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51

치도리초, 새로운 생활에 적응하기

저희 가족이 살게 된 곳은 도쿄 남쪽 오오타구에 있는 '치도리초'라는 마을입니다. 도착한 날, 하네다공항에 내리는 순간 따사로운 햇살-- 순전히 위장이었습니다. 이 도쿄라는 곳은, 봄에는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대형 마트에 가니 '꽃가루 대책코너'가 따로 있을 정도) 또한 춥습니다. 올봄이 특히 더 춥다는 모양인데, 기온은 서울보다 높겠지만 여기 집들은 난방이 안 되거든요. 우려했던 바대로, 몹시 추워서 고생을 좀 했습니다. 잘 때는 전기장판, 낮에는 대충 지내고, 저녁에는 마루(로 쓰고 있는 방)에 히터를 틀어야 해요. 집은, 제 생각보다는 넓고, 맘에 들어요. 오래된 집이니- 싼 맛에 산다고 봐야죠 ^^;; 제법 건전한 넓이의 마루(로 쓰고 있는 방)와 역시 건전한 크기의 다다미방(안방 겸 침실이자 유..

요사이 읽은 일본에 대한 책 몇 권.

1. 가라타니 고진, 2. 루스 베네딕트, 그저그랬다. 앞부분은 재미있는데, 뒷부분 일본인들 정신분석 해놓은 것은 아전인수에 꿈보다 해몽이라는 느낌. 3. 마루야마 마사오-가토 슈이치 대담, 책의 명성(?)은 예전에 들었는데... 일본은 참 대단한 나라로구나. 4.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일본의 근대는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이른 시기에, 훨씬 능동적이고 열성적인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었구나... 5. 이경덕, 일본여행서치고는 괜찮다. 가볍게 읽을만하다. 올들어 읽은 책들은, 내 처지가 처지이니만큼 모두 일본에 관한 것이었다. 5번 빼고, 나머지 책들은 그다지 가벼운 것들은 아닌데 생각보다 재미있게 읽었다. 다섯권을 연이어 읽었는데 독서의 밀도가 다른 때보다 좀 높았다. 그 덕인지, '일본의 근대'라는 것에..

가라타니 고진, '일본정신의 기원'

일본정신의 기원 日本精神分析 (2002) 가라타니 고진 (지은이) | 송태욱 (옮긴이) | 이매진 | 2003-08-01 가라타니 고진의 책은 재미있다. 특유의 진지하면서도 경쾌한 느낌마저 주는 필치랄까. 고진의 글은 술술 읽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히 서평을 쓰기가 힘든 것이 고진의 책이다. 적어도 나의 경우는, 고진의 글에 상당히 반해있으면서도 뭐라 평가하기가 참 힘들다. 그저 재미있다,고 말할 밖에는. 이 책은 내가 올들어 읽은 첫번째 책이다. 때마침 나는 일본으로 건너오게 됐고, 뭐든 일본에 대한 책을 붙잡고 공부를 해야할 것만 같은 강박관념에 시달리고 있었다. 가라타니 고진, 그리고 '일본 정신의 기원'. 이 책만큼 어울리는 것이 어디있겠나 싶어 책을 펼쳐들었다. 책의 전반부는 제목 그대로 일..

딸기네 책방 2004.03.10

도쿄를 폭파하겠다

테러조직 알카에다가 230여명의 사상자를 낸 터키 유대교회당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고 주장하는 성명을 냈다. 이들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인도네시아 발리섬·자카르타 테러와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연쇄테러에 이어 알카에다의 대형 테러가 또다시 발생한 셈이다. 알카에다는 또 이라크에 파병한 영국과 이탈리아, 자위대를 파병할 예정인 일본을 겨냥한 추가 테러를 계획하고 있다고 경고해 테러공포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알카에다, "우리가 했다" 알자지라TV는 16일 알카에다 내의 한 무장조직이 영국 런던에서 발행되는 아랍어신문 `알 쿠즈 알 아라비' 지(紙)에 전날 발생한 터키 시나고그(유대교회당) 테러를 자신들이 저질렀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보내왔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의 압둘 바리 아트완 편집장은 알자지라방..

에놀라 게이

2차 세계대전 때 사상 초유의 가공할 무기를 일본 히로시마에 떨어뜨렸던 바로 그 비행기, '에놀라 게이'가 스미소니언 항공우주박물관에 전시된다. 스미소니언 박물관측은 워싱턴 덜레스 공항 부근 스티븐 우드바르 헤이지 센터에 있는 대형 격납고에서 B29 폭격기 재조립 작업을 하고 있다. 12월5일에 일반에 공개할 예정. "미래 세대들도 2차대전에서, 아니 인류 역사에서 폭격기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알아야 할 것 아니겠슴둥?"(박물관 디렉터 왈) 1945년 8월6일 히로시마에 원폭(리틀보이)을 투하했던, 그 B29 폭격기의 이름이 '에놀라 게이'다. 이 폭격으로 14만명이 숨졌고 수만명이 불구가 되고 원폭 후유증에 시달렸다. 후유증으로 인한 사망자들까지 합치면 총 희생자는 23만명으로 늘어난다. 그 ..

후쿠야당 딸들

후쿠야당 딸들유치 야요미 (지은이) | 서울문화사(만화) | 2000-12-07 간만에 만난, 너무너무 재미있는 만화. 일본에 갈 기회가 있으면 H2와 이 책, ‘후쿠야당 딸들’을 꼭 소장판으로 장만해오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맛의 달인, 초밥왕 류의 만화를 싫어함. 미각이 발달하지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는 신경과민으로까지 보이곤 한다. 먹을 것 갖고 누가누가 더 맛있게 만들었나 싸우다니. 맛있게 만들었으면 맛있게 먹음 됐지, 왜 싸우냐고... 이 만화는 다르다. 일본 전통과자 얘기를 귀엽게 늘어놓으면서 동시에 교토라는 지역의 생리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는다. 일본의 전통을 자랑하는 것 같은데, 밉지 않고 신선하고 재미나다. 주인공인 후쿠야당 세 딸들의 이야기는 하나같이 스토리로 꽉 차있다. 그들의 개성, 그..

딸기네 책방 2003.07.11

간장선생

비디오로 '간장선생'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아지님이 빌려왔길래...당근(?) 중국영화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비디오 예고편 지나가고 나니까 화면에 '東映'이라는 자막이 뜨더군요. 어, 일본 영화잖어...올초에 비디오로 '춤추는 대수사선'을 보고나서 엄청나게 실망했으며 또한 봄에 영화관에서 '올빼미의 성'이라는 재미없고 엽기적인 영화를 본 뒤 일본 영화에 대한 꿈(?)을 잠시 접은 차였는데... 이마무라 쇼헤이. 히히히...이름을 들어본 기억이...방금 전에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아보니까 꽤나(어느 정도인지는 잘 모르지만) 유명한 감독이군요. '나라야마 부시코', '우나기'. 모두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작품인 걸 보면요. 황금종려상...이것도 유명한 상이죠, 아마. 전쟁, 공습, 폭격, 등화관제. 좋지 ..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

일본에서 2400만명이 봤다는 미야자키 하야오감독의 초대형 히트작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千と千尋の神隱し)'을 봤다. 후배를 따라 시사회에 갔었는데, 사람들이 몰려서 시사회장이 북적북적했다. 미야자키라는 이름, '관객동원**만명'이라는 카피의 설득력 같은 유인요인들이 있어서 그랬는지. 관객들의 반응도 아주 좋았던 것 같다. 재작년에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국내상영을 앞두고 열린 시사회에서의 그 썰렁한 반응에 비하면 어제는 영화보는 사람들 모두, 웃기거나 귀여운 장면이 나올 때마다 웃고 즐거워하는 것 같았다. 특유의 가볍고 달콤하고 코믹한 부분들이 여러번 나왔는데 나는 사실 별로 웃지 못했다. '헤이세이 폼포코 너구리대전쟁'을 볼 때에는 달걀귀신이 나와서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는데. 영화는 아주..

천 년 동안에

천 년 동안에 1, 2 마루야마 겐지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문학동네 "...현실을 바라보는 용기를 밑바탕으로 하는 꿈이나 이상이라면 몰라도, 현실에서 도피하기 위한 소도구로 문학이 존재한다면 나는 거부하고 싶었다. ... 집단으로 형성된 세계는 그것이 어떤 세계든 나는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샐러리맨의 세계를 거기에서 또다시 재연하다니 넌덜머리가 났다. 혼자 힘으로 헤쳐나갈 수 있는 세계이기에 뛰어든 것이다. " 마루야마 겐지의 재미없는 소설에 반했습니다. '언젠가 바다 깊은 곳으로'라는 소설을 비교적 재미있게 봤지요. 흥미진진 정도는 아니지만, 그런대로. 문장이 참 멋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허걱...'천년동안에'는 두 권으로 이뤄진, 아주 긴 소설입니다. 판타지 소설이라면 10권 짜리라도 ..

딸기네 책방 2001.07.18

기억창고에서 끄집어낸 해적판 이야기

긴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최근 읽은 만화 한 편을 소개하면. '하늘은 붉은 강가'는 바로 '나같은 사람', 나이도 잊은 채 어렸을 때 만화방에서 죽때리던 기억에 사로잡혀 헛된 망상에서 아직도 헤어나지 못하는 사람을 위한 만화다. 여기서 잠시 딸기의 전사(前史)를 알아볼 필요가 있음. 국민학교 때부터 각종 만화방을 섭렵했었다. 그 때 가장 감명깊게 읽었던 만화 중의 하나가 바로 '나일강의 소녀' 시리즈였으니. 작가 이름은 당시 해적판에는 '유혜정'이라고 돼 있었음. 1부인 '나일강의 소녀'에 이어 '나일강의 여신', '나일강의 사랑', '나일강이여 영원히', 그리고 연속성이 상당히 떨어지는 '나일강의 수수께끼'와 같은 후속편들이 줄줄이 따라붙는 대작이었다. 이 만화를 보고 고고학자가 될 결심을 했다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