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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도킨스, '이기적 유전자'

이기적 유전자 리처드 도킨스. 홍영남 옮김. 을유문화사 책 표지에 '진화론의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써 있고, 느낌표까지 찍혀 있다. 그 말이 아니더라도,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제목 정도는 안 들어본 이가 없을 것이다. 이 책을 이제야, 큰맘먹고 읽었다. 1976년에 발표됐다가 이번에 개정판으로 나왔는데 내가 본 것은 을유문화사에서 새로 나온 책이다. 널리 알려진 책이고, 그동안 재미나게 읽었던 매트 리들리의 이 모두 이 책을 바탕으로 쓴 것이어서, 정작 도킨스의 '획기적 이론'(발표 당시)은 아주 낯익게 다가와버렸다. 이기적 유전자 개념이나 확장된 표현형 개념은 수긍이 가고, 또 다양한 시뮬레이션 과정이 참 재미있는데, 정작 인간을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뜬금없다 싶었다. 동식물(개체)은 '이기적인' 유전..

[스크랩] 권태로운 애륜에게 주는 글

bbs에 몹시 권태로운 글을 남겨놓은 애륜을 위하여. 퍼다놓은 글이 상당히 길다. 그렇지만 진정 권태로운 마음가짐으로, 아주아주 권태롭게 이 긴 글을 끝까지 한 단어 한 단어 읽어보길 바람. 스크롤바 주르륵 내려서 밑에 쪽에 과연 재미난 것이라도 있나 염탐하지 말고, 차근차근 읽어보기를. 먼저 올리는 글은 시인 이상의 '권태' 라는 에세이다. 이 글을 읽는 '방법'이 있다. 뭐냐면, 아주 권태로울 때, 아주 아주 천천히 읽는 거야. 권태롭지 않은 사람이라면, 권태의 나락을 보고 싶은 사람이 아니라면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고, 또 한줄 한줄 천,천,히, 읽어내려갈 마음의 여유도 없을 거다. 이 글을 읽을 때에는 그야말로 천천히, '나의 권태를 남의 권태로 죽이러간다'는 심정으로 곱씹어야 한다. 상상의 나..

딸기네 책방 2003.06.15

[스크랩] 마법의 도시, 탕헤르 -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김화영 (옮긴이) | 현대문학 | 2004-04-17 탕헤르에서의 회식 미셸 투르니에, 중에서. 우리들 주위로 백악질의 야산에 층층이 쌓아올려진 도시 탕헤르가 그 수많은 창문에 불을 켰다. 지평선 저쪽에는 지브랄타르 바위 위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오른쪽에는 지중해의 고요한 물 위로 달이 떠올랐다. 왼쪽에는 마지막 석양빛이 잠겨드는 대서양의 거친 물결. 에드몽 샤를로가 알제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그가 겪은 그 수많은 지진들, 특히 그 자신은 기억도 할 수 없지만, 그의 부모가 정원에서 져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이 무너져 어린 그의 요람을 덮쳤던 첫번째 지진 이야기를 막 들려주었다. 그는 또한 구름 떼처럼 몰려들던 마지막 메뚜기떼들의 재난도 경험..

딸기네 책방 2003.06.15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거인의 세계관

아인슈타인의 나의 세계관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지은이) | 구자현 | 홍수원 (옮긴이) | 중심 | 2003-05-30 이 사람의 글이 너무나 좋습니다. 요새 과학과 어떤 형태로든 관련된 책을 ‘즐겁게’ 읽고 있습니다. 원래는 과학 관련기사를 쓰기 위해서 시작한 독서인데 어느새 재미가 들린 거죠. 괴상한 과학자 소개라든가, 물렁물렁 과학 따위의 책들은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과학과 다른 분야의 만남을 다룬 책들을 좋아합니다. 어느 분야에서든, 대가(大家)는 통한다고 할까요. 스스로를 `외로운 여행자'라 불리웠던 20세기 최고의 지성. 사람들은 보통 그를 ‘뇌가 쪼글쪼글한 천재' 정도로만 생각하지만(오죽하면 우유 이름이 아인슈타인일까요), 노벨상을 받은 뛰어난 과학자일 뿐 아니라 그는 사상가이고 철학자였습니..

우주의 점

우주의 점 | 원제 How The Universe Got its Spots (2002) 재너 레빈 (지은이), 이경아 (옮긴이) | 한승 우주에 대한 얘기인데. 우주론을 위상수학과 연결했다나. 해설에는 그렇게 써있다. 좋아하는 책 '무.영.진공'의 저자인 존 배로 얘기도 나오고, 로저 펜로즈니 스티븐 호킹이니 하는 유명한 과학자들 얘기도 나온다. "내가 하는 말을 이 세상 사람 아무도 못알아듣는다 하더라도 어머니만은 이해해주세요" 평생 딸이 하는 일을 궁금해하면서도 알지 못했던 어머니에게, 과학자인 딸이 편지를 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짦은 편지에서 글재주 많은 딸 재너 레빈은 자기가 하는 연구를 비롯해 현대물리학의 성과와 기본개념들을 설명한다. 재너 레빈이 하는 얘기 중에서 정작 과학 얘기는 하나도 ..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라크의 작은 다리를 건너서 이케자와 나츠키 (지은이) | 모토하시 세이이치 (사진) | 달궁 | 2003-05-07 아주 가까운 시절의 일인데도 먼 과거의 일처럼 느껴지는 것들이 있다. 어쩌면 '기억의 조작' 내지는 '강요된 망각'인지도 모를, 그런 일들. 일본의 프리랜서 저널리스트 이케자와 나츠키(글)와 모토하시 세이이치(사진)가 전해주는 이라크의 풍경은, 불과 몇달전의 모습인데도 마치 오래 지난 옛날처럼 느껴진다. 아무래도 나의 감상은 그냥 책장을 넘기는 다른 독자들과는 조금 다를 수밖에 없겠지만, 내게는 더더욱 멀게만 느껴지는 것 같다. 티그리스강에서 배를 띄워놓고 노는 아이들, 고대유적을 지키는 아버지와 아들, 시장통 사람들, 아주 일상적인 스케치들. 지금도 이라크에서는 어쩌면, 똑같은 풍경이 ..

딸기네 책방 2003.06.03

멕시코판 '살인의 추억'

공장지대와 농촌이 뒤섞인 소도시, 어두운 밤길을 걷는 젊은 여성. 살인마가 등 뒤에서 여성을 덮친다. 차례로 희생된 여성들의 시신에서는 성폭행과 고문의 흔적이 발견된다. 범인을 잡으려는 경찰의 추적은 허술하고, 사건은 점점 미궁에 빠진다. 10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는 연쇄살인. 엽기적인 범죄, 무기력한 공권력. 시민들은 공포에 빠진다. 영화 '살인의 추억'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런 일이 멕시코에서 실제로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접경한 멕시코 북부 공업도시 시우다드 후아레스시(市)는 젊은 여성들을 노린 연쇄살인으로 공포에 휩싸여 있다. 이 도시에 사는 호세피나 곤살레스 부인은 지난 2001년 10월 여느때와 다름없이 딸 클라우디아(당시 20세)를 일터로 보냈다. 딸은 며칠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았고, ..

[스크랩]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가 쓴 스페인어 사전의 서문입니다. 모처에 실린 것을, 너무 아름다워서 퍼왔습니다. 길지만 찬찬히 읽어보세요. :) 서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께스 내가 다섯 살 때 육군 중령이었던 할아버지는 아라까따를 지나고 있던 서커스로 나를 데려가 동물들을 구경시켜 주었다. 가장 내 관심을 끌었던 것은 몸이 뒤틀리고 쓸쓸해 보이던, 무서운 엄마 같은 표정을 하고 있던 말이었다. “그건 까멜요(낙타)야.” 할아버지가 말했다. 곁을 지나가던 누군가가 끼어들었다. “죄송합니다, 대령님.” 그는 말했다. “그건 드로메다리오(낙타)입니다.” 손주 앞에서 지적을 당한 할아버지의 기분이 어떠했을지 지금 나는 짐작할 수 있지만, 할아버지는 위엄있는 질문으로 이를 이겨냈다. “차이가 뭐요?” “모릅니다.”..

딸기네 책방 2003.06.02

과학 오디세이- 과학이 신화를 만나는 방법.

과학 오디세이 정창훈 지음. 휴머니스트. "그리스인들이 에트나 산을 '라 노스트라 시뇨라' 즉 어머니산이라 불렀던 이유가 있다. 오랫동안 경작을 계속하면 땅은 산성이 되어 황폐해진다. 이때 사람들은 논밭에 석회를 뿌려 땅을 중화시키는데, 이 지역에서는 화산재가 그 역할을 한다. 화산재가 바로 석회이기 때문이다. 즉 에트나 산은 이 지역 사람들에게 비옥한 토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카로스는 태양을 향해 날아오르다 햇볕에 날개가 녹아 바다에 떨어졌다. 그러나 실제로 사람이 하늘로 날아간다면, 주변 공기는 점점 식어갈 것이다. 그렇다고 이카로스 이야기를, 뭘 모르는 선조들이 만들어낸 넌센스로만 치부할 수는 없다. 다이달로스의 미궁과 이카로스의 날개 사이에는 우리가 미처 읽어내지 못한 많은 이야기들이 숨어있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