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 기형도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저 시집을 다시 읽고 싶어졌다. 오늘 아침 회사 가면서도 그 생각을 했는데. 그 시집이 어디 있더라, 하고. 어딘가 시골집에 흘러흘러가 썩고 있거나, 혹은 잃어버렸거나 뭐 그랬는 줄 알았다. 방금 전 오랜 친구가 집에 왔었다. 나 데려다주는 길에 화장실 들렀다가 간다고. "잎속의 검은 잎 읽고싶어" 했더니 내 책꽂이 구경하던 친구가 "여기 있네"하는 거였다. 어, 거기 있었구나. 아마도, 내가 결혼해서 옮기고 난 뒤 닐리리가 책꽂이에 보관해놓고 있던 것을, 다시 내가 친정집에서 챙겨다 놓았나보다. 시집을 펼쳤다. 비닐 표지, 누렇게 변한 종이들. 그리고 속표지에는 친구의 글. "항상 믿음직한 친구 정은에게. 20세 생일을 축하하며. 앞으로도 더욱 내면적 성숙과 외면적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