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63

천 개의 문을 가진 테베

이집트 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명소-- 룩소르. 룩소르 신전과 카르나크 신전이 있다. 룩소르의 역사상 이름은 '테베'. 그리스의 테베랑은 별개의 도시인데, 호메로스는 자기네 나라 테베랑 구별해서 이집트의 테베는 '천개의 門을 가진 테베'라고 했다지. 테베는 고대 이집트에서 가장 중요한 도시라고 할 수 있는데, 람세스2세를 비롯해 17-20왕조 무렵, 그러니까 고대 이집트의 전성기 수도가 여기였다.

피라미드와 스핑크스

나는 이집트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좀 이상하다. (아마 닐리리는 알겠지만) 너무 어릴적부터 이집트를 꿈꿨고-- 무슨 꿈인지는 지금은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정확히 말하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기보다는, 그런 기분, 그런 것들을 잘 모르겠다. 하여간 나는 어릴적부터 이집트에 가보고 싶어했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어했다. (결과는? 아시다시피 못 되었다) 이집트를 향한 나의 로망은 너무나 깊은 것이었기 때문에-- 어릴적의 거의 모든 꿈이 이집트를 향해 있었다고 해도 될 것 같다. 오늘날 나의 각종 버닝들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결국 꿈에 그리던 이집트에 가게 됐다. 우습지만, 최근 몇년간 이집트에 대해서 나는 여러가지 안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 이집트 사람들은 거지같고 도둑놈들 같고, 인심 사납고 바가..

에페수스/터키의 음식

야간 버스 8월7일--이라고 메모장에 적혀 있구나. 에페수스로 떠나는 날이었다. 시르케지 부둣가의 괜찮은(다시 말하면 비싼) 까페에서 네스까페를 마셨다. 밤중에 호텔을 나와 BOSS라는 회사에서 운영하는 터미널로 향했다. 터키는 철도보다는 버스가 가장 활용도가 높은 교통수단인데, '오토갸르'라고 부르는 터미널도 있고, BOSS처럼 별도의 터미널을 버스회사에서 운영하는 경우도 있다. 이스탄불에서 '오토갸르'라고 하면 보통 시 외곽의 큰 터미널을 가리킨다. 우리는 이 오토갸르가 아닌 보스의 터미널에서 야간버스에 올랐다. 버스를 타고 이스탄불을 출발한 것은 밤 11시도 넘어서였다. 터키 서부 해안, 즉 에게해에 면한 쿠샤다시라는 관광지를 향해 가는 길이었다. 야간버스 중에서도 매우 비싼(1인당 32달러) 것을..

보스포러스

이스탄불같은 도시가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세상 모든 곳이 나름대로 '특별함'을 갖고 있겠지만, 이스탄불이야말로 특별하다. 도시가 갖고 있는 역사로 보자면, 사실 역사가 수천년씩 된, 이스탄불보다 훨씬 오래된 도시들도 많다. 제국의 수도였던 도시들도 많고, 아름다운 도시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에 대해 '특별하다'는 말을 붙일 수 있는 것은, 바로 보스포러스가 있기 때문이다. 이스탄불을 찾은 여행객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듣게 되는, '아시아와 유럽이 만나는 곳', 바로 보스포러스다. 지도를 첨부하면 좋겠지만 귀찮아서... 걍 내가 그렸다. 아주아주 무식하게 그린 것으로, 실제 이스탄불 주변의 모습은 저것과 굉장히 다르다는 점을 우선 말씀드리며... (그럼 대체 왜 그렸단 말인가요) 이스탄불..

나의 여행 로망스

여행기도 아직 다 안 올린 주제에 ^^;; 또다른 여행을 꿈꾸고 있다면 좀 뻔뻔해보일지도 모르지만. 꿈은 자유다. 생각하는 건 내 자유라고... 1년여 전에 생각했던 나의 여행목적지들은 룩소르-알렉산드리아-페트라-예루살렘-다마스커스-이스탄불-바그다드-테헤란-이스파한-칸다하르-타지마할-앙코르와트 이런 거였다. 그런데 룩소르는 가봤고, 알렉산드리아는 '반드시 실망해줘야 하는 곳'이라는 얘기를 들었고, 칸다하르는 걍 영화로 보면 되겠고, 페트라와 이스탄불, 바그다드는 가봤으니. 일정을 바꿔야겠다. ★ 한시절 나의 로망이 깃들어있는 자금성 ★ 둔황과 윈깡의 석굴들 ★ 와나캣의 여행이 메마른 내 마음에 불을 당겼다- 고비사막 ★ 앙코르와트 ★ 죽기전에 봐야만 하는 타지마할 ★ 이스파한과 테헤란 ★ 향료냄새가 날 ..

이스탄불, 술탄의 궁전.

여행기가 갑자기 너무 쏟아지듯 올라오면 가독성이 떨어진다는 생각 때문에 미뤄둘까 했는데, 더 미뤄두면 나리나리처럼 '몇년전 여행기'가 될 것 같아 그냥 올려요. :) 톱카프 사라이. 이스탄불의 구시가지, 유적들이 몰려있는 술탄아흐멧 거리에서 바다(마르마르해)와 면한 곳에 거대한 궁전이 있다. 술레이만 대제 시절을 비롯해, 오스만의 술탄들이 오랜 세월 기거했던 궁전이다. 지금은 성벽 아래에 철길이 지나가고, 해안 안쪽으로 물러나있는 듯 보이지만 예전에는 부지가 굉장히 넓었다고 한다. 물론 지금도 넓기는 넓다 ^^;; 톱카프는 명실상부한 '제국의 심장'이었고, 지금도 그런 느낌들이 곳곳에서 배어나온다. 건물들을 놓고 보면 블루모스크같은 종교상징물에 비해 그다지 위압적이지는 않지만 안에 있는 유물들은! 한마디..

이스탄불에서... 사진은 날려먹음

이스탄불. 역사의 무게가 너무 많이 얹혀있는 도시는 역시 좀 무거운 기분이 든달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탄불의 첫인상은 푸른 마르마라해와 보스포러스, 육중한 모스크들, 알록달록한 거리, 넘쳐나는 관광객 따위로 경쾌한 느낌을 준다. 이 도시에 대해서는 여행책자가 수두룩하게 나와있으니 자세히 소개를 할 필요도 없을 것 같다. 당초 길고 자세하고 유식한 여행기를 써보려고 했으나 이런저런 이유로 생략하고... 나도 '포토에세이'로 밀고나가기로 결심. 이스탄불의 상징 격인 블루모스크다. 블루모스크와 아야소피아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에 여행기를 올린 바 있지만 ^^ 블루모스크의 정확한 이름은 '술탄 아흐멧 모스크'. 이름으로 미뤄짐작할 수 있겠듯이, 술탄 아흐멧이라는 작자가 만든 것이다. 크기가 몹시 크다는 것 외..

승자의 도시, 그늘진 도시 카이로

카이로(Cairo)는 이집트의 수도다. 이 도시에 대해서 ‘이집트의 수도’라는 말 외에 어떤 설명이 필요할까? 먼지 가득한, 역사의 더께가 덕지덕지 앉아있고 부패와 빈곤과 어수선함이 가득한 도시. 현지어로는 ‘알 까히라’(Al-Qahirah)라 부른다. 나일강 델타 끝부분, 지중해를 바라본 곳에 위치해 있다. 면적 83㎢, 인구 약 1500만명. 1922년 이집트가 독립했을 때만 해도 인구가 60만명 정도에 불과했지만 이후 급격히 늘었고, 지금도 팽창이 계속되고 있다. 연평균 강수량 25㎜의 사막기후로, 연간 한두차례 적은 양의 비가 내리는 정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인구가 생활할 수 있는 것은 나일강 때문이다. 7월 평균기온 27.7℃, 1월 평균기온은 12.7℃다. 사막기후라고는 하지만 위도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