외 정책이 국제관계에..

딸기네 책방 2023.09.14

카를로스 푸엔테스, <의지와 운명>

의지와 운명 1, 2 카를로스 푸엔테스. 김현철 옮김. 민음사. 나는 흔히 말하듯 '봐줄 만한 모습이 아니다. 나는 잘린 머리다. 멕시코에 서 일 년 동안 잘린 머리 중 천 번째 머리다. 나는 일주일 동안 목이 잘린 쉰 명 중 한 명이며, 오늘 일곱 번째로 목이 잘린 사람이며, 최근 세 시간 십오 분 동안 유일하게 목이 잘린 사람이다. -13 이렇게 시작되는 소설이라니. 토마 피케티의 에 이 책 이야기가 나와서 관심이 생겼다. 그러다가 올초 갈레아노의 책을 읽은 김에 라틴아메리카와 관련된 것들을 내처 읽었고, 에 푸엔테스가 여러번 언급되는 걸 보고 주문을 했다. 잘린 목이 하는 이야기. 처절하다. 정작 읽는 데에는 시간이 오래 걸렸다. 올초 시작해서 이제야 끝냈다. 재미는 있는데 그렇다고 술술 넘기기엔 ..

딸기네 책방 2023.09.14

<넷플릭스 세계사>

넷플릭스 세계사 오애리, 이재덕. 푸른숲. 나야 뭐 영화라는 장르와도, 넷플릭스라는 플랫폼과도 거리가 멀지만 이 책은 정말 재미있었다. 책 나오고 2주 만에 2쇄 들어간다는 얘기 듣고 저자 선생님^^께 축하를 보냈는데, 읽다 보니 진짜 흥미로웠다. 솔직히 말하면 국제뉴스에서 다뤘던 사건들 몇 개 말고는 나로서는 몽땅 모르는 얘기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오선배의 애정, 그리고 역사와 문화사를 비롯한 전방위적인 지식이 아주 제대로 담겼다. 오선배가 써야만 하는 게 바로 이 책이었다. 블루스가 쏘아 올린 차별을 향한 저항 1914~1950년은 미국 남부 시골에서 북부 도시로 600만 명 이 상의 흑인들이 이주한 현상을 가리키는 '흑인 대이동 Great Mgration' 이 일어난 시기다. 이들은 인종차별을 피..

딸기네 책방 2023.09.13

[구정은의 '현실지구'] 인도에 이어 우주로 나아갈 다음 주자는

달 탐사선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인도가 그 다음 계획으로 태양 탐사에 도전한다. 중국의 ‘우주굴기’에 인도도 도전장을 내밀고 우주경쟁에 적극 나서는 양상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이나 러시아의 로스코스모스, 소행성 탐사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 등은 워낙 널리 알려져 있다. 이번에 존재감을 과시한 http://www.isro.gov.in/도 1960년대부터 시작된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기관이다. 우주부 산하 기구이지만 총리가 직접 관할하며, 우주부의 수장이 ISRO의 의장을 맡는다. ISRO는 완전한 발사 능력을 보유하고 극저온 엔진을 배치할 수 있으며 외계 임무를 발사하고 대규모 인공위성을 운영할 수 있는 세계에 몇 안 되는 우주기관 중 하나다. 로켓을 발사하는 나라는..

클라우스 뮐한 <현대 중국의 탄생>

현대 중국의 탄생 클라우스 뮐한, 윤형진 옮김. 너머북스 과 이어서 읽었다. 같은 시리즈는 아니지만 시기적으로 연장선상에 있어서 청 제국과 관련된 앞부분에는 겹치는 내용이 적잖다. 예습(?)을 한 덕분에 읽기가 꽤 수월했다. 출판사가 같고, 표지도 비슷하고. 아마도 이어지는 컨셉트로 만든 듯. 재미있었다. 시진핑 시대를 다룬 뒷부분은 아무래도 지금껏 접해온 내용이 많았고 오히려 앞부분, 신해혁명 이후부터 내전 시기까지의 이야기가 내게는 더 새롭고 흥미로웠다. 시리즈와 마찬가지로, 서구 학자들 혹은 중국 학자들이 중국 역사를 바라봐온 시각이 어떻게 변해왔는지, 연구사를 소개하는 부분들이 이번에도 매우 재미있었다. 하버드 시리즈와 이 책을 읽으니 묵은 숙제를 절반은 한 기분이다. 사실 작년에 중국 관련된 소..

딸기네 책방 2023.09.02

[2022 이탈리아] 볼차노 지나 산타 마달레나, 이제 돌로미테로!

경치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사진이 많음. 먼저, 돌로미테 가기 위해 통과하면서 점심 먹었던 볼차노. 작지만 이쁜 도시였다. 그러나 오르비에토, 몬테풀치아노 등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아주 이쁜 축에는 못 들 것 같. 그리고 산 넘어(?) 가기 전에, 돌로미테의 상징적인 풍광 중의 하나를 볼 수 있는 Santa Maddalena. "Santa Maddalena is both a village and church. Located in the Val di Funes this little village is a must for your time in Alto Adige Italy." 라고 합니다. 부지런한 친구들과, 저 포함 넷이서 움직였어요. 차를 빌려서 다녔기 때문에 이탈리아 여행 내내 여기저기 구경을 많이 ..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부자 나라, 가난한 세계 구정은,이지선. 북카라반 어려움에 처한 친구, 아프고 슬픈 일을 겪는 이웃, 혹은 낯선 이들일지라도 위험에 빠진 것을 보면 사람은 누구든 도와주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됩니다. 언론이나 시민단체에서 모금을 하면 기부를 하고, 어려운 이들을 돕는 시설을 방문해 봉사활동을 하는 것도 그런 마음에서 나온 행동이죠. 그러면서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과연 이런 작은 행동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게 정말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최선의 방법일까’ 하는 의문이 슬금슬금 고개를 들곤 합니다. 마음은 있는데 실제로 돈을 내거나 행동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때도 많고요. 한 사람이 한 사람을 돕는 것, 개인 대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모두의 삶을 개선하는 데에 한계가 ..

개발과 원조에 관한 책들

마사 누스바움의 책 을 읽은 김에. 구호/개발/원조에 대한 책들을 모아봅니다. 개발경제학 공부하는 분들, 그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은 더 전문적인 책들을 읽을 것이고, 여기 소개한 것들은 그저 저같은 '일반 독자'들이 약간의 관심을 가지고 읽어볼만한 책들입니다. 먼저, 맛뵈기로 읽어볼만한 책. '실천윤리학자'로 유명한 호주 철학자 피터 싱어의 입니다. 물에 빠진 아이는 구해야 하죠. 화살을 맞은 사람이 있다면 '누가 쐈나' '화살 쏘기를 어떻게 구조적으로 막을 것인가'를 묻기 전에 일단 화살을 빼고 치료를 해줘야 하고요. 실은 이 얘기는 김혜자의 에 나온 거에요. 아프리카, 빈곤 등에 대해 어떤 책을 읽어야 하는지 질문을 받으면 저는 일단은 를 읽으라고 권합니다. 이론이니 뭐니 하는 것들 따지기 전에 아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