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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있뜨라

일본엔 참 서점이 많다. 전여옥이 '일본은 없다'에서 일본 사람들 전철안에서 만화책밖에 안 본다고 했는데, 사실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지하철 안에서 책 읽는 사람들 많다. 일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개중에는 만화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고, 뭔가 내가 알 수 없는(문맹;;)책을 보는 사람들도 있다. 숫자로 따지면 후자가 당연히 훨씬 많다. 더 놀라운 것은 땅값이 비싸보이는 곳에 버젓이 서점들이 있다는 사실! 와나캣이 전에 도쿄에 왔을 때 시내구경을 나갔다가 긴자 복판의 대형서점이 붐비는 것을 보고서 놀랐던 적이 있다. 도쿄에는 규모가 큰 전철역마다 백화점이 있다(도쿄는 철도회사들이 거의 도시개발을 맡아 했기 때문에 철도회사들이 주요 전철역과 백화점 등등을 모두 소유하고 있다). 우리동네 카마타 역도 그렇..

덩샤오핑 평전- 작고 평범한 덩씨.

덩샤오핑 평전 Deng : A Political Biography (1997) 벤저민 양 (지은이) | 권기대 (옮긴이) | 황금가지 | 2004-08-20 덩샤오핑이라고라고라... 덩샤오핑의 평전이라고라고라... 덩샤오핑. 너무 거대한 이름이라서, 책을 손에 쥐기까지 우습게도 나는 조금 쉽지 않은 여러가지 생각의 단계들을 거쳐야 했다. 마오쩌둥과 함께 현대중국을 만든 지도자, 13억 중국의 현재를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 '개혁개방의 설계사', 아흔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장강을 헤엄쳐 건너 세계를 놀라게했던 작은 거인. 덩샤오핑이라는 인물에 접근하는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았고, 어떤 책을 읽어야 과연 이 사람의 진솔한 모습을 볼 수 있을지 고민이 됐다. 또한 어떤 책을 읽은들 이 사람의..

딸기네 책방 2004.11.12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무질서의 지배자 마오쩌둥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 남경태 (옮긴이) | 푸른숲 | 2003-10-24 조너선 스펜서의 책이라면 무조건 별 다섯개를 주고 보는 것이 나의 버릇 아닌 버릇이건만, 이 책은 국내에 출간된 스펜서 책들 중에서 확실히 태작이다. 분량이 짧다. 마오쩌둥을 좋아하건 안 좋아하건, 영웅으로 칭송하건 독재자라 욕하건 간에, 명색이 당대의 중국 전문가인 스펜스같은 학자라면 이정도 분량으로 다룰 인물이 아닌 것만은 확실하다. 스펜스가 개인적으로 마오쩌둥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가? 어쩌면 그런지도 모르겠다. 또한 그것은 나하고 별로 상관 없는 일이기도 하다. 학자에게도 취향이 있을 것이고, 글 쓰는 스타일이 있을 터이니깐. 스펜스는 1차 사료를 독특하고 재미난 방식으로 '요리'해서 일..

딸기네 책방 2004.11.08

해석에 반대한다

해석에 반대한다 Against Interpretation (1966) 수잔 손택 (지은이) | 이민아 (옮긴이) | 이후 | 2002-09-09 수전 손택의 '타인의 고통'을 최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이 책을 주문했다. 결과는... 참담하다. 대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테마가 뭔지, 그걸 잘 모르겠단 말이다. 손택은 유명한 문화비평가이고, 이 책은 손택이 1960년대 초중반에 썼던 평론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아마도 당시는 손택이 이름 그대로의 '평론가' 활동에 가장 열심이었을 시기였던 것 같다. 따라서 이 책에 나타난 손택의 모습은 '타인의 고통'에 나온 것과 같은, '실천하는 지식인'으로서의 면모와는 사뭇 다르다. '타인의 고통'이나, 그 밖에 손택이 뉴욕타임스 같은 언론에 기고했던 ..

딸기네 책방 2004.11.08

이슬람 미술

이슬람 미술 셰일라 블레어 | 조너선 블룸 (지은이) | 강주헌 (옮긴이) | 한길아트 | 2003-01-15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사실 자체에 별 다섯개를 주고 싶다. 솔직히 책 자체로만 보자면 별다섯개 짜리는 아니다. 명실상부한 '개론서'로서 장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슬람 자체에 대한 책들도 변변히 없는 우리나라에서, 이슬람 미술에 대해 제법 알차게 소개한 이런 책이 나와있다는 것이 어디인가. 한길아트에서 시리즈로 나온 책들 중 하나인데, 이런 미술 시리즈 중에 우리나라 사람이 쓴 책이 한권도 없다는 사실이 아쉽긴 하지만 그런것까지 별점 매기는데 고려할 필요는 없을 것이고. 개론서로서 장점을 말해보자면, 도판이 많은데다가 화질이 그런대로 좋다는 점이다(책값이 비싼 이유가 되기도 하겠지만). ..

딸기네 책방 2004.11.05

슬라보예 지젝, '삐딱하게 보기'

삐딱하게 보기 Looking Awry 슬라보예 지젝 (지은이) | 김소연 (옮긴이) | 시각과언어 | 1995-03-01 라캉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다? 나는 라캉에 대해 전혀 아는 바가 없다. 라캉이라는 이름은 여기저기서 봤지만 도대체가 머리가 아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젝의 책을 읽고난 느낌은 한마디로 '재미있었다'가 되겠스무니다... 라캉을 모르면서 지젝을 읽는 만용을 저지른 보람은 충분히 있었다. 라캉을 모르기 때문에 지젝을 읽었고, 지젝이라는 훌륭한 선생님을 따라서 '라캉식으로 대중문화 삐딱하게 보기'를 하는 작업은 재미있었다. 이 책은 라캉의 이론을 대중문화 작품들을 통해 해석해주는 것이기도 하고, 대중문화 작품들을 라캉의 눈을 빌어 들여다보는 것이기도 하다. 책은 현실과 실재, 욕망과 충동..

딸기네 책방 2004.11.05

장하준 '사다리 걷어차기'

사다리 걷어차기 장하준/부키 장하준 교수의 '개혁의 덫'을 읽고, 좀더 '정식으로 펴낸' 저서를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이 책을 펼쳤다. 이미 '개혁의 덫'에서 맛뵈기로 접했던 논지들이라서 쇼킹함은 별로 없었지만, 선진국의 위선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것은 역시나 통쾌했다. 저자가 스스로 밝힌 이 책의 경제사 연구방법은 '역사적 접근법'이다. 주류 경제사학자들이 당대의 이데올로기(지금 같으면 신자유주의)를 옹호하는데 혈안이 되어있느라 방기해버렸던, 역사를 통해서 경제 제도/정책의 변화과정을 분석한다는 것. 목표는 분명하다. 앞서 말한대로 신자유주의를 목청높여 외치는 선진국들의 위선을 까발기는 것이다. "봐라, 과거에 너희들도 전부 보호무역주의 했었고, 정부가 경제에 개입했었다구. 이제와서 안면 몰수하고 개..

딸기네 책방 2004.11.04

조너선 스펜스, '반역의 책'

반역의 책 Treason by the Book (2001)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 이준갑 (옮긴이) | 이산 | 2004-07-16 스펜스의 책이 언제나 그랬듯, 이 책도 역시! 느무느무 재미있었다! 중국사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지만 나는 중국의 황제들, 정확히 말하면 강희제와 건륭제에게 관심이 많다. 주제에 무슨 황제들이냐고? 경요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최상급 드라마 '황제의 딸'에서 비롯된 관심이라고 설명하면 되려나. 실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이, 이 드라마는 건륭제 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건륭제 자신이 꽤 중요한 주연급 인물로 등장하기 때문이다. 건륭제 역할을 맡았던 배우를 좋아하기도 하고, 드라마에 묘사된 황제의 이미지에 뿅간 측면도 있다. 변방의 북소리...랄까, 조선(특..

딸기네 책방 2004.11.02

만들어진 전통

만들어진 전통 The Invention of Tradition(1983) 데이비드 캐너다인 | 버나드 S. 콘 | 에릭 홉스봄 | 테렌스 레인저 | 프리스 모건 | 휴 트레버-로퍼 (지은이) | 박지향 | 장문석 (옮긴이) | 휴머니스트 | 2004-07-12 최근에 다카시 후지타니의 '화려한 군주'를 재밌게 읽었다. 메이지 유신 이래 군국주의 시기 천황을 정점으로 하는 일본 '근대 의례'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풍부하게 분석한 책인데, 저자는 홉스봄이 주장한 '만들어진 전통' 개념에서 기본 틀을 빌어왔다고 밝혀놨다. 그 덕에 이 책, '만들어진 전통'에까지 손을 대게 됐는데 읽은 느낌을 간략하게 정리하면 '재미는 없지만 유용한 분석이었다'라는 것이다. 홉스봄과 몇명의 영국 학자들이 쓴 이 책은 우리가 ..

딸기네 책방 2004.11.02

반다나 시바,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 BioPiracy 반다나 시바. 배기윤 외 옮김. 당대 반다나 시바의 '물전쟁'을 읽고서 좀더 체계적으로 쓰인 이 저자의 다른 책을 읽어봐야지 했었다. 그래서 고른 것이 이 책, '자연과 지식의 약탈자들'이었는데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생태주의에 대한 나의 왜곡되고 못된 인식에 일침을 놓은, 의미깊은 만남이었다. 책은 선진국, 그리고 선진국의 초국적기업들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이라는 우스꽝스런 권리를 '합법화된 해적질'이라 논박하는 것으로 시작해서 유전공학의 문제점을 비롯한 기술우월주의/과학적 환원주의 전체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간다. 책은 단순히 유전공학의 '윤리적 문제점'을 거론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21세기를 지배하게 될 것으로 보이는 환원주의적/제국주의적/선형적 가치관..

딸기네 책방 2004.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