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63

[2004, 일본] 쿠라시키

어느것이 진짜일까. 과연 '진짜'라는 것은 존재하는 것일까.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나는 이렇게 이어지는 일련의 물음들에 대한 답은, 모두 'NO'라고 생각한다. 일본은 없다--라는 류의 이야기는 아니다. 어떤 것이 일본적인 것일까. 오카야마현 구라시키라는 곳은 아주 작은 도시같았다. 역에서 내리면서부터, 서양식(아지님은 뭐가 서양식이냐고 했지만) 느낌이 짙게 풍긴다. 글쎄, 뭐가 서양식이냐고? 딱히 할 말은 없다. 느낌, 스타일이라고 해야 하나. 서울의 모든 거리가 따지고 보면 서양식 건물들(한옥이 아니라는 의미에서)로 채워져 있지만 '서양식'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롯데월드에 가도, 월드컵 공원에 가도, 서양식은 아니다. 구라시키에는 미관지구(美觀地區)라는 희한한 이름의 구역이 ..

[2004, 일본] 해발 2000미터 위로 올라가다! 시라네 산과 오니오시다시

지난주말, 이너넷이 고장나서 ^^ 접속을 못 하고 있던 그때, 우리는 군마현의 쿠사츠라는 곳과 그 주변으로 여행을 갔었다. 아지님이 '군마에 가기로 했다'고 해서 거기 머가 있냐고 했더니 '화우가 있다'고 하는 것이었다. 화우는, 일본 소다. 소고기... 우리한테 한우가 있는 것처럼 니혼진들에게는 화우가 있는데, 이게 엄청 비싸고 고급이다. (음냐리... 고기 좀 맘껏 먹었음 여한이 없겠다) 군마에 화우가 많이 나는데, 쇠고기를 먹는 코스로 여행을 간다는 것이었다. 나는 첨에, 나가노에 간다는줄 알고 엄청 좋아했다. '일본의 지붕'이라는 나가노 지방에 꼭 가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가노가 아니고, 쿠사츠 가는 길에 기차 내리는 곳이 '나가노하라'라는 곳이었다. 나가노와 나가노하라는 완전히 다른 곳..

[2004, 일본] 도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미즈모토 도립공원

4월 마지막 목요일은 '녹색의 날(みどりの日)'이라고 해서, 휴일이었어요. 도쿄에 와 있는 아지님 선배 가족과 같이, 북쪽의 미즈모토 도립공원에 놀러갔습니다. 너무 아름다운 곳이어서, 뭐라 설명해야할지 모르겠을 정도. 도쿄의 이곳저곳 다 돌아보려면 멀었지만-- 여기가 제일 아름다운 곳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집에서 카마타역까지 자전거 타고 가서, 카마타에서 니시닛포리라는 곳까지 기차, 니시닛포리에서 가나마치라는 곳까지 지하철, 가나마치에서 공원까지 버스-- 멀기도 멀었고 교통비도 엄청나게 나왔지만 경치가 너무 좋아서 기분 잇빠이 만땅 이찌방 최고였습니다. ^^

[2004, 일본] 가마쿠라의 마쯔리

우리동네에서 JR 케이힌토호쿠(京行東北)선을 타고 한 정거장만 가면 가와사키이고, 조금 더 가면 요코하마가 나온다(한마디로 도쿄의 '변두리'). 한참 더 가면 가마쿠라가 있다. 내 기억이 맞다면(책읽은지 얼마나 됐다고... -_-) 옛날옛날 막부시대에, 도쿠가와 이에야스라는 작자가 있었단다. 당시 힘이 제일 쎈 놈은 도요토미 히데요시라는 작자였는데, 치고 올라오는 놈들은 외지로 내쳐야지. 그래서 도쿠가와라는 놈을, 에도라는 촌구석으로 쫓아보낸다. 그런데 쫓아보내면서 도요토미의 고민거리가 뭐였냐면-- 에도에서 가까운 곳에 가마쿠라가 있다는 거였다. 이 땅은 천혜의 요새라서, 자칫 도쿠가와라는 놈이 가마쿠라를 차지하게 되면 쳐내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고. 꾀많은 도요토미는 조건을 내건다. 에..

[2004, 일본] 아사쿠사 나들이

어제는 꼼꼼이를 데리고 아사쿠사에 나들이갔다. 유명한 센소지를 구경했다. 몇해전 아지님과 와본 적이 있지만, 다시 와서 꼼꼼히^^ 들여다보니 의외로 또다른 재미가 있었다. 옛날 에도시대 때에는 이 근방에 사창가가 있어서, 남정네들이 센소지에 불공드리러 간다는 핑계로 자주 드나들었다고. 지금은 사창가는 없지만 나카미세라고 해서, 가게들이 쭉 늘어서 있다. 도쿄의 대표적인 사찰인 센소지 정문으로 통하는 길에는 전통의 냄새가 나는 상품들을 파는 가게들이 많다. 이 지역에서는 '19세기 거리'라는 걸 내세우고 있다고 하는데, 싸구려 티가 너무 많이 나지만 나같은 나그네한테는 그래도 구경거리가 된다. 얼마전 꽃구경 갔던 스미다가와 강변공원이 바로 근처에 있고 '사쿠라 마츠리(벚꽃축제)'가 계속되고 있었지만 이미 ..

늦은 밤, 고궁에서 벚꽃놀이

지난 토욜 저녁에, 세 식구가 하마리큐 정원에 갔었습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별궁이었다고 하는데, 이미 저녁때가 되어 도착해, 금방 해가 졌어요. 연못이 있고, 가운데에 나무로 된 다리, 그리고 다리 한가운데에는 차를 마시는 다실이 있었어요. 정원 옆에는 도쿄만으로 이어지는 운하가 흐르고...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