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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 대한 책들

딸기21 2022. 3. 3.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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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 년 유럽사 책을 꾸준히(?) 읽었다. 예전에 중동 책 읽을 때에는 업무상의 이유가 컸고...가 아니고 사실 과학책을 빼면 대부분의 책을 일 때문에 읽었는데 유럽사는 딱히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하기엔 이것도 뭐 일 때문이 컸구나. 암튼 그랬는데 특히 두꺼운 유럽사 책이 많이 나와줘서 좋았다.

내 마음 속 단 한 권의 '유럽 책'을 꼽으라면 에드가 모랭의 <유럽을 생각한다>이지만 이건 너무 오래됐으니... 올들어 읽은 이언 커쇼의 책은 두 권으로 돼 있다. 1권 <유럽 1914-1949>는 전쟁 시기를 다루고, 2권 <유럽 1950-2017>은 전후를 다룬다. 비교적 최근의 일까지 정리돼 있으며 무엇보다 알기 쉽게 쫙쫙 요약해준다는 것이 강점. 여성들에 대해서도 잊지 않으려 애썼고, 문화 얘기도 빼놓지 않는다. 알아듣지는 못했지만.... 단순한 or 잘라 말하는 서술이 장점인 반면에 단점이기도 하다.

 

그보다 조금 복잡하게 논지를 설명하거나 제기하려고 한, 비슷한 분량의 책인 토니 주트의 <포스트워>가 더 재미있기는 했던 듯하다. 하지만 20세기 유럽사를 쭉 훑어주는 책으로 말하자면 역시나 나의 원픽은 마크 마조워의 <암흑의 대륙>이다. 이언 커쇼의 책도 동유럽사 전문가인 마조워의 이 책을 바탕에 깔고 있고. 다만 지난 세기에 나온 것이라 그 이후의 상황이 담기지 않은 것이 한계. 앨버트 린드먼의 <현대 유럽의 역사>도 방대한 정보를 담은 책이다.

세계대전 시기 혹은 2차 대전 이후의 상황을 마조워 책을 통해 접하게 되면서 꽤 놀랐다. 거대한 인구 이동과 그것이 내포한 잔혹성이 특히 그랬다. 전쟁 무렵+직후의 상황에 관한 거라면 이안 부루마의 <0년-현대의 탄생, 1945년의 세계사>도 아주 재미있는 책이었다. 반면 애덤 투즈의 <대격변>(조행복 옮김. 아카넷)은 문장이 애매해서 요지가 뭔지 잘 이해되지 않았고(번역자의 문제가 아니라 저자의 스타일이 그런 듯) 마이클 돕스의 <1945>는 시시콜콜+저널리스트 특유의 양념들이 너무 많아 오히려 재미가 덜했다.

파시즘에 대한 책들을 읽으려면 로버트 팩스턴의 <파시즘-열정과 광기의 정치 혁명>을 피해갈 순 없을 것 같고. 라파엘 젤리히만의 <히틀러, 집단애국의 탄생>도 괜찮았던 듯? (왜 물음표냐면 오래돼서 기억이 안남) 좀 옛날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앤터니 비버의 <스페인 내전>폴 긴스버그의 <이탈리아 현대사>는 읽고 나니 증말 뿌듯했던 책. 2차 대전 직후의 혼란과 참상을 너무 담담하게 너무 충격적으로 전해주는 <함락된 도시의 여자>(익명의 여인. 염정용 옮김. 마티)는 분량이 짧은데도 읽는 데에 꽤 오래 걸렸다. 이 책은 정말 추천.

 

냉전 이후, 오늘날의 이야기로 넘어가보면. 작년에 읽은 돕스의 <1991>은 냉전이 끝나는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서 아주 재미있었다. 현대 유럽의 고민을 담은 것들 중에는 에티엔 발리바르의 <우리, 유럽의 시민들?>이 꽤나 재미있었다. 그것의 디즈니버전인 제러미 리프킨의 <유러피언 드림>도 읽을 필요는 있다. 앤서니 기든스의 <유럽의 미래를 말하다>도 괜찮았고. 반면 페리 앤더슨의 <대전환의 세기, 유럽의 길을 묻다>는 나름 재미있고 관심 많이 간 책이었는데 번역의 문제가 좀 있었다.

유럽사에서 요즘 대세는 단연 동유럽. 특히나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동유럽에 대해 관심 갖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동유럽 책은 정말 별로 없다. 옛날옛날 내 칭구 *현이 벨라루스에 러시아어 공부하러 갔을 때 책 보내주려고 찾았는데 진짜 없었고, 그 뒤에 어느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 동유럽사 번역하려고 했는데 돈은 다 받았지만 넘긴 원고는 책으로 태어나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정리한 게 이 블로그의 '동유럽 상상여행' 꼭지들인데, 한 출판사에서 그거 내보면 어떻겠냐고 문의가 왔다. "동유럽 책을 정말 낼 수 있나요, 안 팔릴텐데"라고 해더니 그 후 더 이상 연락은 없었다는 슬픈 추억이...

그럼에도 볼만한 책이 없지는 않다. 옛 유고연방 내전을 담은 조 사코의 <안전지대 고라즈데>가 압권인데 절판된 것으로 알고 있다. 로버트 카플란의 <타타르로 가는 길>은 편향적인데다 오래되긴 했지만 냉전이 끝난 뒤의 동유럽에 대해 특유의 통찰력을 담고 있다. 러시아 역사를 다룬 짧은 책들도 두어권 본 듯한데 추천할 만한 것은 딱히 떠오르지 않음.

 

푸틴에 대한 책은 에가시라 히로시의 <푸틴의 제국>이라는 게 있었는데 일본 저널리스트들이 쓴 책들은 영 취향이 아닌데다 또 푸틴 집권 초반기 책이라. 뒤에 나온 스티븐 리 마이어스가 쓴 <뉴 차르-블라디미르 푸틴 평전>은 매우매우 훌륭하다. 두서없이 꽤 읽기는 했는데 지금 생각나는 게 너무 적네...

금융위기 이후, 아주 최근의 유럽에 대해서라면 애덤 투즈의 <붕괴>라는 대작과 조지프 스티글리츠의 <유로>가 있는데 게으름 피우느라 <붕괴>는 정리를 못 했음. 스티글리츠의 책은 도움이 많이 됐지만 코로나19 이후 유럽의 경제적인 흐름을 좀 봐야할 듯. 장 이브 카뮈, 니콜라 르부르의 <유럽의 극우파들>도 크게 도움이 됐고. 올해는 밀턴 마이어의 <그들은 자신들이 자유롭다고 생각했다>(그러고 나면 세계대전 이야기는 당분간 접하지 않고자 함)와 <사회민주주의의 시대>, <체르노빌 히스토리>를 읽었고, 급히 여기에 블라디슬라프 주보크의 <실패한 제국>도 끼워넣음.

참, 굳이굳이 문학도 넣자면... 읽은 게 거의 없지만...넘나 사랑하는 밀란 쿤데라의 <농담>, 커쇼의 책을 비롯해 여러 책에 꾸준히 등장해주는 아서 쾨슬러의 <한낮의 어둠>. 그리고 무엇보다무엇보다무엇보다 이보 안드리치의 <드리나 강의 다리>가 압권이었다.

마지막으로, 좀 많이 충격적이었던 귄터 쿠네르트의 <잘못 들어선 길에서> 중에서 단편 하나, '가정배달' 스크랩을 링크해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