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네 책방/내 책, 옮긴 책 32

성냥과 버섯구름

성냥과 버섯구름 오애리, 구정은. 학고재 미국이 세계의 거센 비판과 반대 속에서도 이라크를 침공한 지 어느 새 20년이 돼 간다. 폭격기가 하늘을 날고, 쫓겨난 독재자가 붙잡혀 처형을 당하고, 미군의 점령기를 거쳐 이라크에 새 정부가 들어섰다. 종파와 진영에 따라 나뉜 이들이 서로를 공격하고 테러를 저질렀고 너무 많은 이들이 목숨을 잃었다. 그 사이에 7000년 메소포타미아의 역사를 간직한 바그다드의 국립 박물관은 약탈을 당했다. 미군이 들어가서 멋대로 유물들을 꺼내 ‘기념품’으로 가져갔고, 켜켜이 쌓인 문명의 두께와 역사의 깊이를 알던 이라크 사람들마저 일부가 유물들을 도둑질했다. 뒤이어 미국 언론을 타고 전해진 소식은, 이라크의 유물 가운데 몇 점이 인터넷 경매 사이트 이베이에 매물로 올라와 있다는 ..

101 세계

101 세계 | 101개 단어로 배우는 짜짜짜 구정은,이지선 (지은이) 푸른들녘 70억 명이 살아가는 지구에서는 날마다 온갖 일들이 일어납니다. 수많은 사건들이 미디어를 통해 우리의 눈과 귀를 스치고 지나가지요.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동유럽의 우크라이나에서는 전쟁이 벌어져 사람들이 죽어가고, 인도에서는 무더위에 가뭄이 겹쳤다고 하네요. 기름값이 올라가고 물가가 치솟아 걱정인 한편으로는, 코로나19 팬데믹 때문에 그동안 답답해 하던 사람들은 들뜬 마음으로 외국 여행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고요. 세계를 이해한다는 것은 세상이 이렇게 복잡하게 얽혀 있다는 사실을 안다는 것, 나라 밖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우리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알고 준비를 한다는 것,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슬픔에 함께 아..

[독서신문] 코로나 바이러스의 진짜 원인은 공장식 축산이다

안지섭 기자 2021.10.04 코로나 바이러스는 어디서 온 걸까.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 과학자들에 의해 유출됐다는 설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WHO는 다시 근원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미 미네소타 대학의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에 따르면 현재의 코로나 바이러스 기원 논쟁은 사실 그리 중요한 게 아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질병의 시발점에 관한 논의일 뿐 진짜 중요한 원인은 따로 있다. 그는 코로나 바이러스 발생의 근원이 신자유주의 문명의 야생지역 파괴와 공장형 축산을 포함한 애그리비즈니스(농축산업)라고 지적한다. 이러한 사실을 무시한 채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보는 데 매달리는 방역 전문가는 죽은 역학자들이라고 비판한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기원과 유행에는 더 큰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책 『죽..

[서울신문] 사람을 위한 팬데믹 연구… ‘위드 코로나’ 지름길

[장동석의 뉴스 품은 책] 죽은 역학자들/롭 월러스 지음/구정은·이지선 옮김/너머북스/308쪽/2만 1000원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률이 80%에 근접했고 2차 접종률도 60%를 넘어서면서 다음달 초쯤엔 일상으로의 복귀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싱가포르는 얼마 전 백신 접종률 60%를 넘어서면서 감염자 집계 중단과 위중증 환자와 치명률을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백신 접종률이 70%를 넘은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 국가들도 속속 ‘위드 코로나’에 동참할 모양새다. 진화생물학자이자 역학자인 롭 월러스의 ‘죽은 역학자들’은 코로나19로 대표되는 역병에 대한 우리 인식을 근본적으로 전환하자고 촉구하는 책이다. 그는 단순한 방역이나 백신만으로는 앞으로 계속 밀어닥칠 전염병에 맞설 수 없다고 주..

<죽은 역학자들> 경향신문 서평

실험실에서 바이러스만 들여다보지 말고 뉴욕·런던·홍콩을 들춰라 김지혜 기자 2021.09.24 21:30 죽은 역학자들 롭 월러스 지음 | 구정은·이지선 옮김 너머북스 | 308쪽 | 2만1000원 지난해 3월, 진화생물학자 롭 월러스는 코로나19를 앓고 있었다. 그는 2016년 전작 을 통해 바이러스성 전염병의 기원을 일찍이 짚어낸 역학자지만, 자신의 폐 속으로 침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앞에선 무력할 수밖에 없었다. 전작에서 월러스가 짚어낸 팬데믹의 기원은 바로 ‘초국적 거대 농축산업과 신자유주의 경제체제’. 그는 지난해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의 현실을 몸소 겪어내며 전작의 주장을 날카롭게 벼려냈다. 월러스는 여전히 거대 농축산업을 이르는 애그리비지니스(Agribusiness)를 문제의 근원으로 지적한..

롭 월러스, '죽은 역학자들'

코로나19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알려줬다. 치명률 2% 안팎의 전염병이 지구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다는 깨달음, 세계화가 이미 온 세상을 촘촘하게 엮어 놓았으며 그 그물망에서 벗어날 수 있는 나라나 지역은 없다는 사실, 사람과 가축들이 숲을 파고들 때 숲 속의 바이러스들은 어쩔 수 없이 ‘인간들이 사는 세상’으로 넘어올 수밖에 없다는 것, 가장 약한 사람들이 전염병의 습격으로 가장 큰 피해를 받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이 모든 것들을 바이러스가 보여줬다. 어느 인터뷰에서 미국 학자 겸 운동가 제러미 리프킨은 코로나19를 가리켜 ‘기후변화로 서식지가 파괴된 모든 생물이 대대적인 이주를 하고 있다는 증거’라 불렀다. 롭 월러스가 이 책에서 내내 강조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러한 바이러스의 ‘이주’ 현상이다. ..

[추천사] <10년 후 세계사 두 번째 미래> 직접 만드는 게 답

10년 후 미래를 바꾼다는 것 ‘질병X disease X’에 대비하라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경고는 2018년에 나왔다. 지카, 에볼라, 사스에 준비 없이 당한 인류가 미래의 유행병에 맞서려면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질병X’,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우리는 또 속수무책이었다. 어제의 교훈은 오늘을 바꾸지 못했다. 그렇다면 내일은? 코로나27, 코로나39에 침착하게 대응할 수 있을까? 급변하는 미래를 예측하려 애쓰는 대신 우리의 의지로 10년 후를 만들 수 있을까? 2015년에 출간된 《10년 후 세계사》는 ‘미래의 역사가 우리에게 달려 있다’고 했다. 당시 그 책을 읽고 “시대를 관통하는 글로벌 이슈를 횡으로 종으로 그려냈다”는 감상을 남기기도 했다. 우리가 만들 미래 점점 나빠지는 세상,..

[책 소개]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출판사 책소개]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의 세계에 서서, 인간과 비인간, 지구의 공존을 꿈꾼 사람들의 24가지 말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해 나선 여성, 양차 세계대전이라는 질곡과 몸의 장애를 끌어안으며 전쟁에 반대하는 파업을 하자고 호소한 사회주의자, 명분 없는 전쟁을 막기 위해 무기를 파괴하는 활동을 조직한 가톨릭 사제가 있다. 지금은 ‘내전’과 ‘난민’의 상징처럼 여겨지는 시리아를 오랫동안 좀먹은 독재 정권과 억압적인 질서의 실상을 자신이 쓴 시들로 폭로한 망명 시인이 있고, 여섯 자녀 중 다섯을 ‘애버리지니 보호위원회’에 도둑맞은 아..

[경향 서평]<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배제와 억압에 맞서는 목소리들

배문규 기자 2020.12.03 여기, 사람의 말이 있다 구정은, 이지선 지음 | 후마니타스 | 392쪽 | 1만8000원 “한 사람이 그렇게 큰 증오를 일으킬 수 있다면, 우리가 함께함으로써 얼마나 많은 사랑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상상해 보세요.”(노르웨이 노동당 청년동맹의 어느 소녀가 한 말) 는 잘 보이지 않는 세계를 만나고, 온전히 들리지 않는 목소리를 듣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책이다. 책에는 알려진 혹은 조금은 낯선 24명의 화자가 등장한다. 이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기는 어렵다. 도처에서 배제와 억압, 전쟁과 빈곤, 그리고 혐오와 차별에 맞서 싸우는 이들이 책의 등장인물이다. 세계 곳곳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를 알려준다. 아프리카 라이베리아에서 전쟁으로 찢긴 사회를 재건하기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