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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트 게임- 머가 그레이트야 -_-

그레이트 게임 : 중앙아시아를 둘러싼 숨겨진 전쟁 피터 홉커크 저/정영목 역 | 사계절 | 원서 : The Great Game: On Secret Service in High Asia 사계절에서 나온 책치고는 편집이 그래도 그럴듯하다. 이 출판사의 책들은 아직도 ‘운동권 책’ 스타일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는 혐의를 갖고 있었는데, 이 책은 지도도 많고 중간에 사진도 있고... 원본이 충실하기 때문이겠지만 아무튼 내 선입견을 좀 깨뜨려준 것은 사실이다. 옮긴이의 실력이야 정평이 나 있는 바이고. 중앙아시아, 오늘날로 따지면 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타지키스탄-인도 북부-파키스탄-중국 서부(얼마전 테러가 발생했던 신장위구르 지역)로 이어지는 지역들을 먹으려고 영국과 러시아가 얼마나 박 터지게 고심했던가를..

딸기네 책방 2008.09.17

'권력을 이긴 사람들'- 하워드 진의 새로운 역사에세이

권력을 이긴 사람들. A POWER GOVERNMENTS CANNOT SUPPRESS.하워드 진의 새로운 역사에세이. 문강형준 옮김. 난장 손에 잡자마자 순식간에 읽었다. 하워드 진의 책은 벌써 몇 권 째 읽지만 이번에도 역시 감동적이다. 역사에 대한 낙관, 정의와 평화에 대한 신념. 특히나 2MB 시대라는 황당무계한 시대를 살고 있는 한국인들 들으라고 하는 얘기 같기도 하다. 노학자이자 실천가의 굽힘 없는 태도와 강건한 메시지는 항상 마음을 울린다. 이 울림이 나의 움직임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 우리나라에는 대통령도, 군대의 지휘관도, 월스트리트의 마법사도 아니지만, 불의와 전쟁에 저항하는 정신을 살리기 위해 무엇인가를 하고 있는 수많은 영웅적인 사람들이 있다. 나는 연방법에 저항해 경제 제재 아래에..

딸기네 책방 2008.09.16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금융위기에 읽는 소로스, 달인은 달인

조지 소로스, 금융시장의 새로운 패러다임 조지 소로스 저 | 위즈덤하우스 | 원제 The New Paradigm for Financial Markets 가 워낙 재미있어서 이 책도 사서 봤는데, 경제지식을 늘려준다는 점에서는(나같은 금융분야 문외한에게 소로스 같은 거물 투자가는 그리 ‘친절한 선생님’은 아니지만) 도움이 됐다. 특히 책을 읽자마자 공교롭게도 미국에서 발생한 리먼브라더스 파산과 메릴린치 매각, AIG 위기, 그로 인한 세계 증시의 패닉을 보게 되니 아찔하다. 소로스가 예측한 ‘사상누각의 붕괴’가 눈앞에 파노라마처럼 펼쳐지기 때문이다. 잘 알지도 못하는 ‘금융공학’ 용어들을 보면서 “이렇게 파생금융상품들로 엮어뒀으니 안 무너지고 배기겠나” “이거야말로 허공의 자산, 사상누각이 아니면 무엇일까..

딸기네 책방 2008.09.16

시린 에바디, 'IRAN AWAKENING' -배신당한 혁명과 이란 여성의 투쟁

IRAN AWAKENING- One Woman‘s Journey to Reclaim Her Life and CountryShirin Ebadi. RANDOM HOUSE 2003년 노벨평화상을 받은 이란의 여성 인권변호사 시린 에바디의 자서전이다. 국내 번역본에는 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또 아자데 모아베니라는 ‘공저자’의 이름이 표기돼있는 것을 보면 편집이 조금 다른 것 같기도 하다. 나는 랜덤하우스에서 나온 영어판으로 읽었는데, 한국어판 책 제목으로 보면 번역자와 기획자의 소양이 조금 부족하지나 않았을까 하는 우려가 생긴다. (* 책을 한번 보지도 않고 이런 지적을 하긴 좀 뭣하지만, ‘히잡을 벗고’라는 표현을 버젓이 써놓은 것을 보니 의아스럽다. 히잡이 이슬람 여성들의 머리 쓰개를 가리키는 일반적인 ..

딸기네 책방 2008.09.15

스티븐 핑커,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마음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How the Mind Works스티븐 핑커 저. 김한영 역. 소소 이나 처럼, 지적인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주는 책. 진화심리학을 바탕에 깔고 언어학과 심리학, 생물학, 철학 등을 종횡무진하며 인간의 이라는 복잡한 실체를 파헤쳐나간다. 늘 그렇듯 두껍고, 그래픽도 많고, 설명이 구구절절하다. 마음이 왜 생겨났는지, 어디에서 나오는지, 인간의 마음들은 왜 이렇게 요상하게 굴러가는지. 너무나 거창하고 광범위하고 다차원적인 주제라서, 한번에 말하기는 쉽지 않다. 저자는 시각/청각 같은 인간의 감각이 어떤 방식으로 형성되었는지를 추적해 들어가면서, 우리가 추상적으로만 느끼는 마음이란 것도 진화 과정에서 형성된 모듈들의 집합임을 보여준다. 결혼, 사랑, 유머, 분노, 종교 같은 마음의 양..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엘니뇨와 제국주의로 본 빈곤의 역사. Late Victorian Holocausts. 마이크 데이비스. 정병선 옮김. 이후 제목은 거창하게 붙였는데, 실제로는 원제 그대로 ‘빅토리아 후기 즉 19세기 말 엘니뇨로 인해 벌어진 범지구적 차원의 기근’을 집중 조명한 책. 따라서 ‘빈곤의 역사’라고까지 할 것은 없고, ‘빅토리아 후기 기근으로 본 환경재앙’ 정도로 읽어주면 될 것 같다. 재미있었다. 중국, 인도, 브라질을 중심으로 엘니뇨와 대규모 환경파괴, 식민통치의 범죄적 양상과 그로 인한 19세기 말 초유의 대기근을 살피고 있는데, 저자 스스로 말했듯 ‘기근의 정치생태학’이라고 보면 된다. 요는, 가혹한 식민통치(중국의 경우 완전한 식민지는 아니었지만 서구의 압박 속에 제국이 제 기능을 잃었다는 점에서 맥..

딸기네 책방 2008.07.20

슬럼, 지구를 뒤덮다- 가난이 도시를 만났을 때

슬럼, 지구를 뒤덮다 PLANET OF SLUMS 마이크 데이비스, 김정아 옮김. 돌베개 서울에서 달동네는 사라졌나? 아직 완전히 사라지진 않았지만 달동네를 지나쳐본지 오래된 것을 보면, 이젠 달동네는 서울의 풍경에서 거의 지워진 것 같다. 그 많던 달동네 사람들은 어디로 갔을까. 모두 ‘개발’되고 ‘발전’ 해서 중산층이 되어 아파트로 이사 갔을까. 이렇게 쓰고 나니 여러 가지 이미지들이 머리 속을 스치고 지나간다. 88올림픽을 앞두고 이뤄진 달동네 제거작전, 서초동 꽃동네 비닐하우스촌을, 시대의 변화를 무색케 하던 봉천동 달동네, 봉천동 야학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던 대학 후배의 얼굴(1970년대가 아니고 1990년대였다), 취재 차 찾아갔던 가리봉동의 쪽방들(세기의 전환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점이었다),..

딸기네 책방 2008.07.14

브레진스키, 'THE SECOND CHANCE'

THE SECOND CHANCEZbignew Brezinski. Basic Books , 이 미국의 세계전략을 포괄적으로 다룬 것들임에 반해 이 책은 포인트를 좀 달리하고 있다. 조지 H 부시-빌 클린턴-조지 W 부시라는 세 명의 ‘냉전 이후 미국 지도자’들을 꼭꼭 씹으면서 대상으로 공과를 평가하고, 앞으로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디에 중점을 둬야할지를 짚어보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책은 작년에 출간됐는데, 미국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읽을 만 하다. 브레진스키 특유의 ‘큰 틀’에다가, 제법 재미난 인물평까지 담겨 있으니. 저자는 부시1과 클린턴과 부시2를 각각 ‘글로벌 리더 1, 2, 3’이라고 부르는데, 뭐 거부감 가지고 볼 필요는 없다. 냉전 끝난 뒤 세계를 쥐락펴락했던 인물들인 것은 분명하니까. 재..

딸기네 책방 2008.07.14

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

밖에서 본 한국사 : 김기협의 역사 에세이김기협 저 | 돌베개 한국사 책을 본지는 너무 오래 되어서... 일본에 머물던 4년 전에 집중적으로 한국-일본 관계된 책을 읽었고, 그 뒤로는 아예 손을 놨었다. 집에 책이 있기에 집어 들고 딸아이 책 읽는 옆에서 슬렁슬렁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있었다. 딱히 이 부분이 재미있었다, 저 부분이 신기했다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식으로 역사를 ‘담담한 교과서’처럼 서술한 자체가 신선했다고 할까. 역사를 해석하는 방식이 하도 극단적이다 보니 대개의 논자들은 꼴통 우파 아니면 무지랭이 좌파로 갈리는 것 같다. 둘 다 싫어요, 나는 제3의 길이 좋아요~ 하는 척하면서 나왔던 서울대 이영훈교수 류(에 동참했던 사람들)이 몇 년 안돼 조선일보와 손 맞잡고 ..

딸기네 책방 2008.07.11

분노의 지리학

분노의 지리학 : 공간으로 읽는 21세기 세계사 Why Geography Matters : Three Challenges Facing America하름 데 블레이 저 | 유나영 옮김 | 천지인 부제는 괜찮은데, 큰 제목이 좀 지나쳤다. 영어 원제가 말해주듯 이 책의 주제는 ‘지리학은 중요하다’라는 것이다. 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특히 미국인들은) 좀 알아야 한다, 그런데 지리적 이해가 뒷받침되어야 이 세상 돌아가는 일을 잘 알 수 있다, 하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내용이다. 제목에다가 괜하게 라는 강한 어감의 단어를 집어넣어놓으니 책에 대한 모종의 이미지가 선입견으로 와 박히는데, 사실 책의 ‘색깔’ 같은 것은 없다. 국제정세를 지리적 공간과 연결지어 정리한 책이다. 저자는 지리학자이지 국제정치 전문가는..

딸기네 책방 2008.0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