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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톨스토이와 거닌 날들

톨스토이와 거닌 날들. (Reminiscenes of Lev Nikolaevich Tolstoy). 톨스토이, 그리고 막심 고리키라는 이름만 보고 선뜻 책을 집어들었다. 톨스토이에 대해서 아는 것이 거의 없다. 어릴 적 읽었던 바보 이반 류의 동화,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혹은 사람에게는 얼마만큼의 땅이 필요한가 따위 몇개의 단편들 외에는 그의 소설을 읽은 적이 없었으니까. 그런데도 톨스토이라는 이름이 내 맘을 움직인 것은 마하트마 간디 때문이다. 얼마전 간디 전기에서 톨스토이와 간디의 대화(편지라는 매개를 통한 것이긴 했지만)를 인상적으로 읽었는데 그렇다면 톨스토이와 고리키의 대화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으려나. 막심 고리키. 그 이름 하면 또 생각나는 기억이 있다. 고등학교 때 고리키의 를 읽고 싶어서..

딸기네 책방 2002.12.28

룰라는 왜 룰라일까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당선 됐다. 네번째 도전이다. 일전에도 룰라 얘기를 잠깐 올렸었는데, 현채의 말마따나 적도 있었다.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몇몇 청년들이 가졌던 희망은 금새 퇴색하는 듯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룰라는 다시 브라질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브라질 대선을 보면서 룰라의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왜 '룰라(Lula)'일까.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외국 언론들은 이 풀네임을 쓰면서 종종 '룰라'에 따옴표를 갖다 붙이곤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기 이름 짓는 것을 재미거리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름은 개인 성향과 창의성을 나타내주는 징표다" (LA타임스) 브라질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면 희한한 이름들이 쏟아져나온다. ..

눈오는 날의 詩

제목: 혼잣말 장르: 詩 시인 이름: 딸기 눈 온다 눈 날린다, 지금 이 겨울 첫 눈이다 물방울이 얼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왜 '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눈 내리는 모양을 보고 '펄펄'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누구일까 눈이 막 하늘로 올라간다. 난 오늘 희고 따뜻하고 가벼운 폴라플리스 소재의 웃도리를 입고 왔다 그러니 밖에 나가도 따뜻할 것이다 눈아, 눈아 폴라플리스처럼 가볍고 따뜻해다오 밟고 지나다녀도 가라앉거나 단단해지지 말아다오 네가 뭉쳐 눈사람이 되었을 때 햇볕 쪼금 쬐었다고 녹아내리지 말아다오 오가는 차에 치어서 교통사고로 죽지 말아다오 눈아 안녕

[스크랩] 엘리너 파전, '일곱째 공주'

* 역시나 엘리너 파전의 작품입니다. 아주 좋아했던 이야기이기도 하구요. '서쪽 숲나라'도 찾아올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일곱째 공주 여섯 명의 공주가, 한결같이 자기 머리털만을 위하여 살아간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까? 내가 이제부터 하려는 이야기가 바로 그 이야기입니다. 아득한 옛날, 한 임금이 살고 있었습니다. 그 임금은 결혼할 때가 되자, 아름다운 집시 여자를 왕비로 맞이했습니다. 그런데, 임금은 왕비를 어떻게나 사랑했던지, 이 세상을 다 준다 해도 바꾸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임금은 왕비를 위하여 정원 한가운데에 훌륭한 궁전을 지었습니다. 그리고, 혹시 왕비가 달아나기라도 할까 봐 조바심이 난 나머지, 왕비의 나들이를 금지시켰습니다. 임금은 그래도 마음이 안 놓였던지, 마침내 궁전 주위에 튼튼한 ..

딸기네 책방 2002.12.24

[스크랩] 엘리너 파전, '보리와 임금님'

너무나 좋아하는, 오래 전 그 동화. 제로보드가 거의 기능을 상실하여 '베리베리 라이브러리'의 글들을 하나둘씩 블로그로 옮기고 있습니다. 홈피 처음 만들던 시절 올려놓고 있다가 게시판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이 글도 이사를 참 많이 했지요. 다시 이사를 시키면서, 한번 더 읽어봅니다. 엘리너 파아전 우리 마을에는 윌리라는 바보가 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저 마을 사람들 심부름이나 다니는 마을의 보통 바보들과는 달랐다. 윌리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고, 한 때는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윌리의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 많은 책을 읽혔다. 그러나 윌리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저 윌리의..

딸기네 책방 2002.12.24

내 소개.

푸핫...새삼 무슨 내 소개냐고. 바람구두님의 문화망명지에 찾아갔다가 주인장의 자기소개를 읽고, 나도 그 형식을 빌어 내 소개를 남겨놓고 왔다. 써놓고 보니 재밌는 것 같아서(내 소개가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이) 옮겨본다. 이름: 별로 특별한 생각도 없으면서 그냥 신비주의 노선 걸으려고 넷 상에서는 잘 안 밝힘 성별: 여성 생년월일: 71년 돼지띠, 황소자리. 보통 돼지띠는 오래 산다 하는데 혼자 손가락 조물거리며 사주를 봤더니 목숨 壽자가 2개나 끼어있음. 즉 무쟈게 오래 살 팔자라는 얘기. 그러나 실은 각종 별자리 꽃자리 무슨띠 사주팔자 하는 것 전혀 믿지 않는 편임다. 황소자리에 대해서는- 중용을 중히 여기라고 남들이 그렇게 일러도 항상 중용의 도를 사이에 두고 파동곡선을 그리면서 가지요...

바르셀로나 싫다 싫어 / 마드리드는 '역시나'.

으으으 반할 감독 정말 싫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진짜진짜 싫어. 넘 더티해. 실망 또 실망(기대도 안 했지만). 어제 MBC ESPN에서 바르샤-마요르카 중계해주는거 보다가 열받아 죽을뻔함. 지난주 보았던 세비야와의 경기, 가히 이었다. 리그 최하위권 팀 맞아 홈에서 3대빵으로 지다니. 젖은 솜같은 바르샤 선수들 무슨 플레이를 그렇게 하는지. 후반에 사비올라와 맨디에타(바르샤에 있기 아깝다 아까워)를 투입하기는 했지만, 스코어가 그게 뭐야. 세번째 골 먹고 망연해 있던 클루이베르트와 사비올라의 그 표정이란. 그 정도 라인업으로 리그에서 1무4패 하다가 어제 간만에 이기긴 했다. 스코어로만 보면 비교적 강팀인 마요르카를 상대로 4:0, 훌륭한 성적이다. 스코어만 보면. 전반에 마요르카의 노보(얜 솔직히 ..

먼 저편 - 체 게바라 시집

먼 저편 - 체 게바라 시집 체 게바라 (지은이), 이산하 (옮긴이) | 문화산책 요새 돈이 없어서 통 책을 사지 못했다. 후배가 건네주는 책들을 전해받아 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어제 교보문고에 들러 이 책을 발견했다. 먼 저편, 그리고 체 게바라의 이름. 그러고보니 신문 서평에서 본 것도 같다. 를 자처하는 이산하 시인이 체 게바라의 글들을 시집 형태로 묶어냈다는 것, "체 게바라의 찢어진 군화를 꿰매고 구겨진 전투복을 다리미질하는 마음으로 엮었다"던 시인의 고백. 진열대에 놓인 책을 본 순간 불현듯 너무너무 읽고 싶어져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른 사들고(실은 덩달아 몇권의 책을 더 사기까지 했다) 미리 약속돼있던 친구들과의 모임에 갔는데 내내 "집에 가서 책을 읽어야지"하는 생각이 마음이 근질..

딸기네 책방 2002.12.19

생각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뒹굴었더니 살맛이 난다. 역시 사람은 뒹굴어야 사색이든 무엇이든 가능한 법이다. 삶의 여유라든가 관조라든가 하는 것도 다 뒹굴어야 할 수 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한 일...이라고 하면 역시나 일 냄새가 나니까.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한 짓들. 아침에 남편 안 깨워서 지각시키고. 물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물 가져다 달라고 하면서 "밀린 물값 오늘 꼭 드리겠다"고 사정하다시피 하고(덧붙여, 쌓아놓은 물통들도 오늘 반드시 드리겠다고 빌었다) 물값을 내려면 돈이 있어야지. 아파트 안에 있는 현금지급기가 하필 고장나서 은행까지 내려가 돈 10만원 찾음. 음료수랑 바나나, 우유(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하고 우유란 얘기다. 난 집에 우유 떨어지면 에너지가 5분의1로 줄어든다) 사고. 집안..

나는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인 듯. 개와 고양이 중에 어느 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고양이를 고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굳이 두 종류 중에 고르지 않고 이 세상 수많은 유전자 조합들에 문을 열어놓는다 하더라도 나는 고양이 부류의 인간이다. 전생에 만일 어떤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필시 나는 고양이였을 것같다. 필립 풀먼의 3부작에는 자신과 영혼을 같이 하는(사실상 우리 세계에서 영혼이라 부르는 것과 동일한 존재인) 데몬이라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혹은 상상한) 나의 데몬은 의심의 여지없이 고양이였다. 다만 그 고양이의 털이 까만지 하얀지 혹은 파란색인지 황금색인지 얼룩덜룩한지에 대해서만 상상의 여백이 있었을 뿐, 나의 데몬은 물을 필요도 없이 고양이였다. (개와 고양이 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