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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전쟁

새로운 전쟁 사이먼 리브 (지은이) | 한영탁 | 황의방 (옮긴이) | 중심 | 2001-11-10 지겨운 감이 없잖아 있어 제껴놓고 있던 책 2권을 내쳐 읽었다. 사이먼 리브의 과 크리스토퍼 히친스의 . 둘 다 지난해 9.11 테러 뒤부터 줄곧 책꽂이 한켠을 장식하던 것들인데 드디어 해치웠다. 은 북리뷰팀에서 가져다준 것을 책꽂이에 꽂아만 놓고 있다가, 갑자기 손이 그리로 가는 바람에 읽기 시작했는데 의외로 재미가 있었다. 원제(The New Jackals)에서 알 수 있듯, 20세기 최고.최악의 테러리스트로 꼽혔던 자칼의 뒤를 잇는 이슬람 테러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전반부는 93년 미국 뉴욕 세계무역센터 폭파사건의 주범인 람지 유세프, 후반부는 지난해 9.11 테러의 마스터마인드 오사마 빈..

딸기네 책방 2002.11.19

신의 방정식

신의 방정식 God's Equation ; Einstein, Relativity and the Expanding Universe 아미르 D. 악젤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지호 아마 신(神)은 하늘나라에 간 알버트 아인슈타인을 만났을텐데, 아인슈타인에게 뭐라고 했을까. 얼마전부터 이 홈페이지를 통해 교류를 하게 된 김희봉님의 번역서다. 과학서적 번역가로서는 아주 괜찮은 분이라고 생각해서 보증수표 받은 기분으로 읽기 시작했는데 믿음이 유효했다. 아인슈타인의 마당방정식(기존 용어로 얘기하면 場이론)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그리면서 아인슈타인의 일생과 사람됨을 같이 보여주는데, 위인전 중에서 재미있는 위인전처럼 재미있다. 마당방정식을 만들어가는 아인슈타인의 연구는 유클리드기하학(공간)에서 非유클리드..

바라바시, '링크'

링크 - 21세기를 지배하는 네트워크 과학 Linked: The New Science of Networks 알버트 라즐로 바라바시 (지은이), 강병남, 김기훈 (옮긴이) | 동아시아 헝가리 출신의 과학자 A,L. 바라바시의 를 읽었다. 재미있다가 재미없다가 또 재미있다가 다시 재미없어졌다가 했는데, 과학저술로서 아주 탁월한 편은 아니지만 결론적으로는 . 책은 복잡한 네트워크들이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들은 어떤 구조를 갖는지, 그 네트워크들이 갖는 취약점과 강점은 무엇인지, 그리고 네트워크의 연구가 갖는 중요성이 무엇인지를 설명한다. 네트워크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개념들을 아주 쉽고 명확하게 설명하고 있는데다 우리가 실생활에서 자주 접하는 웹과 같은 친밀한 네트워크와 종래의 각종 수학퍼즐들을 소재로 풀이하고..

[스크랩] 파블로 네루다, '시'를 만나게 된 이야기

고등학교 때 우리 집에 시집이 한 권 있었다. 일월서각에서 나온 책이었는데 제목에 '제3세계'라는 말이 들어가 있었던 것 같다. 그 시집은 지금까지도 '왜 못 챙겨놨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 책 중의 하나다. 그 책에 나왔던 글들, 아주 신랄하면서도 처절한 것들이 많았는데 그런 글들을 모아놓은 책을 그 뒤에는 보지 못했다. 파블로 네루다니, 옥타비오 빠스니 하는 이름들을 알게 된 것도 그 책을 통해서였다. 중남미 뿐 아니라 아프리카와 아시아 시인들의 작품도 꽤 많이 들어있었는데 모두 내게는 문화충격으로 다가오기에 충분했다. 아프리카의 가난을 촌철살인의 문구로 찔러대는 글들이 어렴풋이 기억난다. 아시아라 하면 타고르밖에 몰랐던(그것도, '동방의 등불') 나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미국이나 유럽 아닌 곳에..

딸기네 책방 2002.11.01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천재의 유전자, 광인의 유전자 Abraham Lincoln's DNA & Other Adventures in Genetics 필립 R. 레일리 (지은이) | 이종인 (옮긴이) | 시공사 | 2002-09-27 저자의 솜씨: 글도 잘 쓰고, 다양한 에피소드와 유전학 역사상의 사건들을 버무려 구성하는 능력도 뛰어난 것 같다. 다만 지나친 낙관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저자의 '견해'일 뿐이므로 책을 읽는 재미가 그 때문에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유전자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가지 문제들에 대해 일반적-전문적 접근의 양갈래를 잘 오가며 이해하기 쉽게, 심지어는 흥미진진하게 풀어놓는다. 역자의 솜씨: 전문적인 지식이 전혀 없는 분야의 책을 번역하겠다고 나서는 '용기'는 대체 어디서 나오..

[스크랩] 열쇠와 자물쇠- 미셸 투르니에, <짧은 글 긴 침묵>에서

필경 오래된 집들은 어느 것이나 다 그럴 것이다. 나의 집에는 열쇠들과 자물쇠들이 서로 맞는 게 하나도 없다. 열쇠라면 내 서랍 속에 넘치도록 가득 들어있다. 가장자리를 곱게 접어 감친 V자형 맹꽁이 자물쇠형 열쇠, 속이 빈 막대기 열쇠, 이중 걸쇠를 여는 다이아몬드형 열쇠, 공격용 무기 같은 거대한 뭉치 열쇠, 레이스처럼 예쁘게 깎은 반지모양 열쇠, 어디에도 맞지 않는다는 점이 유일한 단점인 만능 열쇠. 신비스러운 것은 바로 그 점, 즉 집 안의 그 어느 자물쇠에도 이 열쇠들에 순순히 복종하는 게 없다는 점이다. 나는 분명히 해두고 싶어서 그 모든 열쇠들을 하나하나 다 테스트해 보았다. 파스칼의 표현처럼 그것들은 식욕증진 능력이 완전히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 판명났다. 그렇다면 이것들은 어디서 난 것일까..

딸기네 책방 2002.10.20

[스크랩] 마음이 전하는 말들

알 수 없는 것이 마음이었다. 예전에는 마음이 늘 어디로든 떠날 준비를 하고 있더니, 이제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서라도 어느 한곳에 이르기를 원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향수로 가득한 이야기들을 오래도록 털어놓게 하고, 또 어떤 때는 사막의 해돋이에 동요되어 소리 죽여 흐느끼게 했다. 보물 얘기를 할 때면 거세게 뛰다가도, 그의 눈이 사막의 끝없는 지평선을 따라가다 길을 잃을 때면 다시 잠잠해졌다. 하지만 그가 연금술사와 단 한마디 말도 없이 길을 갈 때조차도 마음은 결코 고요히 있는 법이 없었다. 그는 사막의 길을 가는 내내 자기 마음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마음이 부리는 술책과 꾀를 알게 되었고, 결국은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받아들였다. 그러자 두려움이 가시고, 되돌아가고 싶은 생각도 사라졌다. 어느..

딸기네 책방 2002.10.06

[스크랩] 엘뤼아르의 '시론'

시는 실제적인 진실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말이 많은 내 친구들에게 숲속에 태양이 침대 속에서 몸을 맡긴 여자의 아랫배와 같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내 모든 욕망을 이해합니다. 비오는 날 수정이 언제나 사랑의 무료함 속에서 소리를 울린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사랑의 시간을 지연합니다. 내 침대의 많은 가지 위에서 결코 동의를 표시하지 않는 새 한 마리가 집을 짓는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내 말을 믿고 나의 불안을 함께 나눕니다. 움푹 파인 샘물의 밑바닥에서 푸른 풀잎을 살포시 열며 강물의 열쇠가 돌아간다고 말한다면 당신들은 여전히 내 말을 믿고 더욱 잘 이해합니다. 그러나 내가 이 모든 나의 거리와 끝없는 거리와 같은 나의 이 조국을 솔직히 노래한다면 당신들은 이제 내 말을..

딸기네 책방 2002.10.06

[스크랩] 살렘의 왕 멜키세덱

조그만 도시인 타리파의 경사지에는 예전에 무어인들이 건설한 오래된 요새가 있었다. 그 요새의 성벽 위에 앉으면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였고, 바다 건너 아프리카 땅도 시야에 들어왔다. 살렘의 왕 멜키세덱은 그날 오후 요새의 성벽 위에 앉아 불어오는 레반터(동풍)를 맞고 있었다. 그의 주위에는 양 여섯 마리가 주인이 바뀐 갑작스러운 변화에 놀라 끊임없이 불안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먹이와 물 뿐이었다. 멜키세덱은 부두를 떠나는 작은 배 한 척을 보았다. 그 젊은 양치기를 다시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아브라함에게서 십일조를 받은 후에도 그를 다시 보지 못했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그의 일이었다. 신들은 욕망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신들에게는 자아의 신화라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살..

딸기네 책방 2002.10.01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투바: 리처드 파인만의 마지막 여행 Tuva or Bust!: Richard Feynman's Last Journey 랠프 레이턴 (지은이), 안동완 (옮긴이) | 해나무2 언제부터인가 여행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내게서 떠나가지 않는다. 오래동안 생각해오던 자금성에도 가고 싶고, 마음 깊숙한 곳에 들어있는 이집트, 이란, 이라크, 터키에도 가보고 싶고, 시원한 밤바람 맞으러 홍콩에도 가보고 싶고, 축구 보러 스페인에도 가고 싶고. 현실에서 떠나고 싶은 생각과는 좀 다르지만 어디에든 가고 싶다. (랠프 레이튼. 해나무刊)이 가져다준 위안이 있다면, 굳이 '떠나지' 않아도 여행을 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리교사인 랠프 레이튼과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 그리고 몇몇 친구들은 우연히 투바라는 곳에 가고 싶다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