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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의 진실

시장의 진실 : 왜 일부 국가만 부유하고 나머지 국가는 가난한가존 케이 저/홍기훈 역 | 에코리브르 | 원서 : Culture And Prosperity 신뽀의 권유로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중구난방 여러 가지 이야기가 나와서 좀 지루했다. 그러다가 중반부 지나가면서 논지가 비교적 명확해지고 재미도 더해갔다. 요는, 경제학은 완벽하지 않지만 시장을 읽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완전경쟁시장’을 중심에 놓고 무조건 시장만 옳고 정부 개입은 나쁘다 했던 (밀턴 프리드먼식) 경제학계 주류의 생각이 잘못됐었다는 것이다.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로 ‘미국식 경제학’ ‘금융자본주의’ ‘통화주의와 시카고학파’가 지탄받는 세상이 된 지금은, 영국 경제학자인 저자의 주장이 그리 낯설지 않게 들린다. 하지만 불과 몇 년..

딸기네 책방 2008.12.24

THE NEWS 더 뉴스,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 아시아 언론의 눈으로 본 아시아

THE NEWS 더 뉴스, 아시아를 읽는 결정적 사건 9. 아시아네트워크/푸른숲. 쉐일라 코로넬 외. 오귀환 옮김 ▷ 필리핀 시민들은 곧 아키노의 무능과 무경험에 좌절했다. 말썽 많던 그녀의 대통령 임기가 끝나는 1992년, 시민들은 보다 전문적인 지도자를 원했다. 국방장관과 군 참모총장으로 오랫동안 정부조직을 이끌어왔던 피델 라모스(Fidel Ramos)가 적임자로 보였다. 그는 필리핀을 아시아의 차세대 호랑이 경제국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지녔고 실제로 필리핀은 높은 경제성장을 기록했다. 그러나 1997년 말 몰아닥친 동아시아 경제위기로 희망은 사라져 버렸다. 필리핀이 한때 맛본 번영은 거품일 뿐이었고, 대다수 필리핀 시민들은 거품 밖 현실로 내팽개쳐졌다. ▷ 1770년 샤(Shah) 왕조는 무력으로 ..

딸기네 책방 2008.12.16

소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소비-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로버트 보콕 지음. 양건열 옮김. 시공사. 경제에 대한 책인 줄 알고 펴들었는데 프랑스 독일 철학자들 이름이랑 무슨 주의, 무슨 주의가 줄줄이 나오는 책이었다. 처음엔 지레 겁먹고 닫아버릴까 했는데 두께가 얇아서 그냥 읽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읽다보니 의외로 꽤 재미가 있었다. 결론은 허무했지만. 마르크스는 노동이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지으며 노동에서의 소외가 자본주의의 주된 문제라고 지적을 했는데 ‘포스트모던’ 사회에서는 소비가 인간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소비에서의 소외가 주요한 문제가 된다는 것이 책의 요지다. 이렇게만 말하면 너무 당연한 얘기 같기도 한데, 사실 이 책은 특별한 이론을 전개한다기보다는 그동안 소비를 연구한 여러 학자들의 주장을 분석하면서 정리해주고 ..

딸기네 책방 2008.12.03

유럽 패권 이전- 13세기 세계체제

유럽 패권 이전- 13세기 세계체제BEFORE EUROPEAN HEGEMONY: The World System A.D. 1250-1350재닛 아부-루고드. 박흥식, 이은정 옮김. 까치 읽어야겠다고 생각한지는 오래 됐다. 알라딘 보관함에 넣었다 뺐다 하면서 망설였던 것은, 아주 흥미를 끄는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내겐 너무 학술적이고 전문적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서였다. 그렇게 마음의 짐으로 간직(?)하고 있다가 석 달 전 이 책을 주웠다. 거짓말이 아니라, 말 그대로 ‘주웠다.’ 사무실에 누군가가 버려둔 것을 발견한 것이다. 냉큼 챙겨놓았지만 역시 책을 펴들기까지는 두 달이 더 걸렸다. 정말 좋아하는 포맷에 정말 흥미진진한 내용. 사실 올 해 나의 ‘독서성적’은 형편없다. 이런저런 일들과 신변의 변화로 바빠..

딸기네 책방 2008.11.30

다시 찾아간 '비밀의 정원'

[계림세계명작-3] 비밀의 정원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저/한상남 역/곽선영 그림 | 계림(계림북스) 아이에게 그림책을 약간 벗어난 아동소설을 사주고 싶어서 교보에 가서 이것저것 구경을 하다가 이 시리즈로 ‘아라비안 나이트’를 사서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이걸로 골랐습니다. 제게 ‘비밀의 정원’은 잊지 못할 책입니다. 국민학교 3학년 때 우리 집에는 계몽사 50권짜리 동화집이 있었고 친구네 집에도 역시 계몽사 50권짜리 동화집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전집의 버전이 달랐어요. 친구 것이 더 새거였지요. 친구 집 책에는 ‘비밀의 화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정말 어찌나 재밌었는지, 친구가 귀찮다고 놀러오지 말라는데 일요일까지 찾아가서 조금씩 조금씩 읽어서 결국 다 읽었어요.도둑질하듯 읽었던 재미난 동화책. 소..

딸기네 책방 2008.11.10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

봐라 달이 뒤를 쫓는다마루야마 겐지. 김춘미 옮김. 하늘연못 나는 기만에 찬 불신 행위를 잊게 하고, 양심의 발언을 압살하는, 기계. 나는 나에게 걸터앉은 자가 바라는 것보다 더 먼 곳으로 가고 싶어하는, 과격한 오토바이. 나는 어쩔 수 없는 심정에서 방랑길을 떠나는 자에게 어울리는, 파란 오토바이.논리에만 매달려 미래를 통찰하려고 하는 자. 시냇물 소리에 마음을 빼앗기며 꽃이 피기를 기다리는 자. 읽다 만 책에 침을 흘리며 잠자는 자. 이부자리에서 빗소리를 듣는 데서 무한한 희열을 느끼는 자. 무슨 일이 있어도 단정한 태도를 흩뜨리지 않고, 예의를 잃지 않는 자. 분을 잔뜩 칠한 음란한 여자한테 혼나고 싶어 하는 자. 명석한 두뇌와 진드기 같은 어머니 때문에 꼼짝 못하는 자. 그들 쪽도 그렇겠지만, 그..

딸기네 책방 2008.10.27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폴 크루그먼 미래를 말하다 The Conscience of a Liberal폴 크루그먼 | 예상한 등 | 현대경제연구원books 10년은 된 것 같다. 뉴욕타임스에서 크루그먼의 컬럼들을 읽으면서 ‘깔끔하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 때까지만 해도 (지금도 잘은 모르지만) 경제 혹은 경제학에 대해 아는 바도 전혀 없고 별로 생각 같은 것을 해본 일이 없어서 그리 큰 관심은 없었다. 그저 유명한 학자, 유명한 컬럼니스트라고 하니 이라는 책(뒤에 다른 출판사에서 재출간한 것으로 알고 있다)을 하나 사서 읽어봤는데 지금은 아무 내용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요즘 미국발 금융위기라는 것 때문에 경제 문제에 억지로라도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큰 맘 먹고 라는 제목의 이 책을..

딸기네 책방 2008.10.22

털 없는 원숭이야, 겸손해져라

털 없는 원숭이 The Naked Ape데즈먼드 모리스. 김석희. 문예춘추사 이상하게 모리스하고는 크게 인연이 없었는데, 이 책은 정말 읽었다. 며칠 전 교보문고에 가서 꼼꼼이 책 읽는 동안 나도 뭐 하나 뒤적여봐야겠다, 하다가 어린이도서 근처에 있는 것이 하필 생물학 책이어서 이걸 손에 쥐게 됐다. 워낙 책 읽을 때 밑줄 쫙쫙 쳐가며 지저분하게 읽는지라 역시나 이 책에도 볼펜 줄을 그었다. 그러니 돈을 내는 수밖에. 여러 가지 번역으로 나와 있는데 모두 번역자가 쟁쟁하다(김석희, 김동광, 이충호). 나는 그 중에서 김석희 선생 번역으로 읽었다. 물론 번역은 깔끔했다. 문예춘추사에서 나온 것이어서 편집은 좀 구닥다리 같았지만. 저자는 현생 인류가 원숭이 종류에서 그저 조금 밖에 달라진 게 없다면서, 아마..

코튼 로드- 목화의 도시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비밀

코튼 로드- 목화의 도시에서 발견한 세계화의 비밀.에릭 오르세나. 양영란 옮김. 황금가지 어찌나 멋을 냈는지 기름이 줄줄 흐른다. 프랑스 사람이 쓴 책이라서 그런가, 베르나르 앙리 레비의 만큼이나 감상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좋게 보면 별 다섯 개, 지겹다 오버한다 느끼면 별 2개. 말리에서 미국, 브라질, 이집트, 우즈베키스탄을 오가며 ‘목화의 길’을 따라 세계화를 짚어 가는데, 목화라는 작물을 통해서 본 세계화와 그 속에 얽혀 있는 사람들을 다룬다는 발상은 매우 좋았다. 다만 뜬금없는 상념들이 섞여 재미가 반감됐다. 그나마 현장성이 가미된 부분에서도 자기 자랑(난 이렇게 민감하며 지적이고 세상을 보는 통찰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느낌이 많이 났다. 세계화와 민영화 기타 등등 여러 주제를 다루면서 여러 ..

딸기네 책방 2008.10.06

자히르

우리 꼼꼼이 데리러 학교에 갔는데, 담임선생님께서 독서토론 준비(헐~ 초딩 1학년이 웬 독서토론~)를 시키신다고 해서 도서실에 앉아 기다렸다. 시골분교처럼 조그만 학교이지만, 나름 도서실은 잘 되어있다. 책 구경하다가 파울로 코엘료의 를 발견했다. 코엘료 좋다, 싫다, 한심하다, 뭥미 하는 사람들 많지만 나는 를 엄청 재밌게 읽었다. 가슴 두근거리며... 난 책 읽던 중간에 어디론가 날아가서 사막을 달리게 되었다. 그 때의 느낌이 잊혀지지 않는다. 나의 보물은 무엇일까, 그러다가 는 진부한 결론으로 가게되었지만. 자히르에 대한 설명이 눈에 들어오는 순간 보르헤스의 이 생각났다. 나는 10여년 전 보르헤스를 접하고 나서 좀 헤맸다. 마음이 붕 떠서 몽환의 도서관들을 떠다녔었다. 다른 것도 다 그랬지만, 별..

딸기네 책방 2008.0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