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가 보는 세상/수상한 GPS 214

[구정은의 '수상한 GPS']내전 끝나가는 시리아, '부동산’에 몰려드는 상어들

상어. 시리아 최고 부자라는 사메르 포즈(44)를 그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 부른다. 아만홀딩그룹을 이끄는 그를 서방 언론들은 러시아 신흥재벌들에 비유해 ‘시리안 올리가르흐’라 칭한다. 2011년 내전이 터지자 시리아 정부군은 다마스쿠스, 알레포의 주거지역과 시장과 유서 깊은 옛 도심에 드럼통 폭탄과 미사일을 퍼부었다. 무너진 집들을 남기고 시민들은 피란길에 올랐다. 주민이 떠난 폐허에서 포즈 같은 사람들은 재건축이라는 이름으로 부동산 개발을 하고 있다. 다마스쿠스의 포시즌스호텔은 사우디아라비아 갑부인 알왈리드 빈탈랄 왕자가 갖고 있었는데, 알왈리드 왕자가 왕실 권력투쟁에서 밀려 2017년 구속됐다. 그 후 이 호텔도 포즈가 사들였다. ‘시리안 올리가르흐’ 변호사 출신 사업가인 포즈는 지난해 미국 월스트리..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프리카가 화웨이 편에 설 수밖에 없는 이유

지난해 프랑스 르몽드는 중국이 에티오피아 수도 아디스아바바에 있는 아프리카연합(AU) 본부를 정탐했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기부를 받아 2012년 AU가 새 건물을 지었고 화웨이가 통신설비를 맡았는데 이때부터 중국이 감청 등 정보수집을 해왔고,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AU가 2017년 서버를 바꿨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무사 파키 마하마트 AU 의장은 “순전한 거짓 선동”이라고 일축하며 화웨이 편을 들었다. 지난달 31일 AU는 중국 화웨이와 정보·통신기술 협력기간을 3년 더 늘리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화웨이는 “양해각서의 목적은 브로드밴드,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컴퓨팅, 5G, 인공지능의 5개 분야에서 파트너십을 다지는 것”이라는 성명을 냈다. 미국은 화웨이를 ‘세계로 퍼진 중국의 스파이’로 ..

[구정은의 ‘수상한 GPS’]‘이란 지킴이’ 중국으로 향하는 유조선  

2001년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배의 이름은 ‘구마노가와’였다. 일본에서 만들어져 세계의 대양을 돌아다녔다. 길이 330m에 폭 60m, 최대 30만2200t의 원유를 실을 수 있는 거대한 유조선은 이후로 두 차례 소속 회사와 국적이 바뀌었으며 이름도 그때마다 달라졌다. 지금은 서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 선적(船籍)을 둔 ‘퍼시픽브라보’ 호다. 2001년 도쿄 서쪽 가와사키에서 제작된 배는 ‘갤럭시 나비에라 마리타임’이라는 회사에 팔렸다. 파나마에 사무실을 둔 회사의 소유였지만 선적은 라이베리아였다. 2017년 11월 구마노가와의 국적은 태평양의 섬나라 마셜제도로 바뀌었고 이름은 ‘실버글로리’가 됐다. 이란 기름 싣고 중국으로 민간 상선은 소유주의 국적과 상관 없이 원하는 나라에 선적을 두는 ‘편의치적(F..

[구정은의 '수상한 GPS']카타르 기지의 미군 폭격기, 이란으로 날아갈까

호르 알우데이드. 카타르 남동쪽, 걸프(페르시아만)의 바닷물이 내륙을 비집고 들어온 좁은 해협이다. 카타르 정부가 개발을 막고 있는 이 지역에선 물길 사이로 파도가 일고 철새들이 오간다. 바닷가에서 한 걸음만 들어가면 주변엔 사막이 펼쳐져 있고 듄들이 솟아 있다. 북쪽 내륙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지난 9일 그곳에 미군 B52 전폭기가 착륙했다. ‘이란의 위협’에 대비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군사작전을 담당하는 미군 중부사령부가 전폭기를 보냈고, 한동안 철수시켰던 패트리어트 시스템도 다시 배치하는 중이다. 이웃 아랍국들과 다투고 이란과는 미묘한 협력관계를 유지해온 카타르는 복잡하기 짝이 없는 정세 속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다. 그 핵심에 알우데이드 공군기지가 있다. 미국이 이란을 공격할 경우, 이곳..

[구정은의 ‘수상한 GPS’]아마존이 기름 부은 글로벌 ‘당일배송’ 전쟁...택배의 미래는

로켓배송, 당일배송, 자정 전 주문하면 새벽 배송. 유통과 소비의 흐름이 빨라지고 삶의 속도도 빨라진다. 물류에 휩싸인 사람들의 노동은 힘들어진다. 전 세계가 ‘당일배송’의 영향권 아래에 드는 날도 곧 올까. 아마존이 글로벌 ‘당일배송’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미국 아마존은 지난 26일(현지시간) ‘24시간 내 배송’ 서비스를 늘리기 위해 올 2분기에만 8억달러(약 9300억원)를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동안 ‘프라임 고객’들에게 주문 뒤 48시간 내 무료 배송을 해왔는데, 배송시간을 절반인 24시간으로 줄이겠다고 했다. 당장은 프라임 회원에 한해 서비스하겠다고 했지만 프라임 회원 숫자만 이미 1억명이다. 아마존은 지난달 ‘35달러 이상 구매고객’으로 프라임 회원 가입의 문턱..

[구정은의 ‘수상한 GPS’] 베네수엘라도 IMF가 '접수'?

베네수엘라가 계속 혼돈스럽다. 우고 차베스의 후계자인 니콜라스 마두로는 자신이 여전히 대통령이라 하고, 우파 정치인 후안 과이도는 자신이 의회의 인정을 받은 정당한 지도자라고 주장한다. 국민들은 갈라졌고, 경제는 엉망진창이 됐다. 미국을 비롯한 50여개 나라는 과이도를 ‘승인’했다. 그 밖의 나라들은 마두로를 여전히 지지하거나,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사태를 지켜보는 중이다. 누가 이길까. 베네수엘라 국민들에겐 어떤 결과가 들이닥칠까. 어쩌면 국민들에게 선택권은 별로 없을 수도 있다. 돈줄을 쥐고 한 국가의 경제·사회를 쥐락펴락하는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같은 ‘워싱턴 기구’들이 한 나라의 운명마저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멋대로 남의 나라 경제구조를 뒤바꿀 수는 없을지 몰라도, 미국과..

[구정은의 ‘수상한 GPS’]핀란드 강타한 아동 성학대 동영상

동영상 파일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전부 아동을 상대로 한 성학대와 폭력이 담긴 것들이었다. 피해자는 모두 6~15세의 남자아이들이었다. 파일들은 온라인에서 조직적, 상업적으로 유통됐다. 파일을 만들어 퍼뜨린 사람들을 잡아 조사해보니 거대한 ‘포르노 네트워크’의 일부였음이 드러났다. 핀란드에서 벌어진 일이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북유럽의 복지국가’는 이 사건으로 충격에 빠졌다. 이웃이 아이들을 노렸다 지난달 27일, 핀란드 경찰청은 아동들을 대상으로 성학대와 폭력행위를 저지른 자국민 5명을 검거하고 이들로부터 성학대 동영상 제작 장비들과 파일을 무더기로 찾아냈다고 발표했다. 현지 언론 일레(Yle)에 따르면 경찰은 주범 1명의 집에서만 전자장비 138개와 400시간 분량의 동영상, 96테라바이트 분량의 ..

[구정은의 ‘수상한 GPS’] ‘대립 혹은 공생’ 엘리자베스 워런과 페이스북  

엘리자베스 워런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70·매사추세츠)이 지난해 말 2020년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해 대권 레이스의 시동을 걸었다. 워런은 민주당 내 대표적인 진보적 정치인이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살찐 고양이’로 불리는 월스트리트 자본 규제를 외쳐 전국적인 스타가 됐다. 워런은 최근에는 페이스북 등 ‘테크 자이언트’들의 인수·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페이스북은 워런의 광고를 일시 삭제하며 ‘소셜미디어 권력’으로 맞섰다. 그러나 뒤이은 보도는 워런 대 테크 자이언트들의 싸움이라는, 드러난 구도와는 사뭇 다른 사실들을 보여줬다. 워런도 거대 정보기술(IT) 기업에 소속된 이들의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정치의 한 축이 된 소셜미디어, 선거자금과 슬로건의 괴리, 현실 정치에 뛰어..

[구정은의 ‘수상한 GPS’]프랑스 기습한 네덜란드···에어프랑스 놓고 벌어진 ‘항공전’  

네덜란드 정부가 에어프랑스-KLM 주식을 매입해 프랑스 정부와 비슷한 14%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고 최근 발표했다. 프랑스-네덜란드 기업이 합쳐져 탄생한 이 거대 항공회사의 미래를 놓고, 양국 간 ‘항공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면에는 프랑스 기업의 경쟁력에 대한 네덜란드의 불신, 프랑스의 ‘오만함’에 대한 불만이 깔려 있다. 기습당한 프랑스 네덜란드 정부는 지난달 26일 공식 성명을 내고 “에어프랑스-KLM 지분을 14% 갖게 됐으며 이는 시가 7억4400만유로 어치에 해당된다”고 밝혔다. 2004년 프랑스 항공회사 에어프랑스와 네덜란드의 KLM이 합병한 이후 15년이 됐지만 프랑스의 지분은 14.3%인데 반해, 그동안 네덜란드 지분은 한참 못 미쳤다. 네덜란드 정부가 보유해온 것은 KML 지분 5..

[구정은의 ‘수상한 GPS’]시리아에 남을 미군 200명, 사막에서 무얼 할까  

“200명은 남겨 두겠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리아에서 이슬람국가(IS)와의 싸움에 ‘승리’했다면서 시리아에 들어가 있던 미군을 모두 빼겠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모두 철군하는 것은 성급한 일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일자 한걸음 후퇴했습니다. 2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백악관이 시리아에 미군 200명 정도를 잔류시키기로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앞서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과 통화를 했습니다. ‘200명 잔류’ 계획은 그 통화 직후에 발표됐습니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평화유지를 위한 200명가량의 소규모 그룹이 당분간 시리아에 남을 것이다”라고 밝혔습니다. ‘당분간’이 얼마 동안일지, 어디에 남아 무슨 일을 하게될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