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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정은의 '수상한 GPS']미군 빼내 폴란드로? '기지국가 독일'과 트럼프 정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독일 주둔 미군을 대거 감축하겠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독일을 압박하려는 트럼프 정부의 방침에 독일 측은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데, 미국 내에서 오히려 반발이 나오는 상황이다. 로이터통신은 9일(현지시간) 독일 주둔 미군을 감축하라는 지시가 미 국방부에는 전달되지 않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앞서 5일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트럼프 정부가 “독일 내 미군 규모의 상한선을 2만5000명으로 정하고, 현재 3만4500명인 미군 병력을 9월까지 9500명 줄이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트럼프 측근’ 마크 밀리 합참의장과 이 문제를 논의한 뒤 이런 방침을 담은 메모에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잇단 보도들을 보면 국방부와 긴밀히 의..

[정동길에서] 바이러스는 인종주의자가 아니다

미국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을 계기로 항의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폭력사태로 나아가면 어쩌나 했는데 플로이드의 추도식을 거치며 분위기는 한결 차분해졌고, 동시에 인종주의에 대한 고민들은 깊어지고 있는 것 같다. 몇 년에 한번씩 이렇게 미국에서 백인 경찰이 흑인을 살해하고 흑인들의 시위가 일어나곤 한다. 갈등이 몹시 격화됐던 2014년 ‘퍼거슨 사태’ 때나 지금이나 미국은 달라진 게 뭐가 있나 싶지만, 현지 언론들로 전해지는 소식만 보자면 이번에는 곧바로 구조적·제도적 인종주의 이야기가 나오고 경찰 개혁이 논의되는 모양이다. 인종주의에 항의하는 시위는 다른 나라들로도 퍼졌다. 미국 흑인들에게 연대를 표명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이 짊어져야 했을 그들만의 고통을 상상하게 된다. 시크시카잇시타피. 영..

[뉴스 깊이보기]마약갱들의 살인극과 멕시코의 '신자유주의' 논쟁

마약갱과 신자유주의는 관계가 있을까, 없을까. 멕시코에서 때아닌 ‘신자유주의 논쟁’이 벌어졌다. 발단은 지난 6일(현지시간) 과나후아토 주의 이라푸아토에서 벌어진 살인극이었다. 마약갱들이 마약중독자 재활센터를 공격해 10명을 살해하는 등, 주말 내내 이 지역에서 34명이 폭력사태로 목숨을 잃었다. 과나후아토는 최근 몇 년 새 외국 자동차공장들이 대거 들어서면서 멕시코 중부의 공업생산 기지가 되고 있다. 하지만 공장들이 늘어나고 돈이 몰리는 것과 함께 마약갱 조직들도 기승을 부린다. ‘할리스코 신세대 카르텔(CJNG)’이라는 이름의 전국 조직과, 지역을 기반으로 한 산타로사 데 리마 조직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논쟁이 벌어진 것은 주말 살인극이 벌어진 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

[뉴스 깊이보기]산유량 줄여 기름값 올리자는데...이라크가 OPEC 말 안 듣는 이유는

주요 산유국들이 감산 기간을 한 달 더 연장하기로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증산 경쟁에 코로나19가 겹쳐 유가가 폭락하자 지난 4월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그 외 산유국들의 모임인 ‘OPEC+’에서 6월 말까지 1일 산유량을 970만 배럴 줄이기로 했는데, 이 조치를 다음달 말까지 계속하기로 한 것이다. 그러나 감산을 면제받거나 거부·회피하는 나라들이 있기 때문에 당분간은 저유가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OPEC 회원국들과 러시아 등 23개 산유국은 5일 감산조치를 한 달 더 연장하는 결정에 합의했다. 그동안 감산 약속을 지키지 않았던 이라크와 나이지리아가 기한을 연장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어 난항을 겪다가 결국 합의를 함으로써 줄어든 생산쿼터를 다음달말까지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사우디가 ‘감..

베네수엘라 슬럼 주민들의 벗이 된 <알라딘>

지난 1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의 페타르. 바리오(barrio)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원래 스페인어로 ‘구역’을 가리키는 말인 바리오는 도시의 한 지역을 뜻하는 단위다. 하지만 베네수엘라에서는 대개 빈민가를 지칭하는 말로 쓰인다. 코로나19에 미국의 봉쇄와 경제난이 극심한 베네수엘라에서, 슬럼 주민들이 모여 영화를 보는 일은 흔치 않다. 석유 대국이라지만 미국의 제재 때문에 수출길이 막힌데다 낙후된 정유시설을 고칠 수도 없어서 툭하면 정전이 되기 때문이다. 이날은 달랐다. 허름한 바리오의 벽돌집 앞에 하얀 스크린이 세워졌다. 주변에 사는 이들은 스크린 앞에서, 혹은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에서, 부엌의 작은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화면을 응시했다. 스크린과 멀리 떨어져 있는 집들에서도 지붕 위 테라스..

[구정은의 '수상한 GPS']워싱턴에 블랙호크가? 시위대와 ‘전쟁’ 벌이는 미국

미국 수도에 군 헬기가 떴다. 국방부의 주방위군 ‘파병’ 요구를 여러 주들이 거부했다. 뉴욕에선 병력 동원을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일주일 넘게 이어지고 있는 미국에서,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시위대와의 전쟁’은 또 다른 갈등을 부르고 있다. 마틴 뎀프시 전 미군 합참의장은 2일 트위터에 “미국은 전쟁터가 아니고 우리의 적은 시민이 아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몇몇 예비역 장성들도 잇달아 시위대를 국가의 적처럼 몰아가는 트럼프 정부를 향해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전날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는 복수의 헬기가 워싱턴 상공에 떴고, 그 중 최소 한 대는 미군 마크가 찍혀 있었으며 블랙호크로 보인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블랙호크는 미군 지상작전에 많이 쓰이는 헬..

[구정은의 '수상한 GPS']“한국은 OK, 러시아는 안돼!” 트럼프 제안과 G7 논쟁

미국, 일본, 캐나다와 독일,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등 유럽 네 나라로 구성된 주요 7개국(G7) 국가들은 2018년 기준으로 세계 전체 부(317조달러)의 58%를 차지한다. 세계의 총생산(GDP)으로 보면 46%, 구매력 기준 GDP로 따지면 32%가 이 7개국에서 만들어진다. 여기에 늘 초청받는 유럽연합(EU)까지 합치면 세계의 ‘개발된 나라들’이 대부분 포괄된다. 하지만 부자들 잔치라는 것 외에 이 그룹이 존재 의미를 보여준 지는 오래됐다. “한국, 인도, 호주, 러시아도 초대하자”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제안을 계기로 G7 확대 논쟁이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 등에 초대 메시지를 보낸 데 이어 1일(현지시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통화했다. 백악관은 “두 정상이 G..

[구정은의 '수상한 GPS']화춘잉도 "숨을 쉴 수 없다"…미국 '위선' 비꼬는 인권탄압국들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에 항의하는 시위가 세계로 번졌다. 미국의 민낯을 드러낸 플로이드 사건은 세계 곳곳에서 국가기구의 폭력에 맞선 연대의 계기가 되고 있다. 하지만 그 틈을 타, 시민들을 탄압하고 언론에 재갈을 물려온 정권들까지 일제히 미국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세계의 인권지킴이를 자처하면서 이중잣대를 들이대온 미국의 행태가 연출한 블랙코미디다. 주말인 31일(현지시간) 유럽 곳곳에서 미국의 인종차별 폭력에 항의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영국 런던 트라팔가 광장에 모인 시위대는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라고 외쳤고 미국 대사관 앞까지 행진이 이어졌다. 영국 내의 인종차별에 항의하는 목소리도 높았다. 맨체스터에서도 비슷한 집회가 열렸다.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문 앞과 미 대사관 ..

[구정은의 '수상한 GPS']"숨을 쉴 수가 없다" 6년 만에 미국을 덮은 구호

“숨을 쉴 수 없다(I Can’t Breathe).” 미국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에 9분 간 눌려 숨져가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다. 이 말이 현재 미국 흑인들의 현실을 보여주는 구호가 돼 미국 전역을 덮었다. 콜로라도주 덴버에서는 시민들이 9분 동안 바닥에 엎드려 ‘숨을 쉴 수 없다’고 외치는 항의 시위가 벌어졌다. 백인 경찰의 흑인 살해 때마다 거리로 나선 시민들이 “흑인들의 목숨도 중요하다(Black Lives Matter)”고 외쳤지만 또 다시 비극이 되풀이되자 분노는 극으로 치닫고 있다. 중국의 ‘홍콩 인권탄압’을 비난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무색해졌고, 주말 내내 미국 여러 도시는 시위와 약탈과 최루탄과 곤봉으로 아수라장이 됐다. 미 전역 시위, 곳곳 통금령 30일(..

크림반도 '칸의 궁전'은 무사할 수 있을까

우크라이나 의회가 ‘러시아의 야만적인 파괴로부터 크림반도의 문화유산을 보호하기 위한’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난 22일(현지시간)의 일이다. 우크라이나가 특히 관심을 쏟고 있는 것은 크림반도 바흐치사라이에 있는 ‘칸의 궁전’으로, 현지에서는 ‘한사라이(Hansaray)’라고 불린다. 궁전을 가리키는 ‘사라이’라는 터키어 단어에 이 일대를 몇 백 년 동안 지배했던 오스만투르크의 흔적이 남아 있다. 16세기에 세워진 한사라이는 오스만제국 시절 크림반도를 지배한 지라이칸 왕실의 궁전이다. 성 안에는 칸(군주)의 후궁들이 살았던 하렘을 비롯한 주거구역과 정원, 관리들의 공간이던 디반카나와 모스크가 있다. 오스만과 이란과 이탈리아 건축가들이 설계했다. 건축양식과 실내 장식은 ‘크림 타타르 스타일’로 불리는 독특한 ..