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251

[5월의 교토] 파란 교토

파란 나라도 아니고 파란 교토라니. 그런데 5월에 찾아간 교토는 정말로 파란 빛이 눈부셨다. 교토의 서쪽, 아라시야마 근처에 있는 유명한 텐류지(天龍寺). 교토에 가는 사람은 대개들 들러볼만한 곳이니 설명은 패스. 그 주변에 아라덴이라는 작고 귀여운 전철도 있고(개찰구가 따로 없고 아이처럼 앳된 차장이 두칸짜리 전철 가운데에서 손 내밀고 표받아 깜놀) 이런 대숲도 있다. 숲의 이름은 치쿠린, 글자 그대로 竹林이다. 혹시 우리나라엔 이런 죽림 없을까. 담양 죽녹원이 이쁘다던데 못 가봤다. 한국에 돌아가면 꼭 들러보리라. 인터넷 검색해보니 경남 사천에 죽림역, 전북 완주군에 죽림온천역이 있는데 폐쇄됐거나 쓰지 않는다네... 일본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은 '자연'이다. 이렇게 말하면 일본 사람들은 어쩌면 놀랄지..

강이, 나무가, 꽃이 돼 보라

석달 전 교토에 여행을 갔다가, 교토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히가시혼간지(東本願寺)에 들른 적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오래된 큰 건물들이 일본에는 많지만, 특히나 이 히가시혼간지라는 절은 건물의 크기가 워낙 컸다. 정토진종의 절인데 안에는 사람들이 거의 없이 고즈넉했다. 그곳 갤러리에서 뜻밖의 전시를 만났다. 조용한 갤러리에서 갑자기 눈에 들어온 것은 한국인임이 확실한 어떤 문인의 이름이었고, 그 옆에는 일본어로 '재일(자이니치)코리안' 즉 식민지 시절 일본에 끌려갔거나 건너갔다가 정착하게 된 사람들을 소개하는 글이 실려 있었다. 이들은 남북한이 갈라지기 전에 일본에 간 이들이기 때문에 한국인도 북한사람도 아닌 '재일'이라고만 불린다. 일부는 조총련계, 일부는 민단계로 갈려 있지만 자..

딸기네 책방 2012.08.27

오호츠크해 자전거 달리기

여기가 바로 오호츠크해. 겨울철 유빙이 흘러내려올 때에 가야 제격이었겠지만 나는 추운 곳에 못 가는 관계로... ㅎㅎㅎ 사진이 영 거시기하네... ;; (역쉬나 펜탁스 K01을 사야했어...?? 퍼퍼퍽) 사로마 호수(석호)의 왓카 원생화원.한쪽 옆(북쪽)에는 오호츠크해, 한쪽에는 석호. 그 사이에 20킬로미터에 이르는 사구가 늘어서있다. 그 모래언덕을 메운 풀들 사이를, 2시간 동안 자전거로 달렸다. 풀밭 사이로 새들이 날고, 작은 숲에선 두견새와 뻐꾸기가 울고, 하늘엔 날개길이가 이쪽저쪽 2m는 되는 독수리가 떠돌고. 에조노요로이구사 エゾノヨロイグサ, 웹에서 찾아보니 일본 한자로는 蝦夷鎧草. 학명은 Angelica sachalinensis. 우리말로는... 모르겠네 -_- 케냐 초원에서 보았던 아카시아..

철학의 길과 청명한 산길, 어느 쪽이 좋을까?

저절로 철학자가 될 것만 같은, 고즈넉한 언덕배기 산책로. 청량한 공기에 고사목과 맑은 물, 호수가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느낌을 자아내는 산길. 어느 쪽이 더 좋을까요? 5월에 두 곳을 여행했습니다. 아쉽게도 4월의 태국 여행조차 여행기를 정리하지 못하고 있는 터라... 사진으로라도 뭉텅이씩 올려서 함께 감상하면 좋은데, 사실 여행기라는 게... 남의 여행기를 여간해서는 읽게 되지 않잖아요. :) 그래도 며칠 전 보고 온 산길 풍경이 너무 생생해서, 생각난 김에 5월의 여행지 두 곳의 사진을 한장씩 뽑아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그랬더니 여러 친구들께서 '좋아요' 눌러주고 댓글도 달아주셨더라고요. 먼저, 이 곳입니다. 이 곳은 교토 히가시야마의 '철학의 길(哲学の道)'입니다. 교토는 가로세로 십자로들이 크..

일본 채소 고야

일본에서 늘 궁금했던 것, 고야.원래 오키나와 지역에서 많이 먹던 채소라고 한다. 애호박 크기에 도깨비방망이처럼 우툴두툴한 독특한 모양 때문에 궁금하면서도 선뜻 손을 대기가 어려웠다. 그러다가 며칠전 용기를 내어 하나를 샀다. 그리고 나서도 다시 머뭇거리다가, 마침내 어제 요리;;를 했다. 먼저 사진부터. 오키나와 미군기지 주변에서, 마치 우리나라의 부대찌개처럼 깡통 음식(햄 종류)들과 두부와 계란과 숙주 등등을 볶아서 먹는 '고야 찬푸루'라는 음식이 생겨났다고 하는데, 나는 그냥 새우와 함께 볶았다. 아지님 말로는 일본 사람들은 주로 돼지고기와 함께 볶아먹는다고 하는데, 고야 찬푸루의 출생을 보면 오키나와 섬이라는 특성상 돼지고기보다는 두부, 계란과 함께 볶는 게 원조인 것 같다. 나는 새우볶음에 고야..

일본에서 잘 먹고 살기

아주아주 드물게 올리는 딸기의 먹거리 포스팅.(요리를 잘 못하기 때문에 안 올리는 거라고 마구 추측하지들 마셈 ㅎㅎ) 아무래도 요즘의 식생활에 대해 보고(?)를 좀 해야할 듯 싶다. 왜냐? 그동안 받아먹은&먹고있는&먹을예정인 것들이 잔뜩 있는지라... 일전에 페북에 올렸지만... 이건 게고가 보내준 먹거리들.포장 미역은 집에 좀 있었지만 게고가 보낸 미역 보면서 '이거 맛있겠구나!' 했다. 신문지에 싸놓은 것 보고. 아마도 제대로 된 미역 아닐까 싶어서. 예측이 맞았다! 엄청 맛있었다. 그런데... 한 냄비 끓여먹었더니 없더라능. ㅠ.ㅠ 게고야 넘넘 잘 먹었어.보내준 차 중에서는 우롱차랑 녹차랑 등등 몇가지 꺼내어 잘 우려내 마시고 있다. (실은 요즘 이것저것 차를 우려내어 거의 하루에 두 주전자씩 마시..

도쿄 대공습과 커티스 르메이

1945년 3월 10일 새벽, 미군 B29 폭격기 340여대가 2400톤이 넘는 소이탄을 일본 도쿄에 떨어뜨렸습니다. 몇개월 뒤 히로시마·나가사키 핵폭탄 투하로 이어지는 미국의 일본 패퇴작전의 서막인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일본은 이미 그 몇년 전부터 태평양전쟁을 벌여 아시아 거의 대부분 지역을 전쟁터로 만들었지만 정작 일본 ‘본토’의 국민들은 전쟁 분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합니다. 일본이 태평양 주요 전선에서 연일 승승장구하고 있다는 군국주의 정부의 선전이 사실이 아님을, 미국이라는 사상 유례없는 강력한 적을 상대하고 있음을 국민들에게 각인시킨 것이 바로 이 도쿄대공습이었습니다. 이미 도쿄는 1923년의 간토 대지진으로 한차례 초토화된 뒤였습니다. 20여년 동안 도쿄를 재건하면서 일본 당국은 ..

공원의 모범, 도쿄 세타가야 공원

역시 지난해 가을의 풍경입니다. 도쿄 시내 세타가야(世田谷) 구에 있는 세타가야 공원에 갔습니다. 먼저 사진부터 보시죠. 왜 제가 '공원의 모범'이라는 거창한 말을 붙였는지. 공원 뒷문으로 들어섰습니다(앞문이라 해봤자 거대한 정문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렇게들 음식을 하고 있네요. 얼핏 보면, 무슨 난민촌(?) 같아 보입니다. 깔끔하게 단장된 '콘크리트 공원'들과는 영 다릅니다. 날이 조금 쌀쌀했습니다. 국물 있는 음식을 만들어서 싼 값에 팝니다. 이 공원의 놀이활동을 돕고 관리하는 시민단체에서 하는 겁니다. 여기도 난민촌;; 분위기... 여기저기 나무에 로프를 매달았습니다. 바닥엔 비닐을 깔아놓고, 거기에 물을 받아놨습니다. 이겁니다. 앞에 쓰여있는 일본어는 '스타트(start)'. 여기가 출발지점..

지난 가을, 카루이자와

지난해에 일본과 서울을 오가며 소소하게 여행도 다니고 했건만, 집안 꼴이 말이 아니었던지라... 예전 집에선 사진을 다 뽑아 액자에 걸어두고 앨범에 정리하는 일이 재미 중 하나였는데, 지난해에 어수선하게 지내느라 통 사진도 정리하지 못했다. 사진이라 해봤자, 아이폰 생긴 뒤로는 내 손에 디카를 들고다니는 일도 없고 해서 별로 찍지도 않았고. 그나마 아지님이 얻어온 삼성 디카에 몇장 담겨 있는 것을, 어제야 랩톱에 연결해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 건진, 카루이자와(軽井沢) 풍경 몇 장. 제법 추웠다. 지난해 10월쯤 되었던 걸로 기억하는데(다이어리조차 어디에 틀어박혀있는지 모르는 형편이라 확인 불가능 -_-;;) 카루이자와가 유난히 추웠다. 나가노(長野) 현 키타사쿠(北佐久) 군에 있으니 도쿄보다 북..

카루이자와, 단풍

닛코에 이어, 일본에서 마음에 드는 곳 발견. 나가노 현의 카루이자와. 추웠다. 도쿄와는 비교가 안 되게... 차가운 산 공기. 온통 숲속의 별장지이고 그 사이사이로 길이 나 있다. 낙엽 깔린 길들이 너무 좋았다. 그런데 사진은 별로 못 찍어서... ㅎㅎㅎ 저 길은 아필이면 -_- 낙엽 안 깔린 길... 1박2일 보내면서 두 번이나 들렀던 'Magnolia'라는 카페. 사진에 집중하고 있는 요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