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25

[공감] 머리 위에 B-2가 날고 F-22가 난다

B-2라는 이름을 들은 것은 10여년 전이다.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공격하면서 이 전투기를 동원했다고 했다. 이 전투기는 그 때도 화제였다. 축구장 절반에 이르는 엄청난 크기와 가격이 압도적이었다. 관리비용과 공간 문제 등등의 이유로 주기장을 설치하기 쉽지 않아 미국에서 아프간까지 ‘도시락 출퇴근’을 하며 폭격한다는 얘기도 있었다. 어떤 신문은 그걸 재미난 화제 기사로 썼다. 아무튼 사진으로 본 B-2는 근사했다. 내가 좋아하는 큰 가오리 ‘만타레이’를 닮은 검은 삼각형에, 빛과 전파를 흡수한다는 무광택의 위압적인 외양. 이라크전 때 미군은 사상 최초로 B-2를 미국 밖으로 빼내 인도양의 디에고 가르시아 섬에 배치했다. 제공능력도 없는 탈레반이나 사담 후세인을 상대로 저 비싼 무기가 왜 필요했을까. 레이..

장관 내정 뒤 사퇴한 김종훈, “한국 민족주의에 밀렸다”

국적 논란과 부동산 투기 논란 등에 시달리다가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직을 포기한 미국 기업가 김종훈씨가 워싱턴포스트에 한국의 ‘민족주의’를 비판하는 글을 기고했다. 김씨는 지난달 30일자로 실린 이 기고에서 “정치에 큰 관심이 없던 내가 순진하게 장관직을 수락했다”면서 한국 정·관·재계의 변화 거부세력들이 자신의 국적을 문제삼아 장관이 되는 것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경제 환경에서는 아웃사이더인 내가 장관이 될 수 없다는 게 분명했다”고 사임 이유를 설명했다. 이중국적 논란을 빚은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지난 2월 19일 서울 종로구 세종로 광화문빌딩 15층의 임시 집무실에서 나오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민규기자 김씨는 특히 한국 언론과 인터넷 사용자들의 ‘마녀 사..

세계로 진출한 '독재자의 딸'

'독재자의 딸'이라고 미국 어느 잡지가 썼다 했지요. 국내 언론들이 '독재자' 소리를 맘대로 하지도, 쓰지도 못하는 세상인 것 같아서 남의 입과 귀를 빌어 올려봅니다. 먼저, 이집트의 알 아흐람 영문판 온라인. (우리가 이집트 사람들에게서 '독재자의 딸이 대통령 되겠다고 나온 나라'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는 건데... ㅠ.ㅠ) 그 다음은 아사히 신문 영문판. 스페인 유력신문인 엘 문도. 인도의 더 힌두. 홍콩 스탠다드는 심지어... 수식어까지 붙였네요 ;; 터키의 후리예트 데일리는 AFP 기사를 전재했군요. 다음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 글로브. 프랑스의 르몽드. 레바논의 나하르넷. 파키스탄 투데이. 영국의 로이터통신.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디 가제트. 진정 쪽팔리네... 사우디 니네가 할 말이냐! 독일의 슈..

남쪽 정부와 종북 언론

트위터에 돌길래 나도 찾아봤다. (네, 저 할일 없는 거 맞아요) 말꼬리잡기 놀이라도...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1/06/01/2011060102518.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7/05/03/2007050301004.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10/24/2006102460536.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7/12/2006071270532.html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06/06/18/200606..

애들 잡는 어른들

'어린이' 혹은 '예의 없는 어린이' 얘기만 나오면 인터넷에 난리가 난다. 자주 가던 어느 홈페이지에서는 기혼인지 미혼인지 모를 남녀들이 '지하철에 애 데리고 타가지고는 자리 양보하랍시고 뻗치고 있는 엄마들'을 일제히 소리높여 욕하는 걸 보았다. 지하철에서 우는 얼라들, 식당에서 까부는 얼라들, '애새끼를 그렇게 키운 요즘 젊은 엄마들 왕싸가지' 어쩌구저쩌구... 그들의 주장은 극도로 단순하다. 애들을 싸그리 잡아다 똑바로 가르쳐야 한다는 것이다. 획일화 삼청교육대가 따로 없다. 젊은 사람들이나 나이든 사람들이나, 애들 문제만 나오면 손가락질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그런 게 바로 '애'라는 것이다. 실수하고 예의 못 차리고 떠들고 짓까부는 것이 애들이다. 애들의 문제점이 아니라 애들의 자연스런 행..

[아침을 열며] 죽는 10대, 죽이는 10대... 올 것이 왔을 뿐이다

엄마가 중학생 아들의 책상을 톱으로 썰었다고 했다. 성적이 좋지 않다고. 어떤 아이는 “아이팟과 함께 묻어달라”며 목숨을 끊었다. 넉 달 전 청주에서는 한 남학생이 차마 인용하기도 힘든 충격적인 행위를 했다. 지난해에는 동남아의 국제학교에 다니던 한국 학생들이 귀국해 행인을 폭행, 살해했다. 그리고, 가혹한 폭행을 당하던 남학생이 친엄마를 살해했다. 언론에선 우리 사회의 성적지상주의에 대한 비판이 이어진다. 끔찍하긴 하지만, 충격적이라기보다는 ‘올 것이 왔다’는 느낌이다. 패륜 존속살해사건의 효시 격인 ‘박한상 사건’이 떠올랐다. 내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었다. 부유층 집안에서 자라 미국에 유학했던 학생이 도박에 빠져 집으로 다시 끌려온 뒤 부모를 살해했다. 부잣집 유학파 아들이 저지른 경악스러운 사건에..

[아침을 열며] 우리를 돌아보게 한 '작은 뉴스들'

지난달 경기 성남의 시내버스 안에서 외국인 남성이 한국 노인을 폭행하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올라왔다. 지하철 패륜남, 개똥녀 등 비슷한 사건들이 하도 많으니 이제 이런 종류의 소동은 웹에선 일상이다. 하지만 이번엔 가해자가 ‘흑인남성’이라는 점때문에 시끄러웠다. 언론들은 “거구의 흑인남성이 한국 노인을 폭행했다”며 피부색을 강조했고, 네티즌들은 ‘무례한 흑인’을 욕했다. 이어진 보도에 따르면 이 흑인은 “shut up”하라는 노인의 말에 화가 났고, 뒤이은 노인의 한국말을 흑인비하 발언으로 오해해 폭행했다는 거였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논쟁이 붙었다. 한국에서 흑인이 얼마나 적대적이고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을지 짐작이 간다, 그렇다고 노인을 때리는 게 정당화되느냐, 영어 같지도 않은 영어 쓰는 흑인은 나가라..

[아침을 열며] 우리의 분노는 어디로 향하고 있나

세상 살기가 팍팍하다. 성나고 열받을 때도 많다. 명색이 기자임에도 집에서 TV 뉴스를 보지 않는다. 핑계를 대자면 ‘아이 교육 때문에’다. 뉴스를 보다 보면 자꾸만 화가 나고, 입에서 거친 말이 나온다. 고상하고 지적인 엄마의 이미지는커녕 동네 욕쟁이 아줌마로 보이기 십상이다. 때론 나의 분노를 어디다 풀어야 하나 고민스럽다. 나만 그런 게 아닌 듯하다. 분노의 이유는 제각각이겠지만, 화가 나 어쩔 줄 모르겠다는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대숲에 가서 혼자 외칠 수도 없고, 성난 걸 욕설로라도 풀고픈 마음은 간절하다. 그러다보니 웹이 분노가 쏟아져나오는 마당이 된다. 그런데 이 마당에서의 욕설과 분노는 대상이 잘못되어도 한참 잘못돼 있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충남 태안에서 길이 4m짜리 가오리가 잡혔다는..

최중경 장관님 연봉과 재산은 얼마?

이 정부의 장관님들은 참 대단하다. 오늘은 최모 장관님의 이야기. 요즘 한창 뉴스가 되고 있는 어느 기업체 노사분규 이야기다. 최중경 ‘7000만원 연봉’ 발언에 유성기업 노조 발끈 최중경 "연봉 7천넘는 회사 불법파업...정부차원대책마련" 요는, 지식경제부 장관님께서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에게 “1인당 연봉이 7000만원이 넘는 회사의 불법파업은 국민이 납득하기 어렵다. 유성기업의 노조에서 주장하는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는 완성차 업계에서도 하지 못하고 있고, 부품업계도 한 회사만 할 수 있는 제도가 아니다”라고 했다는 것. 이 회사 노조원들은, "연봉 7000만원 넘는 근로자가 몇 명이나 되느냐"며 반발하고 있다. 이 기사를 보면서, 과연 최모 장관님은 연봉을 얼마나 받을지 궁금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