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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르원틴, '3중 나선'

3중 나선 -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 리처드 르원틴 (지은이), 김병수 (옮긴이) | 잉걸 리처드 르원틴의 '학자적 면모'를 드러내 주는 책이라고 알라딘 서평에는 써 있었는데. 과학과 철학의 문제, 생물학(방법론)의 도그마와 오류들을 조목조목 짚으면서 결국 유전자, 생명체 그리고 환경은 '같이 가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사실 별로 재미는 없었지만, '과학은 은유다'라는 그의 지적만큼은 과학痴인 나에게는 큰 격려가 됐다.(저자의 목적은 그런 류의 위로사를 쓰는 것은 절대 아니었겠지만) 과학은 우리 눈으로는 볼 수 없는 너무 작은 미립자, 너무 큰 우주, 보이지 않는 힘에 대해 설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은유'들을 쓸 수 밖에 없다는 것인데, 실상 실체를 보지 못하는 나같은 사람은 이런 은유를..

조너선 스펜스, '칸의 제국'

칸의 제국 조너선 D. 스펜스 (지은이), 김석희 (옮긴이) | 이산 . 서양이 중국에 대해 갖고 있는 '이미지', 금세기 이전까지 여러 차례의 접촉(주로 정복과 관련있는)을 통해 형성된 중국의 모습은 바로 저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국의 중국사학자 조너선 스펜스의 접근 방법은 늘 독특하면서도 재미있습니다. 일전에 제가 무지하게 칭찬했던 는 정통 역사책 글쓰기를 보여주는 반면 또다른 저술인 (게을러서 서평을 못 올렸습니다--;;)는 황제의 회고록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양쪽 모두 아주 훌륭합니다. 은 마르코 폴로에서부터 보르헤스까지 서양인들이 중국에 대해 적어놓은 텍스트들을 꼼꼼이 분석해서 '서양인의 마음 속에 비친 중국'을 설명합니다. 마르코 폴로 이후 서유럽의 탐험가들과 예수회 선교사들, 중국을 방문한..

딸기네 책방 2002.04.25

[스크랩] 마르코폴로와 쿠빌라이칸의 대화

"네가 한사코 말하지 않는 도시가 아직 하나 있다" 마르코 폴로는 고개를 숙였다. "베네치아." 칸이 말했다. 마르코는 미소를 지었다. "제가 지금까지 폐하께 말씀드린게 베네치아 말고 무엇이었다고 생각하십니까?" 황제는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네가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걸 한번도 들은 적이 없다" 그러자 폴로가 말했다. "저는 다른 도시를 설명할 때마다 항상 베네치아에 대해 무언가를 말씀드리고 있었습니다......" 호수의 수면에 잔물결이 일었다. 송나라 때 지은 오래된 왕궁의 구릿빛 물그림자가 산산이 부서져 물에 떠다니는 나뭇잎처럼 반짝거렸다. "기억 속의 이미지란 것은 일단 말 속에 붙박이면 지워지는 법입니다." 폴로가 말했다. "베네치아에 대해 이야기하면 베네치아를 완전히 잃어..

딸기네 책방 2002.04.13

[스크랩] 곤충이 살충제를 이기는 방법

조너던 와이너의 에서 읽은 겁니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을 연구하는 진화학자들은 네 부류의 적응이 일어난 것을 본다. 공격받는 곤충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경로가 네 가지이기 때문이다." '이 세계적인 저항운동'이란, 다름아니라 살충제에 맞선 곤충들의 저항을 얘기하는 겁니다. 인간은 자신들을 위해, 어느 한 종류의 동물을 아예 절멸시키겠다는 생각을 서슴지 않고 하지요. 그리고 그것을 실천에 옮겨, '살충제'라는 핵폭탄(벌레들 입장에서는)을 만들어냅니다. 하긴, 같은 인간들을 겨냥해서도 핵폭탄을 터뜨리는 종이 우리들일진대, 그깟 나방이나 나비, 파리 따위야 안중에 있겠습니까. 그러나 곤충들은 '적응'을 합니다. 토인비 식으로 보자면 인간의 도전에 대한 곤충의 '응전'인 셈입니다. 첫째, 곤충은 그냥 피할 수..

내 생애의 책 중 한 권, '핀치의 부리'

핀치의 부리 The Beak of The Finch 조너던 와이너 (지은이) | 이한음 (옮긴이) | 이끌리오 | 2002-01-15 핀치의 부리(The Beak of Finch). 네이처지에서 '그동안의 과학저술 중 최고'라고 격찬했다...고 책 뒤표지에 써있는데, 정말 네이처지에 그런 서평이 나왔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정도의 찬사가 아깝지 않은 책입니다.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 수상작이라고 하는데, 어떤 호평을 붙여도 이 책을 다 칭찬하기에는 미흡할 거예요. 실은 저는 말이죠, 이 책을 오랜 시간에 걸쳐서 읽었는데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난 오늘 오전에는 '물밀듯이 밀려오는 감동' 때문에 정신이 막막할 정도였답니다(조금 허풍을 떨자면 ^^;;) 계속 도는 칼, 보이지 않는 해안, 보이지 않는 문자들..

[스크랩] 가아더의 '지평', 그리고 친구와의 대화.

주시기에게.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조우커의 정신'은 어디로 간 것인지 모르겠다고. 늘 그렇지만, 친구의 물음에 제대로 된 답을 줄 수 있는 때는 없다. 대신에 요슈타인 가아더의 글을 하나 선물로 보내줄께. 지평, 요슈타인 가아더 나는 공고문이라면 언제나 꼼꼼하게 읽는다. 국가정보국에서 보낸 통지문들이라면 특히 성심껏 연구하는 기분으로 읽는다. 결국 그것들은 나를 위해서 씌어진 것이 아닌가. 국가는 그의 아들들 중의 하나와 이야기를 나누기를 원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 마치 아버지나 어머니가 내키지는 않지만 그의 자식들과 그 어떤 심각하고 교육적인 이야기를 나누기라도 할 때처럼 말이다. 그리고 나도 윗사람의 말을 거역하는 그런 유형은 아니다. 담배를 끊어야겠어. 보다 적게 마셔야겠어. 왜 세금을 ..

딸기네 책방 2002.04.01

스티븐 제이 굴드, '풀하우스'

풀하우스 | 원제 Full House 스티븐 제이 굴드 (지은이) | 사이언스북스 (음...머리 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은 많은데, 글로 쓰려니 잘 옮기지를 못하겠군요. 오랜만이어서 그런가? ^^ ) 1. 진화론 '뒤집어보기'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만물의 척도다, 하느님은 인간을 위해 이 세상 만물을 만드셨으니 인간은 세상만물의 주인이다- 이런 '인간 제일주의'의 편견을 깨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내놨을 때 이미 인간이 제일이라는 생각은 깨져나갔어야 했는데 그놈의 다윈이 어정쩡하게(자기가 속해있고 또 모든 것을 누릴 수 있는 서양 제국주의 문명을 벗어나려 하지 않았던 탓에) 진화론 속에 '진보'에 대한 왜곡된 고정관념을 심어놓는 바람에, 창조론을 뒤집을 절호의 찬스가 왔음에도 불구하고..

존 홀런드, '숨겨진 질서'

숨겨진 질서 -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 Hidden Order 존 홀런드 (지은이), 김희봉 (옮긴이) | 사이언스북스 숨겨진 질서(Hidden Order).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질서(작동원리)가 숨겨져 있다는 얘기도 되고, 반대로 작동원리가 꼭꼭 숨겨져 있어서 정말 찾아내기 힘들다는 얘기도 될 성 싶은데. 존 홀런드의 '숨겨진 질서'는 바로 그같은, 꼭꼭 숨겨져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는' 질서를 찾는 작업이다. 복잡계는 어떻게 진화하는가-이 책의 주제는 바로 이거다. '복잡적응계(CAS)'라고 이름붙인, 보통 복잡계라는 말로 표현되는 아주 복잡한 세계를 대상으로 그 세계의 질서를 찾아내는 작업이다. 예를 들면, 뉴욕시와 같은 거대한 도시에서 어느날 빵 공급이 잠시 중..

조너선 D 스펜스,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현대 중국을 찾아서 1, 2 조너선 D 스펜스. 김희교 옮김. 이산 2002년, 딸기의 라이브러리에 기록하게 된 첫 책은 조너선 스펜스의 입니다. '올해의 꿈'이 자금성 방문이라는 얘기를 했었던 것 같은데, 올해를 '중국의 해'로 만드는 것이 저의 목표 중 하나이거든요. 마침, 오랫동안 손에서 놓지 못했던 이 책을 오늘 아침 돌파했습니다. 청나라의 건국에서부터 89년 천안문 사태까지 중국의 역사를 다루고 있습니다. 무엇이 중국의 현대('근대'라는 말과 구분 없이 쓰겠습니다^^)를 만들었는지, 중국의 지도자들은 현대가 던져준 문제들에 어떻게 대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늙은 용처럼 무기력해 보였던 이 거대한 나라는 끊임없이 도전과 응전을 계속하면서 싸워나갔다는 겁니다. (물론 저자가 이런 ..

딸기네 책방 2002.01.02

[스크랩] 춘향-오! 일편단심

춘향 김영랑 큰칼 쓰고 옥에 든 춘향이는 제 마음이 그리도 독했던가 놀래었다 성문이 부서져도 이 악물고 사또를 노려보던 교만한 눈 그는 옛날 성학사 박팽년이 불지짐에도 태연하였음을 알았었니라 오! 일편단심 원통코 독한 마음 잠과 꿈을 이뤘으랴 옥방(獄房) 첫날밤은 길고도 무서워라 설움이 사모치고 지쳐 쓰러지면 남강의 외론 혼은 불리어 나왔느니 논개! 어린 춘향을 꼭 안아 밤 새워 마음과 살을 어루만지다 오! 일편단심 사랑이 무엇이기 정절이 무엇이기 그 때문에 꽃의 춘향 그만 옥사하단 말가 지네 구렁이 같은 변학도의 흉칙한 얼굴에 까무러쳐도 어린 가슴 달큼히 지켜 주는 도련님 생각 오! 일편단심 상하고 멍든 자리 마디마디 문지르며 눈물은 타고 남은 간을 젖어내렸다 버들잎이 창살에 선뜻 스치는 날도 도련님 ..

딸기네 책방 2001.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