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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양자 마음

우주 양자 마음 The Large, The Small And The Human Mind 낸시 카트라이트 | 로저 펜로즈 | 스티븐 호킹 | 에브너 시모니 (지은이) 김성원 |최경희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 2002-10-30 언제인가, '괴델의 정리'를 놓고 고민 아닌 고민을 했던 적이 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수학자가 수학적 원리로 풀리지 않는 세상에 대해 일종의 불가지론을 선언하다니. 공리(公理)란, 그리고 인간의 이성과 의식이란 얼마나 우스운 것이 돼버리는가. 큰 물리학(고전물리학)과 작은 물리학(양자물리학)의 간극, 정신(의식)과 물질의 간극. '이 세상에서 유일한, 진정한 의미의 거시이론'인 상대성이론과 미시세계의 지침인 양자론의 통합은 물리학자들의 지상과제다. 그런가 하면 물질로 이뤄진 ..

리얼리티에 질려버렸던 기억들

앞서 내가 니나와 다니엘라를 동경했다는 얘기를 했고, 빵빵이가 니나에 대한 을 올려놓은 걸 봤다. 덕분에, 생각난 김에 문학 이야기를 좀 하려고. 소설 읽은지 오래됐다-정확히 말하면, 예전에 읽던 그런 종류의 을 읽은지 오랜 시간이 지난 것 같다. 시리즈의 마지막권을 지난 주에 끝냈지만 너무 긴 세월(3년)에 걸쳐 읽다보니 긴장감이 확 떨어져버렸고, 후배가 갖고 있는 베르베르의 의 첫 몇장을 슬쩍 넘겨보다 놓았고, 어제는 스타벅스에 커피한잔에 팔아넘길 요량으로 이라는 연작소설집 중 전경린의 글을 보다가 집어치웠다. 맨처음 소설에 염증을 느낀 것이 언제였던가. 아마도 대학교 3학년 무렵이 아니었나 싶다. 이상문학상 수상작품집을 비롯해 한국단편소설들을 연이어 쭉 읽다가 어느 순간 지쳐버렸다. 이라는 것은 상..

딸기네 책방 2002.09.12

<제국의 패러독스> 미국 중도우파의 '건전한' 시각?

제국의 패러독스 The Paradox of American Power: Why the World's Only Superpower Can't Go It Alone 조지프 S. 나이 (지은이) | 홍수원 (옮긴이) | 세종연구원 | 2002-07-29 | 원제 조지프 나이(Joseph Nye) 만큼 우리나라 언론에 코멘테이터로 자주 등장하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이미 9.11 테러 1주년 특집을 다루는 여러 신문에서 나이의 이야기가 나왔고 인터뷰까지 다뤄졌다. 지금은 그 유명한 하버드대 케네디 스쿨 학장으로 있지만 클린턴 정권에서 국방부 국제안보담당 차관보를 지낸 것을 포함해 명실상부한 로서의 경력을 쌓은 인물이다. 나이의 저서 중에는 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는데, 이 책과 그 책은 성격이 좀 다르지만 스타..

딸기네 책방 2002.09.05

미카엘 엔데, '기관차 대여행'

어렸을 때 봤던 가 다시 출간됐다는 복음을 이제 접했다. 오늘 알라딘에서 '용케 생각난 김에' 미카엘 엔데의 책들을 찾아보니 길벗에서 이라는 이름으로 재출간돼 있었다. 엔데는 나 로 아주 유명하지만 이상하게도 는 우리나라에서는 별로 알려져 있지 않은 것 같다. 나는 운이 좋아서였는지, 엔데의 첫 작품인 를 먼저 읽었다. 1부는 원제 그대로 였고, 2부는 이었는데 모두 두 권씩으로 돼 있었다. 너무 재미있어서 몇번을 들춰가며 보고, 삽화를 들여다보고, 머리와 가슴과 손과 간과 내장에까지 꼭꼭 간직해놨다. 그 뒤로 도 보고 , 도 봤는데 모두 아주 재미있었지만 만큼은 못했다. 이번에 새로 출간된 것의 줄거리를 보니, 제목에서부터 의역을 해서인지 내가 생각했던 느낌이 나지를 않았다. '알퐁소 12시15분전 임..

딸기네 책방 2002.08.14

마틴 브룩스, '초파리'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 초파리 An Experimental Life 마틴 브룩스 (지은이), 이충호 (옮긴이) | 이마고 를 읽은 뒤 인도라는 주제를 좀 더 읽어볼까 하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두꺼운 를 포기(!)하고 다시 유전자 쪽으로 방향을 돌렸다. 며칠새 유전자에 관한 책 2권(와 )을 읽었는데 둘 다 내용이 제법 있는 책들이다. 그렇지만 전자는 주제의식에 비해 재미가 없었으므로 생략하고 에 대해서만 소개를 하자면. 유전자라는 말, 과학전공자들끼리만 소곤소곤하는 단어가 아님은 분명하다. 신문에건 어디에건 툭하면 등장하는 '흔한 단어'가 된지 이미 오래다. 앞에 '20세기 유전학의 역사를 바꾼'이라는 수식어가 붙어있다. 원제는 Fly: an experimental life인데 우리나라 번역본에..

마하트마 간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사람, 간디.

마하트마 간디 -Rediscovering Gandhi 요게시 차다 (지은이), 정영목 (옮긴이) | 한길사 . 이름만으로도 부담스러운 인물이다. 책을 읽는 사이사이, '읽고 나면 글로 남기고 싶은 감상이 많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마지막장을 덮고 난 지금 오히려 내 머리속은 뒤죽박죽이 되어버렸다. 내가 최근 세운 계획 중의 하나는 이 사람에 대해 '이해'를 해본다는 것도 들어있었다. 850쪽이 넘는 긴 전기를 읽기 시작할 때만 해도 사실 의무감을 가지고 책장을 넘겼었다. 지난해 인도史에 관한 책을 읽으면서 간디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지만, 사실 내가 '생각'할 거리들이 별로 없었다. 이 사람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중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배웠던 단편적인 몇가지 어..

딸기네 책방 2002.08.07

[스크랩] 라픽 샤미 '말하는 나무판자가 말을 하지 않게 된 이야기'

다니엘 삼촌은 타고난 발명가였다. 그렇게 어린아이 같은 동심을 지닌 삼촌이 세 번이나 구속되어 고문을 받았던 건 지금까지도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첫번째 구속은 별 것 아닌 일로 시작된 싸움 때문이었다. 손님 하나가 수리비를 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이다. 삼촌은 손님과 실랑이를 벌였다. 그 손님의 친척이 비밀경찰이라는 것을 몰랐던 삼촌은 시계를 가져가기 전에 수리비를 달라고 고집했다. 말이 말을 부르고 언성이 높아지자 구경꾼들이 모여들었다. "당신이 사기꾼이라는 건 우리 가게에 들어설 때 벌써 알아봤지." 삼촌이 소리쳤다. "어떻게 알았다는 거지? 예언가라도 되나?" 손님이 비아냥거리며 말했다. "그래 예언가다." 흥분한 삼촌이 말했다. "어디 다시 한번 말씀해보시지." 손님이 빈정댔다. "그래, 난 예..

딸기네 책방 2002.06.21

라픽 샤미, '1001개의 거짓말'

1001개의 거짓말 라픽 샤미 (지은이) | 유혜자 (옮긴이) | 문학동네 | 2002-04-08 오랜만에, 오랜 시간 공을 들여 책을 읽었다. 라픽 사미의 소설이라면 예전에 '한줌의 별빛'을 읽은 적이 있다. 시리아 기독교도와 이슬람교도 소년 사이의 우정을 그린 것이었는데, 아주 느낌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1001개의 거짓말'은 소설이라면 소설이고, 우화라면 우화이고, 또 주인공 사딕의 주장대로, 거짓말이라면 거짓말이다. 그렇지만 어느 것이 거짓말이고 어느 것이 진실인지, 이 다단한 세상에서 선뜻 단언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무엇이든 진실의 일면과 거짓의 일면을 갖고 있는데. 순환논법에 회의론이냐고 묻는다면, 단언컨대 그건 아니다. 아라비안 나이트의 유려한 말솜씨로 사딕이 풀어내는 여러가지..

딸기네 책방 2002.06.21

마이 퍼니 베이비 - 엄마 되는 험한 길

마이 퍼니 베이비 김지윤/대원씨아이 "내가 아주 무서운 얘기 하나 해줄까? 내 선배 부인 얘긴데, 실화야. 쌍둥이를 낳고 두달만에 임신이 됐는데 또 쌍둥이였대. 무더운 여름인데 집에 에어컨이 없었던 거야. 두번째 쌍둥이가 태어나니까 남편의 눈길이 싸늘해지더래. 집안은 네 아이로 와글와글. 이 누나의 친정어머니는 돌아가셨고, 시어머니는 와병중. 그런데 하필 옆집이 공사중이라 여름에 창문도 못 열어놓고, 방 두개짜리 좁은 집에서..." 남편이랑, 아내랑 여름밤 에어컨 바람 시원하게 틀어놓고 마루에 드러누워 나누는 납량특집 엽기괴담의 내용입니다. 부모님 집에 얹혀 살면서 쌍둥이 남자아기들을 키우는 종민이와 수진이, 아직 학생티를 벗지 못한 '어린' 부부에게는 임신, 출산, 더위가 그야말로 납량특집이지요. 간담..

딸기네 책방 2002.05.25

13억의 충돌 - 시장의 신화와 중국의 선택

13억의 충돌 - 시장의 신화와 중국의 선택 한더치앙 (지은이), 이재훈 (옮긴이) | 이후(시울) 13억의 충돌. 이른바 '신좌파'로 불리는 중국의 소장 경제학자 한더치앙은 중국의 시장경제 실험을 이렇게 표현했다. 도약 아닌 '충돌', 그것도 13억명의-. 지구상 인구 5분의1의 운명이 달린 이 실험에 대해 현지의 젊은 경제학자가 내쏟는 비판은 시장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는 것. 다소 구태의연하고, '유행에 뒤떨어진' 소리처럼 들리는 주장이다(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이 아니라 요즘 유행이 그렇다는 얘기다). 책꽂이에서 중국 경제에 대한 책을 찾다보니 본의 아니게 이 책을 주교재로, 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을 부교재로 삼아 공부 아닌 공부를 하게 됐다. 한더치앙은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딸기네 책방 2002.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