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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지에 똥을 쌌어요

토프 시리즈 1 바지에 똥을 쌌어요 Tof a un gros proble'me 도미니크 매 (지은이) | 염미희 (옮긴이) | 문학동네어린이 | 2002-11-11 이 책 시리즈 몇권을 더 갖고 있는데, 특히 이 책이 참 재미있었다. 그림이 귀엽다. 특히 좋은 것은, 주인공들이 흔히 볼 수 있는 '전형적인 동물들'이 아니라는 점. 토끼 곰 고양이 다람쥐 등등이 나와서 비현실적인 육-초식 동물군단을 이루는 그림책들(그런 책들이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보다, 상상의 여지도 더 많고 더 정답다. 아이가 "이건 누구야"라고 물어볼 때 간단하게 "악어" "곰돌이" 이렇게 대답해줄 수 없다는 점이 엄마로서 난감하긴 하지만. ^^ 줄거리도 단순하면서 재밌다. 똥을 싸는 것은 그렇게 챙피한 일은 아니예요, 재미있게 놀..

딸기네 책방 2004.12.19

정말 이쁜 그림책, 유리 슐레비츠의 '새벽'

새벽 유리 슐레비츠 (지은이) | 강무환 (옮긴이) | 시공주니어 | 1994-04-01 그림이 정말 이쁘다. 고요하다. 어두운 밤, 서늘하고 축축한 밤, 호수, 산. 먼동이 터오고, 고요한 새벽을 지나 찬란한 아침. 책의 줄거리는 '어둔 밤을 지나 아침을 맞는 호숫가 풍경' 뿐이다. 말 그대로 '그림책'이다. 제목 그대로 '새벽'을, 수채화풍의 아름다운 그림으로 보여준다. 그림이 전해주는 분위기가 참 좋다. 폴란드인이라는 작가는, 언뜻 동양의 산수화를 연상케 하는 여백의 미 한껏 담긴 그림을 선사해준다. 글도 독특하다. 그림책 특유의 간지러운 문장 대신, 좀 무뚝뚝한 문어체라고 해야 할까. '고요하다' '산은 어둠 속에 말없이 지키고 서있다' 이런 식의 짤막한, 그러나 결코 쉽지 않은 문장들이 가지런히..

딸기네 책방 2004.12.19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들

파올로 코엘료의 소설 중에 가장 먼저 읽은 것은 '연금술사'였다. 어떻게 그 책을 고르게 되었을까? 당시 나는 코엘료라는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었고, 듣고보는 것도 처음이었다. 알라딘을 돌아다니다가 정말로 우연히 책의 표지를 보게 됐다. '연금술사', 매혹적인 제목, 예쁜 표지, 라틴스러운 이름. 그런 것들에 이끌려 충동적으로 책을 샀고, 그다지 두껍지 않은 저 소설을 아주 오랜시간에 걸쳐 읽어내려갔다. '아주 오랜시간'이 되어버린 것은 내 게으름탓도 있지만, 저 책을 읽기시작한 뒤 잠깐의 여행을 다녀와야 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나는 여행지에서 미처 읽지 못한 결말 부분을 이리저리 예상해보고, 저 책이 '지금 내게' 무슨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인지 골똘히 생각해봤다. 생각의 내용은 별로 중요하지 ..

딸기네 책방 2004.12.19

2004년의 책읽기

91년부터 독서카드를 정리해왔으니,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다. 그런데 여지껏 연말결산은 해본 적이 없다. 책을 '결산'한다는 웃기고 재미난 아이디어가 여지껏 머리에 떠오르지 않았기 때문에... 한마디로, 연말결산을 해볼 생각을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알라딘 서재질 덕분에, 다른 사람들은 연말 독서결산을 한다는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됐다. 난 좋아보이는 게 있으면 무조건 따라해본다. 그래서 지금 연말결산을 따라해보기로 했다. 지금 나의 처지가 처지이니만큼 올해 읽은 것들 중엔 일본에 대한 책들이 많았다.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정신의 기원'으로 시작해서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마루야마 마사오 '번역과 일본의 근대' 그리고 '현대정치의 사상과 행동', 에드워드 사이덴스티커 '도쿄이야기', 박지향 '일..

나의 '올해의 책'- '총, 균, 쇠'

총 균 쇠 Guns, Germs, and Steel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은이) | 김진준 (옮긴이) | 문학사상사 | 1998-08-08 책표지에 '퓰리처상에 빛나는'이라는 수식어가 자랑스럽게 붙어 있다. 자랑할만 하다. 무슨무슨 상을 수상했다 하는 책들을 쉽게 볼 수 있지만, '퓰리처'라는 말이 붙은 책중에서 별볼일 없는 책은 없었다. 나의 짧은 경험으로 봤을 때, '퓰리처'가 붙은 이 책은 필히 훌륭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책을 펼쳤고, 책은 기대에 어긋나지 않았다. 아마도 내게는 이 책이 '올해의 책'이 되지 않을까 싶다. 재미와 밀도를 동시에 갖춘 책이고, 영화 식으로 말하면-- 오락성도 작품성도 모두 별 다섯개 짜리다. 생리학박사인 저자는 '과학자'다. 우스운 정의 같지만 이 책은, 과학자인 ..

딸기네 책방 2004.12.17

옥의 티는 있지만... '예루살렘'

예루살렘 Jerusalem 토마스 이디노풀로스. 이동진 옮김. 그린비 우리는 3대 종교가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라고 알고 있고 또 실제로도 그렇지만, '3대 유일신교'라고 하면 통상 불교 대신 유대교를 집어넣는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 이 세 종교는 모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과 함께, 구약성경이라는 공통의 텍스트를 갖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적으로 유독 서로간에 분쟁과 갈등을 많이 일으켰던 종교들이기도 하고,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지금도 서로 얽혀 있는 종교들이기도 하다. 얽혀있는 정도가 아니라 물고뜯고 싸우는 점에 있어서는 이 세 종교의 관계만큼 복잡한 것이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이 책은 '예루살렘'을 키워드로 해서 세 종교의 역사를 훑어보고, 세..

딸기네 책방 2004.12.17

시인과 여우- 너무 멋진 그림책

시인과 여우 Basho and the Fox 팀 마이어스 (글) | 한성옥(그림) | 김서정 (옮긴이) | 보림 | 2001-12-15 이제 세 돌 바라보는 꼼꼼이에게 읽힐 책은 역시 아니다. 이 책은 꼼꼼이보다 내가 더 재밌게 봤다. 일본 하이쿠 시인 바쇼와 여우 한마리가 등장인물/동물. 배경은 일본의 어느 산골. 대사는 시인과 여우가 나누는 몇마디, 그리고 바쇼의 하이쿠 세 토막. 흥미롭게도 일본을 내용으로 하고 있지만 글은 서양사람이, 그림은 우리나라 사람이 맡았다. 내용도 좋고 그림도 좋다. 그림책은 뭐니뭐니해도 그림이 좋아야 한다. 이 책의 그림은 만점짜리다. 동양화의 느낌을 살려서 냇물을 하얀 여백처럼 놓아둔 것이나, 사쿠라 가득한 화면이 너무 멋지다.

딸기네 책방 2004.12.11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조선과 중국 근세 오백년을 가다 기시모토 미오 | 미야지마 히로시 (지은이) | 김현영 | 문순실 (옮긴이) | 역사비평사 | 2003-09-25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더니... 가을 끝나고 겨울이 시작되면서 나의 독서는 끝장이라도 난듯이, 게으름만 늘었다. 책읽기도 리뷰 쓰기도 모두 귀찮아서 팽개치고 있었건만, 도저히 이 책은 칭찬을 해주지 않고서는 넘어갈 수가 없을 것 같다. 책을 읽는 동안 내내 나의 무지함을 꾸짖어야했고, 일본 학자들의 엄청난 학구열에 혀를 내둘렀다. 책은 일본의 중국사(명/청사) 전공자와 한국사 전공자, 두 사람이 각각 명-청과 조선 시대를 맡아서 근세의 여러 모습을 살펴보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일국사를 넘어선 동아시아 읽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나야 역사에 문외한이라서 ..

딸기네 책방 2004.12.11

요새 읽은 책들

벌거벗은 여자 데즈먼드 모리스 지음, 이경식 외 옮김 / 휴먼&북스 정확히 말하면 '벗은' 것이 아니라 '벗긴' 것이 되겠다. 저자는 여자를 발가벗기는 것으로도 모자라서, 부분부분 잘라놓고 얘기를 한다. 이마, 눈, 코, 입, 어깨, 가슴, 엉덩이, 다리... 이렇게 토막친 여자를 사진을 찍어놓고 "이 부분으로 말씀드리면~~~" 하고서 썰을 푼다. 총평을 말하자면-- 과학책을 빙자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아닌 책. 아무리 요즘의 분위기가 남자와 여자의 '차이'를 인정하는 쪽으로 가고 있다지만 말이지. 난 이 책이 과학책인 줄 알고 샀단 말이다. 그냥 잡다한 문화적/동물학적 지식을 나열해놓고서 근사하게 이름을 붙인 정도로 밖에 봐줄수 없겠스무니다... 유머로서의 유물론 가라타니 고진/ 문화과학사 재밌게 읽었다..

우붕잡억- 문혁과 지식인의 초상

우붕잡억 (1998) 계선림 .김승룡, 이정선 옮김. 미다스북스 '좋은 책'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 것 같다. 다 읽고난 뒤 "아, 재밌었다!" 하면서 홀가분한 마음으로 책장을 덮을 수 있는 책이 있는가 하면, 책장을 덮은 뒤에도 생각할거리가 뒤통수에 달라붙은듯 마음이 묵지근해지는 그런 책도 있다. 이 책은 분명히 후자 쪽이다. 책을 집어들었던 초반에는 '지지부진한 노인네 잔소리같으니'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고, '요점만 간단히' 하지 않고서 질질 끄는 것이 맘에 안들기도 했다. 뒷부분으로 갈수록 그 '노인네 잔소리'가 마음에 걸려서 읽는 속도는 오히려 느려졌다. 다 읽은 뒤에는 뒤통수에 달라붙은 '생각거리'의 무게가 제법 무거워서 주체를 못하게 됐다. 우붕잡억(牛棚雜億). 문혁때 지식인을 잡아가두고 이른바..

딸기네 책방 2004.1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