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얘기 저런 얘기 1134

룰라는 왜 룰라일까

브라질 대선에서, 룰라가 당선 됐다. 네번째 도전이다. 일전에도 룰라 얘기를 잠깐 올렸었는데, 현채의 말마따나 적도 있었다. 브라질 노동자당에 대한 자료를 보면서, 지구 반대편의 몇몇 청년들이 가졌던 희망은 금새 퇴색하는 듯 했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룰라는 다시 브라질의 희망이 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브라질 대선을 보면서 룰라의 이름에 대해 생각했다. 왜 '룰라(Lula)'일까. 루이스 이냐시오 '룰라' 다 시우바. 외국 언론들은 이 풀네임을 쓰면서 종종 '룰라'에 따옴표를 갖다 붙이곤 한다. "브라질 사람들은 아기 이름 짓는 것을 재미거리를 찾을 기회라고 생각한다. 그들에게 이름은 개인 성향과 창의성을 나타내주는 징표다" (LA타임스) 브라질 전화번호부를 뒤져보면 희한한 이름들이 쏟아져나온다. ..

눈오는 날의 詩

제목: 혼잣말 장르: 詩 시인 이름: 딸기 눈 온다 눈 날린다, 지금 이 겨울 첫 눈이다 물방울이 얼어서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왜 '눈'이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눈 내리는 모양을 보고 '펄펄'이라는 말을 처음 쓴 사람은 누구일까 눈이 막 하늘로 올라간다. 난 오늘 희고 따뜻하고 가벼운 폴라플리스 소재의 웃도리를 입고 왔다 그러니 밖에 나가도 따뜻할 것이다 눈아, 눈아 폴라플리스처럼 가볍고 따뜻해다오 밟고 지나다녀도 가라앉거나 단단해지지 말아다오 네가 뭉쳐 눈사람이 되었을 때 햇볕 쪼금 쬐었다고 녹아내리지 말아다오 오가는 차에 치어서 교통사고로 죽지 말아다오 눈아 안녕

내 소개.

푸핫...새삼 무슨 내 소개냐고. 바람구두님의 문화망명지에 찾아갔다가 주인장의 자기소개를 읽고, 나도 그 형식을 빌어 내 소개를 남겨놓고 왔다. 써놓고 보니 재밌는 것 같아서(내 소개가 재미있다는 것이 아니라 그 형식이) 옮겨본다. 이름: 별로 특별한 생각도 없으면서 그냥 신비주의 노선 걸으려고 넷 상에서는 잘 안 밝힘 성별: 여성 생년월일: 71년 돼지띠, 황소자리. 보통 돼지띠는 오래 산다 하는데 혼자 손가락 조물거리며 사주를 봤더니 목숨 壽자가 2개나 끼어있음. 즉 무쟈게 오래 살 팔자라는 얘기. 그러나 실은 각종 별자리 꽃자리 무슨띠 사주팔자 하는 것 전혀 믿지 않는 편임다. 황소자리에 대해서는- 중용을 중히 여기라고 남들이 그렇게 일러도 항상 중용의 도를 사이에 두고 파동곡선을 그리면서 가지요...

바르셀로나 싫다 싫어 / 마드리드는 '역시나'.

으으으 반할 감독 정말 싫어. 바르셀로나 선수들도 진짜진짜 싫어. 넘 더티해. 실망 또 실망(기대도 안 했지만). 어제 MBC ESPN에서 바르샤-마요르카 중계해주는거 보다가 열받아 죽을뻔함. 지난주 보았던 세비야와의 경기, 가히 이었다. 리그 최하위권 팀 맞아 홈에서 3대빵으로 지다니. 젖은 솜같은 바르샤 선수들 무슨 플레이를 그렇게 하는지. 후반에 사비올라와 맨디에타(바르샤에 있기 아깝다 아까워)를 투입하기는 했지만, 스코어가 그게 뭐야. 세번째 골 먹고 망연해 있던 클루이베르트와 사비올라의 그 표정이란. 그 정도 라인업으로 리그에서 1무4패 하다가 어제 간만에 이기긴 했다. 스코어로만 보면 비교적 강팀인 마요르카를 상대로 4:0, 훌륭한 성적이다. 스코어만 보면. 전반에 마요르카의 노보(얜 솔직히 ..

생각

하루 종일 집에서 혼자 뒹굴었더니 살맛이 난다. 역시 사람은 뒹굴어야 사색이든 무엇이든 가능한 법이다. 삶의 여유라든가 관조라든가 하는 것도 다 뒹굴어야 할 수 있다.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한 일...이라고 하면 역시나 일 냄새가 나니까. 집에서 혼자 있으면서 한 짓들. 아침에 남편 안 깨워서 지각시키고. 물 아저씨한테 전화해서 물 가져다 달라고 하면서 "밀린 물값 오늘 꼭 드리겠다"고 사정하다시피 하고(덧붙여, 쌓아놓은 물통들도 오늘 반드시 드리겠다고 빌었다) 물값을 내려면 돈이 있어야지. 아파트 안에 있는 현금지급기가 하필 고장나서 은행까지 내려가 돈 10만원 찾음. 음료수랑 바나나, 우유(바나나우유가 아니라 바나나하고 우유란 얘기다. 난 집에 우유 떨어지면 에너지가 5분의1로 줄어든다) 사고. 집안..

나는 고양이다

나는 고양이인 듯. 개와 고양이 중에 어느 편을 고르라고 한다면 당연히 고양이를 고를 것이라는 이야기를 한 적 있다. 굳이 두 종류 중에 고르지 않고 이 세상 수많은 유전자 조합들에 문을 열어놓는다 하더라도 나는 고양이 부류의 인간이다. 전생에 만일 어떤 동물이었다고 한다면, 필시 나는 고양이였을 것같다. 필립 풀먼의 3부작에는 자신과 영혼을 같이 하는(사실상 우리 세계에서 영혼이라 부르는 것과 동일한 존재인) 데몬이라는 것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데, 그 소설을 읽으면서 떠올린(혹은 상상한) 나의 데몬은 의심의 여지없이 고양이였다. 다만 그 고양이의 털이 까만지 하얀지 혹은 파란색인지 황금색인지 얼룩덜룩한지에 대해서만 상상의 여백이 있었을 뿐, 나의 데몬은 물을 필요도 없이 고양이였다. (개와 고양이 하면..

촛불시위

토요일 저녁 때 시청앞에 갔다. 야 정말 오랜만인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 월드컵 때에도 집 안에 틀어박혀 있던 내가 드디어 서울시내 한복판으로. 광화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차에서 내려 시청까지 걸어가는데 도처에 반미아빠 반미엄마가 반미어린이들을 이끌고 나왔고 반미커플과 반미어르신들, 반미스님들과 반미수녀님들도 보였다. 시청앞에서 양초를 샀다. 윤도현의 공연은 끝난 모양이었고 어두워가는 겨울저녁에 촛불들이 빛나고 있었다. 멀리서도 의혈의 깃발이 보였다- 대학교 때 가두집회 나가면 우리학교는 왜 그렇게 깃발 간수를 못하는지, 통 눈에 안 보여서 깃발을 따라다녔었다. 붉은 테두리 안에 검은 테두리, 그 안에 이라 쓰여 있었는데 이걸 따라다니면 어떻게든 우리 학교 학생들을 찾아갈 수 있었다. 범대위의 집회 진..

a letter to ssinzi

미야자키 하야오의 을 보면서 나는 두 가지 이야기에 공감했었어. 혹시 그 애니 봤니? 하나는 "나는 나비가 된 것 같았다"는 타이코의 말이었고(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얘기했던 듯), 두번째는 타이코가 어린 시절 '가난하고 지저분하고 예의 없던' 친구를 회상하면서 자기반성하는 부분. 같은 학급에 아주 지저분하고 싫은 애가 있는데, 하필이면 걔가 왜 내 짝이 됐을까. 주변 여자아이들 모두 그 애를 싫어해. 타이코는 다른 친구들이 "안됐다, 걘 참 나빠"라고 말하면 "아냐, 난 괜찮아"라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지. 돌이켜보면 정말로 그 애를 싫어했던 것은 자신이었으면서, 머리 속으로는 "난 그애를 마구 욕하는 저런 애들하고는 달라"라고 생각하는 것.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우리반에 그런 남자애가 있었어..

왜 내겐 인자기가 매력 없을까.

어제 집에가서 테레비 틀었더니 M espn에서 지난시즌 uefa 결승전 재방 해주는데, 아무리 봐도 난 페예노르트의 경기는 재미 적다니깐. 그나저나 우리 종국이 다쳤다는데...큰일이다. 밤에 하일라이트에서 epl 토튼햄-웨스트 브롬위치 경기 보여줬는데 전반 3분에 솔라리님이 좋아하시는(맞죠?) 지게가 프리킥으로 골을 성공시켰다. 솔라리님, 전 사실 지게가 멋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습니다만^^;; 이 골은 참 멋졌어요. 전반 30분에 로비 킨이 두번째 골 날렸는데, 로비 킨은 아주아주 몹시 좋아한다. 웨스트브롬의 별볼일 없는 포워드 스콧 도비(실력보다 미모가 한수 위)가 한 골 날렸다. 첨 보는 앤데 되게 귀엽드만^^ 밤에 챔편스 밀란-도르트문트 다 보느라고 1시 넘어 잤다. 아웅~ 피곤해... 이번엔 인자..

딸기, 서른 둘

(뉘쉬님의 홈페이지에서 프로필을 재미있게 읽었다. 그래서 나도, 마치 내가 무슨 인물이나 된다는 듯, 조금은 색다른 프로필을 써보기로 했다. 난 좋아보이는 것이 있으면 금방금방 따라한다^^) 크리스토퍼 히친스에 따르면 내가 태어난 1971년은 "'대량 학살'이라는 단어가 너무 쉽게 받아들여진" 해였다. 지금은 방글라데시라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동파키스탄이라는 곳에 주재했던 미국 영사관은 이른바 '피의 전문'으로 알려진 항의문에서 그 단어를 전면에 내세웠는데, 내가 서른 두살이 된 지금도 대량학살이라는 말은 뉴스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 당시 그 항의문을 만든 아처 블러드 다카 주재 미국 총영사는 미국 정부가 동파키스탄의 대량학살에 관여했다고 자기네 정부를 비판했는데, 각종 학살에 미국이 관여하고 있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