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228

시아파 성직자의 죽음

이라크 중부 이슬람 시아파 성지 나자프에서 29일 사상 최악의 차량폭탄테러가 발생, 최소 82명이 숨졌다. 이 테러로 미국의 전후재건 작업에 협력해온 명망있는 시아파 지도자 아야톨라 무하마드 바키르 알 하킴이 숨졌다. 미국의 과도정부 수립 계획은 그의 사망으로 최대 시련을 맞게 됐다. 금요일의 대폭발 바그다드 유엔사무소 폭탄테러가 일어나고 열흘만인 29일, 나자프의 이맘 알리 모스크에서 차량폭탄테러가 일어났다. 이날은 이슬람의 금요 대예배일이었고, 알 하킴(사진)은 설교를 마치고 돌아가던 중이었다. 마침 그의 이날 설교내용은 이라크의 단결을 호소하고 아랍국들에 복구 지원을 촉구하는 것이었다니 아이러니다. 알 하킴이 승용차에 타려는 순간 차에 설치돼 있던 폭탄이 터졌다. 현장은 시신 조각들로 뒤덮였고 알리..

통치는 내가 한다, 몸만 대라

미국이 유엔에 이라크 파병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제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각국이 반발하고 나섰다. 러시아와 프랑스, 독일은 이라크전쟁과 전후재건 과정 내내 일방주의를 고집해온 미국이 위험부담만을 분담하려 한다며 비난했고, 다국적군 참여를 긍정적으로 고려했던 인도, 터키도 테러 여파로 파병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유엔 주재 프랑스대사 미셸 두클로는 "이라크가 테러리스트들의 무대가 된 것은 불행한 일이지만 파병문제는 시간을 갖고 검토해봐야 한다"면서 "짐을 나누려면 정보와 권위도 나눠야 할 것"이라고 미국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도미니크 드 빌펭 프랑스 외무장관과 요시카 피셔 독일 외무장관은 21일 밤 프랑스 파리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공동 대응책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유엔주재 러시아..

골치아파진 미국

U.S. soldiers look through the rubble of the United Nation headquarters in Baghdad August 20, 2003. More bodies may be buried in the ruins of the U.N. headquarters in Baghdad after it was hit by a truck bomb that killed at least 17 people yesterday. REUTERS/Suhaib Salem REUTERS 24명의 사망자를 낸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 유엔본부 폭탄테러사건에 대한 본격적인 수사가 시작됐다. 미국은 연방수사국(FBI) 요원들을 투입해 현장 조사에 들어갔으며 이슬람 극단주의 테러조직인 '안사르 알 이슬람'을..

결국 이렇게 되는구나

A suicide attacker set off a truck bomb on August 19, 2003, outside a Baghdad, Iraq, hotel housing the U.N. headquarters, U.S. officials said. At least 20 U.N. workers and Iraqis were killed, including Brazilian Sergio Vieira de Mello, the chief U.N. official in Iraq. REUTERS/Rob Gauthier/POOL 9.11 테러 2주년을 앞두고 전세계에 테러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알카에다 등 무장테러집단들의 추가테러 경고가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와 이스라엘의 예루살렘에서 대규..

[황해리포트] 카우보이가 파괴하는 바빌론

바그다드 시내, 알 만수르 거리. 프라이드치킨과 아메리칸 커피를 팔던 서구식 레스토랑 ‘알 사아‘ 건물은 깊이 패인 폐허로 변했다. 부서진 건물 잔해 위에서 미군들은 후세인의 흔적을 찾고, 바그다드 시민들은 쓸만한 물건들을 뒤진다. 바그다드 강변의 정보부 건물에 진치고 있던 위성안테나들도 미사일을 피하진 못한다. 공보부도, 근처의 만수르 호텔도 폭격을 당했다. 팔 잘린 어린 아이, 머리 윗부분이 날아가버린 소녀의 주검, 시신을 가린 천을 들춰보는 사람들. 바그다드에 쏟아지는 폭탄, 솟아오르는 불길, 검은 연기, 무자비한 폭격음. 6개월 전에 이라크를 방문했었다. 이라크. 나는 그 곳에 가는 것을 마음속으로 오랫동안 꿈꿨었다. 국제부에서 중동지역에 대한 기사를 쓴지 꽤 오래됐다. ‘현장’에 가보지 못하는 ..

전쟁이 민영화된다

이라크는 '용병 싸움터' (2003.8.10) 이슬람세력들은 미군 점령에 맞서 이슬람 각국의 무자헤딘(전사)들을 불러들이고 있고 미군과 영국군은 보안회사들과 계약해 용병을 고용, 무자헤딘을 진압하려 하고 있다. 이들의 충돌로 유혈사태가 악화되고 있으니, 1980-90년대 옛 소련 점령하의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졌던 용병싸움이 재연되고 있다는 우려도 지나친 말은 아니다. 아이 무셔워... 부시 미국대통령은 10일 "외부에서 온 테러리스트들이 이라크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백악관이 이날 이라크 점령 100일을 기념하야 '이라크 안보와 자유를 향한 100일의 결과'라는 보고서를 냈는데, 이 보고서는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조직들이 이라크 재건의 장애가 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폴 브레머 이라크최..

석유시장, 다시 '메이저 시대'로

좀 길지만 중요한 얘기. 이라크전쟁을 계기로 세계 에너지시장이 대격변기를 맞고 있다. 전쟁 전부터 예상됐던 바이긴 하다. 가장 근본적인 변화는, 1970년대 이후 걸프의 국가들이 석유를 장악했던 자원민족주의 시대는 끝났다는 것이다. 이건 즉, 오펙 체제가 끝났다는 얘기다. 이미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이 석유와 천연가스 시장을 탈환하는 조짐이 뚜렷하다. 중동의 시장개방은 역내 정치불안을 가중시키고 국제유가를 불안정하게 만들 가능성이 높다. 문 여는 걸프 전쟁으로 정부 기능이 상실된 이라크 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쿠웨이트, 이란까지도 서방 에너지자본에 자원시장의 문을 열어놓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보라. 사우디와 이란이 석유시장의 문을 열다니. 사우디 에너지부는 지난 22일부터 이틀간 유럽과 일본을 돌며 50..

[요르단] 바그다드의 책 시장

정확한 동네 이름은...까먹었어요. 바그다드 시내 구시가지의 책시장에 갔었어요. 매주 한번씩 장이 섭니다. 같이 갔던 에삼이라는 청년은, 저 곳에서 영어사전을 들었다놨다 했더랬지요. 한권 사주고 올 걸 그랬나, 두고두고 후회했답니다. 잘 보세요, 위 사진이 뭔지. 바닥에 널려 있는 것은 축구 사진들이랍니다. 가운데에 바티님의 사진 보이시나요. 이라크는 시류에서 조금 처져있던 탓인지, 바티님 사진들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더군요. 베컴 사진도 몇장 있었고요. (참 바티님 아예 은퇴한다던데...주루룩) 이 사진은, 꾸란을 파는 가게랍니다. 가게-라지만 사실은 노점상. 저 가게에서 꾸란 두 권 사고, 꾸란을 넣는 탄탄한 종이가방도 샀어요. 또 조야한 카드도 샀지요. 전화카드 모양의 흰 종이인데, 앞면에..

용감한 BBC

이라크 전쟁 정보 조작의혹을 놓고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와 BBC 방송 사이의 대결이 확대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영방송의 대명사'인 BBC와 총리실 간의 싸움은 영국의 이라크전 참전 정당성 문제는 물론, 언론 자유라는 측면까지 맞물리면서 정치적인 이슈로 비화하고 있다. BBC 이사회는 영국 정부의 이라크전 정보 조작 의혹을 제기한 뉴스 제작진과 그레그 다이크 현 사장의 보도제작 방침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정리했다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FT)가 6일 보도했다. 개빈 데이비스 회장은 "이사회는 기자들과 뉴스 제작진이 문제의 기사를 보도하는 과정에서 공정성과 정확성이라는 원칙을 지켰다는 사실을 만족스럽게 생각한다"면서 "공익에 반(反)하는 외압을 거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BBC는 지난달 25일..

[요르단] 티그리스, 그리고 사해.

팔레스타인 호텔 내 방에서 내려다본 저녁의 티그리스. 잘 있니, 강아. 그리고 사해. 요르단의 암만은 해발 고도가 800m 넘는 고원이다. 로마가 일곱 언덕의 도시라고 하듯, 암만 또한 일곱개 언덕의 도시다. 언덕 사이사이를 지나 광야로 내려간다. 예수라는 분이 2천년전에 깨달음을 얻었다던, 그 광야다. 물론 그 광야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쪽에서 역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예수가 세례받았다는 곳이 바로 요르단에 있고 보면-- 예수님 시절에 무슨 국경이 있었으리오. 광야는 사람을 아주 이상하게 만든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치게 만든다. 광야의 끝에는 사해가 있다. 소금바다. 놀러간 것이 아니라서(날이 춥기도 했고 일행도 있었고) 물에 들어가 놀지는 못하고, 구경만 했다. 광야는 언제라도 다시 가고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