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94

프란츠 파농을 읽다가.

프란츠 파농의 '검은 피부 하얀 가면'을 읽다가. 문득 마주친 문장에서, 머리 속에 잠시 어떤 생각들이 뒤섞여버렸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너의 피부색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 피부색"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것이 원래의 문장이다. 파농은 흑인이었고, 저것은 그가 맞부딪쳐야 했던 현실이었다. 나는 여성이기 때문에 이런 현실에 맞부딪쳐야 한다. 어떤 사람들은 내가 마음에 들 때 "네가 여자임에도 불구하고"라고 말한다. 내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도 "네가 여자이기" 때문은 아니라고 말한다. 그 어느 쪽이든 나는 이 끔찍한 순환론을 벗어날 수가 없다. 이건 어떤가. 다시 파농의 글. 항상 흑인 선..

이란 여성의원의 투쟁과 희망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합니다. 보수세력은 무너져야만 합니다". 올해 35세의 파티마 하키캇주는 이란 마즐리스(의회)의 최연소 여성의원. 2000년 총선에서 처음으로 개혁파가 다수를 차지하면서 개혁바람이 불었을 당시 하키캇주 의원은 개혁과 여성인권의 상징으로 국민적인 스타가 됐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보수파의 대대적인 공세 속에 그는 총선 출마 자격까지 박탈당하며 정치공세의 타겟이 됐다. 대학교수 출신인 하키캇주 의원은 지난달 보수파의 본산인 혁명수호위원회의 총선 자격심사에서 입후보 자격이 박탈된 2500여명 중에 포함됐다. 무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이 이끄는 개혁파 정부와 의회가 혁명수호위 조치에 반발하며 내각 총사퇴까지 경고하면서 맞붙었지만 싸움은 개혁파들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갔다. 19일 치러..

이란 여성변호사, 노벨평화상 수상

이란의 인권변호사·여성운동가인 시린 에바디가 올해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 이슬람권 여성이 노벨평화상을 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10일 에바디가 민주주의와 인권, 특히 여성과 어린이의 권리를 위해 투쟁한 공로를 인정해 평화상 수상자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평화상 선정은 9·11 테러 이후 2년여에 걸친 이른바 `문명의 충돌' 논란 가운데에 기독교권이 아닌 이슬람권에서 수상자를 뽑았다는 의미도 있지만, 이슬람권 여성 실태에 대한 서방의 간접적인 비판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에바디의 수상은 여성·인권분야의 개혁을 도외시해왔던 이슬람권에 커다란 정치사회적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슬람 신정(神政) 국가인 이란에서는 에바디의 노벨상 수상을 계기로 보수-개혁파 간..

멕시코판 '살인의 추억'

공장지대와 농촌이 뒤섞인 소도시, 어두운 밤길을 걷는 젊은 여성. 살인마가 등 뒤에서 여성을 덮친다. 차례로 희생된 여성들의 시신에서는 성폭행과 고문의 흔적이 발견된다.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의 추적은 허술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연쇄살인. 엽기적인 범죄, 무기력한 공권력. 시민들은 공포에 빠진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런 일이 멕시코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접경한 멕시코 북부 공업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시(市)는 젊은 여성들을 노린 연쇄살인으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도시에 사는 호세피나 곤살레스 부인은 지난 2001년 10월 여느때와 다름없이 딸 클라우디아(당시 20세)를 일터로 보냈다. 딸은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