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163

황태자 일행을 보다

황태자 일행이 지나가기는 했는데, 차에 타고 있어서 사실은 잘 못봤어요. 어제 못 둘러본 한을 풀기 위해 요요기공원으로 들어갔는데... 잘못 들어가서, 바로 옆에 붙어있는 메이지진구에 가게 됐지요. 어제 말했지만... 메이지 천황의 사당이라 생각하심 되겠습니다. 마침 오늘 연주회같은 것이 있어서 좋은 구경 했네요. 꼼양의 막강한 비협조를 극복하느라 애 많이 먹었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역시 숲. 저런 숲이 도심에 있으니 도쿄는 좋은 곳입니다.

닛코의 여관/스미다가와 꽃놀이

닛코 여행에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숲과 공기, 그리고 여관이었습니다. 츠루카메다이키치(鶴龜大吉)라는 긴 이름의 여관이었는데요, 현대적이면서도 일본식으로 지어진 작은 여관(호텔?)입니다. 새로 지었는지 아주 깨끗하고, 요모조모 이쁘게 꾸며놨더군요. 위의 사진에서 꼼양과 제가 놀고 있는 홀 비슷한 곳이 이 여관의 로비입니다. 고양이 장식 두 마리도 같이 찍어놨는데요, 마네키네코(손님 부르는 고양이)하고, 의 뚱땡이를 연상시키는 고양이 인형이 놓여 있더군요. 꼼양이 마네키네코한테 인사 많이 받고, 많이 해주고 왔지요. ^^ 음식이 정말 맛있었습니다. 지금껏 먹어본 일본 음식 중에서 제일 맛있었어요. >.

닛코 여행

닛코(日光)에 여행을 다녀왔어요. 기나긴 여행기를 쓰고 싶지만... 우리의 여행은 그다지 길지는 않았습니다. '고작' 1박2일의 여행에 많은 것을 느낀 것도 아니고. 도쿠가와의 신사에 가서 무려 참배(!)를 하고 왔지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지만, 조금 웃겼어요. 도쿄의 집에서 출발할 때만 해도 날이 우중충했어요. 꼼양을 끌고(정말 '끌고' 갔음 -_-) 전철 2번 갈아타고 아사쿠사에 있는 토부(東武)선 아사쿠사역으로 갔지요. 아지님을 만나, '스파시아'라는 이름의 그럴듯한 기차를 타고 닛코로. 닛코 직전에 한번 갈아타긴 했습니다만. 두번 세번 갈아타는 것에도 이젠 익숙해져가는 듯. 닛코에 내리니 날씨가 좋았어요. 기분 짱! 닛코 역에서 버스를 타고 우선 도쇼구(東照宮)에 갔습니다. 도쇼구라는 곳은 도쿠..

우에노 공원의 벚꽃놀이

[아지의 글] 일본의 봄철의 하일라이트는 단연 벚꽃놀이가 아닌가 싶습니다. 신문의 광고면을 보면 벚꽃여행광고가 빠지지 않고 등장하고 기상청 직원이 신주큐 교엔(御苑)의 사쿠라의 발화정도를 측정하는 장면이 방송의 메인뉴스에 등장하기도 하고요. 우리도 빠질 수 없다 싶어 사쿠라 구경을 다녔습니다. 이달 중순쯤 신쥬쿠 교엔을 다녀오고 오늘은 우에노 공원을 갔죠. 우에노공원의 벚꽃놀이를 위해 신입사원을 시켜서 자리잡아 놓게 한다는 그런 이야기를 어디선가 본 적이 있었는데... 한마디로 우에노공원의 인파는 대단하더군요. 오전 11시가 조금넘어 우에노(上野)역에 도착했는데 개찰구에 몰려든 인파때문에 역무원이 정리에 진땀을 흘릴 정도였습니다. 동물원에 갔다가 사쿠라 길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길 양편에 핀 사쿠라나무밑은..

[요르단] 바그다드의 책 시장

정확한 동네 이름은...까먹었어요. 바그다드 시내 구시가지의 책시장에 갔었어요. 매주 한번씩 장이 섭니다. 같이 갔던 에삼이라는 청년은, 저 곳에서 영어사전을 들었다놨다 했더랬지요. 한권 사주고 올 걸 그랬나, 두고두고 후회했답니다. 잘 보세요, 위 사진이 뭔지. 바닥에 널려 있는 것은 축구 사진들이랍니다. 가운데에 바티님의 사진 보이시나요. 이라크는 시류에서 조금 처져있던 탓인지, 바티님 사진들이 가장 눈에 띄는 곳에 놓여 있더군요. 베컴 사진도 몇장 있었고요. (참 바티님 아예 은퇴한다던데...주루룩) 이 사진은, 꾸란을 파는 가게랍니다. 가게-라지만 사실은 노점상. 저 가게에서 꾸란 두 권 사고, 꾸란을 넣는 탄탄한 종이가방도 샀어요. 또 조야한 카드도 샀지요. 전화카드 모양의 흰 종이인데, 앞면에..

블루 모스크의 추억

(여행기를 너무 늦게 올리는 감이 없잖아 있지만) 이스탄불의 국제공항에 내려서 환전을 하는데, 뭔놈의 화폐 단위가 그렇게 큰지. 1달러에 자그마치 169만리라나 됐다. 지폐 생긴것도 다 어슷비슷하니 주의하라는 말을 들었더랬다. 그래서 주의한다고 했는데, 사실 돈 쓸 시간도 없기는 했다. 터키에는 워낙 볼거리가 많다 하지만, 나는 지난번에 아주 잠시(대낮에 몇시간 정도) 비행기 갈아타기 위해 들른 것 밖에 없기 때문에 가본 곳이 별로 없다. 그래도 일단 이스탄불에 들렀으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바로 블루모스크. 워낙 유명한 곳이니까 더이상 설명은 하지 않겠다(실은 설명할 수 있을만큼 잘 알지도 못한다). 그런데, 어떻게 말하면 설명이 될까. 나는 작년 가을 이라크에서 유프라테스 강변의 모스크들을 본 적이..

[요르단] 티그리스, 그리고 사해.

팔레스타인 호텔 내 방에서 내려다본 저녁의 티그리스. 잘 있니, 강아. 그리고 사해. 요르단의 암만은 해발 고도가 800m 넘는 고원이다. 로마가 일곱 언덕의 도시라고 하듯, 암만 또한 일곱개 언덕의 도시다. 언덕 사이사이를 지나 광야로 내려간다. 예수라는 분이 2천년전에 깨달음을 얻었다던, 그 광야다. 물론 그 광야는 오늘날의 이스라엘 쪽에서 역사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지만 예수가 세례받았다는 곳이 바로 요르단에 있고 보면-- 예수님 시절에 무슨 국경이 있었으리오. 광야는 사람을 아주 이상하게 만든다.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치게 만든다. 광야의 끝에는 사해가 있다. 소금바다. 놀러간 것이 아니라서(날이 춥기도 했고 일행도 있었고) 물에 들어가 놀지는 못하고, 구경만 했다. 광야는 언제라도 다시 가고픈..

소피아성당

입장료가 무쟈게 비쌌다. 1층 구경하는데 1500만 리라, 2층 올라가는데 1000만리라 정도...아래위층 돈 따로 받는 건 또 첨 봤다. 소피아 성당은 블루모스크와 마주보고 있는데, 아시다시피(아나 모르나?) 기독교와 이슬람 모두의 유적이다. 이넘들! 성당이건 모스크건, 이렇게 크게 짓는게 어딨냐! 뼈대없는 제국주의자들같으니! 라고 하면 안 되겠고, 성당 안쪽에서 천정을 올려다본다. 하늘을 보는 것 같다. 하늘이 나를 심판하려고 내려다보고 있는 것 같다. 공사중이어서 건물 안은 어두웠다. 아마도, 중세의 모스크였던 시절, 혹은 비잔틴의 성소였던 시절에는 더욱 어두웠을 것이다. 2층 발코니에 매달린 아랍어 초서체의 현판이 너무 멋있었다. 나는 한참을 고개를 들고, 목이 아프도록 그것들을 쳐다보았다. 이슬..

[스크랩] 마법의 도시, 탕헤르 -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 미셸 투르니에 (지은이) | 김화영 (옮긴이) | 현대문학 | 2004-04-17 탕헤르에서의 회식 미셸 투르니에, 중에서. 우리들 주위로 백악질의 야산에 층층이 쌓아올려진 도시 탕헤르가 그 수많은 창문에 불을 켰다. 지평선 저쪽에는 지브랄타르 바위 위로 어둠이 내리고 있었다. 우리의 오른쪽에는 지중해의 고요한 물 위로 달이 떠올랐다. 왼쪽에는 마지막 석양빛이 잠겨드는 대서양의 거친 물결. 에드몽 샤를로가 알제리아에서 보낸 어린 시절과 그가 겪은 그 수많은 지진들, 특히 그 자신은 기억도 할 수 없지만, 그의 부모가 정원에서 져녁식사를 하고 있을 때 집이 무너져 어린 그의 요람을 덮쳤던 첫번째 지진 이야기를 막 들려주었다. 그는 또한 구름 떼처럼 몰려들던 마지막 메뚜기떼들의 재난도 경험..

딸기네 책방 2003.06.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