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68

[스크랩] 엘리너 파전, '보리와 임금님'

너무나 좋아하는, 오래 전 그 동화. 제로보드가 거의 기능을 상실하여 '베리베리 라이브러리'의 글들을 하나둘씩 블로그로 옮기고 있습니다. 홈피 처음 만들던 시절 올려놓고 있다가 게시판 바뀔 때마다 이리저리 이 글도 이사를 참 많이 했지요. 다시 이사를 시키면서, 한번 더 읽어봅니다. 엘리너 파아전 우리 마을에는 윌리라는 바보가 살고 있었다. 이 아이는 그저 마을 사람들 심부름이나 다니는 마을의 보통 바보들과는 달랐다. 윌리는 교장 선생님의 아들이었고, 한 때는 장래가 촉망되는 천재라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윌리의 아버지 역시 아들에게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 그래서 무척 많은 책을 읽혔다. 그러나 윌리가 열 살이 되었을 때 교장 선생님은 자신의 기대가 물거품이 됐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저 윌리의..

딸기네 책방 2002.12.24

먼 저편 - 체 게바라 시집

먼 저편 - 체 게바라 시집 체 게바라 (지은이), 이산하 (옮긴이) | 문화산책 요새 돈이 없어서 통 책을 사지 못했다. 후배가 건네주는 책들을 전해받아 읽는 것이 전부였다. 그러다가 어제 교보문고에 들러 이 책을 발견했다. 먼 저편, 그리고 체 게바라의 이름. 그러고보니 신문 서평에서 본 것도 같다. 를 자처하는 이산하 시인이 체 게바라의 글들을 시집 형태로 묶어냈다는 것, "체 게바라의 찢어진 군화를 꿰매고 구겨진 전투복을 다리미질하는 마음으로 엮었다"던 시인의 고백. 진열대에 놓인 책을 본 순간 불현듯 너무너무 읽고 싶어져서 가슴이 두근거렸다. 얼른 사들고(실은 덩달아 몇권의 책을 더 사기까지 했다) 미리 약속돼있던 친구들과의 모임에 갔는데 내내 "집에 가서 책을 읽어야지"하는 생각이 마음이 근질..

딸기네 책방 2002.12.19

전쟁이 끝난 후 - 코소보를 둘러싼 나토의 발칸 전쟁이 남긴 것들

전쟁이 끝난 후 - 코소보를 둘러싼 나토의 발칸 전쟁이 남긴 것들 가지 카플란, 노암 촘스키, 레지 드브레, 로베르 레데케르, 미셸 초스도프스키, 알렉스 캘리니코스, 에드워드 W. 사이드, 엘린 메익신즈 우드, 지오반니 아리기, 타리크 알리 (지은이), 국제연대정책정보센터 (옮긴이) | 이후(시울) "전쟁은 이제 더 이상 '다른 수단을 통한 정책의 지속'이 아니라 정책의 부재를 대체하는 행위가 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상황주의자들과 장 보드리야르가 분석한 '정치의 종언'의 직접 상속자인 전쟁을 갖게 된 것이다. 정치의 종언은 전쟁의 종말을 알리기는커녕 전쟁의 활기찬 귀환을 위한 기반을 준비하고 있다." (로베르 레데케르, ) "미국이 발칸 대륙의 여러 나라들을 상대로 하는 것처럼, 당신 또한 한 나라의 ..

딸기네 책방 2002.12.17

한권에 담은 동남아시아 역사

한권에 담은 동남아시아 역사 Southeast Asia: an Introductory History 밀턴 오스본 (지은이), 조흥국 (옮긴이) | 오름 내가 찾던 게 바로 이런 책이었다. 말레이사, 필리핀사를 모두 섭렵할 의욕은 없는데 업무상 개괄적인 역사를 알아야겠고...허니, '한 권에 담은' 류의 책들이 겉핥기 공부에는 가장 좋은게 바로 이런 것 아닌가. 헌데, 장난이 아니었다. 방대한 지역의 역사를 '한 권'으로 읽는다는 게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겠지. 특히 십여년간 학교에서 역사를 배우면서도 이 지역의 역사에 대해서는 그야말로 침 한번 안 튀기고 지나갔으니. 유럽에 대해서는 '카롤링거 르네상스'니 '카놋싸의 굴욕'이니 하는 것까지 시시콜콜 배우고 연도를 외우면서, 정작 아시아라면 동남아는 물론,..

딸기네 책방 2002.12.12

[스크랩] 네루와 보르헤스, 어떤 사람들이 자신을 말하는 방식.

자와할랄 네루는 위대한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그를 직접 접했던 미국의 인도학자 스탠리 월포트의 평에 따르면 '네루는 카리스마를 가지고 있었다. 그는 잘 생기고, 달변이었다. 또한 이상적이고 낭만적이었으며, 역동적이었지만, 언제나 무척 사적인 사람이었다. 그에게는 수없이 많은 추종자와 숭배자들이 있었지만 친구는 거의 없었으며, 생애의 말년에 이르러서는 진실로 믿을만한 상대라곤 자신의 딸인 인디라밖에 없었다'. 어렸을 때, 세계사편력을 쉽게 번역해놓은 '아버지가 들려주는 세계사 이야기'라는 책을 읽었다. 세계사편력보다 우리나라에서는 더 먼저 번역출간된 책이다. 대학에 들어가서 다시 세계사편력을 펼쳤는데, 기억과는 달리 별로 재미가 없었다. 옥중의 아버지가 딸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로 본다면 어린 시절 읽었..

딸기네 책방 2002.12.06

[스크랩] 조반니노 과레스키, <약속을 지킨 소녀>

조반니노 과레스키는 우리나라에서는 ‘돈 까밀로와 빼뽀네(신부님 우리들의 신부님)’로 알려져 있지만, 이 작자의 진수를 보여주는 것은 재미있고 우스꽝스런 까밀로 연작보다는 바로 이 작품입니다. 제 기억의 박물관에서는 ‘보리와 임금님’ 다음으로 소중한 것이 이 이야기랍니다. 여러번 베껴쓰기도 했었어요. 친구들에게 편지 쓰면서, 열심히 또박또박 베껴서서 보내주기까지 했다니까요. 그런데 서른씩이나 먹어서 지금 읽어보면, 어쩌면 유치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네요 조반니노 과레스키, 여자라고? 아니, 여자는 필요없다. 술집에서 노래를 부르거나 약간 흥청거리는 일이라면 난 언제나 찬성이다. 하지만 그 이상은 아니다. 나에겐 이미 내 소녀가 있다. 그녀는 파브리꼰의 길을 따라 늘어선 세 번째 전봇대에서 매일 저녁 나를 기다..

딸기네 책방 2002.12.05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쿼크로 이루어진 세상 한스 그라스만 (지은이), 염영록 (옮긴이) | 생각의나무 "이리넬은 앙칼지지도 않고 경망스럽지도 않은 그런 평범한 소녀였다. 그렇게 평범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과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녀는 자신의 어린 시절과 젊은 시절을 소모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제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세월을 되돌리고 있는 중이었다. 이리넬은 도망자였다." . 청소년을 위한 물리학 개론서 형식으로 돼 있는데, 특이하게도 1장은 이라는 소설같은 에피소드를 소개하고 있다. 서문 격인 이 글이 너무나 아름다웠고, 마음이 아팠다. 세상에는 언제나 독재자(혹은 사람의 감정을 매몰시키고 사람의 생각을 현실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모든 것)가 있기 마련이고, 그렇기 때문에 독재자에게 도망치려는 사람들 또한 ..

[스크랩] 체 게바라, 몇편의 시들

(에 실려 있는 몇편의 시들이다. 이산하 시인이 묶은 것과는 조금 순서를 바꿨다. 시의 행들도 내 마음가는대로 읽기 위해 시인이 편집해놓은 것하고 다르게 붙이고 떼고 했다.) 나의 삶 내 나이 열다섯 살 때, 나는 무엇을 위해 죽어야 하는가를 놓고 깊이 고민했다 그리고 그 죽음조차도 기꺼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하나의 이상을 찾게 된다면 나는 비로소 기꺼이 목숨을 바칠 것을 결심했다 먼저 나는 가장 품위있게 죽을 수 있는 방법부터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 모든 것을 잃어버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문득, 잭 런던이 쓴 옛날이야기가 떠올랐다 죽음에 임박한 주인공이 마음 속으로 차가운 알래스카의 황야같은 곳에서 혼자 나무에 기댄 채 외로이 죽어가기로 결심한다는 이야기였다 그것이 내가 생각한 유일한 죽음의 모습이었..

딸기네 책방 2002.12.01

매트 리들리, '붉은 여왕'

붉은 여왕 The Red Queen 매트 리들리 (지은이), 김윤택 (옮긴이) | 김영사 과 를 통해 국내에서도 탁월한 과학저술가로 인기를 끌고 있는 매트 리들리가 性선택 이론을 근간으로 인간의 성격과 행태를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학습이냐, 본능이냐. 저자의 주장은 두 가지가 떨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노엄 촘스키, 리처드 도킨스, 매트 리들리의 공통점은? 유전자 과신론자가 아니라, 유전자의 진실을 보려고 노력했다는 것. 여성과 남성이 다르다는 건, 그들을 해야 된다는 얘기랑은 다르다. 를 부정하면서 모든 것을 과 의 탓으로 돌리기보다는 리들리의 주장대로 하고 맞닥뜨리는 쪽이 낫지 않을까. 난 리들리의 책들을 참 좋아한다. 특유의 재치있고 명쾌한 설명. 낙관적이면서도 겸손할 수 있다는 것은,..

크리스토퍼 히친스, '키신저 재판'

키신저 재판 The Trial of Henry Kissinger 크리스토퍼 히친스 (지은이) | 안철흥 (옮긴이) | 아침이슬 | 2001-12-08 역시나 책꽂이에 얹어두고 있다가 다시 꺼내 읽었는데 뜻밖에 술술 넘어갔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대표적인 진보적 지식인 중 하나라는 히친스는 여러 사료와 증언들을 종합해서 키신저라는 인간이 저지른 비열하고 잔혹한 행태들을 까발리고, 그의 무책임하고 저급한 변명과 거짓말을 맞받아친다. 굳이 비교하자면 하워드 진 보다는 표현이 좀 격렬하고, 노엄 촘스키보다는 덜 신랄하다. 문체만 놓고 보면 그렇다는 이야기이고, 내용에서는 충실도나 역사의식으로 보나 두 사람에게 결코 뒤지지 않는다. 촘스키의 와 묶어서 읽었더라면 좋았을 걸 그랬다. 는 의 다른 이름일 뿐이니까. 지..

딸기네 책방 2002.1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