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버스터는 참신했다. 그 자체가 어떤 이들에게는 시빗거리였지만 많은 이들에게 ‘축제’처럼 다가왔다. 서방이 ‘민주주의가 미흡한 나라’라고 몰아붙이는 이란의 언론들조차 한국의 필리버스터 사실을 전했을 정도로 외국 언론에서도 뉴스거리가 됐다. 사실 필리버스터는 의회 정치의 오래된 수단 중 하나이며, 기나긴 연설뿐 아니라 여러 방식이 동원돼 왔다. 프랑스에서는 야당이 13만건에 이르는 개정안을 내 법안 심사를 늦춘 적도 있다. 하지만 늘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시간을 끈다 해서 법안을 마냥 무산시킬 수는 없다. 미국 민주당 대선주자로 나서 붐을 일으킨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2010년 미 의회에서는 근 20년만에 8시간 반 필리버스터를 하면서 감세 연장법안에 맞섰으나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듬해 초 결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