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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의 발명- '평화'도 배워야 한다

평화의 발명 -전쟁과 국제 질서에 대한 성찰 마이클 하워드 (지은이) | 안두환 (옮긴이) | 전통과현대 | 2002-10-28 바람구두님의 서평을 읽고, 한껏 기대를 하면서 산 책. 뜻밖에도 가벼웠다. 부피가 작고 두께도 얇고. 얼렁뚱땅 만든 듯, 어딘가 엉성해보이는 편집이 황당하게 느껴질 정도였다. 아니 이런 책이었나? 제목에서 느껴졌던 부피감은 대체 어디로 간 것일까. 분량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내 수준에선) 굉장히 빨리 읽었다. 내용은 가볍지 않았다. 내겐 익숙치않은 문체, 생각할 거리들, 생각의 꼬리를 붙잡지 못하고 물러서버린 나. 책을 읽고 시간이 좀 흘렀다. 책장을 넘기는 동안 수첩에 메모해뒀던 내용들을 다시 읽어봤다. 역시 ‘평화’는 어렵다. 이루기 어려울뿐더러 이해하기도 어려운 개념이다..

딸기네 책방 2005.03.04

2005 소설읽기 3/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네루다의 우편배달부 El Cartero de Neruda (1985)안토니오 스카르메타 (지은이) | 우석균 (옮긴이) | 민음사 | 2004-07-05 소설이건 영화건 만화건, 정말 재미있는 것은- 한참 웃다가 눈시울 시큰하게 만드는 그런 것이 아닐까. 이 책이 딱 그런 책이다. 너무 마음에 들어버려서 다 읽고난 이 책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고민스럽다. 금박으로 포장해서 나무 상자에 넣어둘까? 한장 한장 찢어내서 벽지로 발라버릴까? 꽃띠로 리본을 매어 액자에 넣어 걸어놓을까? 차라리 몽땅 베껴써볼까? 독자를 웃게 만들려면 작자가 웬만큼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으면 안 된다. 너저분하지 않게, 살짝살짝 감각적이면서 솔직한 언어로 찌꺼기 없는 웃음을 선물해주는 책. "몇달 전부터 그 마리오란 놈팡이가..

딸기네 책방 2005.01.21

2005 소설읽기 2/ 인간실격

인간 실격 人間失格다자이 오사무 (지은이) | 김춘미 (옮긴이) | 민음사 | 2004-05-15 소설을 한번에 읽는 법이 없는 내가 앉은자리에서 책을 모조리 읽어내려갔다. 그러니 적어도 재미없는 책은 아니었다. 읽고 나니 허무해졌다. 제목이 하도 심오해서 심오한 책일 줄 알았더니.. 허무한 책이었다. 인간됨의 '조건'은 존재하는가. 누가 그 조건을 만들고, 누가 합격과 실격을 심사하는가. 고독이 술을 부르고 술이 인연을 만들고 인연이 병을 낳고 병이 불면의 밤을 가져오고 불면은 수면제를 부르고 수면제가 다시 병을 낳고 죽음을 낳는 시대. 일본의 한 시대, 이렇게 허무한 소설이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니 그 얼마나 허무한 세대였을까. 그들이 만난 세상은 얼마나 허무한 것이었길래 '인간실격'에 공명했을..

딸기네 책방 2005.01.19

2005 소설읽기 1/ 거미여인의 키스

거미여인의 키스 El Beso de La Mujer Aran"a마누엘 푸익 (지은이) | 송병선 (옮긴이) | 민음사 | 2000-06-12 그래, 난 처음부터 이 책이 재미있을 줄 알았다니까. 기대 만땅이었다. 책을 읽기 전, 책에 대해 아는 것은 거의 없었다. 작가 이름이 마누엘 푸익이라는 것, 남미 쪽 사람이라는 것, 영화로도 나왔다는 것. 그것 뿐이었다. 책의 리뷰들도 제목만 보고 일부러 읽지 않았다. 책의 줄거리를 전혀 몰랐으니, 그저 나의 궁금증은 '대체 거미여인은 누구이며 누구한테 키스를 하는가'라는 거였다. 책 속에 참 여러가지가 나온다. 여자, 남자, 좀비, 표범, 야만, 억압, 공포, 사랑, 슬픔, 동성애, 게릴라, 라틴아메리카. 잘도 조합해놨다. 거미여인이 누구인지, 누구에게 키스를 ..

딸기네 책방 2005.01.19

노동의 세기-실패한 프로젝트?- 무지개 렌즈로 '노동'을 보자

노동의 세기-실패한 프로젝트? 쉴라 로우보섬 | 에릭 홉스봄 | 지그문트 바우만 | 차문석 | 칼-하인츠 그래페 | 클라우스 텐펠데 | W.P.비써 (지은이) | 임지현 (엮은이) | 강정석 | 이영석 | 이진모 | 최승완 (옮긴이) | 삼인 | 2000-11-27 출간된 지 몇년 지난 책이다. 다소 '선정적인' 제목에, 에릭 홉스봄의 이름을 표지에 박아놨다. 책은 1999년 오스트리아에서 열린 어느 학술대회 발표문들을 모은 것인데, 홉스봄이 총론격인 글을 썼다. 홉스봄의 글을 많이는 안 읽어봤지만 논지가 명확하면서도 뭐랄까, 낙관적이랄까, 그런 점이 참 마음에 든다. 여기서 '낙관적'이라는 것의 의미는- 홉스봄이 지나온 '노동의 세기(20세기)'를 의미없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는, 노동운동 자체를 '실패..

딸기네 책방 2005.01.19

촘스키 - 머가 하룻밤의 지식여행이야.

하룻밤의 지식여행 1 촘스키 존 마허 (지은이) | 주디 그로브스(그림) | 한학성 (옮긴이) | 김영사 | 2001-02-20 촘스키의 책을 몇권 읽었더니... 내용에는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촘스키 특유의 어법에 많이 익숙해진데다가 내용도 대동소이해서 좀 시들해지던 차였다. 바로 얼마전에 '패권인가 생존인가'를 읽으면서 형편없는 번역 때문에 신경질이 많이 나기도 했고. 그러다 문득 돌이켜보니, 정작 촘스키의 언어학 이론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는 생각이 떠올랐다. 촘스키의 '본업'을 모르고서 촘스키 책들을 읽었다고 할 수 있을까. 촘스키라는 사람의 논리구조에 대해 좀더 알아볼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그렇다고 생판 문외한인 내가 촘스키의 언어학 저술을 읽기엔 버겁고, 언어학 개론서부터 시작하기도 답답하고..

딸기네 책방 2005.01.15

어깨 너머의 연인

어깨너머의 연인 유이카와 케이 (지은이) | 김난주 (옮긴이) | 신영미디어 | 2002-11-20 출판시장이 꽁꽁 얼어붙었는데 일본 소설만 잘 팔린다는 통계조사가 나온 모양이다. 하긴, 한국 소설 읽은지 오래된 나도 최근 몇년간 일본 소설은 읽었으니까. 무라카미 류, 무라카미 하루키, 마루야마 겐지, 요시모토 바나나, 아사다 지로 같은 소설가의 책들. 다만 국적이 일본이라는 이유로 저 소설가들을 줄줄이 묶었지만, 실상 저들의 소설은 스타일이 제각각이다. 소설들이 주는 재미도 작가에 따라 다르고, 주제나 분위기도 모두 다르다. 나름의 재미가 있고 나름의 장점이 있다. 그러니 일본 소설이 이러저러해서 재미있다고 딱 잘라 말하긴 힘들다. 소설보다 내가 더 좋아하는 것은 드라마인데, 책방에서 드라마 얘길 하려..

딸기네 책방 2005.01.15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파인만에게 길을 묻다 Feynman's Rainbow레오나르드 믈로디노프 (지은이) | 정영목 (옮긴이) | 세종서적 | 2004-04-30 그럭저럭 재밌게 읽었다. 시나리오 작가라는 믈로디노프가 칼텍(캘리포니아 공과대학)에서 이론물리학 연구원 생활을 했던 첫 1년 동안 같은 건물 같은 층에 연구실을 두고 있던 파인만을 만나 들은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엮었다. 저자 자신의 설명을 빌면 "이 책은 세상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으려고 노력하는 한 젊은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며, 인생의 끝에 다가선 상태에서 깊은 지혜로 그를 도와준 한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야기"이다. 또한 "리처드 파인만의 말년, 역시 노벨상 수상자였던 머레이 겔만과 파인만의 경쟁, 지금은 물리학과 우주론을 개척해나가는 중요한 이론으로 자리잡은 끈 이..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Ubiquity: The Science of History . . . or Why the World Is Simpler Than We Think 마크 뷰캐넌 (지은이) | 김희봉 (옮긴이) | 지호 | 2004-09-13 분명 저자 소개에는 물리학 박사라고 나와있는데, 그러니 물리학에 대한 책인 줄 알고 펼쳐들었는데 세르비아에서 울린 두 발의 총성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그리고 앞의 4분의1 정도는 지진에 대한 얘기가 나온다. 지진의 원인은 무엇인가. 지진을 예측하는 것은 왜 그렇게 어려운가, 아니 불가능한가. 그러더니 역사에 대한 얘기가 나오고 경제 얘기도 나온다. 대체 이 책은 무슨 책인가. 진정 유비쿼티(책의 원제목)를 책 한권 안에서 구현하려는 것이 아니라면, 물리학 박사..

딸기네 책방 2005.01.13

[스크랩] 귄터 쿠네르트, '가정배달'

잘못 들어선 길에서 Auf Abwegen und Andere Verirrungen 귄터 쿠네르트 (지은이) | 권세훈 (옮긴이) | 문학과지성사 1. 거리 풍경에는 주목할 만한 변화가 없다. 아마도 평소보다 더 많은 짐차들이 도시를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기껏해야 완벽한 교통 경찰관들에게나 눈에 띄었을 뿐이다. 고요한 새벽녘과 마찬가지로 매일 저녁 어둠이 깔리고 나면 그때까지 거리를 돌아다니던 이 수많은 짐차들이 갑자기 이집 저집 앞에 멈춰서서는 상자나 궤짝 혹은 나무로 된 입방체를 내려놓은 다음 운전기사와 조수들이 그것을 들고 익숙한 솜씨로 급히 현관 안으로 사라지는 모습은 어쨌든 처음에는 주목을 끌지 못했다. 가끔 그들은 그것을 질질 끌고 가는가 하면 심지어는 한 주택 건물에 열 개 이상을..

딸기네 책방 2005.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